-
빗줄기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어둑어둑한 피맛골. <연애의 목적>을 찍었던 여관 거리 앞에 세워놨더니 내내 뻘쭘한 표정이다. 담배에 불을 붙여주는데 손이 바르르 떨린다. 신인작가의 첫 인터뷰다.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찻집으로 들어갔다. 맥차를 앞에 대령했더니 자신이 만든 박해일(유림) 캐릭터처럼 활기차진다. 글을 쓰게 하고 말을 하게 하는 최고의 연료는 역시 알코올이렷다.
“동네 꼬질한 극장에서 개봉 첫날 봤어요. 세수도 안 하고 슬리퍼 끌고. 생각했던 것보다 슬펐어요.” 첫 영화가 극장에 올라갔는데 어떤 감격도 없다. 한달 가까이 영화사와 연락 두절이 되었다가 처음 바깥 세상으로 나온 날이 오늘이라니, 축하전화 한통 받을 수도 없던 게 당연하다. 개봉 전에 일찌감치 다음 일거리인 일본 <후지TV>와 싸이더스의 합작영화 <어깨 너머의 연인> 각색 일거리가 주어져 칩거를 했던 것이다. “몇달 만에 회사에 갔더니 분위기가 처음에 싸하더라고
<연애의 목적>의 시나리오 작가 고윤희
-
고란 브레고비치. 만약 이 이름이 낯설다면 에미르 쿠스투리차 감독의 <집시의 시간> 음악을 떠올리면 된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음악가 고란 브레고비치는 동향 출신의 감독이 만든 세편의 영화 <집시의 시간> <언더그라운드> <아리조나 드림>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담당했던 뮤지션이다. 그는 1950년 사라예보에서 태어나 16살에 ‘비옐료 두그메’(하얀 버튼)라는 록밴드를 결성, 16년 동안 1500만장의 앨범을 팔아치웠고 현재는 20명 내외로 구성된 ‘웨딩 앤 퓨너럴 밴드’를 이끌고 있다. 자신의 뿌리가 되는 발칸 반도의 음악을 현대적인 문법으로 사려깊게 구사하는 브레고비치의 음악은, 쿠스투리차 영화 속에 담긴 슬라브족의 지난한 삶과 깨끗한 희망을 구체적이고 아름답게 들려준다.
지난 6월11일 고란 브레고비치가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가졌다. 한국에서의 공연은 처음이다. 이 기회에 대중음악평론가 성기완씨와 함께 그를 만났다. 무려 40년간 지
내한공연 가진 에미르 쿠스트리차의 음악파트너 고란 브레고비치
-
‘해적판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중국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 경화시보(京華時報)는 20일자 보도를 통해,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가 관련단체와 함께 지난 19일부터 베이징시에 위치한 조양구 문화관 광장에서 ‘2005년 불법음향영상제품 박멸 캠페인’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이 캠페인은 오는 8월 31일까지 실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정부의 해적판 단속 현황에 대해서도 공개했는데, 2004년 중국 전역에서 압수한 해적판 음반 및 영상물은 1억7천5백만 장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50% 이상이 해적판을 구입한다고 응답하여, 일반 대중의 의식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정부 해적판 박멸 캠페인 실시
-
일본 메이저 제작사들이 UMD 비디오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일본 브에나비스타는 자사가 배급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노센스>와 뮤직비디오 <이노센스의 정경>을 오는 9월 21일에 출시한다고 밝혔으며, 20세기폭스는 <아이 로봇>과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그리고 <젠틀맨 리그>를 8월 5일에 발매한다고 고지했다.
또한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제작, 배급하는 도호쿠신샤는 국내에도 DVD로 발매된 바 있는 TV애니메이션 시리즈 <최종병기 그녀>를 오는 9월 28일부터 총 5번에 걸쳐 UMD 비디오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상기 타이틀들 모두 DVD판에 수록된 부록은 포함하고 있지 않지만, 20세기폭스사 영화들의 경우 오리지널 영어 더빙과 함께 일본어 더빙을 포함하는 등 다국어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PSP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소니픽쳐스가 의욕적으로 UMD 비디오 타이틀을 선
日 제작사들, UMD 비디오에 관심 집중
-
-
“위원장님, 지금 이미지 관리하실 때가 아니에요. 자극적으로 나가셔야 해요. 그래야 모금운동도 쑥쑥 올라갑니다.” 김홍준 리얼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인터뷰를 나서기 전 김영덕 프로그래머로부터 ‘작전지시’를 받았다. 그 말이 약발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해 말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에서 해촉된 이후 거의 입을 떼지 않았던 그는 장장 2시간30분 동안 부천영화제에 대한 비판과 리얼판타스틱영화제를 만들게 된 배경을 봇물 터진 듯 쏟아냈다. 그의 열성은 사진 촬영까지 이어졌다. 현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원장이자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 영화계 ‘지도층 인사’는 행인들의 힐끔거리는 눈빛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라운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영상원과 영화제 외에도 인디포럼 이사, 환경영화제 집행위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한국영화 프로그램 담당자로 일하며, 스크린쿼터 문제에 적극 나서는 데다가 내년쯤 10년 만의 신작을 만들려 하는 그에게서 3시간을 받아낸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건
리얼판타스틱영화제 준비하는 김홍준 집행위원장
-
민예총(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에서는 ‘최근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 할만한 문화적 현상’에 주목하고 이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감독들의 영화세계 고찰을 통해 한국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점검해보는 특별강좌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주역들 + 감독과의 대화’를 개최한다.
이번 강좌에서 소개될 감독은 <그때 그 사람들>의 임상수, <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아는 여자>의 장진, <스캔들>의 이재용, <올드보이>의 박찬욱, <거미숲>의 송일곤, <오아시스>의 이창동,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선택>의 홍기선 감독 등이며, 특히 김지운, 임상수, 홍기선 감독은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강의는 오는 6월 30일 임상수 감독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총9주에 걸쳐 진행되며 강의 및 진행은 강성률, 김시무, 문학산, 전찬일 등 현
민예총, ‘한국영화 르네상스’ 주제로 특강 개최
-
참으로 평범하다. 청바지에 평범한 티셔츠, 검정색 작은 어깨 가방 하나, 짧은 머리에 그다지 크지 않지만 단단한 체격의 크리스천 베일이 포시즌호텔의 스위트룸으로 걸어들어온 순간의 첫 느낌이다. <아메리칸 싸이코>에서의 우습게도 광기어린 여피 이미지가 너무 생생한 터라 섬광 같은 아우라를 기대했건만, 그렇지도 않다. 신세대 배트맨다운 신비감과 박력을 보여주려나 했지만, 참 조용하다. 인터뷰 장에서 흔히 접하는 배우들의 세련되고 약간은 닳은 말솜씨나 인사치레마저 생략이다. 그러나 한 문장짜리 질문에 한 문단으로 답하는 그의 ‘배트맨론’만은 참으로 실속있다. 실속있는 배우인 듯하다.
-이번 배트맨은 뭐가 새로운가.
=새로운 게 뭐냐고? 모든 것. 이번 영화는 배트맨의 기원에 관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다. <배트맨>은 신화적인 슈퍼 영웅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물이기도 하다. 배트맨의 어두운 면을 그려내자면 끝이 없을 거다
쿨한 영웅, 실속있는 노력파,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천 베일
-
오전 11시. 밤새 타오르던 에너지가 수그러든 홍익대 클럽거리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김혜수를 만났다. 길거리로 훤하게 열려 있는 자리가 불편할까 염려되어 밀폐된 좌석으로 옮기기를 청하자 돌아오는 무심한 대답. “괜찮아요. 여기 시원하고 좋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에 불편해하는 것은 김혜수가 아니라 소심한 기자들이다. <분홍신>에서의 모습 그대로, 그는 금방 감아서 아무렇게나 말린 듯한 짧은 단발머리를 손으로 슥슥 흔들어댔다. 욕망하는 여자들의 다리를 썩둑 자르는 분홍신의 저주에 사로잡힌 위태로운 눈동자는 없다. 대신 동공을 채운 것은 김혜수다운 무경계 팽창 에너지. 그는 (받아 적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고 똑 부러지는 말투로 연신 “즐겁다! 나 요즘 너무 좋다!”를 외쳐댔다. 내년이면 연기생활 20년을 맞는 김혜수는 그 언제보다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30도가 오르내리는 뜨거운 날씨 속에 진행된 프레시(Fresh)한 여배우 김혜수와의 긴 대화.
“다
한계없는 팽창의 에너지, <분홍신>의 김혜수
-
인권 유린, 테러리즘, 전쟁….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피해자를 통계치로 보지 않고 한 개인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나 영화가 아닐까. <뉴욕타임스>가 “세계의 영화적인 양심”이라고 표현한 제16회 국제인권영화제가 6월9일부터 23일까지 뉴욕 링컨센터 월터리드시어터에서 열렸다. 휴먼라이츠워치와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가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는 올해 탈북자 다큐멘터리 <서울기차>와 페루 내전을 다룬 <스테이트 오브 피어>, 98년 북아일랜드의 차폭탄 테러를 극화한 <오마>, 미국 축제용 목걸이를 만들며 일당 1달러20센트를 받는 중국 여공들을 담은 <마디그라: 메이드 인 차이나> 등 20개국의 26개 작품이 소개됐다.
특별 모금 상영회로 소개된 <오마>는 <블러디 선데이>의 피트 트래비스 감독이 연출한 것으로, 가톨릭과 신교도 주민들이 비교적 평화롭게 살던 마을 ‘오마
[뉴욕] 국제인권영화제, 탈북자 다큐 <서울기차> 상영
-
여덟명의 분야를 막론한 예술인들이 모여 여덟편의 영화를 만들고, 이 여덟편의 짧은 영화가 모여 한 편의 장편 영화를 이룬다. 가칭 <베리 코리안 데이즈>(매우 한국적인 나날들)라는 독특한 제목의 실험영화를 만들기 위해, 미술계에서는 설치미술가 김홍석·임승률이 뜨고 미술비평가 겸 큐레이터 최빛나가 참여했다. 음악계에서는 3호선 버터플라이 성기완, 모조소년 권병준(고구마)이 나섰고, 사진 작가 김지양과 패션 디자이너 서상영도 카메라를 들었다. 영화 전문가 가운데서는 영화감독 김성호가 낙점됐다.
각 분야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이 여덟명의 작가들이 만들어갈 <베리 코리안 데이즈>는, 제목 만큼이나 모호한 작업이다. 이 영화의 기획자 김홍석은 “영화는 영화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비전문 영화인들이 만드는 ‘영상미술작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고, 개별 영상작업을 이어붙여 장편으로 만들지만 옴니버스는 아닌…” 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모호하고도 호
여덟색깔 실험영상 <베리 코리안 데이즈>
-
아시아 최고의 콘텐츠 강국 일본이 해적판 소탕에 나섰다. 일본의 콘텐츠해외유통촉진기구(이하 CODA)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국, 홍콩, 대만의 994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70만7709장의 불법복제물을 단속하고, 59명을 체포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압수한 불법 DVD 중에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최근작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참고로 지난 17년간 일본 내에서 회수된 불법복제물은 43만장 정도다.
23개에 달하는 일본의 영상, 음악, 출판물 업계 대표자들이 2002년 설립한 CODA는 해적판 유통을 단속하는 개별적인 노력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가도카와 미디어 그룹의 회장 가도카와 쓰구히코가 의장을 맡고 있는 CODA는 그간 각국의 경찰, 세관 당국과 공동으로 조사를 벌이면서 개별 단속을 하는 경우 소모되는 비용과 절차상의 부담을 줄여왔다. 정품과 복제품을 구분하여 인증된 콘텐츠의 유통을 촉진시키기 위해 “CJ”(Con
일본, 정부차원에서 해적판 DVD 단속에 강한 의지 밝혀
-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을 3주 앞둔 김홍준 운영위원장은 21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지자체의 간섭과) 지역성 고려라는 ‘한계’에 부닥쳐 제대로 펼쳐보이지 못했던 ‘판타스틱한 영화’들을 오히려 자유롭게 펼쳐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말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에서 부천시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해촉당하기 전까지 부천영화제에 보여온 애정을 상기하면 의외의 반응이다. 하지만 그가 수석프로그래머와 집행위원장으로 여덟 차례나 부천영화제를 개최하면서 “‘부천’ 영화제라는 지역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판타스틱’ 영화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당연한 반응처럼 느껴진다.
‘판타스틱’ 영화제의 정체성을 중시했던 김 운영위원장과 스태프들이 지자체의 간섭 없이 만든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의 프로그램들을 들여다 보면, 그가 얘기했던 정체성의 일단이 드러난다.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마르크스 침공!!! 동구권 SF
[팝콘&콜라] 리얼판타스틱 VS 부천영화제, 정체성인가 지역성인가
-
‘스크린 속 나의 연인’을 한 명 꼽자니 그리스 신화 속의 파리스가 된 기분이다. 곤혹스러우면서 동시에 우쭐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흠…, 중학교 때 좋아했던 소피 마르소로 할까? 아니면 최근 들어 좋아하는 스칼렛 요한슨으로 할까? 아니지. 우리나라 배우도 많은데 왜 외국 배우를 꼽아? 고두심으로 할까? 김태희로 할까? 잠깐, 그러고 보니 김태희가 배우던가? 텔레비전 광고에서나 가끔 보기는 했는데 연기하는 것은 통 본 기억이 없는 걸?’
나는 한 명을 꼽기 전에 스스로 몇 사람으로 분열하여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책상머리에 앉아 일은 안하고 여인들을 밤하늘의 별처럼 세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했는지 아내가 한 수 거든다.
“책에다가는 올리비아 뉴튼 존이 좋다고 썼잖아, 그새 마음이 바뀌었나 보지?”
며칠 전에 나온,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관해 쓴 수필집을 보고 하는 소리다.
“에이, 한번 쓴 사람을 또 써?”
“어머나? 좋아하는 스타가 그럼 맨날 바뀌어? 바람둥이
[스크린 속 나의 연인] ‘연인’ 누구를 꼽지?
-
“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솔직히 말해 내 알 바 아니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이 한마디가 영화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대사로 선정됐다.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가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를 버리고 떠나면서 했던 마지막 말이다. 제작 당시 'damn'이라는 불경한 단어 때문에 5천달러라는 거액의 벌금을 물면서까지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영화연구소(AFI)는 6월21일 피어스 브로스넌의 사회로 진행된 CBS 특집방송을 통해 ‘최고의 영화 대사 100가지’를 발표했다. 투표위원은 영화제작자, 비평가, 역사가 등을 포함한 1500명이었다. 선정기준은 그 대사가 끼친 문화적 영향과 작품을 대표할 수 있는 함축성 등.
<대부>(1972)에서 대부(말론 브랜도)가 말한 “I'm going to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절대 거절 못할 제안을 할 생각이네)는
AFI가 뽑은 영화 명대사 100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