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똑같은 학교와 직장과 거리를 오가며, 늘 같은 꿈을 꾼다. 언제가는 새 출발을 하고 말 거야!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생의 지각변동은 쉽게 오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결과를 알 수 없는 지진을 일으키기란 쉽지 않다. 아마도 그것이 예술가와의 차이점일 것이다. 이야기와 그 전달 방식과 테마를 매번 바꿔야 하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 감독은 특히 매 작품이 새 출발일 것이다. 한 작품 끝나기가 무섭게 새 출발을 향해 기지개를 켜는 이 사람들만큼 과거와의 이별이 일상인 이들이 있을까. 그들의 화려한 과거에 우리는 아직 취해 있는데 벌써 저만큼 성큼성큼 가버린 이들이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 출발을 시작한 감독 셋을 만났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박찬욱, <그 놈 목소리>의 박진표, <라디오 스타>의 이준익. 세상을 호령하던 금자씨와 은하와 공길이의 목소리가 아직 곁에 머무는 것 같은데 벌써 새 애인을 꿰찬 그들. 그들은 얄밉도록 새 애인에게
화제의 감독들 신작 엿보기 [1] - 박찬욱
-
전통적인 극장 비수기가 끝나는 4월의 마지막 주말 한국영화 흥행 삼파전이 시작된다. 27일 동시에 개봉하는 〈도마뱀〉 〈맨발의 기봉이〉 〈사생결단〉은 모두 50억~60억원대의제작비와 상영관 300개 안팎의 엇비슷한 조건으로 치열한 접전을 예상하게 한다. 〈도마뱀〉은 실제 커플인 강혜정·조승우의 캐스팅으로 제작 초반부터 화제를 일으켰고 〈맨발의 기봉이〉는 흥행작 〈가문의 위기〉 팀 배우들이 다시 뭉쳤으며, 〈사생결단〉은 지난해 상종가를 친 실력파 배우 황정민과 류승범이 ‘짝패’를 이뤄 관심을 모은다.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세 영화의 제작사는 경쟁작들의 가편집본을 이미 시사회 전에 돌려보고 각각 겨냥하는 관객층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들어 조금은 ‘안심’했다는 후문이다.
도마뱀 실제 연인 조승우·강혜정 내세워 20대 공략
세 영화가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시기적인 이유가 크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극장에 다시 관객이 몰려드는 5월10일부터 〈미션
[주말 극장가] 내일 동시개봉 한국영화 ‘흥행 3파전’
-
2005년 10월 그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일년 전 스크린에서 보았던 그녀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때론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마치 쓰네오에게 투정부리듯 또 어떤 때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일년 후〉를 읽는 것처럼 나지막한 말투로 얘기를 한다.
2004년 10월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나에겐 특별한 영화다. 매번 남들이 말하는 좋은 영화, 꼭 봐야 된다는 영화를 수입해서 개봉했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실망할 수준이었다. 미리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인터넷에 찬사의 글을 올렸지만 그건 영화의 흥행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남자주인공 역을 맡은 쓰마부키 사토시가 방한했을 때야 겨우 “음, 이 영화가 손해는 보지 않겠구나” 안심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영화를 보면 항상 내가 한 일이 아닌데, 계속 조제와 헤어진 쓰네오처럼 그녀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조제가 잘
[스크린 속 나의 연인] 이케와키 치즈루
-
일요일이었던 지난 23일. 저녁을 먹으러 광화문에 갔다가 교보빌딩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서 있는 젊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에서 나온 1인 시위대로, 중부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생회장 최승완씨였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두달 전 연예인 전문 사진작가 김중만씨의 1인 시위를 끝으로 영화인대책위 1인 시위 취재를 잠정적으로 접은 터라 미안한 마음에 움찔하며 눈길을 피했다.
영화인대책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빌미로 문화 침략을 노골화하고 있는 미 정부 규탄과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지난 2월4일 영화배우 안성기를 필두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촛불문화제나 대규모 장외집회가 있었던 2월8일과 17일, 4월1일과 15일을 제외하고 매일 1~2명의 영화인들이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1인 시위 초반, 박중훈·장동건·최민식·전도연·강혜정·김주혁·이준기·문소리·박해일·황정민·김혜
[팝콘&콜라] ‘146일’ 그날까지 1인 시위는 계속된다
-
-
〈사생결단〉은 배우 류승범(26)의 성인 신고식처럼 보이는 영화다. 교복 연기는 한번도 한 적이 없고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는 어엿한 경찰이었지만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에는 성장의 통증을 앓는 소년성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허망한 야심일지언정 스스로 완결한 세계 안에서 살며 바깥세계와 거래하고 때로 협잡하며 싸우는 〈사생결단〉의 상도는 어른이다. 20일 삼청동에서 만난 류승범은 “과연 배우라는 게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직업인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이 직업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미와 모험의 세계에서 자유자재로 ‘놀던’ 소년이 이제 치열한 생존경쟁과 승부의 세계로 들어선 것, 즉 성인배우 류승범이 된 것이다.
본능은 계산을 동반한다
지금까지 류승범의 연기평에는 정규적인 연기수업을 받지 않았다는 경력에 “본능적인 순발력” “놀라운 자연스러움” 같은 찬사가 덧붙여지곤 했다. 그저 칭찬이라고 여겨졌던 이 말들이 이제 무섭다고
<사생결단> 주연 류승범, 성인배우로 본격 신고식
-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들이 예년에 비해 월등히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4월 27일 현재 예매율은 49.1%. 전주영화제 역사상 최고 예매율을 경신했다는 작년 개막일과 비교해도 10% 이상 높은 수치다. <오프사이드>(개막작), <디지털 삼인 삼색>, <연애의 기술>, <혼몽>+<마법사들> 등의 매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53회분이 매진된 상태. 섹션별 매진율은 고른 편이다. 특히 단편 영화들의 인기가 높아 <홈커밍>, <곤충의 집>, <코마> 등은 2회 매진을 기록했다. 대중성이 약하다고 생각됐던 <영화보다 낯선>과 <로컬 시네마 전주>가 의외의 반응을 얻고 있음도 주목할 만 하다. 전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감독들의 작품을 모은 <로컬 시네마 전주>는 2회 매진을 앞둔 상태다.
전주영화제 역사상 최고 예매율 경신
-
"영화제 키드에요." 전주영화제 사무국 직원은 이동현씨를 이렇게 소개했다. 지프지기(전주영화제 자원봉사자)매니저를 맡고 있는 이동현씨는 지프지기의 모집, 선발부터 관리와 배치까지를 두루 담당한다. 2004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학교까지 휴학하고 서울여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산영화제 등에서 스탭으로 일하며 영화제에 '올인'해 왔다. "작년 전주영화제에 관객으로 왔을 때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정말 친절해서 깜짝 놀랐고, 도대체 어떻게 교육을 받는지 궁금했어요." 결국 부산영화제가 끝난 뒤 전주영화제에서 스탭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전주에 와서 일단 방부터 얻고 지원서를 냈다고 한다.
"전주영화제는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해주기 때문에 다양한 기획을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벌여놓은 일이 많을 때는 하루에 한시간도 못 잤는데 요즘엔 세시간이나 잘 수 있다며 웃는 이동현씨에게서 피곤한 기색은 전혀 없다. 그는 전주영화제를
지프지기 매니저 이동현
-
4월 27일 오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개막식 리허설이 한창이다. 무대 뒤편에서 개막식 사회를 맡은 조재현, 현영이 그들의 몫을 준비하고 있다. 귀여운 수선스러움이 트레이드 마크인 현영. 그러나 잠깐 엿본 그의 태도는 조용하고 똑부러진다. “여기 제 멘트만 적혀 있는데요, 상대방 멘트도 같이 주셔야 해요. 그래야 어떻게 짝을 맞출지 생각하죠.” 영화제 스탭에게 건네받은 사회자 멘트를 본 그가 곧장 옳은 지적을 한다. “그래! 누가 이런 거야? 그리고 글씨는 왜 이렇게 커요? 내가 할아버지인 줄 알아?” 조재현이 화가 난 듯 목소리를 꾸며대며 맞장구를 친다.
“이렇게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는 전주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영화들과 접할 수 있게 하는 자리구요.” “세계적인 영화제에 불러주신 것도 영광인데 사회를 맡겨주셔서 기쁘고 설레요.” 조재현과 현영이 각각 소감을 털어놓는다. 두 사람은 전주와 이런저런 인연을 맺고 있다. 조재현은 4년 전에도 이 자리의 사회를 맡았
[인터뷰] 개막식 사회 맡은 조재현과 현영
-
이제 소비에트 연방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시기에 만들어진 소비에트 영화들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90년대 이후 계속 높아져 왔다. 예컨대 칸, 베를린, 베니스, 로카르노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들은 뒤늦게나마 각종 수상과 회고전을 통해 오랫동안 미지의 영화로 남아 있던 소비에트의 걸작들을 발굴하는 데 힘써 왔다. 그런 뜻에서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마련한 특별전 '저항의 알레고리 : 소비에트의 금지된 영화들'은 국내외 영화인들과 관객들에게 매우 뜻 깊은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10편의 영화는 흐루시초프의 유명한 스탈린 우상주의 파괴 선언에 따른 해빙 정책에 힘입어 소비에트영화가 그 미학적 절정에 달했던 60년대 초에서부터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정책이 펼쳐지기 전인 80년대 중반까지 25년여에 걸쳐 만들어진 것들로서 그야말로 “혁명 속의 혁명영화”라 불릴만한 걸작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소비에트 중앙 정부로부터 상영
[포커스] 소련이 금지한 영화 10편 상영, 소비에트 특별전
-
어린이의 순진무구한 모습을 담은 자파르 파나히의 데뷔작 <하얀 풍선>에는 키아로스타미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이후 그는 사회의 모순을 정직하게 바라보거나(<순환> <붉은 황금>) 아이를 주인공으로 다큐와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거울>)을 선보이며 출발지점으로부터 끊임없이 멀어지고 깊어지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개막작으로 초청된 <오프사이드>는 이란과 바레인의 월드컵 예선전이 벌어지는 동안, 금녀의 장소인 축구경기장에 들어가려는 소녀들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사소한 취향이 경직된 편견과 부딪히는 현장을 유머러스하게 그리면서 평범한 축구광인 이란인의 모습을 담는 그 화법이 친근하고도 새롭다.
-당신의 영화 중 이란에서 개봉한 영화는 <하얀 풍선> 하나 뿐이라던데.
=그렇다. <순환>과 <붉은 황금>은 검열을 통과할 수 없었다. <순환>은 영화의 마지막에 여자가 자동차를 타고
[인터뷰] 개막작 <오프사이드>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
-
전주국제영화제의 7번째 막이 올랐다. 지난해 전북대 문화관에서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으로 자리를 옮긴 올해 개막식에는 사회자인 조재현과 현영을 비롯해 국내외 게스트 500여명이 레드 까펫을 밟았다.
전주, 축제의 막이 오르다
-
전주영화제가 올해도 다양한 문화 공연을 준비했다. 4월28일부터 5월4일까지 영화의 거리 내 지프 페스케이드에서 각종 공연이 벌어지는데 매일 오후 2시와 4시에 시작하는 `오늘 맑음! 거리공연’은 음악과 연극, 퍼포먼스 등이 포함된 프로그램으로 거리의 악사‘캐비넷 싱얼롱즈'와 마이미스트 강정균씨 등이 참여한다. 한국과 일본의 인디 밴드들이 참여하는‘2006년 봄, 소풍’은 매일 저녁 6시에 시작하며, `3호선 버터플라이'와 `램프' 등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전주에서 다양한 공연 즐기세요
-
‘전북지역 퍼블릭 엑세스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가 전주영화제 후원으로 28일 오후 2시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린다. 이 세미나는 퍼블릭 엑세스가 갖는 민주적 소통구조로서 의미를 되새기고, 지역 사회에서 그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장낙인 소장과 박민 부소장, 이상훈 전북대 교수가 참가하여 전북지역 퍼블릭 엑세스의 현황과 과제를 논의하고 각각의 입장을 들여다본다.
전북지역 퍼블릭 엑세스 세미나 열려
-
4월27일 저녁7시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드라마 <아일랜드>의 배경음악으로 유명한 에스닉 퓨전밴드 `두번째 달'의 축하공연으로 시작한 개막식은 국내외 게스트 500여명을 포함한 2000여명의 관객이 참석한 채 진행됐다.두루마기 차림의 이경옥 조직위원장은 큰 목소리로 전주국제영화제의 7번째 개막을 선언했고,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오랜 역사를 가진 전주에서 좋은 영화와 함께 뜻깊은 시간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조재현과 현영은 재치있는 입담으로 개막식 내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민병록 위원장이 현영에게 “(키가)참 크시네요”라고 말하자, 현영은 옆에 서있는 조재현을 바라보며 “그래도 작은 고추가 맵죠”라며 응수했고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축구를 소재로 이란 내부의 문제를 은유하는 개막작 <오프사이드> 소개를 위해 무대에 선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한국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를
개막식, 전주의 밤을 밝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