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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탄생 여부 관심거리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 일주일 간격으로 일일연속극을 새 단장하며 올 가을 안방극장을 놓고 불꽃 튀는 자존심 경쟁에 들어갔다.
한국방송은 ‘가족’으로, 문화방송은 ‘멜로’로 승부를 건다. 다행히 두 드라마 모두 그동안 ‘고질적 병폐’라고 지적한 출생의 비밀이나 이복형제와의 삼각관계, 암이나 백혈병 같은 시한부 삶, 기억상실증 환자를 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별난 여자 별난 남자>(극본 이덕재 연출 이덕건)는 전통적인 가족 드라마에 강한 ‘한국방송다운 드라마’다. 집안 환경 차이로 고민하고 세대간의 갈등도 보여 주는 등 전형적인 일일연속극의 얼개를 가져가지만 대립과 갈등보다 가족의 애정에 더 무게중심을 두게 된다. 종남(김아중)은 억척스럽고 생활력이 강한 분식집 점원역을 맡아 홈쇼핑 회사 고위 간부로 나오는 석현(고주원)과 사랑을 엮어간다.
새달 3일부터 방송되는 <맨발의 청춘>(극본 조소혜 연출 권
가을 저녁 안방극장 다시 ‘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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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순이를 떠나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환하게 웃는 큰 눈에 잠시 물기가 어리는 듯했다. 여러 감정이 오가는 듯 표정은 자꾸만 바뀌었다. 금순이로 살아온 지 7개월여, 매일 만나온 동료들, 시청자들과 이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 연기자로 늘 마주할 수밖에 없는 후련하지만 안타까운 헤어짐이다.
금순이 떠나보내기 힘들어
아기업고 배달다니면서도
웃음잃지 않는게 금순이다운 것
따뜻함 전파한 보람 느껴
27일 저녁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30일 마지막 회를 앞둔 문화방송 <굳세어라 금순아>의 종방연이 열렸다. 잔치의 주인공 한혜진(24)은 전날 밤샘 촬영을 거쳐 이날도 종방연 직전까지 마지막 촬영을 마쳤음에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힘겨워도 밝게 살아온 금순이의 모습이 겹쳤다.
“미니시리즈 3편을 하는 것처럼 촬영 일정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대본에 많이 충실하지 못하고,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부분들은 못내 아쉽네요.”
한혜진은 <굳세
30일 종영 <굳세어라 금순아> 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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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선 흔히 전국 관객 500만명을 넘는 영화는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1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런 영화에는 집단무의식을 자극하는 제의적 성격이 있다는 얘긴데 거꾸로 흥행영화를 통해 그 시대의 정신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소설가 김영하씨는 <랄랄라 하우스>라는 책에서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예에 관해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등골이 휘게 일했지만 IMF 이후 어느 날 갑자기 쓸모없다며 회사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억울함이 김일성의 목을 따기 위해 죽을 고생을 했는데 무장공비로 몰려 죽은 실미도 부대원의 심정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평생을 자식 성공만 바라보며 살았는데 자식에게 “내가 언제 그래달랬냐”는 볼멘소리를 듣는 부모의 마음이 <태극기 휘날리며>에 감정이입하게 만든 힘이라고 말한다. 이들 영
[편집장이 독자에게] <웰컴 투 동막골>의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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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고양이를 키운다, 는 말 때문에 연상이 튀다가….
우선은 ‘키운다’는 말이 목에 걸린다. ‘키우다’라는 말은 사전적으로는 ‘자라게 하다’, ‘크게 하다’ 등의 뜻인데, 새끼 때부터 데려와서 지금은 큼직해졌으니 키웠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미 다 큰 고양이들과 살고 있는데도 여전히 ‘키운다’고 말하기는 좀 찜찜하다. 자주 쓰이는 다른 말로는 ‘기르다’가 있다. 역시 사전적으로는 ‘먹이고 보호하여 자라게 하다’인데, 다 자란 고양이를 계속 ‘기른다’고 말하기는 역시 뭣하다. ‘데리고 산다’ 정도가 가장 맞춤한 말인데, 많이 안 쓰는 말이라 그런지 입에 잘 붙질 않는다.
‘애완동물’이라는 말도 좀 그런 것이 본래 ‘애완’이라는 말에는 ‘놀음거리나 구경거리로 삼아 보거나 즐기는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우리집 고양이들을 놀음거리나 구경거리로 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우리집 고양이들이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이창]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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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연정 제안이 때아닌 ‘사랑’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의 구애는 소수 야당들을 향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거대 야당쪽으로 돌아섰다. 과거도 묻지 않고, 성격도 가리지 않고, 아담 사이즈에서 풍만한 글래머까지 닥치는 대로 덤벼드는, 그리스 신화의 사티로스를 연상시키는 왕성한 정력이다. 이런 대통령의 난봉질에 여론의 눈이 곱지 않다.
개혁적 매체부터 진보적 지식인까지 무분별한 연정을 비판했다. 그러자 대통령을 짝사랑하는 어느 여교수가 ‘왜 대통령의 진정성을 몰라주느냐’고 항변한다. 이분, 사랑 안 해봤나보다. 진정성이 있다고 어디 모든 사랑이 받아들여지던가? 또 사람들이 스토커를 비난하는 게 어디 그들의 사랑에 진정성이 없기 때문인가?
야당 대표를 향한 대통령의 줄기찬 애정 공세는 드디어 결실을 맺는다. 우리 유신 공주님께서 특별히 시간을 내주신다는 게 아닌가. 하지만 이 만남의 자리엔 두 사람의 관계가 불륜으로 치닫지 못하도록 양쪽에서 세명씩 여섯 사람이 배석했다. 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사이비 에로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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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시민과 인민과 대중과 군중과 사람과 인간과 이웃(과 여기 더 이어붙일 수 있을 또 어떤 것들)의 차이가 무엇에 있는지 가끔 자문자답하고 싶어진다. 자주 그렇다는 건 아니고, 가끔 언뜻 떠올리고 나서는 또 금방 잊고 산다. 전유하고자 하는 입장에 따라 이미 곳곳에서 의미를 배치받은 말들이어서 분류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선을 그을 수 있을 테고, 인류가 살아온 치열한 궤적을 돌아볼 때 그 말이 혼란스럽다고 묻는 질문 자체가 어리석어 보일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일렬로 엮여서 동시에 떠오를 때는 그 각각의 정의 또는 통합적인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에 무용함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관객’을 위한 영화를 만든다는 그 쉬운 말을, 나는 여전히 수긍하기 어렵다.
박광현의 <웰컴 투 동막골>, 허우샤오시엔의 <희몽인생>, 에드워드 양의 <독립시대>, 장 뤽 고다르와 장 피에르 고랭이 주축이 된 지가 베르토프 집단의 <동풍
[오픈칼럼] 관객을 위한 영화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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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사정 성공후에 갖은찬사 뒤로하고
바다건너 아메리카 육년수행 마친후에
동원지원 주연시켜 올가을에 개봉하니
제목인즉 한영병용 형사혹은 대결자라
유일대결 유일애정 아로새긴 포스터에
다모스런 하지원이 겁나도록 크게박혀
채옥인가 하였거늘 알고보니 중훈이라
껄렁껄렁 안면동작 쥐나도록 애써하는
하지원의 그자태가 성실키는 하였으나
중훈스런 연기하는 김선아가 떠오르니
그노력을 허망케한 캐스팅이 패착이라
스트레트 직모흑발 강동원은 미모이나
‘현실인가 꿈이런가’ 컨셉집착 과도하여
지구용사 벡터맨적 음향처리 대사치니
투머치에 기교과잉 과유불급 오바더라
이야기는 아니뵈고 그림만이 휘황타는
백성들의 원성듣고 이감독이 대꾸하길
활동사진 원래그래 그림책이 아니란다
화면속에 겹겹깔린 각종의미 읽으시라
원래그런 활동사진 몰라본채 투덜대며
반성지념 외면하는 일자무식 본필자는
사진첩이 움직인들 활동사진 되지않고
관객들의 입장에선 의사소통 우선일세
검투빙자 애정행각 동원지원 필살연애
눈으로만 이해되어 남는
[투덜군 투덜양] 형사가(刑事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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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가만히, 카메라 앞에서 견디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랑니>의 김정은은, 다른 여자다. 키가 늘씬하고 눈동자는 차고 잔잔하며 동작은 나긋하다. 그리고 <사랑니>의 조인영은 ‘캔디’가 아니라 공주다. 세상은 결국 자기를 중심으로 공전한다고 믿는 진짜 공주. <재밌는 영화> <가문의 영광> 등 김정은을 스크린에 안착시킨 ‘센’ 연기와 <사랑니>의 조용한 모험 사이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그녀의 연기에 두려움이 없다는 사실 정도일 것이다. 정지우 감독은 그녀에게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김정은도 그 표현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기슭에서 망설이던 배우는 이제, 사라졌다. <사랑니>는 확실히 이 배우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듯하다. 김정은은 지난 9월9일 출연 중인 드라마의 작업 방식을 견딜 수 없다는 글을 팬 카페에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진심없이 이해없이 연기하는 건 배우로서 죽기보다 끔찍한 일이라는
<사랑니>, 정지우의 도약 [4] - 김정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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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관찰하면 사람마다 써야 할 도구가 다르다”
-허문영/김정은에 대해 “이 배우다” 하는 확신이 들었던 시점이 어떤 시점인가.
=정지우/김정은을 처음 만난 것이 <파리의 연인> 직후였는데, 아마 칭찬받으며 자기 복제를 계속하려는 유혹과, 벗어나려는 욕구가 뒤섞인 시기였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해 내 이야기를 스펀지처럼 흡수했고 대화가 통했다. 영화 만들며 최악의 순간은 이 배우가 뭘 해도 이 선을 넘어설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그건 정말 감독으로서 “X됐다”고 느끼는 상황이다. 배우를 120% 기다린다는 것은 내 의지 문제가 아니라 배우에게 그 역량이 잠재돼 있을 때 고집할 수 있는 것이다. 도저히 배우가 안 되면, 그 배우가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대사를 줄이거나 상황을 단순화하며, 말하자면 영화적으로 붕괴가 안 되는 미봉책을 찾게 된다. 그러기 시작하면 현장 가는 것이 지옥이다. 나로선 아직까지 그런 경우는 단역 경우에만 있었고 이번에도 단역 한분을
<사랑니>, 정지우의 도약 [3] - 정지우 감독 인터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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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마음이라는 소박한 이야기가 시작이었다”
앞당겨진 <사랑니>의 개봉 일정은 가뜩이나 낯빛이 흰 정지우 감독을 더욱 창백하게 만들었다. 언론 시사를 하루 앞둔 9월20일 오후, 숨가쁘게 믹싱을 마치고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막 ‘출소’한 그를 삼청동에서 만났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 속 인영이 석이의 자전거를 달리던 길 위쪽, 다시 말해 인영과 정우가 함께 사는 한옥의 아래 골목에 자리한 카페에서. 예의 또렷하고 청량한 정지우 감독의 보이스카우트풍 목소리는, 누적된 피로의 더께에도 짓눌린 기색이 없었다. <씨네21>은 <사랑니>가 감독의 전작 <해피엔드>로부터 성큼 나아간 걸음이며 독창적인 경지를 열었다는 의견을 피력한 허문영 편집위원을 질문자로 초대했다. 우리는 아직 프린트로 영화를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정지우 감독과 마주앉았다.
-허문영/<해피엔드>와 <사랑니>는 6년의 거리만큼 영화적 거리
<사랑니>, 정지우의 도약 [2] - 정지우 감독 인터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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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데뷔작 <해피엔드> 이후 6년 만에 정지우 감독이 복귀했다. 30살 교사와 17살 제자의 대담한 연애담으로 알려진 <사랑니>는, 생의 한가운데 선 도도한 한 여성과 치밀히 조직된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섭리를 성찰하는 수작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랑니>의 성취를 살피고, 감독의 연출론과 배우로서 큰 전환을 시도한 김정은의 모험담을 직접 듣는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이석이 되고 싶어.”(17살 조인영)
도대체 이런 게 언제부터 내 살 속에 들어와 있었을까? 서른살의 어느 날, 내 안에서 희고 날선 것이 불쑥 돋아나더니 몸과 마음을 들볶는다. 유능한 학원 수학강사 조인영(김정은)에게 사랑은 사랑니와 같은 양상으로 찾아온다. 첫사랑의 소년과 이름도 얼굴도 똑같은 열일곱살 제자 이석(이태성)은 인영에게 격심한 매혹이다. “아야!” 여자는 통증에 비명을 지르다 슬그머니 미소짓는다. 아프지만, 황홀하다.
정지우 감독의 <
<사랑니>, 정지우의 도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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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자단의 무술은 날렵하며 빠르다. 그는 중국 정통 무술을 기본으로 격투기 같은 현대적인 무술에도 조예가 깊다. 검이나 창과 같은 무기도 잘 다루지만, 특히 쌍절곤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9월13일 오후 <칠검>의 홍보차 내한한 견자단을 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칠검>에서 일곱명의 무사 가운데 조선족 초소남을 연기하며 예의 그 재빠른 몸놀림과 검을 다루는 비범한 능력을 보여준다. 연기가 아닌 그의 무술에 대해서 먼저 얘기하는 것은 배우이기 이전에 무술가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한 까닭이다. 비록 영화에서 무술 연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연기라기보다는 종종 무아지경에 빠진 한 무술가의 실연처럼 보이곤 한다. 그만큼 견자단의 무술은 ‘트릭’이 아닌 실제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견자단은 1963년 7월27일 중국 광둥성 출생으로 음악가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오늘날 견자단이 무술배우로서 또 무술감독으로 성공을 거두게 된
영화를 사랑한 무술가, <칠검> 홍보차 한국 찾은 견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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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배급라인을 타면서 장르도 각양각색인 영화들이 오랜만에 같이 선보인다. 정지우 감독이 <해피엔드> 이후 6년만에 복귀한 김정은 주연의 멜로 <사랑니>, 한석규가 <닥터봉> 이후 10년만에 코미디에 도전하는 <미스터 주부퀴즈왕>, 김민준이 첫번째로 주연을 맡은 형사 액션물 <강력 3반>에 이어 올해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서극 감독의 <칠검>까지. 여기에 <보글보글 스폰지 밥>과 우디 알렌의 <헐리우드 엔딩>도 찾아온다. 개천절인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연휴를 생각해보면, 느긋하게 맛봐도 괜찮을만한 상차림이다.
예매율을 살펴봤을 때 개봉신작중에서 가장 호응이 높은 영화는 <사랑니>. 서른살 학원강사 인영(김정은)이 열일곱살 수강생 이석(이태성)에게서 완벽한 ‘첫사랑’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다. 얼핏 ‘띠동갑’의 나이를 극복하는 순수 러브 스토리가 주루룩 펼쳐질것 같지만
[주말극장가] 액션, 코미디, 멜로, 무협까지 풍성한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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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픽쳐스 홈 엔터테인먼트(대표 우남익)의 예술영화 DVD 브랜드인 ‘블랙하우스’가 9월 28일 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하고 산업자원부, 한국외국기업협회가 후원하는 ‘2005 한경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대상’에서 제품브랜드 엔터테인먼트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블랙하우스’는 작품성과 독특한 소재, 그리고 소장가치가 높은 영화를 엄선하여 소개하고 있는 브랜드. 지난해 11월에 출범한 신생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신규 수요 창출”을 뜻하는 이른바 ‘블루오션 전략’으로 탄생하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예술영화 전문 배급사인 백두대간이 수입한 <카란디루> <블러디 선데이> <원더풀 라이프> 등의 작품들과 함께 <래리 플린트> <보이즈 앤 후드>를 DVD로 선보여 영화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으며, 향후 이탈리아 뉴시네마의 거장 타비아니 형제의 작품인 <피오릴레> <로렌조의 밤> 그리고 2005년 베를린영화제
블랙하우스, 한경글로벌브랜드 마케팅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