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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맨 뒷자리에서 잠만 자는 ‘그 친구’. 얼굴보다 뒤통수가 익숙한 수호는 교문만 나서면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할머니와 약속한 ‘결석 없는 졸업’을 목표로 수호는 현재까진 별 탈 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런 줄 알았다. 친구 시은(박지훈)과 범석(홍경)을 만나기 전까진. 힙합을 좋아하는 배드민턴 부원(<라켓소년단>)에서 그때 그 시절의 인플루언서 ‘7반 이쁜이’(<스물다섯 스물하나>)를 거쳐 ‘파이터 수호’에 이르기까지. 최현욱은 배역에 맞춰 유연하게 스스로를 조형해가며 배우로서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현장의 흐름을 기민하게 읽는 동물적 감각을 여실히 발휘해낸 결과다.
-얼마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약한영웅 Class 1>을 상영했다. 관객과 함께 큰 스크린으로 시청한 소감이 어땠나.
=오프닝 음악에서부터 ‘끝났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때 본 게 첫 시사였는데 형과 누나들의 연기가 정말 좋더라. 관객이 수호
[인터뷰] ‘약한영웅 Class 1’ 최현욱,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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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펜슬로 급소를 노리고 상대의 의중을 파악해 심리전으로 압박한다. 약한 영웅이라는 형용 모순은 연시은(박지훈) 앞에서 점차 치밀한 논리를 갖추어간다. 왜소한 체격에 굽은 어깨, 들뜬 기색이라곤 없이 늘 탈색된 낯빛을 지닌 전교 1등이 어떻게 싸움의 귀재가 될 수 있을까. 지극히 웹툰다운 상상력을 현실 한복판에서 실현한 배우 박지훈은 연시은의 집요함, 취약성, 그리고 살기 어린 전투력을 모두 눈빛에 담아냈다. 모든 것이 아직 미완이기에 비로소 비범한 영웅이 된 이 남자는 마치 무대를 장악하듯 교실이라는 이름의 카오스를 가뿐히 집어삼킨다.
-내내 미소 띤 얼굴로 리듬을 타면서 화보를 촬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음악을 워낙 좋아하니까 화보 촬영장에 오면 혹시 직접 선곡해온 플레이리스트를 틀 수 있을지 여쭤본다. 촬영에 몰입하는 나만의 루틴이랄까. 좋아하는 노래들 속에 잠긴 채로 사진을 찍으면 확실히 좀더 편안한 얼굴이 나오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현장이 즐겁고 신나야 결과물
[인터뷰] ‘약한영웅 Class 1’ 박지훈, “사연 있는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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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의 모범생 시은(박지훈)의 하루는 풀어야 할 문제와 해야 할 공부로 빈틈없이 메워져 있다. 그 사이에 친구를 만들 계획 같은 건 전무했는데, 학교에서 치른 한 시험을 계기로 시은은 같은 반 친구 수호(최현욱), 범석(홍경)과 가까워진다. 밤새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교에선 잠만 자는 수호, 얼마 전 전학 온 베일에 싸인 범석, 전교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시은.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온 세 사람은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
11월18일 공개되는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은 시은과 수호, 범석이 폭력에 맞서는 여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다. 단편 <악당출현>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유수민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으며 <차이나타운> <뺑반>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했다. 10대 청소년들의 관계성과 현실적이고 집요한 액션을 시종 흥미롭게 엮
이 남자들이 사는 법 : 웨이브 '약한영웅 Class 1' 박지훈, 최현욱, 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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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김성훈, 배동미, 남선우 기자와 이유채 객원기자가 ‘어느 신인 작가의 고백: 2022 한국 신인 영화감독・시나리오 작가의 불공정 계약 현황에 대한 보도’로 2022년 10월 민주언론실천상을 수상했다.
11월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2022년 10월 민주언론실천상’ 시상식을 열어 경인일보 ‘SPL 노동자 사망 사고’, 씨네21 ‘어느 신인 작가의 고백’, 매일신문 ‘대구 시월, 봉인된 역사를 풀다’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어느 신인 작가의 고백’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년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은 기획기사로, 한국의 신인 영화감독・시나리오 작가가 각본 계약 시 처하는 불합리한 처우를 알리고, 그 대안으로서 할리우드의 각본 계약 시스템을 취재한 기사다. 보도물은 텍스트, 그래픽, 영상 등이 접목된 인터랙티브 형식의 웹페이지로 구현되었다.
언론노조는 “신인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가 겪는 불공정 계약 현실을 밝혀 한국 영화·드라마
씨네21 보도 ‘어느 신인 작가의 고백’, 2022년 10월 민주언론실천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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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노래를 잘 부르지 않는 아이가 저녁 시간에 일기를 쓰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반갑고 귀엽기도 해서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나 들어보니 패닉의 <뿔>이었다. 반가워서 어떻게 이 노래를 알게 됐느냐고 물으니 방과 후 교실에서 배웠다고 한다. 세상에. 신기해서 ‘아빠도 어렸을 때 이 노래 들었어.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가 테이프를 선물해줘서 엄청 들었지. 그때 듣던 테이프도 작업실 어딘가에 있을 거야’ 하고 말해주곤 같이 신나게 불렀다. 군데군데 정확하지 않은 부분은 있었지만 아직도 노래 가사를 외우고 있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그 친구가 S.E.S보다 핑클을 좋아했으며 그중 특히 이진씨를 좋아했다는 것도 왜인지는 모르지만 기억이 났다.
아이들에게 한때의 대중가요를 들려준다는 것은 시간을 이겨내고 나서도 그 노래의 멜로디나 가사가 어린이들에게도 전해질 만한 것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유년기에 들었던 ‘동요’ <산할아버지>나 몇몇 산울림의 노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이적 아저씨와 나의 감춰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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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았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고, 솔직히 영화를 예매하는 것부터가 곤혹이었다. 여보님께 영화 보러 가자고 말할 때마다 영화 제목이 외워지질 않았다. 10월 내내 일정이 꼬여 여러 번 이야기를 꺼냈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영화 볼래? 그 에브리… 어쩌고.” “에브리씽 에브리… 아무튼 양자경 나오는 영화 있잖아.” “그… 저번에 말했던 양자경 영화” 하며 매번 자신없이 중얼거리다 결국 “에브리 그거”까지 단어가 줄어들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문단의 첫 문장을 쓸 때도 구글에서 제목을 검색해 Ctrl+C, Ctrl+V로 붙였다. 혹시나 실수할까봐.
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제목을 짓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냥 ‘모든 것, 모든 곳, 모두 한꺼번에’라고 지으면 안되는지? 줄여서 ‘모모모’라고 부르기도 좋지 않은가. 물론 이렇게 지어도 외우기 어렵긴 하지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보단
[이경희의 오늘은 SF] 모든 것, 모든 곳, 모든 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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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1960)부터 장뤽 고다르는 뛰어난 형식주의자였다. 실험적 편집, 다이얼로그 도중의 갑작스러운 컷, 풀 프레이밍된 그림, 배우의 목소리를 덮는 음악.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클래식 영화의 규칙을 하나하나 무너뜨렸다. 고다르는 세계와 동시대 사람들(철학자이건 학생이건 노동자이건)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고, 필름누아르나 SF 같은 장르에 예술영화를 접목한 팝 시네아스트의 선두 주자이기도 했다.
1965년 고다르는 전체주의, 컴퓨터의 절대권력, 인간의 상품화 같은 현대의 모든 공포가 집약된 미래도시 ‘알파빌’을 발명한다. 사립 탐정 레미 코숑이 주인공인 <알파빌>(1965)은 프리츠 랑과 <메트로폴리스>(1927), 그리고 필름누아르에 대한 감독의 애정을 가늠케 하는 작품이다. 고다르에게 알파빌은 미래도시라기보다 시멘트 건물로 뒤덮여가던 60년대 당시의 파리를 의미한다. 그래서 <알파빌>은 공상과학영화라기보다 당대에
[비평] ‘알파빌’, 고통의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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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냥, 뭔가 더 있을 줄 알았어.” 하나의 매듭을 짓고 돌아설 때마다 불현듯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12년의 성장을 담아낸 영화 <보이후드>에서 엄마 올리비아(퍼트리샤 아켓)는 아들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이 기숙사로 떠나기 전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린다. 올리비아는 아들이 사진을 배우기 시작할 때 처음 찍은 사진을 보관 중이다. 엄마는 아들에게 사진을 가져가길 권하지만 이미 다가올 미래에 시선을 빼앗긴 아들은 굳이 뭐 하러 가져가냐고 무신경하게 내뱉는다. 이윽고 카메라는 몇 걸음 물러나 아들이 남겨두고 가겠다는 것들의 풍경을 가만히 비춘다. 올리비아의 종착역이자 아들의 출발점이기도 한 이 장면에는 각각 과거와 미래로 시선을 건네는 현재의 두 얼굴이 겹쳐 있다.
(올리비아의 시점에서) 일견 서글프고 허무하게 느껴진 이 장면의 진가는 내용이 아니라 편집 태도에 있다. 어머니의 슬픔을 앞에 둔 아들은 어떤 리액션도 없다. 아마도 뭔가 말을 건넸을 테지만 영화는 이를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실패에 머물지 않은 힘과 끝내 버릴 수 없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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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점에 우리는 ‘탑’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화면을 채운 모습을 보게 된다. ㅌ, ㅏ, ㅂ이 결합한 글자는 마치 상형문자처럼 보인다. 글자 ‘탑’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3층 정도 높이의 건축물과 닮았다. 이것은 같은 발음을 가진 영문자(TOP)로 풀어 적을 때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은 논문 ‘영화의 원리와 표의문자’(1929)에서 한자어의 축약성에 특히 주목한다. 그는 이미지를 추상화한 상형문자, 두개의 문자를 결합해 다른 의미로 나아가는 표의문자에서 숏과 숏을 결합해 제삼의 지대에 다가가는 영화 몽타주 개념의 실체를 본다. 홍상수의 영화를 표의문자에 빗대면 그 문자는 서로 다른 이미지를 부딪치기보다는 비슷한 이미지를 부딪쳐 미궁을 짓는 편에 속한다. 감독의 영화 사상 최초의 한 글자 영화인 <탑>은 이러한 경향의 정점에 있다.
한층에 하나씩
영화는 화면 바깥에서 음악이 개입하는 순간을 기점으로 총 4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내용에 따라
[비평] ‘탑’, 영화의 건축술과 배우의 변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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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v, U+tv, Wavve와 함께하는 무비히어로 영화감상문 백일장’의 수상작을 소개한다. 이번 백일장은 2022 영화 온라인 합법유통 촉진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영화 합법유통플랫폼 Btv, U+tv, Wavve가 후원한 행사로, 전국의 초중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제 청소년기에서 성인으로 조금씩 다가서는 나에게는 아주 진지하게 해답을 구해야 할 질문이다. 인간은 누구나나 자유를 꿈꾼다. 자유가 없으면 죽음을 달라는 선인들의 명언이 회자될 정도로 자유는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람의 기본 바탕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과연 자유만이 최고의 가치일까? 자유만 자신에게 주어진다면 인간은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일까? 나에게 그 질문에 답을 준 영화가 바로 있다. 그 영화가 바로 스티븐 킹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1994년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l
[무비히어로 영화감상문 백일장] 고등부 대상작 홍성준 학생의 ‘쇼생크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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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v, U+tv, Wavve와 함께하는 무비히어로 영화감상문 백일장’의 수상작을 소개한다. 이번 백일장은 2022 영화 온라인 합법유통 촉진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영화 합법유통플랫폼 Btv, U+tv, Wavve가 후원한 행사로, 전국의 초중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다.
미나리를 처음 본 날은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을 보고 며칠 뒤였다. 한창 한국 영화붐이 일어날 때쯤 골든 글로브 외국어 상을 받았다고 뉴스에 한창 시끌시끌해 아무 생각 없이 저녁 시간대로 미나리라는 영화를 예매했다. 특이했던 이름에 난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터라 팔짱을 끼고는 비교적 비판적인 태도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 내 눈에는 눈물이 흘러있었다. 나는 평소에 영화를 보며 잘 울지 않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영화 미나리는 나에게 친숙하고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때의 여운을 잊지 못한 채 나는 집으로 가 평론가들의 평론과 다른 사람들의 감상평을 넘기며 헤어 나오
[무비히어로 영화감상문 백일장] 중등부 대상작 양지훈 학생의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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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v, U+tv, Wavve와 함께하는 무비히어로 영화감상문 백일장’의 수상작을 소개한다. 이번 백일장은 2022 영화 온라인 합법유통 촉진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영화 합법유통플랫폼 Btv, U+tv, Wavve가 후원한 행사로, 전국의 초중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다.
영화 <원더우먼>을 봤으면서 <원더>는 보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원더우먼>을 보고 나서 놀라지 못했던 서운함을 <원더>를 보고 달래보자. <원더>(Wonder)는 제목 그대로 놀라움을 준다.
주인공 이름은 ‘어기’다. 어기가 분만실에서 막 태어나는 순간, 이 감격스러운 장면을 찍고 있던 아빠는 카메라를 놓치고 만다. 놀랐기 때문이다. 시작이 이래서 원더(Wonder)는 아니다. 진짜 원더는 그다음부터다. 어기는 안면장애를 갖고 태어났고, 30번 가까운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다음주면 어기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
[무비히어로 영화감상문 백일장] 초등부 대상작 오유성 학생의 ‘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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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의 여자 소은(김하늘)과 2000년의 남자 인(유지태). 개기월식이 일어난 밤 우연히 무선 통신이 연결된 두 사람이 시공을 초월해 마법 같은 사랑을 하게 되는 영화 <동감>. 20여년 만에 리메이크되어 관객과 접속을 시도 중인 2022년판 <동감>도 기대된다.
[ARCHIVE] 아, 아, 제 목소리 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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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마음은 종종 쓸쓸함을 겪는다. 나의 헤아림과 타인의 헤아림이 크기 면에서도 강도 면에서도 일치하지 않는 순간이 너무 잦아서다. <근육의 모양>의 은영은 회사원으로 살다가 직장 상사와의 갈등으로 일을 그만둔 뒤 필라테스 강사가 되었다. 회사 생활을 하던 때 동기 예은은 “마음을 너무 붙이네요, 은영씨는”이라고 말했다. 예은은 서브텍스트가 없는 사람. 있는 그대로 말하고 말하지 않은 것을 알아달라고 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좋았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지금의 은영은 외로워진다. “예은에게서 온 짧은 메시지를 은영은 여러 번 읽었다. 어쩐지 낯선 느낌이 들어 체한 듯 가슴을 쓸어보았다. 그러나 그 문자들 어디에도 힌트는 없었다. 그저 짧은 말들의 나열일 뿐이었다. (중략) 안부에서 대화로 들어가지 못했다.” <근육의 모양>은 필라테스 강사 은영과 수강생 재인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준다. 김화진은 수업 중에 스치는 두 사람 각자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 보인다. 생
씨네21 추천도서 - <나주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