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신작 <버블>이 5월11일 국내 최초로 극장은 물론이고 케이블TV, DVD, VOD를 통해 개봉된다. 케이블TV는 ‘CGV초이스’이고, VOD는 KTH의 망을 통해서 선보인다. <버블>은 미국에서도 1월27일 랜드마크 극장체인, 유료 케이블TV 채널 HDNet, DVD를 통해 동시에 개봉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상영 윈도를 파괴한 파격성 때문에 오히려 영화 자체가 덜 주목받았다. 전문 배우를 일절 기용하지 않은 채, 오하이오주 인근 주민을 배우로 기용한 <버블>은 한 인형공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은 스릴러 영화다.
<버블> 국내 최초로 극장, TV, DVD, VOD 동시개봉
-
빚좋은 개살구: 화려하지만 실속없는 직종, 스파이
이던: 사실 스파이가 빛좋은 개살구야. 몇 천억원대 사기를 벌이는 악당을 쫓아다녀도 인센티브가 있길 하나. 위험수당이 있길 하나. “대원들이 체포되거나 살해당할 시엔 언제나처럼 정부는 자네의 모든 활동을 부인할 것”이라고 매번 협박이나 하지. 비정규직도 이렇게 천대받는 비정규직이 없어.
오스틴: 이던 팀은 메시지 보내고 5초 만에 불태우는 테이프만 재활용해도 노후는 걱정없을 텐데. 어허허허허허허.
존: 그렇게 힘들다면서 불가능한 두 번째 임무에서 오토바이는 왜 허공에서 터트리고 난리야. 하긴 처음엔 헬기도 폭파했지. 완전 오버액션맨이야.
이던: 다들 알다시피 그거 국방부 협찬이잖아. 처음 작전 나갈 때만 해도 흠집이라도 날까봐 조심스럽게 몰다가 내가 죽을 뻔한 적도 많아.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열받더라. 작전 끝나면 냉큼 뺏어가는 협찬사도 얄밉고 해서 오토바이는 일부러 터트렸어. 왜 떫어? (느닷없이) 그리고 제이슨
21세기 스파이들의 신세한탄 [2]
-
냉전은 끝났다. 좌우를 넘나들며 신바람을 내던 스파이들의 넓은 놀이터는 부조리한 기업이나 내부 배신자의 응징 같은 심부름센터 수준으로 오그라들었다. 그들이 <순풍산부인과>의 가족들처럼 한 집에 살면 어떨까. <미션 임파서블>의 클래식한 첩보원 이던 헌트, <본 아이덴티티>의 기억상실증에 걸린 음울한 킬러 제이슨 본, <오스틴 파워>의 야누스 오스틴 파워, <미스터& 미세스 스미스>의 섹시하고 살벌한 스미스 부부가 한지붕 아래 모였다. 007를 ‘냉전의 화석’이라 비웃던 M이 그들을 초대한 호스트다. 총을 내려놓은 스파이들의 신세한탄. 바야흐로 개봉박두!
알프스 산기슭 외롭게 자리잡은 중세풍의 허름한 성. ‘M하우스-Top Secret’이라는 간판이 바람에 덜컹거린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거실 가운데에는 커다란 원탁이 놓여 있다. 레이밴 선글라스를 쓰고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이던 헌트(톰 크루즈). 그 옆에는 우울한 표
21세기 스파이들의 신세한탄 [1]
-
<왕의 남자> 이준기의 <씨네 21> 표지 촬영 현장과 촬영 중인 <플라이 대디>에 관한 인터뷰 영상
▶동영상을 보시려면 Play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핫 무비 스타] <플라이 대디> 이준기 표지 촬영 및 인터뷰 영상
-
-
전대미문의 시청각적 융합물
인도영화의 대표적인 거장으로 손꼽히는 샤티야지트 레이는 리트윅 가탁이 생전에 남긴 글과 인터뷰를 모은 소책자 <영화와 나>의 서문에서 그에게 다음과 같은 존경어린 찬사를 바친 바 있다. “리트윅 가탁은 이 나라가 배출한 소수의 진정 독창적인 재능의 소유자 가운데 하나였다… 서사시적 스타일 속에서 그가 창조해낸 강력한 이미지들은 사실상 인도영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로 작고한 지 꼭 30주년이 되는 인도 영화감독 리트윅 가탁은 우리에겐 여전히 미지의 작가로 남아 있는 듯하다. 심지어 영화광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그에 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영화의 정치학과 시학을 동시에 고민한 위대한 작가들- 예컨대 로베르토 로셀리니, 장 뤽 고다르,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글라우버 로샤,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오시마 나기사 등- 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화사의 거목이 이런 식으로 잊혀져가고 있다는 건 진정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7]
-
이병우, 김순명, 김학성을 소개합니다
1945년 이전 한국 영화사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일제 식민지라는 정치·사회적 상황이 절대적 이유다. 필름과 관련 자료 등이 해방과 함께 일본으로 대량 유출됐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이후 발굴이나 복원 또한 미진했다. 그 시기에 나온 창작물에는 어김없이 “우리 것이 아니라”는 폄하가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해방 이전 4편의 한국영화를 발굴, 상영했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도 무지와 편견을 부수기 위한 섹션을 마련했다. ‘특별상영: 재일한국영화인의 발견’에서 상영되는 5편의 작품들은 이병우(이노우에 간), 김순명(우베 다카시) 같은 한국 영화사에서 누락된 인물들을 다시 불러내려는 안간힘이다.
이병우 감독은 전주 출신으로 1928년 소비에트영화에 영향을 받아 프롤레타리아 집단인 프로키노에 참여하고, 이후 일본 유성영화예술연구소, 아트프로덕션 등에서 활동하면서 일본에서 촬영감독으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6]
-
한판 신나게 놀아볼깝쇼?
육갑이 형님, 대체 방금 본 영화 줄거리는 뭐람유? 졸음만 쏟아지는 게 이젠 머리까지 아프당께. 뭔 놈의 영화가 논어, 맹자보다 어렵댜? 놀려고 왔건만 지쳐서 가겠네. 칠득이 형님은 볼려고 노력이라도 했소? 지는 그냥 자빠져 잤당께요. 야들아, 그래서 이제 재미난 거 보러 가지 않냐. 우리 노는 거 마냥 웃기기도 하고 감동도 있다니까, 한번 믿어보자고. 왕을 갖고 노는 것만큼 재밌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판 놀아볼깝쇼?
오프사이드 Offside
자파르 파나히/ 이란/ 2006년/ 88분/ 개막작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이 관습법에 의해 금지된 이란. 남장을 한 소녀가 광적인 축구팬으로 가득한 버스를 타고 국립 경기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축구장 진입을 시도하던 소녀는 군인한테 발각되어 다른 소녀들과 함께 경기장 주위의 임시 울타리 속에 갇히고 만다. 경기장에서는 흥분한 관중의 열광이 들려오고, 동참하고픈 소녀들은 군인들의 눈을 피해 어떻게든 울타리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5]
-
과감하게 질러보아요~
인터넷이 안 돼서 심심하지 않냐고요? 친구가 없다고 외롭지 않냐고요?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영화보기의 진수라면 혼자놀기가 아닐까요? 전주까지 내려와서 남들 다 보는 영화나 본다면 기차표가 아깝죠. 어깨를 넓게 펴고 조금은 과감하게 질러보세요. 10여분간 롱테이크가 지속되거나, 황당한 사건에 입이 떡∼ 벌어져도 영화관을 나설 때는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할 겁니다.
폴리스 비트 Police Beat
로빈슨 드버/ 미국/ 2005년/ 81분/ 시네마스케이프
범죄를 다룬 동명의 칼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폴리스 비트>는 이질적인 것들이 빚어내는 매력으로 가득한 영화다. 백인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캠핑을 떠난 뒤, 세네갈 출신의 흑인 경찰 Z는 익사체와 죽은 새, 살해당한 누군가의 시체를 처리하고, 정신나간 노인을 바다에서 끌어내는 등의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강박적으로 여자친구의 배신을 상상한다. 연락이 두절된 여자친구는 며칠 만에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4]
-
세상의 시선 따윈 상관없어!
헤이, 맨∼! 무엇보다 인생에는 록 스피릿이 필요하다고. 응? 알아? 음악, 음악 말야. 그리고! 남들 신경쓰지 않고 하고 싶은 건 하는 정신이지. 우리가 이상한 영화를 좋아한다고? 보고 싶은 건 보는 거야. 식충이, 게으름뱅이, 미친놈, 괴짜, 변태…. 저놈들이 뭐라 해도 신경쓰지마. 그런 소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려. 우리는 속박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냐. 즐기고 놀려고 태어난 거라곳!
어둠 속의 심장박동 Heart, Beating in the Dark
나가사키 슌이치/ 일본/ 2005년/ 104분
두근거리는 죄의식에 사로잡힌 세 커플의 기이한 고백록. 한때 연인이었던 링고와 이나코는 23년 만에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다. 잊고 살았다지만, 두 사람에겐 지울 수 없는 과거의 악몽이 있다. 그리고 젊은 부부 토루와 유키. 두 사람 또한 과거의 링고와 이나코가 그러했듯이, 똑같은 이유로 경찰의 수배를 피해 도주 중이다. 갑자기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3]
-
한길을 걷는 이들을 위하여
제아무리 새로운 영화를 찾아 혈안이 된 세상이라지만, 여전히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가는 그분들이 있기에 행복합니다. 마뇰 드 올리베이라와 스와 노부히로와 제제 다카히사… .10년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바쳐왔던 분들입니다. 성격도 배경도 천차만별이지만, 꾸준하다는 면에서는 저와 통하는 구석이 있죠. 여기에 앤드루 부잘스키, 김영남 등 이름은 생소해도 기질은 다르지 않기에 낯설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든 여자든 그저 속으로 좋아해선 아무 소용없더군요. 선수들의 충고, 그럴듯하기만 할 뿐 믿을 거 하나 없습니다. 부딪쳐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마법의 거울 Magical Mirror
마뇰 드 올리베이라/ 포르투갈/ 2005년/ 137분/ 시네마스케이프
어거스티나 베사 루이자의 3부작 <불확실성의 원리> 중 두 번째 소설인 <소울 오브 더 리치>를 각색한 작품. 감옥에서 갓 출소한 루치아노는 형 플로리다의 도움으로 알프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2]
-
뭘 볼까. 고민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4월27일 개막하는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42개국에서 날아든 194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알려진 대로 올해 영화제 출품작 수는 지난해보다 300편 이상 많았다. 상영작을 선택하기 위한 프로그래머들의 수고 또한 갑절로 늘었다. 이제, 그 수고의 결과가 관객에게 돌아온다. 다행인 건, 관객에겐 언제나 ‘즐거운’ 고민이라는 것이다. <씨네21>은 다만 즐거운 고민을 만끽할 여유가 없는 이들을 위해 50편의 상영작을 점찍었고, 관객의 성향을 제멋대로 분류해 유형별 관람 가이드를 만들었다. 그럴 리 없겠지만, 절대기준이라고 여기진 말 것. 반항아 섹션의 영화들을 둘러보다가도 팔다리가 흥청거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고, 모험가 섹션의 영화들을 뒤쫓다가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을 테니까.
☞상영 시간표 보기
☞공식데일리 보기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1]
-
오케스트라에서 쫓겨난 피아니스트 겐타(다마야마 데쓰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술에 취해 정신을 잃는다. 눈을 뜬 겐타는 자신이 천국의 책방에 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책방 주인은 그가 천국에 온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잠시 불려온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 죽지 않은’ 겐타는 혼란한 가운데, ‘이미 죽은’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그리고 죽기 전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던 쇼코(다케우치 유코)를 만나 그녀의 미완성 악보를 보게 된다.
영화는 두축으로 진행된다. 두축에는 죽어서 천국에 온 쇼코와 지상에 사는 쇼코의 조카 카나코를 동시에 연기하는 ‘다케우치 유코’(<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그녀)가 있다. 비극적인 사고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천국에 온 쇼코 그리고 그 비극을 뒤늦게 애도하고 치유하려는 카나코. 마치 한 사람인 것 같은 이 두 여성 주변에도 상처 입은 두 남자가 존재한다.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좌절한 채 천국에 잠시 들른 겐타와 사
뽀얗게 도배된 천국과 불꽃놀이의 허무한 흔적, <천국의 책방>
-
‘사랑에 아파본 적 있나요?’ 코미디 배우 스티브 마틴이 2000년에 쓴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쇼핑걸>은 사랑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세 사람을 그린 영화다. 베버리힐스에 자리한 삭스백화점 장갑 매장에서 일하는 숍걸(Shopgirl) 미라벨(클레어 데인즈), 그녀는 그림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화가 지망생이다. 하지만 그녀의 현실은 따분하기만 하다. 장갑 매장을 찾는 손님은 하루에 한두명이 고작이고, 아직 다 갚지 못한 학비 대출금은 끝날 기미도 안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두명의 남자가 찾아온다. 한명은 앰프에 페인트로 로고를 그리는 폰트 디자이너 제레미(제이슨 슈월츠먼)고, 다른 남자는 50대의 백만장자 레이 포터(스티브 마틴)다. 동전 세탁방에서 처음 만난 제레미와 미라벨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데이트를 시작하지만, 미라벨에게 제레미는 영 마뜩지 않은 상대다. 걸핏하면 돈 좀 꿔달라고 말하기 일쑤고, 아이맥스 영화관까지 가서는 입장료가 비싸다며 밖에서 구경하자
사랑에 아파본 적 있나요? <쇼핑걸>
-
네살에 열병을 앓고 여덟살에 지능이 멈추어버린 엄기봉씨는 올해로 마흔세살이 되었다.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인 그가 KBS <인간극장>의 주인공이 된 것은, 여든을 넘긴 노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며 살기 때문이다. 시골 마을에서 날품팔이를 해 번 돈을 들고, 어머니를 위한 음식을 들고 마을을 한걸음에 내달리는 기봉씨의 이야기는 <인간극장>으로 화제를 낳은 데 이어 책(<맨발의 기봉이>)과 영화로 만들어졌다.
남해 근처 다랭이 마을에 사는 기봉(신현준)은 팔순의 노모(김수미)를 극진하게 모시는 효자다. 정신연령이 여덟살에 멈춘 그는 이제 마흔살로, 엄마에게 줄 음식을 들고 맨발로 마을을 뛰어다니곤 한다. 엄마가 이가 약해져 음식을 잘 못 씹는다는 얘기를 들은 기봉은 틀니를 해드리기로 마음먹는다. 마을 이장 재선을 노리는 백 이장(임하룡)은 마을의 스타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기봉이를 하프 마라톤 대회에 내보내기로 한다. 기봉의 코치를 자청한 그는 기봉에게
과욕을 부리지 않은 감동, <맨발의 기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