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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연기 보고 이 녀석 배우 되겠다고 생각했다”
-미영 할머니 역의 나문희는 대사 한마디 없이 드라마의 무게중심을 휼륭하게 지켜낸다. 말갛게 쳐다보는 눈빛이나, 얼굴을 쓰다듬는 손길 하나만으로도 완전 무장해제당할 정도로.
=나문희 선생님과의 인연은 데뷔작 <엄마의 치자꽃>부터 시작되었는데 건강할 때의 우리 어머니 모습하고 너무 비슷하신 분이다. 이 배우가 사랑스러운 건 그 경력에도 여전히 생짜라는 거다. 아직 매 순간순간이 서투르다. 나는 귀신같이, 무당같이 연기하는 배우가 무섭다. 그래서 나문희 선생님의 설익은 모습이 좋다. 농염하고 완숙하면 곪아버리는 단계밖에 안 남은 거니까. 대부분 그 나이쯤 된 배우들은 어느 정도 이야기하면 “그래, 무슨 말인 줄 딱 알겠어”라고 하지만 나문희 선생님은 한결같이 “고민할게, 연구할게”라고 말하신다. 이 역을 제안했을 때도 “이 사람 말간 느낌이 나야 하는데 내가 너무 탁해졌어. 그래도 고민할게”라고 하셨다. 배역의 집중도가
노희경과 <굿바이 솔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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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떡볶이 집이 아직 있으려나?” <굿바이 솔로>의 대본을 마치고 <씨네21>이 있는 마포로 노희경 작가를 불러냈을 때만 해도 우리의 발걸음이 공덕시장 어딘가를 어슬렁거리게 될지는 몰랐다. “예전에 이 동네에 배가 들어왔거든요.” <내가 사는 이유>의 배경이 되었던 마포의 선술집 언덕, 선원들을 상대했다는 ‘삐어홀’(맥주홀)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던 그 공간엔 이제 고층 아파트들만이 빽빽하게 서 있다. “지독하게도 바람을 피웠던 아버지”와 “너무 순해서 가슴이 아팠던 엄마”의 품을 떠나지 않고 응석을 부렸던 마포 토박이 소녀는 “오랜만에 왔더니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며 옛 동네를 이방인처럼 두리번거렸다. 여전히 짧은 머리에 마냥 소년 같은 모습이지만 그러고보니 노희경 작가도 이제 마흔이다. 그녀가 마흔 나이에 써내려간 <굿바이 솔로>는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야” 같은 따로 액자를 해놓아도 좋을 선언적인 대사는 줄었지만, 극 안에서
노희경과 <굿바이 솔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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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스크린쿼터를 줄이면서 영화산업을 불안정하게 하는 위험을 선택했다. 이 위험 감수가 강력한 파트너인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세심히 계산했겠지만 말이다. 엄밀한 경제적 관점에서, <올드보이>가 한해 자동차 수출과 맞서 대표하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다른 한편으로 어떤 자료들은 통계적 분석을 전적으로 벗어나는 만큼, 필자는 한국 영화인들의 수량화되지 못한 작업들이 낳는 몇 가지 이익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알려지며, 한국은 “아시아의 용”, 떠오르는 강력한 신흥 경제국가 중 하나로 세계에 알려졌다. 한편 한국 문화의 가치를 외국에 알리려는 광범위한 캠페인이 벌어졌고, 영화 외에 노벨 문학상 수상과 같은 다른 것들과 함께 자리매김했다. 영화는 대부분의 시도들이 실패한 지점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나는 대사관이 초청한 사람들로 가득 찬 홀에서 공연된 민속춤, 꽹과리, 민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공연을 봤다. 또
[외신기자클럽] 한국이 간과한 한국영화의 효과 (+불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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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등급위원회가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클레멘트 비고 감독의 <라이 위드 미>가 제한상영가를 받았고, 이후 수입사 코랄 픽처스가 문제가 된 장면을 100초가량 삭제하여 새로 심의를 신청해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2004년 7편, 2005년 3편으로 점차 감소하던 제한상영가 판정은 올해 4월까지 벌써 두편이다. 공포물 <호스텔>이 <라이 위드 미>에 앞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고, 수입사 소니픽처스코리아는 재심의를 유보 중이다. 이경순 영등위 위원장은 “심의 수위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수입사들이 자신있게 더 많은 영화를 제출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이 위드 미>를 수입한 코랄픽처스의 최광태 대표는 “재심의를 청해도 결과가 뻔하다. 개봉을 위해서는 자진 삭제 외에는 방법이 없다. 국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한 작품에 대해 이런 판정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제한상영가 영화는 DVD·비디오 출시
[충무로는 통화중] 제한상영가, 제한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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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부산까지’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 화제작을 다시 맛볼 수 있는 이벤트가 마련된다. 성남문화재단과 <씨네21>은 5월부터 ‘영화제 속의 영화제’라는 이름의 특별상영회를 매달 열 계획이다. 전주국제영화제(4월),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5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7월), 제천국제음악영화제(8월),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9월), 부산국제영화제(10월) 상영작 중 관객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던 영화 2편씩을 골라 야외상영을 갖는다. 일시와 장소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빛의 계단. 영화제를 놓친 열혈 영화광이라면 매달 2편 상영은 아쉬운 일이지만, 아직까지 영화제 나들이 한번 못해본 수도권 시민에게는 색다른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애초 성남문화재단쪽은 자체 영화제를 기획했으나, 너무 많은 지자체에서 영화제를 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 전주 등 몇몇 국제영화제를 제외하면 관객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영화제 속의
영화제의 영화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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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윤/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의 양궁선수 최정윤이 라디오 PD로 변신한다.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라디오 스타>에 캐스팅된 것. <라디오 스타>는 한물간 록스타와 그의 매니저가 벌이는 분투기를 담을 영화. 박중훈과 안성기가 각각 록스타와 매니저로 출연한다. 4월 중순 크랭크인해, 올 가을 개봉할 예정이다.
오달수, 유해진/
<음란서생>의 황가 오달수와 <왕의 남자>의 육갑이 유해진이 이병헌 주연의 영화 <여름이야기>에 출연한다. <여름이야기>는 조근식 감독(<품행제로>)의 두 번째 작품. TV 프로그램 <TV를 사랑을 싣고>를 모티브로 한 멜로드라마다. 오달수는 이병헌의 대학 동창 역으로 출연하며, 유해진은 방송사 프로듀서를 연기할 예정이다.
김태우/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김태우가 다시 한번 홍상수 감독과 손을 잡는
[캐스팅 소식] 최정윤, 라디오 PD로 변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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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그래픽디자이너 리카르도 젤리는 해마다 한국영화제를 피렌체에 유치하고 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으로 한국을 처음 알게 된 젤리는 휴대폰과 자동차 외에는 한국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피렌체에서 이탈리아와 한국의 문화교류단체인 ‘태극기’를 만들었다. 한국영화제를 4회 유치하기까지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왜 한국영화제인가.
=피렌체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한국 음식을 먹을 기회가 잦았다. 그렇지만 한국 문화를 알 길이 없었고, 그래서 평소에 알고 지내던 토스카나주의 해외문화교류 담당자를 꼬여 일을 벌였다. 이탈리아에 크고 작은 아시아영화제는 많다. 아시아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유행처럼 됐다. 하지만 짬뽕이 아닌 하나만 가지고 영화제를 하면 훨씬 즐거울 것 같았다. 피렌체에는 인도영화제가 있었지만, 굳이 한국영화제를 하고 싶었던 것은, 지형과 유머가 비슷한 한국이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마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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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에 한국영화제 유치한 리카르도 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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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마음은 종잡을 수 없어라. 올 여름 파리에서 새 영화를 찍기로 한 우디 앨런이 갑작스레 판을 접었다. 이 영화에는 미셸 윌리엄스와 데이비드 크럼홀츠가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다. <버라이어티>는 우디 앨런과 가까운 소식통의 말을 빌려, 파리 프로젝트의 예산이 점점 불어나자 일전에 고려한 바 있는 런던 배경의 영화가 그의 마음을 더 끌게 된 것이라 전했다.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영화는 캐스팅을 비롯해, 파리건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우디 앨런, 파리에서 런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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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로버츠가 리처드 그린버그의 <비오는 3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했다. 시연회가 열리고 있는 극장 앞은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그녀를 보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경찰은 물러서 달라고 소리치고, 극장쪽은 관람객을 위해 따로 길을 터야 했다. 작가 그린버그는 “재밌군요. <비오는 3일>은 매우 조용한 연극인데 이렇듯 시끄러운 이벤트가 일어났으니. 그래도 연극이 소동에 영향을 받진 않을 겁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6월18일에 종연 예정인 이 연극은 이미 티켓이 전회 매진됐다.
줄리아 로버츠, <비오는 3일>로 브로드웨이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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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캐릭터 ‘푸우’가 지난 4월11일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했다. 영화배우와 뮤지션 등 전설적 스타의 이름을 별모양의 바닥에 새겨놓는 명예의 거리는 지난 1960년 2500개의 공석으로 시작한 것으로, 푸우는 2307번째 입성자다. 디즈니사의 CEO 로버트 아이거는 “푸우는 지난 80년 동안 전세계 어린이들을 환상과 즐거움의 세계로 안내하고, 꿈을 실현해주었다”라고 말했다. 푸우의 입성식이 있던 11일 행사에 참여한 한 사진작가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이후로 이런 열띤 반응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디즈니 캐릭터 ‘푸우’,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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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모 감독이 <무극>의 첸카이거와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을 제치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을 일괄 지휘할 총감독으로 선정됐다. 지난 4월16일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 주석인 류치 베이징시 서기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장이모 감독은 “어깨에 태산을 짊어진 듯하지만 조직위와 인민의 신임을 저버리지 않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첸카이거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중국 철학 및 문화계의 대가로 꼽히는 탕일개, 계수림 등과 함께 특별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리안 감독은 “국제무대에서 활약한 경험은 인정”됐으나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상징도가 지나치게 낮아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이모, 2008년 베이징올림픽 총감독으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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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아이스 에이지 2> 21세기로 온 원시인
[정훈이 만화] <아이스 에이지 2> 21세기로 온 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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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피터팬의 공식>이라는 제목에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공존한다. 수학 공식에 맞춰 정해진 답만을 찾아내는 피터팬을 상상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듯, ‘피터팬’과 ‘공식’의 만남이 성장 과정에서 마주쳐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을 드러내는 것이다. <피터팬의 공식>은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성장의 공식을 갖추기도 전에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19살 한수의 고통을 현미경 같은 카메라의 시선에 몽환적인 판타지를 뒤섞으며 포착해간다. 설익은 청춘들이 성장하며 겪는 고통이야 여러 성장영화에서 반복되는 설정이지만, <피터팬의 공식>은 좀더 근원적이고 실존적인 불안과 고통으로 파고들고자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이 작품은 한국 성장영화의 클리셰인 대입에 대한 압박감과 가족의 해체, 10대 후반 특유의 심리적 소외감 등을 보여주면서도, 이를 인간 태초의 불안, 즉 탯줄을 끊음과 동시에 세상 어딘가에 내던져진 실존적인 불안에
19살 소년의 실존적인 불안, <피터팬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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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는 ‘인종간의 갈등과 화해를 보여주는 영화’로 국내외 관객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크래쉬>에는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 ‘신의 관점’에서 인종간의 충돌을 조감하면서, 인종문제를 마치 타인종에게 혐오를 느끼는 인간본성의 문제로 그린다는 점, 둘째, 편견을 없애고 ‘신의 사랑’ 안에서 화해를 간구하자는 해결책 속에, 그 ‘신’이 다름 아닌 ‘백인-남성-기독교인의 신’임이 은폐된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인종문제를 탈역사적이고 탈정치적인 문제, 즉 본질론적이며 종교적인 문제로 위장하면서, ‘백인 > 흑인 > 아시아인’의 위계와 편견을 반복할 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우위, 배타적인 기독교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답습한다. 이를 <히든>과 비교하면 더욱 명료해진다. <히든>은 철저하게 백인 남성 지식인의 시점으로 영화를 전개하며, 인종문제가 역사적 연원과 정치경제학적 이해(利害)를 지닌 문제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기
답습과 각성, <크래쉬>와 <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