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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신대륙, 블랙시네마의 최고 흥행작, 코믹스 원작 영화 최초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블랙 팬서>가 4년9개월 만에 왕국의 문을 다시 연다. 티찰라 없는 와칸다의 위기와 전진을 담아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11월9일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북미 11월11일 개봉). 공개에 앞서 <블랙 팬서>의 기원을 되돌아보고 MCU의 30번째 작품이자 페이즈4의 문을 닫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LA에서 이뤄진 라이언 쿠글러 감독과의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이어지는 기사에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관전 포인트와 라이언 쿠글러 감독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기획]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미리 보기: 새로운 블랙 팬서를 기다리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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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는 가족을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은 헌신을 기울였지만 자신이 가장의 자리에서 물어나게 된 것을 가장의 몰락이나 중년 남성의 씁쓸한 말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저씨 캐릭터가 필요 이상으로 자기를 연민하지 않길 바랐다. 왜냐, 다 똑같이 힘든데… 물론 웅이가 어려운 일을 해온 건 사실이지만, 그것을 빌미로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지 않고 생색내지 않는 아저씨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복희도 고생길을 지나왔고 슬아도 고생하는 중이다.
-웅이는 가족 구성원 각자의 피로를 잘 이해하는 아저씨인 셈이다.
=웅이, 슬아, 복희는 기본적으로 생계에 대한 맷집이 있다. 돈 벌기 위해 여러 힘든 일을 해왔지만 그렇다고 우리만 세상 억울한 건 아니라고 여긴다. 또 웅이는 학습 받지 않아도 딸과 복희와 살면서 민주적 평등을 받아들인 부류의 남성이다.
-웅이와 복희의 전사와 과거 에피소드가 세세하게 나올 수 있던 건 자녀로서 이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왔기 때문일까
[인터뷰]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작가②, 가상 캐스팅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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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20회, 편당 500원의 가격으로 에세이를 보내주는 메일링 서비스 <일간 이슬아>로 스타덤에 올랐을 때, 이슬아가 가장 먼저 계획한 것은 친구 코너를 만드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한번, 이슬아의 에세이를 대신해서 그 주변 창작가 친구들이 구독자에게 작품을 알렸다. 이슬아는 딱 하루만 연재 부담을 덜고 싶다고 설명했지만, 이 결정은 그의 많은 것을 대변한다. 혼자만 잘되지 않을 거란 의지, 자신이 가진 것을 주변인과 나누는 다정함, 더 나은 창작 사회를 꿈꾸는 열망. 이토록 봄볕 같은 그의 성정은 겨울 바다처럼 눈부신 그의 모부(‘부모’의 글자 순서를 바꾸어 말한 단어) 복희와 웅이에게서 비롯한다. 이것은 소설 <가녀장의 시대>가 견고한 가부장제를 균열내기 위해 격렬한 싸움이나 언쟁보다, 명랑함과 천진난만함을 무기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출간 열흘 만에 1만부 판매. 압도적인 숫자 앞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암묵적으로 새로운 가장을 기다려왔는지 알 수 있
[인터뷰]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작가①, '가녀장'이라는 새로운 말을 대중에게 제시하고 싶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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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는 강요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권위가 세워지기까지 오랜 세월과 믿음, 그리고 결과가 필요하다. 대종상은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영화상 중 하나로 응당 그 권위를 인정받아 마땅하지만 그동안 크고 작은 구설에 휩싸이며 위상이 실추된 상태다. 1996년 <애니깽> 사태는 구시대적인 행사라는 인식을 남겼고 2015년 대리수상 논란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으며, 지난 10년간 파행을 거듭하다 급기야 지난해 57회 시상식은 열리지도 못했다. 이에 대종상을 주최하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이하 영협)는 더이상 대종상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개혁적인 집행부를 선출, 전면 쇄신을 천명했다. 올해 4월 영협 회장으로 선출된 양윤호 감독은 “대종상을 영화인,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는 의지로 새롭게 태어나려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양윤호 회장과 함께 이번 대종상영화제 개혁의 실무를 도맡은 김우정 총감독을 만나 대종상영화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 4
[인터뷰] 제58회 대종상 시상식을 준비 중인 양윤호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 김우정 대종상영화제 총감독, “투명한 진행과 절차로 신뢰 되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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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마음으로 망연자실 앉아 있다가 뭐라도 틀어놓고 싶어 유튜브를 실행했다. 간절한 마음에 보고 또 본 수많은 뉴스가 알고리즘에 반영되고, 한편 여러 유튜버가 업로드를 미루면서 펼쳐진 추천 영상의 광경이 있다. 사건, 사고를 다루는 각종 프로그램들. 진지한 시사 다큐멘터리도 있지만 패널들이 나와 사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영상이 많았다. 어떤 프로그램에는 형사들이 나오고, 어떤 프로그램은 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떤 프로그램은 패널들이 둘로 나뉘어 반론에 반론을 거듭하고, 어떤 프로그램은 목소리를 높여가며 화를 내고…. 그 광경 앞에서 마음이 착잡해졌다.
사건, 사고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의의는 명확하다. 사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도록 촉구하거나 범죄 수법에 넘어가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 방송에서 다뤄지면서 여론이 움직여 재수사를 하게 된다든지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때도 적지 않다. 그러한 이유로 시청하면서도 이것은 좋은 시청이다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모든 사건은 ‘썰’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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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동민이 인터뷰 중 가장 많이 꺼낸 단어는 ‘연구’였다. ‘깊이 있는 조사와 생각으로 진리를 따지는 일’이라는 ‘연구’의 사전적 정의는 그가 배역을 마주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그가 <옆집사람>의 찬우를 연구할 때 처음 파고든 것은 찬우의 정체성이다. “찬우가 시험에 합격해 진짜 경찰이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경찰공무원시험 장수생인 자신에게 무게를 두는지 고민했다. 찬우는 힙하고 유쾌한 것을 좇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시험 준비를 하는 나’로 합리화하는, 생각 없는 인물이다.” <첫번째 아이>에서 우석 역을 연구할 때도 그는 우석의 내면을 탐사했다. “우석은 이해도의 그릇이 편협한 인물이다. 그 무지한 편협함 안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 우석은 늘 억울해한다.” 그가 연구 다음으로 많이 사용한 표현이 ‘한 발짝 떨어져’인 것도 오동민이 가진 태도를 함축한다. <옆집사람>의 찬우가 뇌까리는 숱한 랩은 “기믹(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특이한
[WHO ARE YOU] '옆집사람' 오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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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관계는 언제나 다층적으로 읽힌다. 애증이란 말로 포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얽히고설킨 탓이다. 수경(양말복)과 이정(임지호) 또한 그렇다. 수경의 날 선 말과 행동이 익숙하단 듯이 이정은 엄마의 분노에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 홀로 분노를 삭이거나 눈을 흘기는 데 그칠 뿐이다. 그런 이정이 기어이 폭발하는 사건이 수경과 함께 장을 보러 간 마트에서 벌어진다. 장을 보고 돌아온 차 안에서 분을 삭이지 못한 수경의 손찌검이 시작되자 이정이 결국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간다. 그런 이정을 수경의 차가 들이받는다. 사고라 말하는 수경과 달리 이정은 평소에도 자기를 죽이고 싶어 하던 엄마의 고의적인 행동이라 주장한다. 이를 발단으로 둘 사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김세인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연구과정을 준비하며 제작한 영화다. 속옷을 공유할 만큼 내밀한 사이기에 드러낼 수 있는 감정과 각자의 약점을 알기에 할퀼 수 있는 상처들이 낱
[리뷰]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신인감독의 것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예리한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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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펀드매니저 밀리(대니엘 맥도널드)는 업계에서 쌓아온 명성과 실적을 뒤로하고 오랫동안 맘에 품어온 오페라 가수의 꿈에 도전한다. 그동안 업계에서 쌓아온 명성과 실적을 뒤로하고 말이다. 그는 사내 연애 중인 연인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곤 오페라 가수로서의 첫 목표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인 ‘스타 싱어’에서 우승해 인기를 끌고, 거대 소속사에 들어가겠단 계획을 세운다. 이에 본격적으로 노래를 배우고자 전직 오페라 가수 메건(조애나 럼리)을 찾아가고, 드럼버칸이란 스코틀랜드의 외딴 시골 여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특훈에 들어간다. 5년 동안이나 메건의 제자로 지내며 오페라 가수의 꿈을 키우던 맥스(휴 스키너)는 갑자기 굴러온 돌 밀리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괴팍한 스승 밑에서 동고동락하며 같은 꿈을 꾸는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크게 모나거나 유별난 곳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는 음악영화다. 제목에서 보듯 <피가로의 결혼>이나 <라 트라비아타&g
[리뷰] '피가로~피가로~피가로', 특별한 변주 없이 무난하게 흐르는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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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웨이신(이목)은 학교 매점에서 동급생 요우췐(에릭 추)과 우연히 말을 섞게 된다. 얼마 지나 어떤 여학생의 고백으로 곤경에 빠진 요우췐을 웨이신이 돕게 된다. 그렇게 둘은 점차 친밀해지고 같이 기타를 배우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은 부모의 불화, 부재와 같은 가정환경에 동질감을 느끼며 점점 더 가까워진다. 또 웨이신의 절친 팡치란(하사정)이 익명의 남학생에게 아침마다 받는 주먹밥 도시락을 나눠 먹기도 한다.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웨이신은 요우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요우췐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듯하고, 웨이신의 마음은 곪아간다. 이처럼 슬픈 고민에 빠진 웨이신에게 십수년 후 어른이 된 자신이 나타나서 온갖 조언을 해준다.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듯한 대만식 청춘 로맨스물이다. 2015년 대만의 SNS에서 화제가 돼 소설로도 출판된 네티즌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여기에 미래의 자신이 찾아온다거나 하는 영화적 상상이 가미됐다. 그러나 실화의
[리뷰]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듯한 대만식 청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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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로 복귀한 정아(박하선)는 안팎으로 그 어느 때보다 고군분투 중이다. 가정에선 갑자기 쓰러진 친정어머니 대신 14개월 딸 서윤을 돌봐줄 베이비 시터를 구하는 문제로 씨름하고, 회사에선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계약직 후배 지현(공성하)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소개소를 통해 알게 된 조선족 보모 화자(오민애)가 서윤을 돌보게 되는데, 애초 한국인 시터를 원했던 정아이기에 처음엔 그녀를 못 미더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화자에게 신뢰를 쌓아간다. ‘비혼주의’를 공언하는 지현과의 사이에서 묘한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다시금 직장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던 어느 날, 정아는 남편 우석(오동민)으로부터 서윤과 화자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회사를 뛰쳐나와 서윤을 찾아 나선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윤은 무사히 정아의 품으로 돌아오지만, 아이를 데리고 말없이 사라졌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화자에게 화가 난
[리뷰] '첫번째 아이', 복잡한 감정을 오가는 흡인력 있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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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에 나온 영화로 <제3의 공포>가 있다. 중저 예산의 덜 알려진 외국영화가 한국에 소개될 때 간혹 엉뚱한 번역 제목을 다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는 그중에서도 도가 지나치다.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The Stuff>다. 그 뜻은 물건, 어떤 것, 무엇인가를 말한다. 3이라는 숫자도 없고 공포와도 관련이 없다. 영화를 보면 극중에서 사람들이 간식으로 먹는 생크림처럼 생긴 음식에 ‘The Stuff’라는 제품명이 붙어 있다. 그러니까 제품명으로 사용된 고유명사라고 보고 제목을 ‘스터프’라고 붙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2022년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같은 영화 제목도 그대로 한국에서 공식 제목으로 쓰는 시대이니, ‘스터프’라는 제목을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은데 1980년대에는 굳이 번역한 제목을 썼다. 번역을 하더라도 적당히 ‘물건’이나 ‘그것’ 같은 제목을 붙였다면 통할 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뜬
[곽재식의 오늘은 SF] 활기찬 제3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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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의 두 번째 영화 <컨버세이션>(2021)은 제목에 충실하다. 영화 전체가 2인 이상이 모인 대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누군가의 진솔하고, 실없고, 애틋하고, 어이없는 대화를 듣기 위해 러닝 타임 전부를 할애한다. 전작 <에듀케이션>(2019)에서도 대화는 중요한 도구였지만, 성희(문혜인)와 현목(김준형) 두 사람의 만나질 리 만무한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들의 대화는 종종 어그러졌다. 이에 비해 <컨버세이션>은 다양한 인원과 대화하는 사람들의 친밀한 관계 여부와 그들의 감정에 넓게 포진함으로써 세밀한 감정 변화에 집중한다. 시간을 공유하고 공동의 경험을 간직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이 영화의 대화는 호기심과 관심과 헤아림을 동반한다. 하지만 조각난 신 구성으로 인해 관객들은 대화를 듣고 있기는 하지만, 온전히 대화에 안착할 수 없다. <컨버세이션>은 대화로 이루어진 영화를 넘어서 영화가 된 대화라고 말할 수
[비평] ‘컨버세이션’ 무주산골영화제 한국장편영화경쟁부문 ‘창’ 섹션 초청작 비평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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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영화제가 끝나고 난 뒤
2022년 6월 6일.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 시상식이 끝나고 김종관 감독님께서 핫도그에 맥주 한 잔을 사주셨다. 함께 먹으며 비가 갠 쾌청한 하늘 아래 무주등나무운동장에서 잠시 느껴본 여유. 낮 12시. 가장 많은 도움을 주셨던 이슬비님은 김종관 감독님을 태우고 대전 터미널로 향했다.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기 전 혼자서 벤치에 앉아 아이들의 캐치볼을 멍하니 봤다. 나를 무주로 초대해주신 조지훈 프로그래머님이 다가오셨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시며 커피를 선물로 주셨다. 그렇게 영화제를 뒤로하고 향한 무주 터미널에서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김세인 감독님을 우연히 마주쳤고 버스가 오기 전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모든 긴장이 풀리면서 미친 듯이 잠이 쏟아졌다. 영화제의 모든 순간은 꿈처럼, 스크린에 잠시 머물다 흩어지는 영화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대사 하나가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비평] ‘비밀의 언덕’ 무주산골영화제 감독상·관객상 수상작 비평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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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의 주인공 영태(박송열)와 정희(원향라)는 30대 부부로 현재 일정한 직업이 없다. 영태는 영상작업자, 정희는 초등학교 특활교사지만 경력을 살려 일하기가 쉽지 않다. 생활을 유지하느라 둘은 공사장, 택배, 대리운전, 마트, 식당 등 가리지 않고 ‘알바’를 해왔다. 육체적으로 지옥을 맛보거나 심리적으로 자존감이 무너지는 일들이었다. 게다가 영태는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 다리를 다쳐 이제 막 회복된 참이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대화의 내용은 암담하다. 부부는 좁은 부엌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집주인이 재계약 때 전셋값을 올릴까봐 걱정한다. 경제적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급기야 정희는 사채를 쓰고 영태는 믿었던 선배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넘지 말자 했던 ‘선’들을 넘게 된다.
부부의 상황만 놓고 보면 빈곤의 우울과 그에 대응된 폭력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영화는 코믹한 톤과 거리를 둔 차분함을 결코 잃지 않는다. 여러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비평]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무주산골영화제 영화평론가상 수상작 비평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