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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성공적인 연출 데뷔작이다. 배우 이정재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연기와 연출은 엄연히 다른 분야라 그의 첫 연출 데뷔작에 쏟아진 기대에는 일말의 의심이 섞여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감독 이정재는 실로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준다. 극 전체를 조망하는 기획자의 시선. 자기 결정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되새김질하는 연출자로서의 태도. 그리고 여전히 좋은 배우. <헌트>에서는 여러 역할을 맡았지만 결국엔 이정재라는 대명사로 수렴된다. 배우 출신 감독이란 수식어는 거추장스럽다. 어떤 역할을 수행하건 그저 영화인 이정재의 차기작이 벌써 기다려질 따름이다.
-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를 했다. 칸에서의 반응과 국내 시사 후의 반응이 달랐나.
= 차이가 꽤 있다고 느낀다. 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서 공개한 이후 다양한 반응이 나왔는데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도 있었다. 국내 시사를 통해 미리 본 분들이 남긴 댓글이나 SNS 반응을 보니 “왜
'헌트' 이정재 감독, “후회없이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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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었을 때부터 화제를 모은 <헌트>가 마침내 여름 극장가의 문을 두드린다. <헌트>는 1980년대 국가안전기획부에 잠입한 북한 간첩을 둘러싼 정보기관의 혈투를 그린 첩보 액션물이다.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가 대립하며 내부 스파이를 추적하는 가운데 대통령 암살 음모가 더해져 보는 이가 정신없게 휘몰아친다. 배우 이정재가 기획, 공동 각본, 연출,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연출 데뷔작이라 믿기 힘들 만큼 준수하다. 첩보물 특유의 긴장감, 시대를 고증한 리얼리티, 매끄럽고 짜임새 있는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 1980년대의 어지러운 정국에 대한 묘사까지 촘촘히 엮어낸, 풍성한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헌트>의 완성도를 빛내는 건 믿고 보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다. 영화의 두 기둥인 이정재·정우성 배우, 이들의 든든한 조력자인 국내팀 요원 장철성 역의 허성태와 해외팀 에이스 방주
매끈한 한국형 첩보 액션이 왔다!: ‘헌트’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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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출간된 영화비평서 3권
단정·섬세한 김혜리 영화산문집
연서 같은 주성철의 첫 영화평론집
‘시네필’들의 즐거운 수다 담은 책도
묘사하는 마음
김혜리 지음 l 마음산책 l 1만8000원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주성철 지음 l 씨네21북스 l 2만3000원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김도훈·김미연·배순탁·이화정·주성철 지음 l 푸른숲 l 1만6000원
영화 보고 기사 쓰는 일이 복인 건 맞지만, ‘영화 기자’에게도 즐겁지 않은 순간이 있다. 그것은 별 감흥이 없는, 또는 공감 가지 않는 영화에 대해 기사를 써야 할 때 찾아온다. 내가 영화를 오독한 건 아닌지(거장의 베를린영화제 수상작이야!), 무식해서 숨겨진 의미를 못 본 건 아닌지(한 번 보고 판단하는 게 말이 돼?)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는데 마감은 코앞이다. 누군가는 ‘보고 느낀 대로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실제 그렇게 쓴 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쓴소리를 하는 일이 망
[책&생각] ‘쓴소리+★’이 영화 평론의 전부? 애정 없으면 못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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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는 4일 자사가 후원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아트+필름 갈라’의 올해 수상자로 박찬욱(사진) 감독을 선정해 발표했다.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그는 한국인으로 처음 선정됐다.
박 감독은 미국 아티스트 헬렌 파시지안과 함께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트+필름 갈라는 현대 미술과 영상 예술 발전을 도모해온 거장들의 족적을 기리며 운영 기금을 모금하는 연례 이벤트로, 구찌는 11년째 타이틀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아우디는 갈라 후원사이다.
이 미술관의 한인이사 에바 차우와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공동의장을 맡아 제11회째인 올해 행사는 오는 11월 5일 열린다.
한겨레 서정민 기자
LA카운티 미술관 ‘아트+필름 갈라’ 박찬욱 감독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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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히사이시 조의 음악
가사 없이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음악을 좋아한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들으면서 드라이브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영화 <레퀴엠>
기대를 하지 않고 내려놓는 것에 익숙해지려는 타입이다. 희극보다 비극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비극은 사람이 깊어지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골프
좋아하는 것들을 꼽다보니 내가 생각을 정리하고 사색하는 행위를 즐긴다는 걸 알게 됐다. 골프도 조용히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 좋아한다.
영화 <더 헌트>
심리학에 관심이 생길 만큼 인간의 인식에 관한 통찰을 보여주는 영화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의심’이라는 소재와 북유럽 스타일의 미장센이 좋아 반복해서 보는 영화 중 하나다.
제프 크리스텐슨 <저스트 비즈니스>
[LIST] 배우 이현욱의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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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유도 선수가 만화 잡지 편집자로 성장하는 일본 <TBS>에서 방영한 <중쇄를 찍자!>를 보며 주인공 쿠로사와 코코로(구로키 하루)의 체력을 부러워했다. 코코로는 많이 먹고 힘차게 움직인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나란히 있으면 망설임 없이 계단을 오르는 쪽이다. 몸을 단련해 에너지를 담는 그릇의 용량을 키우고, 목표한 곳에 남김없이 힘을 쓰는 신체를 어떻게 선망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선망은 부채질하는 주체와 목적이 또렷하게 느껴지며 잦아들었다. 부상으로 선수 생명이 끝나자 꿈의 방향을 바꿔 유도로 한판승을 얻을 때의 희열을 편집자로서 다시 느끼고 싶다는 게 코코로의 포부였다. 그리고 이는 목표를 세우고 전력을 다하기를 반복해온 체육인의 특질을 생산성에 적용해보는 기업과 사용자측의 소망 성취와 분리되지 않는다. 지치지도 않고 힘내는 몸과 정신이 배신 없는 성과를 내는 판타지를 지금 여기서 반복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중쇄를 찍자!> 한국판 리메
[유선주의 드라마톡] ‘오늘의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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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 재킷>
티빙
1996년 뉴저지고등학교 여성 축구부 단원들은 전국대회 출전을 위한 비행길에 오른다. 하지만 비행기는 추락하고, 소녀들은 황량한 산맥에 19개월간 조난된다. 25년 후 사고에서 살아남은 쇼나, 나탈리, 미스티, 타이사는 애써 자신의 일상을 꾸려가지만 여전히 조난지의 기억으로 고통받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들이 조난지에서 저지른 끔찍한 일에 관해 알고 있는 의문의 존재가 이들을 협박해온다. 연출은 생존물의 서스펜스, 청춘물의 산뜻함, 스릴러의 공포 등 다채로운 장르와 감정을 자연스레 넘나들고, 배우들은 이를 전부 체화하여 개별 캐릭터의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각인한다. 제74회 에미상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루시와 데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코미디 쇼 작가이자 배우이며 다수의 시상식에서 통렬한 유머의 모놀로그로 화제를 모은 에이미 폴러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데뷔했다. 다큐멘터리 <루시와 데시>는 미국 시트콤 역
[리뷰 스트리밍] ‘옐로우 재킷’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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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감독 조 루소, 앤서니 루소 / 출연 라이언 고슬링, 크리스 에반스, 아나 데 아르마스, 빌리 밥 손턴, 레게 장 페이지 / 플레이지수 ▶▶▷
2003년 플로리다 주립 교도소 면회실, 모종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피츠로이(빌리 밥 손턴)는 코틀랜드 젠트리(라이언 고슬링)에게 감형을 조건으로 CIA 기밀 프로젝트인 시에라 프로그램의 요원으로 합류할 것을 제안한다. 이날 이후 코틀랜드는 코드명 시에라 식스로 활동한다. 2021년 방콕에서 카마이클(레게 장 페이지)로부터 미션을 하달받은 식스는 사살해야 할 타깃이 자신과 같은 시에라 프로그램의 요원 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포로부터 시에라 프로젝트의 기밀이 담긴 USB를 건네받는다. 식스는 시에라 프로그램의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그런 식스를 두고 볼 수 없는 카마이클은 잔혹한 킬러 로이드 핸슨(크리스 에반스)을 사적으로 고용해 USB를 찾고 식스를 제거할 것을 명한다. 한편 또 다른 CIA 요원인 미란다(아나 데 아르마스
[리뷰 스트리밍] ‘그레이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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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자기 삶의 구경꾼’처럼 느껴질 때,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젊은 때, 29살의 의학도 율리에(르나트 라인제브)처럼 파괴적인 충동에 몰두하는 일은 어쩌면 기행이 아니라 최선일 수 있다. 율리에는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앤더스 다니엘슨 라이)과 연애를 시작한 뒤 얼마간 만성적 공허를 떨쳐낸 듯 보이지만 변덕스러운 30살 언저리의 정체성이 그녀로 하여금 또 다른 남자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를 사랑하게 부추긴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감정적 깊이와 더불어 섹슈얼리티, 그리고 성정치학적 각성까지 아우르면서 현대적 연애의 치열하고 쓸쓸한 양상을 새로 쓴다. 늦여름 오슬로의 해질녘, 만취와 환각의 밤들에 동행하다보면 드물게 완전한 순간을 피부로 촉감할 때와 같이 생생한 멜랑콜리가 전해져온다. <라우더 댄 밤즈> <델마> 등을 만든 노르웨이영화의 새 기수 요아킴 트리에의 독창적 장면화가 돋보이는 멜로드라마로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Coming soon] 제74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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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더위로 뜨거웠던 인도 극장가의 선택은 코미디 공포물이었다. 최근 인도에서 가장 준수한 성적을 거둔 외화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였다면, <불 불라이야2>는 그 자체로 전작의 멀티버스를 보여줬다. 악샤이 쿠마르가 주연한 전작 <불 불라이야>는 말라얄람어영화 <화려한 자물쇠>의 리메이크로, 원한을 품고 죽은 댄서 유령 ‘만줄리카’의 저주에 관한 이야기인데,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돌아온 이번 후속작은 ‘만줄리카’라는 키워드로 전작과 이어지며 하필 열지 말라고 봉인해둔 문을 열고야 만다. 여주인공 타부의 1인2역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반면 <타파드>로 상종가를 달린 여배우 탑시 파누가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은 신작 <샤바아쉬 미투>의 부진은 아쉽다. 인도 여자 크리켓 대표팀의 전설인 미탈리 라즈의 인생을 다룬 스포츠 드라마로 근래 유사한 영화가 많았다.
한편 새신랑 란비르 카푸르는 분주한 한해를
[델리] 올여름 인도 극장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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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안나>를 집필하고 감독한 이주영 감독이 쿠팡플레이의 편집권 침해를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지난 8월2일 이주영 감독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쿠팡플레이가 애초에 8부작으로 계약하고 제작한 <안나>를 일방적으로 훼손하여 6부작으로 편집해 방영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아카이빙 용도라며 편집 파일을 요구했고 감독이 불응하자 제작사에 계약파기까지 언급하며 편집 파일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이후 다른 연출자와 후반작업 업체를 통해 재편집할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이에 쿠팡플레이의 사과와 감독판 공개 등의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쿠팡플레이측은 입장문을 통해 “감독에게 수정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했고 제작사인 컨텐츠맵의 동의를 얻어 원래 제작 의도에 부합하도록 편집했다”고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이주영 감독측은 곧바로 “편집에 관한 의견을 받은 것은 단 한 차례”이고 “이번과 같은 부적절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실행하겠다
'안나'의 이주영 감독, 쿠팡플레이 상대로 법적 대응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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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다혜리의 작업실’은 매주 수요일 혹은 금요일 밤 11시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글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551403510071455744)
이다혜 @d_alicante <구경이> 대본집 출간을 제안한 분이 플레인아카이브의 임유청 편집자님이라고 알고 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어떤 지점에서 ‘이건 우리가 해야겠다!’ 생각하셨나요?
임유청 @moriapt 드라마의 오프닝부터 배우들, 미장센까지 좋아했습니다. 특히 주인공 구경이가 남편에게까지 의심을 품는 설정에 공감이 많이 갔어요. <구경이>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그린다고 생각했어요. 눈치 보지 않고, 은유하지 않고, 직설적인 장치들
[트위터 스페이스] 다혜리의 작업실: 드라마 <구경이> 대본집 출간 앞둔 이정흠 PD, 플레인아카이브 장지선·임유청 편집자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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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편집실에서 만들어진다는 클리셰가 거짓이라면, ‘음악을 넣으면 장면이 더 괜찮아질 거야’라는 클리셰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영화는 좋은 음악이 들어가면 더 나아진다.” 시드니 루멧 감독이 쓴 책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나오는 문장이다. 시드니 루멧 감독이 자신의 영화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영화 제작 전반에 관한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유용한 안내서이자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없는 직업적 회고담이자 20세기 후반 할리우드의 역사를 생생히 담고 있는 최고의 텍스트다. 시드니 루멧은 영화의 ‘음악’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에서 “음악과 영화, 이 둘은 영원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훌륭한 장면에는 훌륭한 스코어가 있다”며 영화와 음악의 상호 관계를 헤아렸는데, 그가 말하는 좋은 영화음악은 결국 영화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투명하게 존재하는 음악이다.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신나는 축제의 장이 되어주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8월11일 개막한다. 제천국
[이주현 편집장] 그런 순간엔 이런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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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톡, 볼까말까]
7월27일 시작 tvN 수목…대저택 배경 복수 주제
줄거리, 캐릭터 등 진부해도 지성, 쌍둥이 연기 일품
지난달 27일 시작한 <티브이엔>(tvN) 수목드라마 <아다마스>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려는 쌍둥이 형제 이야기다. 동생 송우신이자 필명 하우신은 아버지가 살인할 때 사용했다는 다이아몬드로 만든 화살 아다마스를 찾으려고 해송그룹 권회장(이경영)의 대필 작가가 되고, 형 송수현은 어떤 일을 계기로 다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대저택 안과 밖에서 사건을 좇으면서 서서히 진실과 마주한다. <아다마스>는 지성이 1인 2역을 선보인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쌍둥이 형인 송수현과 동생인 하우신을 연기한다. 하우신은 심리 묘사가 탁월한 추리 소설 작가로 차분하면서도 속 깊은 사람이고, 송수현은 대통령이 와도 꼬우면 일단 들이받고 보는 성격 탓에 별명이 ‘송 각하’인 중앙지검 검사다. 2015년
[아다마스, 어땠어?] 엇박자 많지만…‘지성 1인2역’ 일단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