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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마스크 오브 조로>는 놀라운 사건이었다. 더글러스 페어뱅크스에서 알랭 들롱에 이르는 희대의 매력남을 담아낸 캐릭터로, 배트맨을 비롯한 ‘가면 쓴 영웅’의 원형이 되었던 조로를, 굳이 다시 영화화할 필요가 있었을까, 회의하던 이들도 이 영화의 미덕에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든 조로가 후계자를 키운다는 홍콩 무술영화식 모티브를 끌어들인 <마스크 오브 조로>는 고전 활극의 낭만과 매력을 상기시켰다. 영화는 2억5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캐서린 제타 존스는 섹스 심벌이 되었으며,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라틴 스타로 재도약했다. 스스로 ‘전설’이라 명명한 속편의 나르시시즘엔 이런 연유가 있었다.
<레전드 오브 조로>는 세월이 흘러 부모가 된 조로 부부, 알레한드로(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엘레나(캐서린 제타 존스)가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검을 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위기 상황마다 출동하는 남편을
속편의 나르시시즘, <레전드 오브 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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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라는 영화가 있었다. 감독 박철수보다는 각본 김수현과 배우 윤여정의 크레딧이 유난히 돋보였던, 딱 20년 전에 만들어진 섬뜩한 복수극. 앞부분은 방송인 홍 여사(윤여정)가 홀로 키우던 고3 외동딸의 수난극이었다. 매춘 사냥꾼들에게 학교 앞에서 납치된 뒤 윤간당하고 남성들의 노리개로 길들여지는 끔찍한 시간이 흘러간다. <어미>의 진면목은 그 다음이다. 되찾아온 딸은 수렁에서 끝내 헤어나지 못하고 어미는 절규한다. 제 새끼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통곡의 시간을 보내고 어미는 사냥에 나선다. 애초부터 공평무사한 법 따위는 없다는 현실을 늦게 깨달은 어미는 칼과 쇠사슬과 염산과 면도칼로 찌르고 조이고 녹이고 잘라버린다. 응징의 강도가 압도적이었거니와 부유한 지성인에서 야생의 어미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윤여정의 분노는 더할 나위 없이 살벌했고, 또 공분의 대상으로 삼을 법했다. 아버지는 부재하고 남성은 광포한 폭력 그 자체였던 <어미>는 5공 말기 그 시
스릴러 영화의 자신감있는 진화, <오로라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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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치족 추장 아바하치(미카엘 헤르비그)와 그의 의형제인 백인 총잡이 레인저(크리스티안 트라미츠)는 부족의 생존을 위해 술집을 열기로 한다. 그들은 쇼숌족에게서 황금을 빌려 시설까지 갖춘 건물을 샀다고 착각하지만, 사기꾼 산타 마리아는 황금을 가로채고 쇼숌족 추장의 아들 웃기는 토끼를 살해한다. 그 죄까지 뒤집어쓰게 된 두 남자. 죽기 직전에 가까스로 탈출한 아바하치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을 찾아 빚을 갚고자 한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술에 취해 아무에게나 나눠주었던 보물지도 네 조각을 모두 찾아야만 한다. 아바하치는 지도 한 조각을 가지고 있는 쌍둥이 형 위니터치를 찾아가 나머지 조각들이 어디 있나 물어본다.
서부극을 가장한 <황야의 마니투>는 코미디와 어드벤처에 가끔은 뮤지컬까지 뒤섞은 정신없는 영화다. 인디언 마을에 이방인이 들어오는 첫머리는 그나마 서부극에 가깝지만, 새끼 토끼를 애지중지하는 추장 구린 도마뱀이나 산타 마리아라는 터무니없는 이름은 뭔가 불길해
풀기없이 늘어진 천조각 같은 코미디, <황야의 마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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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TV감상실] 햇병아리 인턴들의 서바이벌 메디컬&러브 스토리
[올드독의 TV감상실] 햇병아리 인턴들의 서바이벌 메디컬&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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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속에 푹 빠진 천재들의 삶은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혹적이지만, 같이 살아가야 하는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난감한 존재이다. 때로는 그들의 지나친 열정이, 때로는 그들의 지독한 순수성이 그들을 세상과 담쌓은 ‘유리 동물원’ 속의 인물처럼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빙 줄리아>의 줄리아 역시 그런 매혹과 난감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패왕별희>의 데이처럼 처연한 빛깔이 흐르지 않는 것은 경극배우 데이가 20세기 초반의 격동적인 역사에 휘말렸던 것과 달리 그녀는 1930년대 런던의 화려한 무대 위를 누비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스반 자보가 포착한 줄리아의 위기는 그녀를 둘러싼 외부세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욕망과 사랑이라는 그녀의 내면으로부터 온다.
1938년 런던의 한 연극무대, 당대 최고의 여배우 줄리아 램버트(아네트 베닝)가 열연을 펼치고 관객은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낸다. 하지만 무대 뒤의 그녀는 심리적, 육체적
중년의 위기를 맞은 여배우의 오묘한 아우라, <빙 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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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 북풍(北風)이 몰아치고 있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삶을 그릴 영화 <윤이상-상처입은 용>을 기획 중인 LJ필름은 10월24일 중국을 거쳐 북한 땅을 밟는다. LJ필름에 따르면, 북한쪽 합작 파트너인 조선영화사쪽과 만나 로케이션을 포함해 합작에 관한 포괄적인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이승재 LJ필름 대표는 “북한의 도움없이는 반쪽짜리 영화밖에 안 된다. 촬영지 협조를 요청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 윤이상연구소 연구원들의 영화 출연까지도 제안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4년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한 LJ필름은 10월4일, 윤이상의 유족과 영화제작 판권 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한 상태다. 북한과 독일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고 윤이상의 미망인 이수자씨는 합작 관련 테이블이 마련되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밑 접촉을 통해 “우리는 언제든 문제없다”는 의사를 북쪽이 밝힌 만큼, 이번 방북이 북한의 공식 합작 발표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충무로는 통화중] 영화계 남북교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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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펀드에 투자하는 펀드)가 지원하는 영화펀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8월 중소기업청에 의해 영화펀드 운용 주체로 선정됐던 화이텍기술투자, 엠벤처투자, MVP창업투자, 센츄리온기술투자 등 4개 창투사가 10월20일 총회를 열고, 조합원 확정 등 펀드 결성을 마무리했다. 한국벤처투자가 관리하는 모태펀드의 1차 사업 출자는 일단락된 것. 150억원 규모의 센츄리온 영상3호 투자조합에는 최근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일본 아뮤즈 엔터테인먼트가 50억원을 투자했다.
120억원의 MVP창투 10호투자조합에는 SK텔레컴, OCN, 아이엠픽쳐스가 조합원으로 동참했다. 100억원의 화이텍 뉴웨이브영상컨텐츠투자조합 1호에는 LJ필름, MBC드라마넷, 케이디미디어가 참여했다. 현재 75억원이 마련됐고, 내년 75억원을 조성할 엠벤처 영상투자조합은 기획시대가 조합원으로 포함됐다. 영화진흥위원회도 개별 조합원으로 이들 펀드에 참여하여 산업진흥과 투자의 공공성 확보에 기
한국영화 새 종자돈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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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금 3억4천만달러가 걸린 로또복권에 수백명의 미국인들이 인기드라마<로스트>에 나오는 ‘저주받은 숫자’(4, 8, 15, 16, 23, 42)를 써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E!온라인>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 주를 비롯해 27개주에서 발행되는 파워볼 로또복권에 <로스트>의 숫자를 이용한 사람이 840여명에 달했지만 이들 모두 돈만 잃고 말았다.
한회당 평균 시청자가 2300만명에 달하는 <로스트>에는 이 여섯 개의 숫자가 중요한 단서로 등장한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외딴 섬에 표류한 이들 중 ‘헐리’라는 인물은 이 숫자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믿는다. 그는 이 숫자로 엄청난 복권에 당첨되지만 그 직후부터 할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다치는 등 불행한 일만 연이어 생겼기 때문. 이 징크스가 현실에서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만일 이 숫자를 쓴 수백명이 당첨된다해도 1인당 상금이 적어지므로 이래저래 안좋은 숫자라는 것이 <E!온라
<로스트>에 나오는 숫자는 진짜 재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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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아버지><열두 명의 웬수들>의 스티브 마틴(60)이 코미디 배우로서 최고의 영예인 마크 트웨인상을 수상했다고 <BBC>가 10월24일 전했다. 10월23일 워싱턴에서 열린 퍼포밍 아츠 시상식(Performing Arts' annual award)에서 스티브 마틴이 평생 코미디배우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의 수상을 축하하는 자리에는 톰 행크스, 다이앤 키튼, 클레어 데인즈 등 많은 선후배 배우들이 참석했다. 톰 행크스는 “찰리 채플린과 막스 브라더스와 로렐과 하디가 그랬듯이 스티브 마틴은 우리 시대를 대변한 배우”라고 경의를 표했다.
마크 트웨인상을 받아든 스티브 마틴은 “지금까지 여러 상을 받았지만 이 상은 내게 매우 특별하다. 왜냐하면 가장 최근에 받은 상이니까!”라고 수상소감에 농담을 곁들였다. 지금까지 이 상을 수상한 배우로는 우피 골드버그, 릴리 톰린(<숏컷>), 칼 라이너(<오션스 트웰브>) 등이 있다.
스티브 마틴, 미국 최고의 코미디배우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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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공개되어 탄탄한 스토리와 섬뜩한 공포 효과로 호평을 받았던 공포 영화 <셔터>가 11월 1일 DVD로 출시된다.
최근 들어 부쩍 각광을 받고 있는 태국산 공포 영화의 최근작인 <셔터>는 뺑소니 사고를 낸 사진작가 커플이 그 후부터 사진에 찍혀 나오는 불가사의한 영상을 발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다룬 영화.
CJ 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하는 <셔터> DVD에는 영화 만들기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감독과 출연진의 인터뷰, 제작 과정 다큐멘터리 등이 부록으로 제공되며, 1.8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과 돌비 디지털 5.1 EX, ETS-ES 사운드가 지원된다.
수작 공포 영화 <셔터> 11월 1일 국내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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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공개되었던 공포 영화 <크립쇼>가 할리우드의 기나긴 공포 영화 리메이크 목록에 추가될 전망이다.
<크립쇼>는 조지 A. 로메로 감독이 연출한 옴니버스 공포 영화로 1950년대 한 때를 풍미했던 EC 코믹스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고전적인 테마를 80년대 당시의 정교한 특수 효과 및 분장 기술로 업데이트하여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는데, 특히 공포 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이 각본을 쓴 것은 물론 에피소드 한 편에 직접 출연까지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리메이크는 다수의 아시아 공포 영화 리메이크를 맡아 온 버티고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맡으며, <주온> 시리즈의 제작자인 이치세 다카시게도 참여하여 EC 코믹스의 원류와는 다른, 동양적인 색채가 강하게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또 한 명의 제작자인 제임스 더들슨은 내년에 공개될 <크립쇼 3>도 작업 중이어서, 같은 제목을 가지되 80년대 공포 영화의 속편과 그 업데이
80년대 공포 영화 <크립쇼>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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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손잡고 공포 영화를 제작한다.
문제의 작품은 조 간제미와 스티븐 캐츠의 각본을 그렉 제이콥스가 영화화하는 <윈드 칠(Wind Chill)>로, 휴가를 맞아 자동차로 귀향하던 두 명의 대학생이 도로에서 죽은 유령들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감독 제이콥스는 클루니와 소더버그의 제작사 섹션 에잇의 <오션스 일레븐>과 <트래픽>의 조감독 출신. 섹션 에잇은 최근 클루니의 감독 작품인 <굿 나잇 앤 굿 럭>을 발표한 바 있다.
조지 클루니와 스티븐 소더버그, 공포 영화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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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극장가는 <너는 내 운명>으로 시작된 멜로의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5주째 국내 멜로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하 <내 생애..>에게 바통을 이어 받은 영화는 <새드무비>. 개봉 전부터 화려한 캐스팅과 독특한 포스터로 주목을 받은 작품으로 각종 사이트에서 예매율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1위가 예견되었던 작품이다.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350개의 스크린(서울 82개)에서 주말 이틀 동안 서울 11만명, 전국 4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 가을 마지막 멜로 영화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2주연속 1위를 차지했던 <내 생애..>는 이번 주 2위를 차지했다. <내 생애..>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165개 영화관, 1128개 스크린, 가입률 78%) 집계에 따르면 6만명 차이로 1위를 내어줘 <새드무비>와 박빙의 승부를 펼친
아름다운 이별 <새드무비>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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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팀 루카스는 <비디오드롬>을 가리켜 “시대를 20년쯤 앞서서 나온 작품”이라고 했다. 그 근거는 이렇다: 첫째, 이 영화의 특수효과 쇼트는 이미 당시에 유행하던 아날로그 특촬기술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21세기에 ‘보편화’될 디지털 특수효과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혹시 영화를 소장중인 분은 지금 당장 ‘확인’해보시라. 강조하건데, 이 영화는 21세기가 아닌 ‘1983년’에, 그것도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 영화는 ‘미래의 특수효과 쇼트’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를 가늠케 해주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둘째, 이 영화는 21세기 미디어 사회의 풍속도를 ‘정확하게’ 예언하고 있다. 영화 속 캐릭터인 브라이언 오빌리비온의 말을 간접적으로 인용하면, 그 사회의 모습은 이렇다 : “인간과 테크놀로지는 점점 물리적 경계를 넘어서 ‘융합’되어간다. 전자 미디어를 통해 비춰지는 인간의 삶은 살 냄새나는 실제의 삶보
김정대의 명품 DVD <비디오드롬 -크라이테리언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