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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한동안 그 여자만을 떠올리지만, 서서히 남쪽 생활에 젖어들면서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결혼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는 북한에서 사랑했던 그 여자가 남한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분단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귀에 익은 이 이야기의 배경은 3·8선 획정 때일 수도, 한국전쟁 당시 ‘바람찬 흥남부두’일 수도 있다. 분단이라는 상황이 낳은 이 의도치 않은 삼각관계는, 하지만 과거완료형이 아니다. <국경의 남쪽>은 시간차로 북한을 빠져나온 ‘탈북자’ 남녀를 통해 이같은 관계를 현재진행형으로 보여준다.
관현악단 호른 연주자 김선호(차승원)는 평양의 평범한 중산층이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했다고 ‘기록’된 할아버지 덕에 남부럽지 않은 형편을 누리고 있으며, 부모님과 누이 부부와도 그럭저럭 화목하게 살고 있는데다 “성격도 얼굴도 동치미처럼 쩡하고 시원”한 여성 연화(조이진)와 목하 열애 중이니,
엇갈리는 사랑의 슬픔, <국경의 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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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자와 ‘사랑’을 통해 교감한다고 생각한다. 그 앞에서는 국경도 인종도 사라진다는 이 단어는, 사실 무수한 오해로 겹겹이 쌓여 있다. 주체가 타자를 온 힘을 다해 사랑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타자는 너의 사랑은 나에게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때로는 서로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일한 테두리 안에서 공명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하기도 한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콘스탄트 가드너>는 바로 그렇게 다른 곳을 바라보던 연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그녀가 바라보던 곳이 어딘지 알기 위해 먼 길을 떠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케냐 주재 영국 대사관인 저스틴(레이프 파인즈)이 젊고 아름다운 아내 테사(레이첼 바이스)를 공항에서 배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부부는 더없이 애정어린 눈빛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며 이틀 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그러나 저스틴에게 돌아온 것은 아름다운 아내의 따뜻한 육신이 아니라 잔인하
사랑을 지키기 위한 외로운 싸움, <콘스탄트 가드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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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은 청소년 유해시설이 아니다”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대전지방법원 행정부는 4월26일 백모씨가 대전 동부교육청을 상대로 낸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 영화관 시설금지 해제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백씨의 승소를 판결했다. 사건은 대전시 동구 가오동의 한 대형 할인매장에 백씨가 복합 상영관을 설치하려고 하면서 시작됐다. 동부교육청은 이곳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하 정화구역)에 속하므로 학생들을 위해 영화관 설치를 불허했고, 백씨는 소송으로 대응했다. 정화구역은 학교보건법 제6조에 의해 규정되는 ‘학교를 기준으로 200m 범위 내에는 학습과 학교 보건위생에 유해한 시설은 지을 수 없다’는 개념이다. 숙박업소, 유흥업소, 도박장, PC방, 노래방, 영화관이 이에 해당하고 관할 자치단체장은 이러한 시설을 추가로 확대, 규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판결은 영화관이 청소년 유해시설로 분류되는 법조항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재판부는 “영화는 문화적 욕구를
[충무로는 통화중] “영화관, 청소년 유해시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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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주화운동이 스크린을 통해 조명된다. 6월 중순부터 촬영에 들어갈 <화려한 휴가>(가제·제작 기획시대)는 1980년 5월18일부터 10일 동안의 ‘해방 광주’를 보여주는 영화다. 장선우 감독의 <꽃잎>이나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개인사를 중심에 놓고 광주를 다룬 것과 달리 <화려한 휴가>는 장렬하게 계엄군에 맞섰던 시민군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면서 광주 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화려한 휴가>는 동생을 시위 현장에서 잃은 택시운전사와 택시회사 사장, 그리고 사장 딸인 간호사를 주축으로, 민주화 대열에 동참한 다양한 성격과 직업의 시민군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다중 주연 영화다. 이수남 프로듀서는 “분명 주인공은 존재하지만, 5∼6명의 조연도 주연과 맞먹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택시회사 사장 역할은 안성기, 간호사 역은 이요원이 맡게 되며, 이준기, 차인표, 송재호, 이한위, 박철민도 함께 출연할
광주 민주화운동 영화로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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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5월4일부터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열리는 샘 페킨파 특별전에 참여해 강연 및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박 감독은 5월4일 오후7시에 상영을 시작하는 <가르시아>를 관객과 함께 본 뒤 대화를 나누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 저서 <박찬욱의 오마주>에서 <가르시아>에 대해 “이 영화야말로 샘 페킨파의 진정한 걸작이고 미국 B무비 전통의 개가이며, 가장 독창적인 로드무비이자, 컬트 중의 컬트, 보기 드물게 순수한 형태의 아트필름”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박 감독의 참여는 예정에 없던 것으로, 그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촬영하기 위해 부산에 머물면서 이번 특별전 소식을 듣고 전격적으로 강연을 결정했다. 한편, 5월7일 오후6시 <관계의 종말> 상영 뒤에는 오승욱 감독, 영화평론가 김영진씨, 허문영 시네마테크 부산 원장 등 3명의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세계에 대한 좌담이 열린다. <와일드 번치>
박찬욱, 샘 페킨파 특별전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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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조한선, 나문희 주연의 <열혈남아>가 최근 모든 촬영을 끝마쳤다. 조직에서 따돌림당하는 한 건달의 처연한 복수극과 의도치 않은 가족애가 어우러지는 이 영화는 지난해 12월1일 촬영을 시작한 이래 5개월간의 일정을 마치게 된 것. 마지막 촬영은 서울 신천역에 이뤄졌다. 주인공 재문(설경구)이 2002년 월드컵 당시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많은 인파 속에서 친형과도 같은 인물의 죽음을 보면서도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재문의 모습을 담았다. <열혈남아>는 월드컵이 끝난 뒤 여름에 개봉할 예정이다.
<열혈남아> 어떤 영화?
친형 같은 존재 민재와 함께 건달 생활을 해온 재문(설경구)는 실수로 엉뚱한 사람을 죽이게 된다. 그 일로 인해 민재는 상대조직의 중간보스 대식에게 살해당하지만, 복수의 악순환을 원치 않는 조직은 재문의 복수 계획을 마뜩치 않게 생각한다. 대식이 조직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인 벌교로 내려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재문은 복수를 결
<열혈남아> 촬영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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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CJ CGV가 중장년층 관객을 위한 '시니어 데이'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니어 데이' 행사란 5월 8일 어버이날을 시작으로 매월 5일, 15일, 25일에 전국의 CGV와 프리머스 극장을 찾는 50대 이상 관객 2인 중 신분증을 제시한 1인에 한하여 무료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할인 혜택을 주는 것. 극장 CJ CGV쪽은 이 행사를 내년 12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CGV 중장년층 위해 할인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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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제작 MK픽쳐스, 감독 최호)이 같은 주에 개봉한 두 편의 맞수 <맨발의 기봉이>와 <도마뱀>을 제치고 4월 마지막 주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4월 27일 개봉한 <사생결단>은 30일(일)까지 서울 관객 37만명을 불러 모아, 28만명의 <맨발의 기봉이>와 13만 3천명의 <도마뱀>을 앞섰다. 한편 배급사 자체 집계에 따르면 개봉 이후 <사생결단>의 누적 관객수는 서울 24만, 전국 80만 7천명이었다. <사생결단>은 국제통화기금(IMF)시기 부산을 배경으로 악질 형사(황정민)와 영악한 범죄자(류승범)가 동료가 되어 벌이는 마약 탐문 수사극이다.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제한에도 불구하고 1위를 고수한 것이 특기할 만한다. 한편 배급사 집계에 따르면 <맨발의 기봉이> 전국 62만명이었다. 이 영화는 4월29일 청와대에서 상영한 여파를
사생결단 박스 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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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CGV가 어린이날을 맞아 4월 29일(토)부터 5월 7일(일)까지 'IMAX 3D 행사'를 연다. 두 편의 아이맥스 3D영화 <판타스틱 애니월드>와 <공룡 티렉스>의 모든 관람객에게 2000원씩 할인해주는 행사다. 기간 내 홈페이지 예매 또는 극장 현장 구매 모두 할인혜택이 가능하다. <판타스틱 애니월드>는 각종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공룡 티렉스>는 어린 소녀가 공룡들의 시대안으로 들어가 모험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아이맥스 애니메이션 두 편 할인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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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스폰지하우스 압구정(옛 씨어터 2.0)에서 5월 17일(수)부터 28일(일)까지 ’서울에서 즐기는 칸 화제작 만찬 영화제’가 열린다. 그동안 영화사 스폰지가 수입 배급한 칸 영화제 수상작 및 경쟁진출작 10편을 상영하는 행사다. 2004년 개막작 <나쁜 교육>, 여우주연상 수상작 <클린>, 각본상 수상작 <룩앳미>, 경쟁작 <에쥬케이터>, 2005년 황금종려상 수상작 <더 차일드>, 감독상 수상작 <히든>, 개막작 <레밍>,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브로큰 플라워>, 경쟁작 <돈컴노킹>, <라스트 데이즈>등이 상영된다.
서울에서 즐기는 칸 화제작 만찬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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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스 Mrs.
제제 다카히사/ 일본 /2005년/ 97분 / 시네마스케이프
‘핑크영화 사천왕’이라는 꼬리표를 언제나 달고 다니는 제제 다카히사의 근작. 10년 전 일본에서 벌어진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이번 영화는 죽어서야 손에 넣을, 두 여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다. 만취한 채 택시를 잡아탄 아키는 얼마 뒤 자신이 쇠사슬에 묶여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을 옭아맨 이가 유코임을 알고서 아키는 당황하고, 유코는 무죄 선고를 받은 아키에게 자신의 아들을 왜 죽였는지 캐묻는다. 법 대신 아들의 죽음을 앙갚음하려는 여자의 복수극처럼 운을 떼지만, <미세스>는 실은 동성애 영화다. 좁은 차 안에서 인질극이 벌어지는 동안 두 여자의 과거가 어지럽게 펼쳐진다. 제제 다카히사의 영화들이 늘 그렇듯, <미세스> 또한 두 여자의 과거를 친절하게 내주지 않고 인정사정 없이 토막내서 뒤섞는다. 풀기 어려운 실타래나 맞추기 어려운 퍼즐 같아 일찌감치 낭패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
죽어서야 손에 넣을, 두 여자의 지독한 사랑, <미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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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The Gaze
세피데 파르시/이란/2005년/83분/인디비전
파리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에스판디어는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아무것도 볼 수 없기 전에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고자 그는 귀향을 결심한다. 마침 집에서는 그의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보내온다. 떠나온 뒤 단 한번도 들르지 않았던 테헤란으로 향하는 에스판디어. 그러나 돌아온 아들을 맞는 것은 마음을 활짝 연 환대가 아니라 여전히 풀리지 않은 갈등들이다. 한때 에스판디어가 사귀었던 연인은 아버지의 후처가 되어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아들의 추궁에 아버지는 ‘사랑’이라고 답한다. 언쟁 끝에 아버지는 그가 도착한 이튿날 세상을 떠나고, 동생은 아버지가 그에게 물려준 유산을 탐낸다. 이제는 어머니가 된 연인에게는 말을 걸 수 조차 없다. 집에 돌아왔지만, 그는 여전히 이방인임을 느낀다. 에스판디어의 눈이 점점 어두워질수록 <시선>은 그가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호메이니 정권의 폭압에 대한 우회적 비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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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앤 비컴/ Live and Become
라두 미하일레아누/ 프랑스, 이스라엘/ 2005년/ 144분/ 영화궁전
에티오피아 유태인 귀환 프로그램에 일환으로 이스라엘 백인 가정에 입양된 흑인 소년 솔로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리브 앤 비컴>은 일종의 성장영화다. 사실 솔로모는 기아를 피해 유태인으로 위장하여 이스라엘에 정착했다. 그의 친엄마는 저주받은 땅에서 아들을 탈출시키며 말한다. “Live and become!” 그를 입양한 프랑스계 유대인 가정은 화목하고 양부모는 사려깊어서 그는 무리없이 살아남는다.(live)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흑인 유태인을 포용하려는 온전주의자와 “저주 받아 흑인이 된 노아의 아들 함이 흑인의 조상”이라고 믿는 근본주의자, 위장한 유태인을 엄격히 배제해야 한다는 보수적 민족주의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의 혼란은 커져간다. 영화는 솔로모가 자신의 존재를 둘러싼 질문에 답하며 무엇인가 되어가는(become) 과정
종교와 정치, 인종을 이야기하는 성장영화, <리브 앤 비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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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 COMA
공수창/ 한국/ 2006년/ 250분/ 한국영화의 흐름
인부들이 병원 지하실의 잠긴 문 앞에 섰다. 간호원이 뛰어와 그 문은 열면 안 된다고 소리치지만 아랑곳 없다. 문이 열리고, 수술실이었던 듯한 방이 시커먼 아가리를 벌린다. 간호원은 두려운 기억을 떠올린 듯 몸서리를 친다. 그리고 젊은 보험사 여직원이 병원에 도착한다. 언제부턴가 쇠락하기 시작하여 결국 문을 닫게 된 이 병원에 환자가 딱 한명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코마 상태로 누워있는 이소희는 연고도 보호자도 없는 환자다. 병원장은 보험사 직원에게 이소희의 이송을 고려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녀는 매정하고 싸늘하다.
OCN, 시오필름이 공동제작한 TV영화 <코마>는 <알포인트>의 공수창 감독의 총지휘로 제작된 공포 5부작이다. 조규옥, 유준석, 김정구 세 감독이 에피소드 하나씩을 담당하고 공수창 감독이 시리즈의 처음과 끝을 이루는 에피소드를 맡았다. 보험사 직원, 간호사, 형사, 미
퍼즐처럼 드러나는 숨겨진 진실, <코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