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틴 스코시즈의 <좋은 친구들>이 앨프리드 히치콕의 <현기증>이나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보다 훌륭한 영화라고? 최근 영국잡지<토탈 필름>(Total Film)이 발표한 리스트에 따르면, 그렇다. 이 잡지의 영화평론가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사상 최고의 영화 100편’을 선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로버트 드 니로, 레이 리요타, 조 페시 등이 출연한 이 1990년작은 갱스터무비의 전범으로 꼽히는 작품이지만 사상 최고작이라고 하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토탈 필름>의 편집장 제이미 그래엄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친구들>은 기술적인 우수성과 현대 영화 제작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며 다시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모든 장점을 갖춘 영화”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1958년작<현기증>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1975년작<죠스>는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프
논쟁적인 ‘사상 최고작 100편’, 1위 <좋은 친구들>
-
오! 선생님, 감독들의 선생님
모함마디 아흐마디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었다. 정치를 몰랐던 아흐마디는 <가베>의 스틸사진을 찍기 위해 모흐센 마흐말바프를 만났고, 그에게서 영화와 세상을 배웠으며, 또한 사진을 가르쳤다. 그리고 9년이 지나 아흐마디는 영화감독이 되었다. “나는 마흐말바프의 학생이었고 그와 같은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사람을 변화시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들면서 나는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영화와 삶을 공유해온 두 감독은 며칠 간격을 두고 부산영화제를 찾아와 나란히 같은 의자에 앉았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마흐말바프는 “우리는 좋은 선생과 좋은 학생”이라는 아흐마디의 설명을 “우리는 좋은 친구”라고 고쳐주었다.
마흐말바프는 아흐마디의 첫 번째 극영화 <청소부 시인>의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민주적인 마흐말바프는 자신의 아이들을 포함한 다른 감독들에게 시나리오를 써주더라도 원형을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9] - 마흐말바프와 아흐마디
-
관객이 적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상실의 시대를 그리는 두 남자가 만났다. 제10회 부산영화제가 중반을 향해가던 10월9일 아침, 두 번째 작품 <러브토크>를 들고 부산을 찾은 이윤기 감독과 <흔들리는 구름>으로 언제나처럼 부산에 머무르고 있는 차이밍량 감독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독한 인간의 생채기를 포착할 만큼 섬세한 눈의 소유자라는 공통점 외에, 그들은 또 어떤 공통점을 지니고 있을까. 무엇에 아파하고, 무엇에 기뻐하고, 무엇에 슬퍼하며, 카메라 뒤의 고독을 무심히 즐기고 있을까. 대담은 아시아라는 땅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했고, 영화를 향한 애정의 고백으로 막을 내렸다. 서울과 타이베이의 공기를 동시에 머금고 있는 이른 아침의 대담을 여기에 싣는다. 길지 않은 이야기가 끝난 뒤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못한 것이 너무도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윤기 감독에게 차이밍량은 따스한 포옹을 전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우리, 다음에 꼭 다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8] - 차이밍량과 이윤기
-
인간의 악마성을 섬세하게 고찰하는 연구자
<로버트 카마이클의 엑스터시>는 잔혹한 신에게 지배당한 소년의 며칠간을 따르는 영화다. 로버트 카마이클은 방과활동으로 첼로를 켜고, 중산층 홀어머니와 살며, 사드의 책을 읽으면서 자위행위를 하는 소년. “강간범의 눈을 가졌다”고 급우들에게 놀림받는 그는 금세 마약과 폭력의 세계 속으로 발을 들인다. 그리고 친구들과 교외의 부유한 저택으로 잠입해 끔찍한 살육을 행한다. <로버트…>를 보자마자 영화를 되감아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마지막 20분의 학살극이 던져주는 시각적 테러가 지나칠 정도로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시계태엽장치 오렌지>를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뮤직비디오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버라이어티>의 평처럼, <로버트…>는 확실히 튼튼한 심장을 요한다.
위험천만한 데뷔작을 내놓은 26살의 영국 청년 토머스 클레이는, 그러나 폭력을 타란티노처럼 가지고 노는 악동은 아니다.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7] - 부산의 발견 ⑤
-
-
세상의 모든 루저들을 연민하는 카메라
“여덟살이 최고야. 12살 이후에 겪는 일들은 죄다 모욕이지.”(8 is great. Everything after 12 is an insult) 열두살을 갓 넘긴 소년에게, 열두살을 오래전에 넘긴 젊은이가 말하자 소년은 입을 다문다. 그 소년의 집은 뉴욕 도심 밖 구질한 동네에서 모텔을 운영한다. 어니스트가 방과후 숙제보다 먼저 할 일은 모텔방 청소다. 그는 집나간 아빠 대신 두 남매를 억척스럽게 키운 엄마와 마음을 닫고 글쓰기에 취미를 붙였다. 뚱뚱하고 쪼다 같아서 좋아하는 소녀에게 남자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모텔의 장기투숙자로 찾아든 한국계 청년 샘으로부터 소년은 남자가 되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
한국계 미국이주민 2세인 마이클 강 감독의 <모텔>은 못난 소년의 성장영화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의 예민한 순간을 드러내기에 열등감만큼 좋은 도구는 없다. 중국계인 어니스트는 가정환경, 신체적 조건, 성격 중 어느 한 가지에서도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6] - 부산의 발견 ④
-
사소한 기억을 찬란하게 빚어내는 마술사
자그마한 몸집에 눈동자만 커다란 야마시타 노부히로는 1976년에 태어난 젊은 감독이다. 부끄러워지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곤 하는 야마시타는 “여자들과 말도 잘 못하고, 주로 남자와 여행을 테마로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런데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그의 신작 <린다 린다 린다>는 소녀들의 마음이 조그맣게 빛나는 순간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곤 한다. 아무도 오지 않는 옥상에 혼자 만화카페를 차려놓고, 풀장을 떠다니고, 함께 장을 봐 밥을 해먹는, 지극히 사소한 기억. 프로듀서가 기획했다고는 해도 <린다 린다 린다>는 공기 속의 물방울처럼, 그순간 알아보지 않는다면 사라져버릴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영화다.
영화는 여고생밴드 ‘파란마음’이 위기에 처하면서 시작된다. 멤버 한명은 기타리스트 케이와 심하게 다투었고 또 다른 한명은 손을 다쳐 연주를 할 수 없다. 어찌할까 고민하던 케이는 지나가던 한국인 유학생 송(배두나)을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5] - 부산의 발견 ③
-
지난 가을 미국에서 서프라이즈 히트를 기록한 공포 영화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가 12월 20일 DVD로 출시된다.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는 악령에 들린 것으로 보이는 소녀 에밀리 로즈에게 엑소시즘을 시도하다 죽게 만든 혐의로 체포된 한 신부에 관한 이야기로, 지난 9월 개봉 첫 주 3,005만달러를 기록,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른 바 있다.
최근의 공포 영화 DVD 출시 경향에 맞추어 이 작품도 PG-13등급의 극장 공개판과 추가 장면을 수록한 무등급판의 2가지 버전으로 선보이게 되며, 미국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PSP 전용 UMD 비디오로도 발매된다.
타이틀의 구체적인 사양은 미정. 소니 픽처스에서 정가 28달러 95센트에 발매된다.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무등급판으로 DVD 출시
-
상상의 갑옷을 입은 로맨티스트
지난해 말, 타이에서 개봉한 <시티즌 독>은 일찌감치 부산행이 결정된 영화다. 올해 초 방콕영화제에 참석했던 김지석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감독인 위시트 사사나티앙을 만나 초청 의사를 수차례 전했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로테르담과 토론토를 거쳐 프린트를 들고 부산에 다다른 그에게 “올해 출장이 잦은데 회사에서 허락을 해주더냐?”고 물었더니, “영화제 참석은 회사에서 눈감아준다”고 답한다.
타이 최대 규모의 광고회사 필름 팩토리의 일원인 그가 처음 세계 영화계에 존재를 알린 것은 <검은 호랑이의 눈물>(2000)로 밴쿠버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예술대학 동창이기도 한 논지 니미부트르의 <낭낙>의 시나리오 작가로 타이 영화계에 데뷔한 그는 이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데뷔작 <검은 호랑이의 눈물>이 초청되면서 유럽의 환대를 받았고, 이후 펜엑 라타나루앙,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등과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4] - 부산의 발견 ②
-
냉혹한 세상을 묵묵히 지켜보는 관찰자
“보리는 망종(芒種)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다. 보리를 베어야 그 자리에 밭갈이하고 새 종자의 씨를 뿌릴 수 있다는 뜻이다. 망종이 지나면 머리가 무거운 보리는 약한 바람에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다. 희망을 심기 위해서도 절망을 베어내야 하는 않을까. 조선족 중국 감독 장률(그의 독특한 이력은 <씨네21> 455호 참조)의 두 번째 장편영화 <망종>은 쓰러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베어내는 의식을 치르는 한 여자의 삶을 다룬 영화다.
최순희는 살인죄로 감옥에 간 남편과 헤어진 뒤 김치를 팔아 생계를 이어간다. 조선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그녀는 아들 창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같은 동포인 김씨의 친절에 끌리게 되고, 그녀는 유부남인 김씨와 연애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중국인 부인에게 불륜 사실을 발각당한 김씨는 그녀를 창녀로 낙인찍고, 아들까지 잃는 사고를 당한 순희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3] - 부산의 발견 ①
-
광장은 좁고 사람은 많았다
협소한 PIFF광장을 어쩌면 좋을까. 10주년답게 야외행사 일정도 예년보다 많은 남포동 PIFF광장은 쓰마부키 사토시, 강동원, 성룡, 문정혁(에릭) 등 국내외 스타들이 다녀갈 때마다 압사의 공포가 느껴질 만큼 무시무시하게 붐볐다. 사람들은 야외무대 주변을 둘러싸다 못해 큰길가로, 시장 골목골목으로, 대영시네마와 부산극장 건물 창밖으로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밀고 밀치는 인파가 일으킨 파동에 사람 키만한 스피커가 떨어질 뻔했다. 강동원은 인사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무대를 내려갔고, “장내가 혼잡해 서둘러 마친다”는 사회자의 설명은 원성을 살 뿐이었다. 해운대 중구청에서 지원한 1개 중대의 경찰병력과 영화제 경호요원, 스탭, 자원봉사자 등 150여명의 인원이 현장통제에 나서도 역부족이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영화제 와서 무슨 봉변인가 싶었다. 규모가 커진 만큼 영화제쪽에서 예상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얼마 전 상주 사태가 있었는데도 경각심이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2]
-
아시아 공포 영화 앤솔로지 <쓰리, 몬스터>가 내년 2월 미국에서 DVD로 출시된다.
미국판 DVD의 사양은 현재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음성해설 정도가 확인된 정도이며, 이외의 부가 영상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이케 감독의 음성해설은 국내판 DVD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부록이라 혹 관심을 갖는 팬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라이언스 게이트 홈 비디오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쓰리, 몬스터>는 <Three, Extremes>라는 제목으로 오는 28일부터 미국 극장가에서 공개된다. 박찬욱, 미이케 다카시, 프루트 챈 등 아시아 각국의 주목 받는 감독들이 경연을 벌인 작품으로 미국의 장르 팬들로부터도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쓰리, 몬스터> 미국판 DVD 내년 2월 출시
-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9일간의 항해를 마치고 닻을 내렸다. 307편의 영화가 상영됐고 500여명의 게스트가 공식적으로 다녀갔으며 20여만명의 관객이 영화제를 즐겼고 그만큼의 커피캔과 전단지 쓰레기가 남포동 PIFF광장을 뒤덮었다. 열돌에 걸맞게 모든 것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던 영화축제를 결산한다.
발견! 5인의 신성, 감동! 거장과의 만남
우선 발견의 기쁨. <시티즌 독> <로버트 카마이클의 엑스터시> <모텔> <린다 린다 린다> <망종> 등 부산에서 발견한 재능있는 신인감독들의 작품 5편을 클로즈업했다. 그리고 뜻밖의 만남을 주선했다. 대만 뉴웨이브의 대표주자 차이밍량과 <여자, 정혜>의 감독 이윤기의 첫 만남의 자리를,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와 그의 영화적 동료 모함마드 아흐마디가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것만으로 영화제를 정리하기란 턱없다. 영화와 영화인만이 영화제를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1]
-
전 세계적으로 100만 카피 이상이 판매된 게임 <포스탈>이 영화화된다고 할리우드 리포터가 보도했다. <포스탈>은 러닝 위드 시저스 社가 1997년 발표한 게임으로 잔혹한 묘사와 잔인무도한 설정으로 13개국에서 판매 금지되었으며 속편 <포스탈 2>는 뉴질랜드에서 판매는 물론 게임을 소지하는 것조차 금지되었을 정도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이 영화화된다는 소식 이상으로 팬들을 흥분하게 하는 것은, 바로 영화판의 감독이 우베 볼로 결정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하우스 오브 데드> <얼론 인 더 다크> 등의 일련의 게임 원작 영화로 팬들의 비난과 비웃음을 한꺼번에 받아온 볼 감독은 <포스탈>의 발매 10주년을 기념하여 2006년 말이나 2007년 공개 예정으로 영화판을 작업할 예정이다.
실제로 <포스탈>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볼 감독은 영화판에 대해 “<펄프 픽션>과 <폴링 다운
우베 볼, 게임 <포스탈> 영화화
-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씬 시티>를 비롯한 자사의 판권물을 TV 시리즈로 제작한다는 내용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버라이어티지가 전했다.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TV 시리즈로 추진 중인 라인업에는 내년에 공개될 <씬 시티 2>의 후속작 <씬 시티>, 구 미라맥스 제작 영화로 도박사들의 세계를 다룬 <라운더스>, 알렉산더 맥콜 스미스의 소설을 각색한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NBC에 방영을 타진하고 있는 작품으로 데일리 버라이어티지의 수석 편집자 피터 바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데인저러스 컴퍼니>, 오컬트 관련 사건을 다루는 뉴욕 수사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오컬트 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작년에 시각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영화였던 <씬 시티>의 TV 시리즈 소식도 반갑지만, 영화계의 일급 스탭들이 참여할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역시 주목을 받고 있는데 현재 파일럿용 각본에 &
와인스타인 컴퍼니, <씬 시티> 등 TV 시리즈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