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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사라> Samsara
로이스 파티뇨/스페인, 한국/2023년/114분/전주시네마프로젝트
어린 수도승들이 라오스의 울창한 밀림을 거닌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른 강물의 빛깔은 우리들의 속세와 억겁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듯하다. 수도승들의 발소리와 벌레들의 울음,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귀를 잔잔히 간지럽힌다. 스크린 너머의 시청각만으로도 원시의 세계에 회귀한 것 같은 이 찰나, 한 수도승이 스마트폰을 꺼내 요즘 랩 음악을 튼다. 수도승들은 옹기종기 모여 음악이 좋다며 흥얼거린다. 어리둥절하다.
이것이 <삼사라>의 방식이다. 스크린을 수놓는 자연의 풍광, 혹은 생과 사에 깃든 불교 윤회 사상의 설파는 물론 진귀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무척 새로운 영화의 방식이라 말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다만 <삼사라>는 이런 진부함을 반전시키는 생경함의 감각으로 영화의 밀도를 영리하게 채워간다. 예컨대 1부의 라오스 정글은 언뜻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이싼을
JEONJU IFF #6호 [프리뷰] 로이스 파티뇨 감독, '삼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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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영화의 기억> Silent Witnesses
헤로니모 아테오르투아, 루이스 오스피나/콜롬비아, 프랑스/2023년/79분/시네필전주
무성영화 12편의 푸티지만으로 재창조한 무성영화다. 12편 모두 1922~1937년에 제작된 콜롬비아 영화다. 이야기는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전체적인 장르는 멜로드라마다. 젊은 남녀 에프레인과 엘리시아가 불현듯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랑은 순탄치 않다. 엘리시아가 재력가 우리베와 약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깊어지는 둘의 사랑이 파국으로 접어드는,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에 넘쳐흐르는 활력, 단출하지만 간결한 매력의 편집술만으로도 지루함이 달아난다. <바빌론>의 무성영화 예찬이 불현듯 떠오르는 작품이다.
특히 3부가 독특하다. 3부는 콜롬비아 정글 속 군인들의 모습으로 구성된다. 군사 훈련이나 전투 장면, 더하여 싸움에 휘말린 원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1
JEONJU IFF #6호 [프리뷰] 헤로니모 아테오르투아, 루이스 오스피나 감독, '무성영화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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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El Agua
엘레나 로페스 리에라/스페인/2022년/105분/월드시네마
스페인 촌락의 10대 청춘들은 무료한 고향을 벗어나 도시로의 탈출을 꿈꾼다. 서로 사랑하는 소녀 아나와 소년 호세도 마찬가지다. 한편 이 마을에는 강과 관련한 전설이 흐른다. 여름 홍수가 나면 마을의 강은 몸속에 물을 품은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 여자를 수몰시킨다. 홍수의 전조가 보이자 마을에 사는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은 각기 다른 대응 태세를 취하고, 새로운 세대의 여성인 아나는 엄습해오는 전설의 무게와 공동체의 폐소성 속에서 숨 막혀한다. <워터>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형태를 빌어 물의 다양한 심상을 변주하며 흥미를 꾀한다. 물은 때론 저주받은 강으로, 때론 연인이 사랑을 키워가는 곳으로, 처리해야 할 오·폐수에서 더러운 몸을 정화하는 곳으로 끊임없이 변모하며 관객들에게 영화에서 물이 갖는 함의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한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2006)
JEONJU IFF #3호 [프리뷰] 엘레나 로페스 리에라 감독,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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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로라 포이트러스/ 미국/ 2022년/ 122분/ 마스터즈
다큐멘터리스트 로라 포이트러스는 줄곧 한 인물을 집중 조명하고 그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맥락을 탐사해왔다. 그가 이번에 포착한 대상은 사진작가이자 사회 운동가인 낸 골딘이다. 총 7개의 챕터로 나뉜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낸 골딘의 과거와 현재를 병치한다. “삶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은 쉽다. 그러나 삶의 기억을 견디는 것은 어렵다. 이야기와 달리 삶의 경험은 악취가 있고 추잡하며 단순한 결말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이야기의 운을 떼는 낸 골딘의 인생은 투쟁의 연속이다. 언니의 자살과 불안정한 가정 내 양육 환경 등으로 인한 사회공포증을 겪던 낸 골딘은 사진을 만나며 비로소 세상과 소통할 언어를 찾는다. 사진작가로 커리어를 시작한 70년대 말부터 낸 골딘은 온갖 정치적 검열과 사
JEONJU IFF #3호 [프리뷰]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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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 Orlando, My Political Biography
폴 B. 프레시아도/프랑스/2023년/98분/국제경쟁
신체정치사학자이자 그 자신이 트랜스 남성인 폴 B. 프레시아도가 영화를 통해 버지니아 울프에게 편지를 쓴다. 그에 의하면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젠더를 넘나들며 살아온 캐릭터 올란도에 관한 소설 <올란도>는 버지니아 울프가 한 세기 전 자신을 위해 쓴 자서전이다. 프레시아도는 26인의 논-바이너리 트랜스 젠더 비전문 배우를 고용해 그들이 각자만의 올란도를 연기하도록 한다. 8세부터 70세로 구성된 26인의 트랜스 배우들은 올란도를 연기하고 낭송하며 젠더 이분법 속에서 자신이 저항하고 투쟁한 삶의 단면을 구술한다. <올란도>의 텍스트는 배우들이 살아오며 겪은 고용 차별, 의료 차별 등 인생의 고락과 조응한다.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은 제목에 걸맞게 원전의 3인칭 주어를 1인칭 주인공
JEONJU IFF #7호 [프리뷰] 폴 B. 프레시아도 감독,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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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대하여>
마리아 아파리시오/아르헨티나/2022년/144분/국제경쟁
아르헨티나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네 인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라미라는 바에서 일하는 요리사다. 그는 길거리에서 마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10대 딸을 둔 에르난은 엔지니어의 경력을 살려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서점에서 일하는 루시아는 오랜만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고 한다. 공립 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노라는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극 워크숍에 몰두해 있다. 네 캐릭터의 이야기는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보단 도시인의 고독과 직업 정체성, 일과 예술 이야기를 시적인 문법으로 일종의 패치워크처럼 엮어나간다. 흑백으로 촬영한 간결한 미장센과 비와 구름의 이미지가 주는 우울감이 일상 안에서 낭만과 좌절 그리고 희망의 심상을 탁월하게 포착한다. 주민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구성을 취한 <거리>(2016)에 이어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이 선보인 두 번
JEONJU IFF #7호 [프리뷰]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 '구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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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K팝은 ‘듣는 음악’이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물론 누구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았다. 그야 당연히 나는 음악가도, 음악 평론가도 아닌데 ‘복길’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가끔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라고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복길씨의 말은… ‘덕질’을 지양하고 음악을 음악으로만 듣자는 거죠?” “네 그렇죠!” “그래서 뮤직비디오도 보지 말고, 음악 방송 무대도 보지 말고, 멜론으로 음원만 들어야 한다는…?” “네 맞아요! 그런데 멜론도 사용하지 않는 게 좋아요! 잘 모르시겠지만 멜론으로 청취하는 건 결국 덕질에 속하는 행위거든요? 이왕이면 집계 출력이 어려운 애플뮤직을 쓰고… 아 포토카드! 그런 것도 절대 사지 말아야 합니다!” 일방적인 대화의 흐름으로 알 수 있듯이 나는 이런 주장을 반복하며 수많은 사람을 잃었다.
그렇다면, ‘K팝이 정말 듣는 음악일까?’ 내가 좋아했던 K팝들을 떠올려보자. 첫 번째, 이정현의 <
[슬픔의 케이팝 파티] 아무리 애를 써도 넌 내 안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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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김희정/한국, 폴란드/2023년/104분/폐막작
중학교 교사인 도경(전석호)은 현장학습에서 물에 빠진 반 학생을 구하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홀로 남게 된 그의 아내 명지(박하선)는 집안 곳곳에서 도경의 기억을 맞닥뜨리고, 슬픔의 그늘로부터 벗어나고자 사촌의 집이 잠시 비어 있는 폴란드 바르샤바로 향한다. 이역만리 머나먼 곳으로 피신을 시도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도경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오감에 저장되어 머릿속에서 예고 없이 재생되기 때문이다. 바르샤바에서 유학 중인 대학 동창 현석(김남희)을 만난 명지는 도경과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그에게 사실을 전하지 못하고 회피하기 급급하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과 진실을 알지 못한 사람은 서로의 오해를 정답 삼으며 어긋난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명지는 바르샤바가 간직한 진정한 의미의 애도를 경험하며 깊은 위로를 얻고 감정적 소강에 이른다.
김애란 소설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JEONJU IFF #8호 [프리뷰] 김희정 감독,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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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계곡> Concrete Valley
앙투완 브루즈/캐나다/2022년/90분/월드시네마
시리아 출신인 라시드가 아내 파라, 아들 아마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온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라시드는 시리아에서 의사였던 이력을 살려 암암리에 무면허 의사로 일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불법적인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이들 가족에게 시간과 정착은 어떠한 상관관계도 갖지 않는 듯 보이고, 그저 이 불안정한 시기가 지나가길 묵묵히 바랄 뿐이다. 약국 점원으로 일하는 파라는 이전에 배우로 활동했다. 그가 바라는 건 어디에도 뒤섞이지 못하는 이방인의 삶이 아닌, 떳떳한 일원이 되어 소속감을 갖는 것이다. 동료와 휴일 일자를 바꾸면서까지 동네 커뮤니티의 쓰레기 줍기 행사에 참여한 것도 지역민과 인연을 맺기 위해서다. 그는 어딘가 소속되고 싶다. 라시드가 공공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비슷한 처지의 이민자를 찾아 치유하길 나설 때, 파라와 아마는 자기
JEONJU IFF #2호 [프리뷰] 앙투완 브루즈 감독, ‘콘크리트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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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전주영/ 한국/ 2022년/ 80분/ 한국경쟁
대한민국에 좀비 사태가 일어난대도 한국인은 부단히 출근할 것 같단 우스갯소리가 있다. 제아무리 좀비의 공포일지라도 현재 대한민국의 팍팍한 생계 문제를 이기기 힘들다는 의미겠다. <미확인>의 상황도 비슷하다. 29년 전부터 지구 상공 곳곳엔 미확인 비행 물체들이 떠 있다. 마치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 같은 모양새다. 그러나 사회인들이 겪는 삶의 고난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사람들은 여전히 연인과의 실연에 아파하고, 회사에선 기계 부품처럼 비인간적 노동을 해야 하며, 식당에 찾아온 진상 손님 때문에 울분을 토한다. 그저 하나의 풍경이 되어버린 UFO에 신경 쓸 여력 따윈 없다. 즉 UFO는 일종의 맥거핀으로서 현실의 세태가 진정한 SF 디스토피아일지 모른단 아이러니를 강조한다.
독특한 설정만큼 영화의 진행 방식도 범상치 않다. 인과관계가 모호한 파편화된 서사들이 페이크 다큐멘터리, 뮤직비
JEONJU IFF #2호 [프리뷰] 전주영 감독,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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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막힌 벽> Stonewalling
황지, 오츠카 류지/일본/2022년/148분/동아시아 영화특별전
스물. 린이 남자 친구의 아이를 가졌단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나이다. 항공 승무원이 되겠다는 목표 하나로 승무원학과에 진학해 학업에 충실했던 만큼 예기치 못한 소식은 청천벽력에 가까웠다. 도움의 손길을 찾아 헤매다 결국 고향 집으로 향하지만 미용 시술소를 운영하는 엄마가 의료사고로 큰 금액의 빚을 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린은 결단을 내린다. 아이를 낳아서 팔자. <돌로 막힌 벽>은 여전히 중국에 만연한 대리모와 난자 거래 등 출산을 둘러싼 암거래와 불법 시술 문제를 평범한 20대 여성을 통해 담담히 그려낸다. 영화는 한 사람의 삶을 구술하는 데 주장을 그치지 않고 1인 1자녀 정책의 이면과 모성이라는 신화가 빚은 한계를 함께 비추며 현실과 영화의 거리를 가깝게 한다. 출산을 결심하고도 이렇다 할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JEONJU IFF #2호 [프리뷰] 황지, 오츠카 류지 감독, ‘돌로 막힌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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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와 로키타> Tori and Lokita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벨기에, 프랑스/2022년/88분/개막작
토리와 로키타는 자신들이 남매임을 증명하고 정식 서류를 발급받아 벨기에에 정착하고자 한다. 하지만 출입국 행정 담당자들은 그들이 제시하는 증거가 빈약하다며 거주 허가를 좀처럼 내주지 않고, 토리와 로키타는 합법적인 생존을 위해 불법적인 노동을 이어가야만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한다. 아직 12살밖에 되지 않은 토리는 피자 가게에서 일하며 마약을 유통하는 위험한 일에 내몰리고, 로키타는 연락 수단도 통제당한 채 3개월 동안 대마초 농장에 갇혀 노동을 착취당한다. 비백인 불법 이민자 여성인 로키타는 성폭행의 위험에 노출된 사회 내 최약자이기도 하다. 토리는 사면초가에 내몰린 불법 이민자의 위치를 악용하는 무리로부터 누나 로키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침입을 시도한다.
수년 전에 헤어졌다가 우연히 타지에서 재회했다고 증언하는 토리와 로키타는 실제
JEONJU IFF #1호 [프리뷰]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 ‘토리와 로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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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비평은 마치 내게 평론은 여기서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가 개봉 후 흥행을 이어간다는 소식에 시큰둥했던 건 사실이다. ‘29년이 지난 이제 와서 굳이 왜?’ 하는 마음이 앞섰고, 흥행은 일부 추억에 젖은 <슬램덩크> 열혈 팬들이 보여준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이 글을 쓰지 않았다면 끝까지 보지 않았을 것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경향신문>에 연재하는 칼럼에서 <슬램덩크> 흥행의 이유를 분석한다(‘강유정의 영화로 세상 읽기’-“중요한 건 변하지 않은 마음”, 2023년 2월10일자). 거의 최초로 문화를 주체적으로 향유하던 이른바 X세대가 향수를 바탕으로 젊은 시절 즐겼던 문화 콘텐츠를 소환했고, 아래 세대에게 전파했다는 것. 또 이런 현상은 <탑건: 매버릭> 때부터 기미가 보였고, 그 배경에 부조리하고 힘겨운 현실이 있다는 점까지. 훗날 오늘의
[비평] 당신의 전성기는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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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는 한 방향을 바라볼 수밖에 없기에, 시선의 반대편에는 언제나 누락된 것들이 남겨진다. 영화를 보는 체험도 비슷할 것이다. 어느 한 장면에 깊이 몰입한 관객은 영화에 담긴 다른 것들을 놓치곤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파벨만스> 도입부에서 어린 시절의 새미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그들이 함께 보는 <지상 최대의 쇼>에서 선로 위를 달리는 기차는 장애물과 부딪히고 탈선해 다른 객차를 모두 부순다. 어린 소년을 한순간에 사로잡고 잊지 못할 경험으로 각인되는 것은, 새미의 부모가 장담한 서커스와 광대와 곡예사가 나오는 아름다운 꿈이 아니라 경로를 벗어나 폭주하는 기차가 주변에 있는 것들을 파괴하는 장면이다.
이 순간은 역설적이다. 영화가 전하는 강렬하고 원초적인 체험은 어린아이 새미를 순식간에 스크린에 몰입하게 만들고 그를 위대한 영화감독으로 거듭나게 하는 단초가 된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히면서 새미는
[비평] ‘파벨만스’, 카메라 너머의 불온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