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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골 구조만 남겨진 폐창고 안, 한쪽에선 ‘퍽’ 하는 주먹날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오고 바닥엔 흙먼지가 흩날린다.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나 했더니, 이어서 ‘컷’소리가 들려온다. 이곳은 전북 군산 폐창고에 마련된 <비열한 거리> 촬영현장. 조폭도 일반인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믿는 병두(조인성)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주먹을 휘두르는 29살의 가장이다. 그와 초등학교 동창인 민호(남궁민)는 조폭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감독. 어느 날 민호는 병두를 찾아가 영화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병두는 자신의 ‘치명적인 비밀’까지 털어놓는다. 병두의 경험을 토대로 완성된 영화는 크게 성공하고, 병두는 자신의 비밀이 영화 속에 담겨 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다. 복잡하게 꼬여가는 사건 속에 병두는 점점 더 궁지로 내몰리고, 민호와의 우정은 어느새 ‘비열하게’ 전개된다.
이날 촬영장면은 극중 영화 <남부 건달 항쟁사>의 촬영현장. 영화 속 영화의 현장이다보니 모니터도 2
비열한 욕망에 삶이 있다, <비열한 거리>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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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은 96분을 단 하나의 테이크 안에 담은 영화다. 한해의 마지막 밤. 강원도 산장으로 세 친구와 한명의 이방인이 찾아든다. 3년 전 자살한 친구, 자은을 추억하던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 이를 실연하는 것은 배우들이요, 이를 구상한 것은 송일곤 감독이었지만, 화면을 결정지은 것은 박영준 촬영감독이었다. 사전에 세팅된 상황에 따른 커다란 움직임과 별도로, 인물의 말 한 마디, 미세한 동요에 주밍과 흔들림으로 반응하는 카메라의 세세한 시선은 그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배우와 함께 정교한 부분 리허설을 거듭했고, 감독과 촬영감독이 무전기를 통해 매 순간 교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독의 지시를 기계적으로 따른 화면은 어딘가 인위적이었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감독은 촬영감독을 그저 믿어야 했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의 촬영은 박영준 촬영감독이 송일곤 감독의 촬영감독이기 이전에 믿음직한 친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화에 반영되는 사려깊음, <마법사들>의 박영준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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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화라는 필터를 거치기는 했어도, 그때그때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반영하는 TV드라마는 한 시대를 담은 영상기록이기도 하다. 박통 정권 당시 시작된 장수 드라마 <수사반장>의 경우 ‘범죄 예방 및 계도, 민-경 친선 도모’라는 명확한 기획의도가 있었는데, 이 때문에 범죄와 수사 과정이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되어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수사반장>을 진두지휘했던 이연헌 PD는 300회 특집 <남편은 화물, 아내는 화주>에 제공한 음성해설을 통해 드라마에 담은 1970년대 한국의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되살린다. 전직 고속버스 기사와 안내양이 고속버스로 송금되는 거액을 훔친 사건을 다룬 이 에피소드는 당시 대다수의 범죄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계형 범죄임을 보여준다. 내연 관계인 범인들은 세상의 눈을 피해 고아원에 맡겨둔 자녀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검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소득 2
<수사반장> 70년대 한국의 시대상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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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B급 야쿠자영화의 명인으로 꼽히던 스즈키 세이준은 스튜디오 경영진과의 잇단 마찰로 10여년간의 칩거에 들어간다. 그랬던 그가 독립제작 방식으로 복귀하면서 1980년 발표한 <지고이네르바이젠>은 일본 영화계에서 잊혀졌던 그의 이름이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였을 뿐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액션감독으로서의 명성을 스스로 극복하고 <살인의 낙인> 등의 야쿠자영화에서 맹아적으로 표현되었던 초현실적 이미지의 실험이 그로테스크하며 동시대성을 담보한 자신만의 강렬한 이미지로 활짝 만개하기 시작하였음을 알리는 <지고이네르바이젠>은 이후 <아지랑이좌>와 <유메지>와 함께 <다이쇼 로망 삼부작>으로 완성되는데, 이를 통해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비주얼리스트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된다.
삼부작을 통해 퇴폐적이고 음울했던 20년대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절의 지식인들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짓눌린 욕망의
다이쇼 로망 삼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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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마법사들> 과거는 현재와 같이 흐르고 있다
[헌즈다이어리] <마법사들> 과거는 현재와 같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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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가 CJ CGV와 함께 앞으로 3년 동안 한국영화 개봉지원 사업을 실시한다.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한국장편영화 중 최대 2편을 선정해 전국 4개의 CGV 인디영화관 중 최소 3개관에서 최소 2주간 개봉할 예정. CJ CGV는 이외에 2천만원 상당의 마케팅 비용과 디지털 색보정 작업, CGV 채널을 통한 홍보 등을 지원한다. 지원 선정작은 영화제 폐막일인 5월5일에 발표한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 개봉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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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7일부터 5월5일까지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개, 폐막작 티켓 예매가 4월7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개막작 <오프사이드>는 축구를 보기 위해 남장까지 감행하는 열혈 이란 소녀들의 모습을 다룬 자파르 파나히의 영화.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폐막작 <내 청춘에게 고함>은 김혜나, 이상우, 김태우 등이 출연하고 김영남 감독이 연출한 솔직한 청춘영화. 티켓은 장당 1만원이다. 참고로 장당 5천원인 일반 상영작 예매는 4월11일부터 시작된다. 예매 방법 등 자세한 문의는 www.jiff.or.kr.
7회 전주국제영화제 개,폐막작 예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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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태풍>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TV 드라마를 제작한다. 진인사필름과 태원 Famp;M은 <카인과 아벨>이라는 20부작 미니시리즈를 공동제작하기로 했으며, 곽경택 감독이 총 제작을 맡기로 했다. <카인과 아벨>은 헤어졌던 형과 동생이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형제애를 그릴 <카인과 아벨>은 현재 대본 작업중이며, 액션이 가미된 드라마가 될 예정이다. <왕초> <호텔리어>의 최호성 PD가 연출을 맡아 올 9월이나 10월중에 촬영을 시작한다. 진인사 필름은 앞으로도 꾸준히 TV 드라마를 제작할 계획이다. <카인과 아벨> 총 제작지휘를 맡은 곽경택 감독은 무라카미 류 소설 <반도에서 나가라> 영화화를 준비중이다.
곽경택 감독 TV드라마 총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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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흥행에 비수기는 없다. 4월6일 아이엠픽쳐스가 발표한 3월 영화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비수기로 꼽히는 3월에 2000년 이후 같은 기간 최대 관객수인 311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이는 2000년 이후 3월 흥행성적으로는 최고치다. 한국영화 점유율 역시 높은 수치를 기록, 2005년 같은 기간보다 20.9% 상승한 67.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장기흥행중인 <왕의 남자>를 비롯, 사극 흥행열풍을 잇는 <음란서생>, 권상우, 김하늘 주연의 <청춘만화>가 한국영화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급사 중에는 <청춘만화>와 <데이지>를 배급한 쇼박스가 배급사 관객 동원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외국 직배사 중에는 <브이 포 벤데타>를 배급한 워너브라더스가 배급순위 5위에 올랐다.
3월, 한국영화 여전한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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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 쿨의 시대 - 앤서니 밍겔라의 <리플리>
“자기 생존의 특질에, 불만에, 그리고 자기 오르가슴의 기쁨, 음탕, 염증, 절규, 절망 등의 무한한 변주에 음성을 부여한 것. 재즈는 오르가슴이다.” - 노먼 메일러
부르디외는 음악적 취향이야말로 가장 첨예한 계급적 표지를 드러내는 상징자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일개 호텔 벨보이인 리플리가 디키의 옷을 빌린 뒤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고 지중해의 하늘 끝까지 날아오를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바흐의 <이탈리안 협주곡>을 칠 수 있는 손가락이다. 그리고 디키의 아버지가 흘린 ‘재즈광 디키’라는 단서를 신분상승의 힌트로 알아들을 수 있는 재치다. 쳇 베이커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던 리플리가 <My Funny Valentine>을 부른 가수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되고, 장차 따라 부를 수 있게까지 되면서(그는 찰리 파커의 음악을 구분할 줄 알게 되면서 혼자만의 재즈 수업을 끝낸다. 재즈
영화에서 발견한 재즈의 시대 [3] - <리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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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50년대 중기 밥의 시대 -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버드>
“파커는 최근 10년간 레코드를 만든 거의 모든 재즈 연주자를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할 수 있을 것이다.” - 레니 트리스타노
알토 색소폰 주자 찰리 파커(그의 별명이 ‘버드’다)의 삶을 다룬 <버드>는 지켜보기에 안타깝고 슬프고 그래서 마음에 남는 영화다. 우리는 마치 버드의 아내 챈처럼 그를 낯익은 선율과 리듬 안에 붙잡아두고 싶지만 그는 마약과 술로 망명을 떠난다. 버드의 선율 또한 낯익은 ‘스윙’을 떠나 자유로운 밥의 선율로 월경한다. 그 위태롭고 고독한 운명은 ‘밥’(bop)의 운명을 닮았다. 스윙처럼 쉽지 않고, 까다로우며,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나머지 대중으로부터 환대받지 못한 ‘밥’의 운명. <버드>(1988)에서 밥 시대를 선도한 트럼펫 주자이자 지지자이며 친구인 디지 길레스피는 찰리 파커에게 “바는 열었는데 예매는 꽝이야. 아직 관객이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아”라
영화에서 발견한 재즈의 시대 [2] -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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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swing or not to swing? 스윙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스윙걸즈>가 던지는 질문이 혹시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할지도 모른다. 재즈의 공작으로 알려진 듀크 엘링턴 가라사대, “스윙이 거기 없다면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스윙걸즈>는 재즈의 맛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스윙의 즐거움과 흥분과 미각을 알아차리게끔 해주는 애피타이저 같은 영화다. 재즈 음반 한장 없어도, 스윙이 뭔지 알지 못해도 재즈를 즐길 수 있다. 그 첫걸음은 <리플리>의 감미로운 쿨 재즈 선율일 수도, <버드>처럼 격렬하고 뜨거운 비밥 재즈일 수도, <스윙걸즈>처럼 초심자들이 가볍게 흥얼대며 장단을 맞추는 스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첫걸음을 어디서 시작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횡단보도에서 나오는 시그널 뮤직인 <Coming Through the Rye>에서도 재즈를 발견하는 ‘스윙걸즈’의
영화에서 발견한 재즈의 시대 [1] - <스윙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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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O.S.T가 발매되었을 때, 외국의 O.S.T 리뷰 전문 사이트들은 대부분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 되는 박한 점수를 이 음반에 매겼다. “오리지널 스코어가 심하게 빈약하다”는 것이 동일한 이유였다. 이 앨범의 트랙 구성을 보면 17개 트랙 중 7개가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언더스코어 트랙이고 10개가 보컬 트랙인데, 언더스코어 러닝타임이 전부 2분 내외라 합쳐봐야 15분 남짓, 전체 러닝타임의 1/3도 안 된다. 평론가들은 “테마가 나올라치면 스코어가 끝나니 만들다 만 듯한 느낌”, “기승전결이 전혀 없어 구성상 꽝”이라고 악평을 보탰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로 2005년 오스카 주제가상을 수상한 구스타보 산타올라야는 졸지에 성의없는 음악가가 되고 말았다.
오스카는 올해도 그가 작곡한 보컬 트랙 <Love That Will Never Grow Old>에 주제가상을 안겼다. 아르헨티나 록 뮤지션 출신이며 흥행력있는 음반 프로
브로크백 산자락의 정서, <브로크백 마운틴>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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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는 지난 5년간 다양한 국적의 학자들이 참여했던 국제 심포지엄의 성과물로, 아시아 영상문화를 통해 아시아를 횡단하려는 혹은 횡단 가능성을 찾으려고 시도하는 연구서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 실린 총 18편의 논문들이 관심을 두는 건 하나의 특정한 텍스트에 대한 분석 작업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통과 관계이다. 이를테면 그간의 아시아영화에 대한 연구는 오리엔탈리즘적 접근 혹은 민족주의적 접근에 한정된 경향이 있었다. 국가 혹은 민족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던 기존의 연구들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국가와 민족을 가로지르는 문화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 책이 제시하는 것은 제목에서도 암시되었던 바, ‘트랜스’(trans)다. 물론 여기서 ‘트랜스’는 그저 넘어서기의 의미가 아니라 “경계, 균열, 주변부, 이산적인 ‘제3의 공간’을 의미”하며, “존재의 다른 상태로의 전이”를 뜻한다.
이 책은 ‘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
아시아적 영상문화 공동체의 발견, <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