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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피아니스트>의 거장 로만 폴란스키. 그의 초기작 세 편을 묶은 박스세트가 내년 1월 27일 일본에서 출시된다.
‘폴란스키 스페셜 DVD 컬렉션’이라는 제목의 이 타이틀에는 폴란스키 감독의 데뷔작으로서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물속의 칼>(1962), 카트린느 드뇌브의 열연이 돋보이는 <혐오>(1965), 그리고 베를린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막다른 골목>(1966)이 수록된다.
고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로 복원된 영상과 오리지널 화면비, 그리고 리믹스된 5.1 채널 사운드로 관심을 모으는데, 관련 메이킹 필름 등 풍성한 부록들도 눈길을 끈다. 각 작품 별로 ‘서방행 티켓’(물속의 칼), ‘영국제 공포 영화’(혐오), ‘외딴 섬의 갱들(막다른 골목)’이라는 제목의 귀중한 제작관련 부가영상이 포함될 예정.
오리지널 포스터를 이미지로 한 스페셜 포토 카드도 증정. 가격은 12,600엔에 책정됐다.
로만 폴란스키 초기작 박스세트 日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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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의 아녜스 자우이 감독 작품으로 2004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에 빛나는 <룩 앳 미>(시네 휴 출시)가 12월 8일 DVD로 선보인다.
<룩 앳 미>는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스무 살 롤리타를 축으로, 유명작가지만 독선적인 그녀의 부친 에티엔, 그의 명성을 이용하기 위해 롤리타에게 접근하는 음악교사 실비아 등 생생한 인물들이 엮어내는 풍자와 위트의 드라마. 권력 앞에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날카롭지만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얻은 작품이다.
DVD는 본편 디스크만 담은 일반판과 OST가 포함된 3디스크의 한정판으로 각각 선보일 예정. 본편은 2.3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과 돌비 디지털 5.1 음향을 지원하며, 한정판에만 포함되는 부록으로는 메이킹 다큐멘터리와 예고편 등이 수록된다.
아녜스 자우이 감독작 <룩 앳 미> 12월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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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광 시대>라는 책을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김유정이나 채만식 같은 30년대의 작가, 지식인들이 ‘황금’에 미쳐 있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무지몽매한 서민들이 아니라, 그 고상하고 유식한 사람들이 신기루를 좇아다녔다는 것은. 하긴 시대 여하를 막론하고, 황금을 포함한 횡재를 꿈꾸는 ‘배운 자’들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다. 도박에 전 재산을 탕진하고, 허무맹랑한 꿈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몽상가들.
왜, 무엇이, 그들의 합리적인 이성을 막아버린 것일까. 도박이 사람들을 매혹하는 이유는, 누구나 돈을 딸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그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는 것이다. <MBC 스페셜-보물사냥>에 나오는 보물 사냥꾼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이번에는 확실하다고. 저번에는 무엇이 부족했지만, 이 장소는 분명하다고. 누가 보기에도 허접한, 조잡한 지도를 놓고, 엄청난 보물이 묻혀 있는 장소라고 확신한다. 물론, 그 확신이 없다면, 그들
[B딱하게 보기] 몽상가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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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다.
나와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은 15년… 내가 16살이 되던 해에 나를 떠나셨다.
나는 나의 아주 어렸던 시절까지도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의 자궁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던 기억이 약간 흐릿할 뿐….
그 이후는 지난해 10월, 아티지아노의 라떼를 처음 먹던 날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과장된 거 인정한다.
암튼 그토록 병적인 나의 기억력 가운데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이 술이다.
아버지는 늘 술에 취한 상태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소리를 지르지도 물건을 부수지도 밥상을 뒤엎지도 아무나 붙들고
시비를 걸지도 않으셨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신 아버지는 안방 아랫목에 앉아 늦은 밥상을 받으시고는 나를 불러 그때는 너무도 귀했던 구운 김에 밥을 싸서 간장에 살짝 찍어 주셨다.
나는 새끼 새처럼 주둥이를 벌려 짹짹거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주무셨다.
평소에도 무뚝뚝하고 말이 없던 아버지는 술을 드시고 난 뒤엔 더욱 침묵하셨다.
나는 그런 아버지가 참 싫었
[이창] 아버지는 아무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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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럽에 다녀왔는데, 그쪽 대사들 얘기가 모조리 한류더군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본 유럽 사람들 말도 한국에는 삼성, LG만 있는 줄 알았더니 문화적으로도 막강하더라는 거였어요. 한류가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끝날 것 같지 않고 문학과 학문, 기초예술쪽으로도 이어져 나갈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이 책이 기존의 한류 작품들에 더해 미학적 체계가 같이 갈 수 있도록 자극해주는 하나의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지난 11월2일, <한겨레>의 인터뷰 기사를 읽는 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다. 신간 <흰 그늘의 미학을 찾아서>를 펴낸 김지하 시인의 말이었다. 김지하가 누구인가. 한때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던 저항시인의 상징 아니던가. 그가 강대국 주도의 현재 세계질서를 추인하는, 이토록 순진한 말들을 늘어놓다니!
이 말들은 세 가지 현상을 언급하고 있다. 첫째, 삼성, LG의 급성장하는 국제적 위상, 둘째,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가 주도하는 한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김지하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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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반에 잠이 들었다. 윙 하고 울리는 진동음에 시계를 쳐다보니 4시쯤이다. 계단을 내려가 옷 속의 휴대폰을 꺼냈다. 부재중 전화 2통. 동료 Y의 전화다. 예의바른 이 친구는 이 시각에 전화한 적이 없다.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전화를 걸었다. 마른 목소리로 Y가 말한다. 전화번호를 물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알아냈다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Y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J가 죽었다고. 전화를 끊었다. 손을 뻗으니 비어버린 담뱃갑이 잡혔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샀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뒤늦게 올라탄 한 여자가 10층 버튼을 눌렀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동승한 여자가 무서워하거나 당황하리라는 생각을 할 겨를은 없었다. 담배를 네대쯤 피우니 눈물이 멎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비디오 테이프를 데크에 넣었다. 화면에는 우 형사와 최지우가 포장마차에 앉아 있다. 몇 개월 전 내가 매주 가는 시끄러운 술집에서 술에 취한 나와 J는 이
[오픈칼럼] 어느 씨네키드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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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 아가형 기생충을 함유한 중국산 김치의 제조원이, 당황스럽게도 중국에 공장을 차린 한국 사람들이었더라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식품 원산지 표시뿐만 아니라 식품 생산자의 성분표시 또한 중요하단 사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어디 김치뿐이랴. 많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화 생산물에도, 그와 같은 성분표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레전드 오브 조로>의 흥행 저조와 함께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뭔 소리냐. 한번 보자.
그 기본 사양만 살펴보더라도, <레전드 오브 조로>는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영화였다. 일단 안토니오 반데라스 섹시하고, 캐서린 제타 존스 아리땁다. 가만히 있어도 멋진 얘들이, 심지어는 무공과 예절 또한 겸비했음과 동시에, 각자 최소한 2개 국어 정도는 유려히 구사해준다. 물론 유머 또한 충분히 세련됐다. 심지어는 조로가 타고 다니는 말까지도 이 유머대열에 합세하고 있으니, 두말할 나위 없겠다. 게다가 얘들은 각자의 본
[투덜군 투덜양] 내수와 수출용은 구분해야지, <레전드 오브 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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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주위에 절망이 삼켜버린 젊음이 서성거린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과 여자동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군대를 제대한 뒤 한때 함께 공부했던 후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딘가 발을 헛디딘 듯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난다. 전태일의 분신처럼 세상을 뒤바꾸는 외침이 아닌 자살, 딱히 누군가가 기억하길 원치 않는 자살을 나는 아직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수많은 책과 영화가 절망과 싸우는 법을 가르쳐도 자살자가 나오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그럼 세상이 원래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는 전형적인 젊은 영화광처럼 보였다. 고작 서너번 마주쳤고 그가 쓴 평을 1년 정도 본 것밖에 없으니 선입견에 불과하지만 첫인상은 그랬다. 1997년 제2회 <씨네21> 영화평론상을 받았던 그는 수상소감에서 “누벨바그 감독들처럼 창작과 평론을 같이 하고 싶다. 사상은 지식과 실천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능력이 닿는 한 시도는 해
[편집장이 독자에게] 어느 영화 청년의 자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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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시리즈 <24>의 주인공 잭 바우어 역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키퍼 서덜랜드가 24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25일 발매되는 <24> 시즌 4 DVD 박스의 홍보를 위해 일본을 찾은 그는 “시리즈가 성공한데에는 일본의 영향이 크다”며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처음 일본을 방문한 소감에 대해서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점에서 굉장한 인상을 받았다. <24>의 에너지와 공통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같다”는 말을 남겼다.
키퍼 서덜랜드의 말대로 일본에서의 <24>의 성공은 이례적인 일. <24> DVD의 세계 판매량 중 60%가 일본에서 팔려나갔다는 보도(산케이스포츠)가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영화도 아닌 드라마 홍보를 위해 할리우드 스타가 일본을 찾은 것도 그만큼 일본 팬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키퍼 서덜랜드는 기자회견 전날 시부야 등지 등을 산
키퍼 서덜랜드, <24> DVD 홍보차 일본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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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이 종전된 지도 언 5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동아시아에서 태평양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명제이다. 전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일본에서 영화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다양한 해답을 표출해왔다. 물론 여기에는 물의를 빚고 있는 일본 총리의 정치적 행보와 맥을 같이하며 극우 성향으로 전쟁범죄를 미화한 <프라이드> 같은 영화도 있지만, 이치카와 곤의 희생적 휴머니즘영화 <버마의 하프> 이래 태평양전쟁에 대한 반성과 반전의 기운 역시 일본영화 내부에 항시 존재해왔다. <배틀 로얄>의 감독 후카사쿠 긴지의 1972년작 <군기는 똥구덩이 아래에>는 냉소적인 제목이 시사하듯, 전쟁의 근원적 모순과 국가 권력의 전횡과 어리석은 폭력의 광기 앞에서 희생당해야만 했던 평범한 일본 병사들의 평범치 않은 이야기로 태평양전쟁의 끔찍했던 실상을 풀어내고 있다. 종전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뉴기니아 전선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남편의 불분
[해외 타이틀] <군기는 똥구덩이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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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적 사형제도의 모순을 고발하고자 온몸을 던지는 철학자의 이야기를 그린 <데이비드 게일>. 사형제도의 열렬한 반대파인 앨런 파커 감독은 DVD 음성해설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기보다는 영화를 좀더 사실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그는 음성해설 중 넌지시 할 말을 하고 마는데,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 극중 게일의 TV 출연 시퀀스다. 게일에 맞서 사형제도를 지지하는 극중의 주지사와 조지 W. 부시와의 공통점을 밝힌 것이다. 극중의 주지사는 영화 제작 당시 실제 주지사였으며 재임기간 동안 150건 이상의 형을 집행, 이 부문 최다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부시를 연상시키는 인물로 최근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대법관 지명에 관한 혼란과도 연결된다. 낙태와 함께 사형은 그 나라에서 가장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이니까.
음성해설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가급적 극의 내용과 관련된 실제 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한 과정이다. 파커는
[코멘터리] 부시, 당신이 하느님인 줄 아나?, <데이비드 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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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레먼이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던 건 코미디 배우인 탓이 크다. 그런 그가 <술과 장미의 나날>에 이어 심각한 연기를 펼친 <호랑이를 구하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건 아이러니다.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등에서 평범한 직장인을 연기하던 레먼은 <호랑이를 구하라>에선 의류회사의 사장으로 등장한다(그는 1980년대 이후 <글렌게리 글렌로즈> <숏컷> 등에서 쇠락한 남자를 연기하며 남자의 애환 어린 연대기를 완성한다). 그러나 아뿔싸! 때는 1970년대. 경영자는 더이상 그가 그리던 꿈의 직업이 아니다. 우울한 트럼펫 음악, 악몽에서 깨어난 남자, TV의 베트남전 뉴스로 시작하는 영화는 끔찍한 시간의 서곡과 같다. 겉으로 평온한 삶을 유지하는 듯 보이는 중산층 남자 해리 앞에는 악몽과 같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 해리는 부인과 딸로부터 심리적인 연대감을 맺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으며, 사업 유지라는 명목하에
[명예의 전당] <호랑이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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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의 성장통과 늑대인간 이야기를 유연하게 결합, 호러팬들의 지지를 받은 <진저 스냅>.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에 탄력을 받아 시리즈로 제작된 영화는, 3편에 이르러 19세기 초로 무대를 옮긴다. 인디언과 유럽 이방인들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늑대의 공격을 받고 뜻하지 않게 그들과 섞이게 된 진저 자매의 이야기. 영화는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시도로 오락성은 있지만 드라마의 깊이가 부족한 것이 흠이다. DVD 타이틀은 기대 이상의 음향으로 장르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19세기로 간 진저 자매, <진저 스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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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이해 할머니 댁으로 돈을 드리러 가는 도중 에밀은 도둑을 맞는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에밀의 좌충우돌 모험담은 흔치 않은 아동 대상의 추리물로 완성된다. 적당한 유머와 볼거리를 갖추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괜찮은 작품이다. DVD 타이틀의 화질과 음향은 평범하지만, 초회 한정판의 경우 에리히 케스트너와 발터 트리어가 쓴 원작 소설을 패키지로 구성했다. 영화도 보고 원작 소설도 보고 일석이조인 셈. 부가영상은 전무하지만, 의미없는 부록보다는 소설이 월등히 낫다.
원작 소설까지 보아요, <에밀과 탐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