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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는다는 건 연기를 영 못하지는 않았다는 뜻 같아서 다행스럽다. 하지만 나도 ‘봄날의 햇살’같이 좀 따뜻해지고 싶은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얄미운 그 이름, ‘권모술수 권민우’ 변호사는 요즘 비호감의 대명사로 통한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비범한 능력을 시기하는 그에게, 동료는 곧 ‘공정’하게 경쟁할 상대이고 업무는 곧 성과와 ‘페널티’의 장이다. 그러나 자체 제작한 아기자기한 명함을 기자에게 건넨 배우 주종혁의 첫인상은, 어디선가 누군가의 절친일 것만 같은 ‘동그라미’쪽에 가까웠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태권도를 배우다, 10대 시절에 필리핀과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난 주종혁은 몽골음식점 철판 담당을 시작으로 생계형 아르바이트의 달인으로 거듭났다. 귀국 후에는 크루즈 바텐더로 일했는데, 이때 우연찮게 PR 영상 출연 제의를 받으면서 카메라 앞에 서는 재미에 눈떴다. “필름메이커스에서 만난 연극영화학과 친구들을 붙잡고
[WHO ARE YOU]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배우 주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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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만 들려오는 사제 앞에서 수녀 베네딕타가 정결과 청빈, 순명을 서원하고 신을 향해 찬송을 한다. 그는 축하 행렬을 뒤로한 채 수녀원으로 들어가고 수녀원의 문은 굳게 닫힌다. <기도의 숨결>은 남프랑스 주크에 자리한 노트르담 드 피델리테 수녀원의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암전 속 관객을 향한 축복의 기도가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로 들려오며 시작하는 영화는 다루는 소재의 속성을 반영하듯, 앞으로의 내용을 예고하듯 러닝타임 내내 수녀들의 기도와 찬송으로 가득하다. 주목할 점은 영화의 촬영과 편집 방식 또한 기도와 찬송을 닮아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기도문을 인터 타이틀로 활용해 챕터를 나누고 가톨릭에서 으레 마침기도로 사용하는 영광송으로 매 챕터를 끝맺는다. 영화는 수녀원의 삶에서 독특한 흥미 요소를 애써 찾아내 중점적으로 부각하거나 그곳의 삶을 수녀원 밖의 삶과 다를 바 없다는 식으로 일반화하지 않고 수녀원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화면에 담아내는
[리뷰] 고요한 기도, 거룩한 찬송, '기도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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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한국군이 중공군을 무참히 격파했던 전투를 지시하는 명칭의 호수 파로호. 이 근처 화천에서 도우(이중옥)는 물려받은 모텔을 운영하며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돌본다. 무력해 보이기만 하는 그에게 모텔에서 벌어진, 벌써 세 번째인 투숙객 자살 사건은 도우를 더욱 작아 보이게 한다.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느 날 노모가 실종되고, 다른 여성 투숙객이 같은 날 살해된 것으로 밝혀진다. 그러잖아도 이름을 말하지 않는 젊은 청년, 당돌한 다방 여종업원, 루게릭병을 앓는 미용실 주인의 남편 등 평범하지 않은 주변 인물들과 접하면서 주의가 흐트러지던 차, 경찰이 호의적이었던 태도를 거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하자 도우는 당황한다.
도우의 내면은 물로 이루어진 장소에서 느끼는 여러 정서 중 고요, 침체, 불안, 어둠, 공포 등의 정념과 상통한다. 작품은 호수의 심연을 닮은 도우에게 벌어진 사태를 실제와 가상을 넘나들며 그려낸다. 마음의 고통으로 인한 인식의 혼돈을 현실
[리뷰] 여유롭고 진중한 스릴, '파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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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쥘리(로르 칼라미)는 매일 숨 막히는 장거리 출근길에 오른다. 늘 이웃집에 읍소하듯 아이들을 맡기는 그는 파리 시내의 5성급 호텔에서 경력직 메이드로 일하고 있다. 마침 이직하고 싶은 회사의 면접 기회를 얻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던 그에게 예기치 못한 변수가 끼어드는데, 바로 대중교통 파업이다. 시위의 여파로 도시에는 발이 묶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집까지 가는 차량이 없어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거나 쿰쿰한 냄새가 나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일이 늘어난 쥘리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두발로 달린다. 그야말로 ‘쥘리 런’이다. 고대하던 면접날. 쥘리는 호텔 수습 직원에게 자신의 출입증을 찍어달라 부탁해 퇴근 시간을 속이고 면접을 치르러 가는데, 이 일을 알게 된 상사가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쥘리를 압박해온다.
<풀타임>은 제목대로 시간을 꽉 채워야 겨우 삶을 보존할 수 있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영화는 여타 미디어나 브
[리뷰] 시간을 따라가는 것과 시간을 담는 것의 머나먼 거리, '풀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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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같은 길을 걸으려 한다면 어머니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를 평등하게 지원해주면 좋겠지만 손민서씨 가족의 경우는 좀 복잡하다. 첫째 아들인 은성호씨가 자폐인이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는 첫째에게 음악이 생계 수단이자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라는 엄마는 아들이 피아니스트이자 클라리네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도록 그의 삶에 밀착하기를 택한다. 그러나 피아노를 치는 건 둘째 아들 은건기씨 역시 마찬가지다. 엄마가 형에게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기씨지만 자신이 연주하는 동안에도 형에게 집중하는 엄마가 그는 못내 섭섭하다.
<녹턴>은 두 사람이 아닌 세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개성을 가진다. 헌신적인 어머니와 천재 아들의 익숙한 성공담일 줄 알았던 영화는 괄호 안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아들을 끄집어내 등장시킴으로써 기묘한 가족 드라마란 자아를 형성한다. 카메라 앞에 원망과 불편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건기씨는 엄마와 형이 맺은 내밀한 관계의 틈
[리뷰] 괄호 안에 숨겨져 있던 인물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개성을 입는다, '녹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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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이정현)은 과중한 업무에 한푼이 아쉬운 살림이지만 책상에 놓인 아들 사진만 보면 기운이 솟는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이다. 어느 날 그가 일하는 관할 내에서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한다. 소은은 쇼크로 입원한 유괴된 여자아이의 엄마 연주(진서연)를 대신해 유괴범과의 전화 협상에 강제 투입된다. 첫 협상은 간신히 넘긴 듯했으나 유괴범으로부터 자신의 아들도 데려간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그는 대역이 진즉에 들통났음을 알게 된다. 아연실색한 소은에게 유괴범은 몸값 3억원을 가져오라고 요구한다. 소은은 아들을 되찾기 위한 비밀 작전에 돌입한다.
목표가 뚜렷한 범죄 스릴러 <리미트>는 87분이란 간결한 러닝타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어머니가 자식을 구출하는 과정에만 집중한다. 모자의 행복했던 한때를 보여주거나 악당의 전사를 설명하고 싶은 유혹을 과감히 뿌리친 결과다. 영화의 생동감은 전적으로 이정현에게서 나온다. <헤어질 결심>의 정안처럼 귀여운 어른으로 시작해 점차
[리뷰] 윤곽만 존재하는 악당 캐릭터가 내달리는 영화에 제동을 건다, '리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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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수상한 구름이 흑인 가문 ‘헤이우드’가 운영하는 말 목장에 드리운다. 이상한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이상한 것들이 쏟아진다. 말 조련사인 OJ 헤이우드(대니얼 컬루야)는 낙마하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그로 인해 아버지는 사망한다. 아버지 눈에 박힌 동전 한닢과 말에 박힌 열쇠가 그날의 흔적이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지만 아버지의 죽음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OJ는 광고 현장에 투입된 말 ‘럭키’를 조련하지 못해 일을 망치고 말을 주피터 파크에 판다. 어느 밤 ‘고스트’란 말이 이유도 없이 밖에 나와 있고 모든 전자기기가 꺼진다. 그리고 구름 뒤에서 나타난 원반 형태의 비행접시. 여동생 에메랄드 헤이우드(키키 파머)는 오빠에게 이것을 찍어 돈을 벌어보자고 제안한다.
<놉>은 구름 뒤에 정체를 감춘 ‘그것’을 둘러싼 기묘한 현상을 그린 미스터리 공포영화다. <겟 아웃> <어스>를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은 신작 <놉>에서 하늘이란 장소를 택
[리뷰] 부정할수록 긍정하게 되는 매혹적인 그것과 그것에 관한 기록 영화, '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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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대건은 2015년 단편영화 <캐치볼>을 시작으로 이야기 심연에 숨은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해왔다. 그는 미스터리물과 단연 가까워 보인다. 10년 전 자신을 유괴했던 범인을 다시 마주한 민구의 애수(<호흡>)를, 정체를 숨긴 채 진실을 묵시한 거북이의 은밀함(<왓쳐>)을, 학대 사실을 폭로하는 증인 진우의 단호함(<닥터로이어>)을 체화하며 다음 챕터를 여는 열쇠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살다 보면 마음속에 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의 잔여물이 남기 마련이다. 연기는 그 모든 것을 밖으로 배출해내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직면하도록 한다.” 연기가 자신에게 남긴 것을 설명하는 그를 보며 <파로호>의 호승이 배우 김대건에게 남긴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 <파로호>의 호승은 “남이 지어준 이름은 버리고 산 지 오래됐어요”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한다. 개인사를 알 수 없는 인물에 어떻게 접근했나.
= 시나리오에도
'파로호' 배우 김대건, '묘연하고 비밀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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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연기 말고 다른 뭘 할 수 있을까.” 2000년 연극 <돼지사냥>으로 데뷔한 이중옥 배우에게 20년 연기 생활을 이어온 비결을 묻자 덤덤히 말했다. 그에게 연기란 그렇게 당연한 듯 삶의 일부가 되어가는 중이다. 그는 <밀양>(2007)으로 매체 연기를 시작한 이후 <마약왕>(2017), <극한직업>(2018), <히트맨>(2019), <스텔라>(2021) 등 영화는 물론 <타인은 지옥이다>(2019), <방법>(2020), <구경이>(2021), <마인>(2021) 등 드라마까지 크고 작은 역할을 가리지 않고 신스틸러의 존재감을 자랑하며 활약해왔다. 그런 이중옥 배우가 자신의 첫 주연작 <파로호>에서 이제껏 쌓아온 연기 내공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선보인다. 신경쇠약 직전의 남자 도우의 자기 분열적인 모습 하나하나에 배우 이중옥의 지난 세월이 묻어 있다.
'파로호' 배우 이중옥, '이중옥 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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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제14기 장편제작 연구과정 작품인 <파로호>는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고 모텔을 운영하는 한 남자에게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을 따라가는 심리 스릴러다. 데뷔 이래 20년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차곡차곡 존재감을 쌓아온 이중옥 배우가 파로호 인근 쇠락해가는 모텔을 닮은 신경쇠약 직전의 남자 도우로 변신해 남다른 내공을 선보인다. 여기에 KAFA 11기 영화 <호흡>(2018)에서 열연을 펼친 김대건 배우가 호흡을 맞췄다. 김대건 배우는 어느 날 불쑥 도우 앞에 나타나 그의 정신을 더욱 불안으로 몰고 가는 의문의 남자 호승 역을 맡았다. 여기 믿고 보는 두 연기자가 속 깊은 진심을 전한다. 모호해서 더 매력적인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좋은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신경쇠약 직전의 스릴러, '파로호' 배우 김대건, 이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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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리던 날에 <헤어질 결심>을 봤다. 아주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는데,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즐거웠고 영화도재미있었다. 영화 내용과 별개로 인상 깊었던 것은 애플워치를 이용해서 음성 메모로 사건을 기록하는 박해일 배우의 모습이었다. 이제까지 보았던 영화 속 형사들은 수첩에 메모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막상 이 시대의 장비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영리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였다.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다른 직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싱어송라이터에게 메모장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장비다. 급한 상황에서 떠오른 가사나 아이디어를 식당의 냅킨에 기록했다는 음악가의 이야기는 꽤 흔한 일화다. 지금 생각나는 것들을 휘발되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려고 항상 메모장을 휴대한다는 동료들이 꽤 된다. 메모에 적합한 휴대성과 편의성과 심미성을 가진 노트를 섬세하게 골라 사용하는 모습에서 대단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 역시 스마트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애플워치로 능숙하게 악상을 메모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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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단편소설 <바벨의 도서관>의 작가의 말에는 이런 멘트가 써져 있다. “SF는 반드시 과학을 다루는 장르는 아니며, 이 이야기는 그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다.” 그렇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과학기술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거나, 일부러 말이 되지 않게끔 비틀어놓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적어도 SF처럼은 보인다. 놀랍게도 SF는 과학과 무관한 장르일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007 영화 속 첨단 무기들이 전혀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매번 언급하다보니 이제는 그냥 SF 장르에서 빼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어쨌든 <스타워즈>에서 제대로 된 과학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굳이 따지자면 병사들에게 얼굴을 가릴 정도로 커다란 헬멧을 씌우면 명중률이 급감한다는 통계적 사실 정도가 그나마 <스타워즈>에서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 부분이 아닐까. 제다이들이 광선검을 ‘부딪치며’ 싸우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차라리 그들이
[이경희의 오늘은 SF] 엉터리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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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의 진정한 주인공은 한산대첩이 아니라 바로 이순신이어야 했다.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이 개봉 이후 놀라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개봉 8일 만에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가속도를 감안한다면, <명량>을 넘어설 기세다. 그렇다면 <한산>은 정말 이름값을 하는 역작으로 영화사에 남을 것인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한산>에 찬물을 끼얹거나, 대중성이냐 작품성이냐를 따지는 케케묵은 논쟁을 벌이고자 함이 아니다. <한산> 시사회에서 필자는 이 영화가 단순히 이순신을 ‘다룬’, 이순신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데 실망했다. 영화가 정식 개봉을 한 다음날 다시 한번 상영관을 찾았지만 역시 다르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영화비평가와 대중에게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 이 영화가 이순신을 다룬 역사물임에도 이순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쳤다. 실제로 대중은 9점
남송우 교수의 ‘한산: 용의 출현’, 사실과 허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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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퇴적되는 사건들의 장력은 영화의 끝에 가서 하나의 얼굴로 도착한다. 가뿐함과 충만함을 동시에 가로지르는 크리스의 얼굴. 그 얼굴을 만들어낸 것들을 헤아려본다.
영화는 비행기를 타고 막 어딘가에 도착한 커플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비행기에서 내린 두 사람은 자동차에 짐을 실은 후 내비게이션을 켜고 목적지를 설정한다. 그러자 안내 음성이 나온다. “1시간48분 뒤에 도착합니다.”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은 절묘하게도 영화 자체의 러닝타임과 조응한다. 안내 음성을 듣고 기대에 찬 얼굴로 웃는 두 사람의 모습 또한 영화의 시작을 마주한 관객의 입장과 묘하게 중첩된다. 여정이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가 출발한다.
우연일지도 모르는 이 사소한 시간 단위의 일치는 앞으로 전개될 ‘영화 속 영화’에 대한 희미한 예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기대감을 더욱 특수하게 만드는 것은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이 거장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성지’와도 같은 포뢰섬이라는 점이다. 더 나아가 커플로 등장하
김예솔비 평론가의 ‘베르히만 아일랜드’, 떠남의 몸짓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