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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수행이 필요했던 저연차 기자 시절. 백흥암에서 수행 중인 비구니들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길 위에서>를 감명 깊게 보고 이창재 감독을 인터뷰했다. 이후로도 감독의 차기작에 늘 관심은 기울이고 있었지만 대면할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그러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에서 10년 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다큐멘터리 <문재인입니다>를 들고 전주를 찾은 그는 미소를 머금은 편안한 얼굴로 고생담을 술술 들려주기 시작했다. 최소 1박2일은 들어야 전말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 이번주 특집 ‘전주에서 만난 사람들’ 인터뷰 기사에서도 그 고생담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선 기사에서도 빠진 뒷이야기 일부를 전하려 한다. 기사에선 이창재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 이가 하나 빠졌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2.5개의 이가 빠졌을 만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섭외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을 직접 만나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전공과
[이주현 편집장] 전주를 기억하게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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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영화제에서 클레르 드니의 <스타즈 앳 눈>과 공동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루카스 돈트의 <클로즈>가 개봉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도 오르면서, 샹탈 아커만과 다르덴 형제 등으로 대표되던 벨기에영화계에 새로운 기대를 안기기도 했다. 루카스 돈트는 이미 5년 전, 데뷔작 <걸>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과 퀴어종려상을 거머쥐며 열렬히 환대받은 젊은 연출자다. 전작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는 트랜스젠더 소녀의 이야기를 다뤘던 그가 이번에 동행한 이들은 13살 소년들. 영화는 매일 붙어다니고, 머리를 맞대고, 같은 침대에 눕는 게 자연스럽던 두 친구의 사춘기로 접속한다.
어두운 아지트에서 두 소년이 바깥을 살핀다. “소리 내지 마.” 무엇 때문에 이들은 속닥거리는 걸까? 대화를 듣고 있자니 80명쯤 되는 군대가 돌진해오고 있는 것 같다. 지붕을 에워싸는 병사들을 피하기 위해 두 소년이 택한 방법은 셋을 센 뒤 힘껏 달리기. 물
[기획] ‘클로즈’와 벨기에영화의 신성 루카스 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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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윤은 폴 슈레이더의 <퍼스트 리폼드>, 아리 애스터의 <유전>, 셀린 송의 <전생> 등의 영화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아왔다. 그는 에이미가 처한 상황과 내면의 모양을 상상했다. 호화로운 취향과 근사한 성공 이면에 자리한 실존적 공포감을 에이미의 집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콘크리트 벽과 나무 칸막이를 활용한 건물은 모던한 스타일을 뽐내지만 한편으로는 높고 차가운 벽의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레이스 윤은 “어떤 식으로든 꿈에 갇힌 것 같은 느낌, 또는 자신이 만든 삶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실제 에이미의 집 내부와 외부에 존재하는 뚜렷하고 묵직한 수직선은 무겁고 갇힌 느낌을 가중시키는데, 그레이스 윤은 나중에 대니의 사촌 이삭이 수감된 감옥 공간과 시각적으로 연결성 있게 디자인했다. 에이미의 집에서 곡선은 남편 조지의 도자기가 유일하다. 이는 에이미의 삶과 스타일에 연결되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조지와의 관계를 드러낸다.
[기획] '성난 사람들', 대니의 집은 작은 실패들의 콜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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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에서 비롯한 보편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이야기
모든 것은 흰색 SUV에서 시작됐다. 대니와 에이미의 강렬한 첫 만남은 <성난 사람들>의 제작자, 쇼러너, 총괄 프로듀서인 이성진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됐다. 마트 주차장이 아닌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의 한 교차로에서였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자마자 뒤에 있던 BMW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욕설을 퍼붓고 지나갔고 이성진은 충동적으로 그 차를 뒤쫓아 달리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 불쾌한 경험이 시리즈의 아이디어를 촉발했다.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은 이성진이 작가로 참여했던 애니메이션 시트콤 <투카 앤 버티>에서 합을 맞춘 적이 있다. 이성진은 친구처럼 지내던 스티븐 연과 난폭운전 아이디어에 관해 1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를 구상했다. “앨리 웡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면서 그녀가 삶의 어두운 진실을 솔직하고 재미있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그게 이 작품에 매우 필요했다”는 이성진은 앨리 웡에게 전화를
[기획] ‘성난 사람들’, 그들이 화가 난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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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은 묻어둬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살면서 한번쯤 들어봄직한 익숙한 조언이지만 <성난 사람들>의 두 주인공 대니(스티븐 연)와 에이미(앨리 웡)는 참지 않는다.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차가 경적을 연신 울려대며 화를 돋울 때, 정말로 참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나간 분노를 향해 끝까지 응징에 나서면 어떻게 될까? <성난 사람들>의 작가 이성진은 이런 상상을 계속 이어나갔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98%를 달성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4월6일 공개 직후부터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시리즈 3위 내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A24가 제작한 이 미국 드라마는 아시아계 크리에이터가 배우 및 제작진으로 대거 참여하고 아시아계 이민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s)로 함께 이름을 올린 이성진과 배우 스티븐 연, 앨리 웡은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인 동양계 이민
[기획] 이성진, 스티븐 연, 앨리 웡⋯ 아시아계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성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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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에는 다락방이란 게 있었다. 집을 짓다 보면 생기게 마련인 허드레 공간인 셈인데, 좀 작으면 그냥 ‘다락’이었고, 사람이 들어갈 만한 여지가 있으면 다락‘방’이 되었다. 어릴 적 나는 이 다락방에서 많은 걸 했다. 사촌 동생과 놀아준다는 핑계로 어른들의 눈을 피해 나는 갖지 못했던 좋은 장난감을 충분히 만져볼 수 있었다. 보퉁이에 싸인 잡스러운 것들을 뒤져보는 재미에 더해 가끔씩 요긴한 물건을 ‘득템’하는 행운도 찾아왔다.
대개는 그곳에서 책을 읽었다. 퍽 학구적인 아동기를 보낸 것 같지만, 실은 계통이 잘 잡히지 않는 독서였다. 이른바 ‘남독’에 빠져 있던 셈인데, 삼중당문고 한국 근대문학 소설에서부터, 일본 대하소설 <대망>의 해적판, 고모가 보던 하이틴 잡지, 할아버지가 길거리에서 산 <생활상식백과>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꿈을 해몽하는 법을 배웠고, 일본의 전국시대를 머릿속에 그려넣었으며, 이름이 비슷한 김동인과 김동리
[정준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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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1일. 전날에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한숨도 자지 못하고 새해를 맞이한 나는 담배를 피우면서 끝내주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 새해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마음을 먹은 까닭은 2022년 12월31일에 완벽한 커피를 찾아 2만원짜리 게이샤 원두커피를 포함해 6잔을 때려 마셨지만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고, 하지만 이것이 7천원 정도라면 매우 훌륭한 커피라고 감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 ‘제3의 물결인가 뭔가가 커피 시장을 망쳤군’이라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요즘은 카페에 가면 뭐라도 아는 척 원두를 골라야 하고, 차려입은 바리스타들은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골라주지 못해 안달이다. 그저 맛있는 커피 한잔 마시고 싶을 뿐인데 거기서조차 멍청해 보이지 않으려 애써야 한다니. 이런 커피 문화에 조금 지쳐 있었고 세상 모든 것을 다 아는 척 행동하는 것도 이제 좀 지긋지긋했다. 하지만 아직 끝내주는 커피를 맛보지 못한 까닭에 자꾸만 새로운 카페를 찾아, 그리고 어딘가에 있
[김민성의 시네마 디스패치] 지역과 여행 섹션: 잃어버린 커피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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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윅4>는 게임 같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급기야 1인칭 시점 운운하는 반응까지 나온다. 몇몇 신에서 내가 놓친 시점숏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하드코어 헨리>처럼 1인칭 시점이 강조된 영화가 아니다. 3시간 가까이 총을 쏘는 주인공의 몸을 내가 보고 있는데 무슨 시점숏이란 말인가. 그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도 마찬가지다. 게임에 들어왔다고 착각할 수는 있다. 여기서도 인물이 게임적 상황을 돌파하는 걸 바라볼 따름이지 내가 캐릭터의 시점이 되어 장애물을 통과하지는 않는다. <존 윅4>에서 게임을 표방한 부분은 제8구역의 한 건물에서 벌어지는 액션 시퀀스인데, 여기서 카메라는 지상에서 유리돼 계단을 따라 부상하며 부감숏으로 인물의 동선을 일목요연하게 따라가며 보여준다. 거대한 설계도 위로 인물이 안무하듯 총을 쏘는 장면은 전형적인 객관적인 숏이다.
<존 윅4>가 게임 같은
[비평] ‘존 윅4’ 아름다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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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찬사가 민망하게도 <존 윅4>의 액션은 다소 조악하고 어설프고 가볍다. 솔직한 불평을 늘어놓자면 아무리 봐도 1편만 못하다. <존 윅>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무겁고 피로하고 둔탁해서 통증까지 느껴지는 듯한(약간의 과장을 보태 존 윅이란 존재의 존재론적 고통을 형상화한 듯한) 묵직함인데 4편에선 가볍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초반 오사카 콘티넨털 시퀀스는 용서가 힘들 정도인데, 이 유치원생 안무 같은 오리엔탈 코스프레 액션에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면 그나마 초반에 나왔다는 점이다. 점점 괜찮아지는 시퀀스들과 대망의 피날레 덕분에 170분의 앞쪽의 불쾌한 기억이 상당히 희미해진다.
오사카 시퀀스의 민망함의 절정은 존 윅의 가벼운 쌍절곤 액션이다. 총알도 튕겨내는 방탄복을 입은 강력한 적들이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작대기질 몇번에 나가떨어진다. 간혹 꿈틀거리면서도 기절한 척하고 있는 것까지 보이는데, 의도된 연출인지 무성의한 결과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
[비평] ‘존 윅4’, “죽고자 하는 자 살고 살고자 하는 자 죽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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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평소 팬은 아니지만 너무 잘 보고 있었습니다!”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와의 첫 만남에서 소민(아이유)이 살갑게 인사를 건넨다. 솔직하게, 딱 필요한 만큼의 친근함을 내보이는 그를 보며 쌓인 내공을 짐작해봤다. 연기할 때는 물론 무대 위아래에서 아이유가 카메라 뒤에 서본 적이 몇번이나 될까. 그런 그가 <드림>에서 다큐멘터리 PD 소민으로 분한다. 드라마를 위해 실력보다 사연으로 홈리스 축구단의 멤버를 뽑고, 그들의 매 순간을 카메라로 기록한다. ‘열정리스(less) 직장인’이었던 소민은 어느새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팀을 응원하는 이로 변모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영화 <브로커>에서 보여준 차분한 모습과 또 다른 에너지를 펼쳐 보이는 순간이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촬영을 바쁘게 소화하는 와중에도 아이유는 <씨네21>의 서면 인터뷰 제안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 <브로커>가 먼저 개봉했으나
[인터뷰] ‘드림’ 배우 아이유, 있는 그대로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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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감독은 8년 전 <드림>의 기획을 처음 시작했다. TV프로그램을 통해 홈리스 월드컵의 존재를 알게 된 그는 홈리스 월드컵의 한국 공식 주관사인 빅이슈코리아를 통해 홈리스들을 취재하고 201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동행하는 등 긴 사전 조사 기간을 거쳐 <드림>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실화 자체가 이병헌 감독 같은 이야기꾼에게는 욕심날 만한 소재였다.
- 개봉 전주 인스타그램에 “<드림>의 핸디캡은 나 자신”이라는 글을 올렸다. 전작 <극한직업>과 계속 비교가 되다 보니 함께한 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본인은 기분이 좋은 상태라고 밝혔지만 공교롭게도 <씨네21> 별점이 나간 직후에 올라온 글이라 사람들이 감독의 의도를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기도 하고.
= 강아지 두 마리를 산책시킨 후 정말로 기분이 좋았을 때였다. 원래 <씨네21> 20자평은 네이버로 확인하기 때문에
[인터뷰] '드림' 이병헌 감독, 스포츠보다 홈리스 팀원들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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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의 가능성은 희박할지라도, 기어코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이들에겐 언제나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극한직업> 이후 이병헌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드림>은 2010년 홈리스 월드컵에 한국 국가대표팀이 처음 출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물의를 일으켜 축구 선수로서의 활동이 어려워진 홍대가 자구책으로 홈리스 축구단의 감독직을 맡는다. 홍대가 들른 축구장엔 홈리스 선수들 외에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기록 중인 PD 소민이 있다. 홍대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소민은 축구단이 무사히 월드컵 경기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이 다소 늦어졌으나, 마침내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나게 될 <드림>에 관해 이병헌 감독, 아이유 배우가 자의 깊은 애정을 들려주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이병헌 감독, 아이유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드림'의 이병헌 감독, 배우 아이유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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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영화비평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 오랫동안 제기되어온 ‘영화비평의 위기’에 관해 동시대 영화평론가들은 어떤 시선을 견지하고 있을까. <씨네21>은 당사의 영화평론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김병규, 김철홍, 김예솔비 영화평론가에게 대화를 청했다. 1~5년 이상 활동해온 이들에게 영화비평과 비평가의 역할, <씨네21> 지면의 의미와 한계, 외면적으로 어떤 자리와 변화를 필요로 하는지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철홍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각자 하는 일이 궁금하다. 영화비평가로서 혹은 다른 정체성으로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가.
김예솔비 현재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중인데, 과 특성상 영화만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전시, 퍼포먼스, 연극 등 미술과 관련한 기획을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가끔 전시 서문을 쓰거나 기획을 돕고, 때로는 기록 촬영을 하기도 한다.
김철홍 그게 김예솔비라는 정체성의 얼마만큼을 차지하고 있나.
김예솔비 구
[기획] 김병규, 김철홍, 김예솔비 평론가의 비평적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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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막만 한 글씨가 빼곡하게 적힌 수첩을 들고 왔다. 영화관에서도 그렇게 메모하나.
= 영화를 볼 때는 일부러 메모에 신경 쓰지 않는다. 놓치는 장면들이 생기기도 하고 영화를 보는 도중에 드는 생각은 오히려 부차적인 것이 많기 때문이다. 짧으면 30분, 보통은 하루 정도 지나서 드는 생각들을 글로 가져온다. 시간을 거쳐 얼마간 여과된, 내 안에서 정리된 말들이 글 쓰는 과정에서 경합을 벌인다.
- 지난해 출간한 민음사 탐구 시리즈 <뭔가 배 속에서 부글거리는 기분>에서 영화뿐 아니라 만화, 문학, 음악, SNS 인플루언서로서의 자기 분석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K문화 전반을 비평의 주제로 삼았다.
= 포스트 시네마 시대를 살면서 매체, 플랫폼, 그것에 접속하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 등에 의해 매우 다양한 선택지에 놓이지 않나. 그건 부정할 수 없이 내가 자라면서 경험한 어떤 객관적인 환경이고, 그로부터 체화한 현실 감각을 따랐다.
- 만화 장르에 대한 애호와
[인터뷰] 윤아랑 평론가, 그럼에도 더 많이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