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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저지, 스크린쿼터 사수!” 4월27일 민예총(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과 전북도민운동본부가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민예총은 “개막식 행사에 영화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할 것 같아서, 피켓 시위를 하기로 계획했다. FTA 협정은 물론, 문화와 쌀을 미국에 팔아넘기는 현 정부의 정책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낮 민주노동당의 김민아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영화의 거리 메가박스 앞에서 스크린쿼터 사수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전주에서도 스크린쿼터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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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아직은 '영화제'보다 '비빔밥'을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전주의 대표적인 한정식집 가운데 하나인 '고궁'은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순 전주영화제와 풍남제, 전주 대사습놀이 전국대회를 찾았다가 전주 전통비빔밥을 맛보러 온 손님들로 붐빈다. 따뜻하게 데운 유기그릇에 담긴 밥 위에 매콤달콤한 육회와 각종 나물, 견과류, 전라도 특산물인 황포묵과 손맛으로 빚은 고추장이 화려하게 토핑된 전통비빔밥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한다. 하지만 마음이 급하다고 숟가락부터 들지는 말자.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비빔밥은 젓가락으로 나물과 밥을 잘 섞어야 으깨지지 않고 맛을 살릴 수 있다. 향긋한 북어 더덕구이나 고소하고 담백한 녹두전 등 일품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양을 조금 줄인 미니 비빔밥을 함께 먹는 방법도 있다. 도립국악원에서 큰길 따라 오른쪽으로 100여 미터 내려가면 갈색 벽돌 건물이 보인다. (063-251-3211~3)
[전주맛집] 전주하면 역시 비빔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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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비트 Police Beat
로빈슨 드버 | 미국 | 2005년 | 81분 | 시네마스케이프
백인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캠핑을 떠난 뒤, 세네갈 출신의 흑인 경찰 Z는 익사체와 죽은 새, 살해 당한 누군가의 시체를 처리하고, 정신 나간 노인을 바다에서 끌어내는 등의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강박적으로 여자친구의 배신을 상상한다. 연락이 두절된 여자친구는 며칠 만에 메시지를 남기며 여행이 즐겁다거나 여행을 연장한다는 소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Z의 세상은 그녀의 말 한마디에 밝아지거나 암흑 속에 잠긴다.
범죄를 다룬 동명 칼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폴리스 비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그 소재와 결과물의 간극이 빚어내는 이질성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충돌하는 매력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에릭 사티의 피아노곡과 에이펙스 트윈의 일렉트로니카가 공존하고, 대낮의 노상강도나 극악한 살해현장이 뮤직비디오처럼 묘사된다. 유유자적 자전거를 타고 창백한 바닷가
필름 코멘트가 꼽은 ‘최고의 미개봉작’, <폴리스 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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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점핑 페어:2006 토리노로 가는 길 Ski Jumping Pairs:Road to TORINO 2006
마시마 리치로, 고바야시 마시키 | 일본 | 2005년 | 81분 | 영화궁전
마시마 리치로의 2002년작 <스키 점핑 페어스>는 레스페스트 디지털영화제 같은 발랄한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5분 남짓한 이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은 두 사람이 하나의 스키를 타고 점핑 묘기를 펼치는 가상의 스포츠를 소재로 한다. 대회에 출전한 몇 개의 팀이 괴상한 묘기를 펼치는데, 그 황당함과 그를 중계하는 아나운서의 진지한 멘트가 웃음을 자아낸다. 이 애니메이션이 크게 인기를 끌자 마시마 리치로는 이후 몇 개 시리즈를 더 만들었다. 그리고 급기야 (실제로는 없는) 이 이상한 경기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가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스키 점핑 페어:2006 토리노로 가는 길>이다. 영화는
진지한 거짓말, <스키 점핑 페어:2006 토리노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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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활동 Throw the Cross Away
오점균 | 한국 | 2006년 | 97분 | 한국영화의 흐름
급하게 사랑을 나누고 싶은데 공간이 마땅치 않아 거리를 헤매고, 골목을 뒤진 적 있는가. 오점균 감독의 단편 <생산적 활동>(2003)은 20대 초반의 가난한 연인이 섹스할 곳을 찾기 위해 도시 순례에 나선다는, 그리고 두 연인의 애정행각이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활력을 던져주는‘생산적 활동’임을 증명한 바 있다. “2년 뒤 같은 모티브와 타이틀을 빌려와 만들었다”는 장편 HD영화는 이번엔 ‘생산적 활동’을 향유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결국엔 치러야 하는 고통에 좀더 관심을 둔다. 결혼 3년 차의 가정주부 미유. 그녀는 아이를 갖고자 하는 남편 재성과 사이가 좋지 않다. 미유가 친구가 운영하는 결혼 상담소에 취직한 뒤로 이들 부부의 사이는 더욱 악화된다. 결혼상담소에서 우연히 만난 자동차 판매원 동휘와 사랑에 빠진 미유는 결국 이혼을 결심하고, 동휘와 동
인위적인 사회적 관계에 대한 불신과 비난, <생산적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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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거울 Magic Mirror
마뇰 드 올리베이라 | 포르투갈 | 2005년 | 137분 | 시네마스케이프
어거스티나 베사 루이자의 3부작 <불확실성의 원리> 중 두번째 소설인 <소울 오브 더 리치>를 각색한 작품. 감옥에서 갓 출소한 루치아노는 형 플로리다의 도움으로 알프레드 부인의 저택에서 일하게 된다. 알프레드 부인은 나이차가 많이나는 남편과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종교에 몰두하고, 신부와 신학 교수들과의 만남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날 헤셸 교수는 알프레드에게 성모 마리아도 부자였을 거라는 말을 하고 그녀는 성모 마리아를 접견하기 위해 기다리기로 결심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루치아노는 알프레드의 소망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거짓 계획을 꾸민다. 그와 피아노 조율사 필립은 한 여자를 고용하고 그녀를 성모 마리아로 변장시킨다. 하지만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알프레드의 몸은 쇄약해져간다.
<토킹 픽쳐>
삶과 죽음, 종교, <마법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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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게 아니었어 Not Exactly the Life I Dreamed of
감독 미쉘 피콜리 | 프랑스 | 2005년 | 75분 | 시네마스케이프
언제나 슬픈 표정으로 남편을 좇는 아내는 남편이 식사하는 접시에 이런 문구를 남긴다. “두 명의 여자가 있는 남자는 영혼을 잃을 것이다.” 아내와 정부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남자가 맞닥뜨리는 이상한 결말을 다룬 미쉘 피콜리 감독의 본업은 배우. 고다르의 <경멸>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2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루이스 브뉘엘, 코스타 가브라스, 알랭 레네, 아녜스 바르다, 르네 클레망, 클로드 샤브롤 등의 거장과 작업한 바 있다. <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는 <어둠 속의 도약>(1980)으로 칸영화제, <이상한 사건>(1982)로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피콜리의 다섯번째 연출작이다. 본가와 정부의 집을 모두 관리하느라 누구보다 분주한 가정부의 표정은
코믹하지만 왠지 서글픈, <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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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과 열정을 연결하는) 그 다리가 없으면 우리는 모두 의미없는 조각들, 절반은 수도승이고 절반은 짐승인 채 인간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부서진 아치들일 뿐이다. (중략) 단지 연결하라! 그녀의 설교는 그게 전부였다. 산문과 열정을 연결하라. 그러면 그 양쪽이 모두 고양되고, 인간의 사랑은 정점에 이르게 될 것이다. 다시는 조각난 삶을 살지 말라.” - <하워즈 엔드> 중에서
<인도로 가는 길>과 더불어 포스터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하워즈 엔드>(Howards End, 1910)는 계급의 전쟁을 그린 소설이다. 전원 저택 하워즈 엔드가 상징하는 ‘영국’을 누가 상속할 것인가를 놓고, 식민지에서 부를 축적한 산업자본가 윌콕스가와 진보적 중류층 슐레겔 자매, 중산층의 문화를 동경하는 도시 근로자 레너드 바스트가 보이지 않는 투쟁을 벌인다. 결국 하워즈 엔드는 물질과 문화, 전원과 도시를 ‘연결’하려고 애쓴 마가렛의 손을 거쳐 헬렌과 레너드의 사생아에
E. M. 포스터를 아시나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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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방>? 아, 그거 영화로 봤지. <오만과 편견>이랑 원작자가 같은 것 아냐?”
따지고 보면 다 영화 때문이다. 우리가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인도로 가는 길> <모리스>의 원작자 E. M. 포스터(1879∼1970)를 한 세기 앞선 제인 오스틴이나 뉴욕에서 태어난 헨리 제임스 심지어 <남아있는 나날>을 쓴 가즈오 이시구로와 혼동하게 된 것은. 우선 그들이 창조한 남녀는 대체로 약혼과 결혼을 둘러싼 소동을 빈번히 일으키고, 유산을 놓고 갈등하며, 이탈리아 여행지에서 인생의 의미를 각성하기 일쑤다. 부풀린 스커트 자락과 티파티, 녹색 장원의 이미지는 이방 관객이 그들의 작품을 한 덩어리로 기억하도록 현혹한다. 세월이 흘러 영국 중산층의 계급성과 완고한 매너도 유적이 된 지금, 문학도가 아닌 우리에게 그들을 분별하는 과제는 얼 그레이와 다르질링 홍차의 구별만큼이나 긴급할 게 없다.
E. M. 포스터를 아시나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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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흘린 침은 내일 흘릴 눈물이다.” 생소한 격언이 책상 앞에 붙어 있다. 공포연작영화 <어느날 갑자기-4주간의 공포> 중 2편 <D-day>의 공간은 대입 재수생들을 위한 기숙학원이다. 4인용 침실 겸 공부방과 복도, 교실 등이 대전영상특수효과타운 내에 지어졌다. 2층 침대는 안락하기보다 싸늘하게 생겼다. 아래칸에 룸메이트 네명이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앉아 소곤거린다. “대학 가면 뭐하고 싶어?” “얼굴 다 고치고 지방흡입할 거야.” “왜 재수했어?” “우리 집은 최고가 아니면 안 되거든.” “정말 공부는 왜 하는 걸까?” 각자 개성을 가진 네 캐릭터들은 지극히 입시생다운 대화를 나눈다. 장편 데뷔를 치르는 김은경 감독은 “<여고괴담> 시리즈에 의지한 것은 아니다. 여고생들의 감성에 애초 관심이 많았고, 기숙학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비현실성에 굉장히 끌려 이 대본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직접적인 착상 계기는 몇년 전, 원생들 대부분이 사망했다는
재수생의 강박, 공포가 되다, <어느날 갑자기>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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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병원 복도 의자에 한쌍의 남녀가 앉아 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잠이 든 남자는 자연스럽게 여자의 어깨에 기대고, 여자는 그런 남자의 의지가 싫지 않은 눈치다. 로맨틱한 청춘영화의 한 장면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잠깐. 꾀죄죄한 점퍼에 추리닝을 입고 한쪽 손엔 붕대를 감은 이 남자의 맨발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사실, 바보다. 강풀의 동명만화를 스크린에 옮기는 <바보>는 천사 같은 바보 승룡(차태현)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가 목숨처럼 아끼는 세 사람이 있다. 바보 오빠를 부끄러워하는 모진 동생 지인, 승룡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으면서 그를 보살펴주는 피아니스트 지망생 지호(하지원), 그리고 거친 외향과 달리 한없이 부드러운 승룡의 오랜 친구 상수(박희운). “정상적인 몸을 가진 우리가 오히려 바보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는 김정권 감독(<동감> <화성으로 간 사나이>)은 자신의 세 번째 장편영화가 “많은 이들이 잊었던 것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우리를 돌아보게 할 바보, <바보>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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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봤던 일본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 가운데 가장 미스터리한 건 TV애니메이션인 <아따 맘마>다. 일본의 평범한 서민 가족의 일상을 그린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엄마는 지금까지 봐왔던 일본영화나 드라마 속의 여성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속된 의미로 ‘아줌마’스러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다. 뚱뚱하고 억척스럽고 수다스러우며 뻔뻔하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순풍 산부인과>에서 옆집 아줌마로 등장할 법한 캐릭터다. 뭐 그게 이상하냐 싶겠지만 일본영화나 드라마에서 한번도 이런 캐릭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봤던 일본 여성 캐릭터는 과하면 <도쿄 타워>의 여주인공, 덜해봤자 <메종 드 히미코>의 여주인공 정도로 그들은 여성스럽거나 귀엽다. 30∼40대 여성들은 언제나 상냥하고 조용하며 10∼20대 여성들은 귀엽고 사랑스럽다. 특히 그런 느낌을 강하게 주는 건 말투인데, 이게 얼마나 본래 일본어 말투와 상관관계가 있는지
[투덜군 투덜양] 옆나라의 미래가 걱정돼, <오늘의 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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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춤이라도 배워둘걸. “돈 차 위쉬 유어 걸 프렌드 워즈 핫∼ 핫∼”(Don’t cha wish your girl friend was hot∼). 휴대폰 광고에 나오는 그 노래, <돈 차>가 댄스 플로어를 달구고 있었다. 역시 플로어는 좁았고, 댄서들은 넘쳤다. 미모 한류를 일으키지는 못할지언정 자라목이라도 멋지게 돌려서 춤바람 한류를 일으켰어야 하는 건데. 주위 눈치를 보면서 슬쩍 흉내내다 어림도 없어서 혼자 피식 웃는다. 홍콩갔다 방콕하고 있다. 타이의 새해, 쏭크란을 맞아 푸미폰 국왕께 새배하러 왔다.
방콕은 내게 ‘생활의 중심’이다. 방콕 생활의 중심은 클럽 생활. 방콕에 오면 같은 클럽에만 간다. 거기서 자주 ‘플레이’되던 음악은 추억의 노래가 됐다. 대중가요의 다른 이름은 유행가 아니던가. 흘러간 유행가를 들으면 그 시절 그분들이 떠올라서 콧등이 시큰해지게 마련이다. 나의 방콕 유흥가 데뷔 시절의 ‘주제가’는 로열 지골로스(Royal Gigolos)의 <
[이창] 추억의 국적성, 고통의 계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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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이미지의 기억들이 있다. 세살 때 봤던 김포공항 상공 위의 불꽃놀이의 영상, 산타클로스로 변장한 미군 병사가 과자를 나눠주던 모습, 거적때기 위에 앉아 구경하던 유랑극단의 공연. 하지만 내가 실제로 봤다고 믿는 이미지들 중에는 정체가 수상한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동네에 살던 무당이 굿을 하는 장면. 내 기억 속의 그녀는 무릎 아래가 잘린 채 피를 줄줄 흘리며 장단에 맞춰 미친 듯 춤을 추었고, 그 집 뒷마당에서는 연탄화덕에 얹은 커다란 양은 솥 속에서 그녀의 잘린 두 다리가 삶아지고 있었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삶은 다리에서 나는 역겨운 냄새까지 기억한다.
어머니가 어린 시절에 목격한 것 중에도 이상한 것이 있다. 어머니가 살던 마을에 귀신 들린 집이 있었는데, 귀신 들린 집이라 그런지 그 집 남정네들은 6·25 때에 모두 몰살당하고 과부만 남았다고 한다. 어쨌든 그 집 귀신들은 장난도 심하여,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그 집 옆 미루나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이미지의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