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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가 최근 DVD 사업에 관한 두 가지 결정을 내렸다. 파라마운트는 6월을 끝으로 한국 DVD시장에서 철수하고 사업권을 CJ엔터테인먼트에 대행하기로 결정했다. 반대로 7월25일 HD-DVD 타이틀 10종을 선보이며 새로운 DVD시장에 적극 동참할 방침이다. 한편으론 DVD 시장의 몰락을 보여주는 절망적 사건으로, 다른 한편으론 새로운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는 희망으로도 보이는 사건이다. 일단 전반적인 무게중심은 절망쪽에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건용 이사는 “정말 비정상적이다. 홈비디오 시장이 렌털을 합쳐서 1천억원 규모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쇼박스 정태성 상무는 “한국영화의 부가판권 문제는 일개 회사에서 대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시장이 원래 규모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마당에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제작·투자 방면에 비하면 이 분야는 심각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시네마서비스 김인수 대표는 “VHS 렌털시장의 생명력도
2006 한국영화 상반기 결산 [3] - 부가판권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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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모어 코리안 무비!” 올해 칸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한 일본 바이어가 한국 배급사 직원에게 농반진반으로 던진 이야기는 현재 일본시장에서 한국영화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한동안 한국영화의 ‘제3의 자금원’ 역할을 해왔던 일본시장이 올해 상반기 들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들이 일본 수입사끼리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백만달러의 미니멈개런티를 받으며 귀하게 모셔나갔던 게 불과 지난해 사정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최근의 경향은 이상징후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한때 한국영화는 ‘엔화를 벌어들이는 황금거위’처럼 보였다. 지난해 칸 마켓은 그 절정이었다. <외출>이 700만달러, <형사 Duelist>가 500만달러, <괴물>이 470만달러(투자액 120만달러 포함), <야수>가 400만달러, <아파트>가 200만달러의 미니멈개런티를 받고 선판매됐다. 칸영화제 전후로도 <청춘만화>가 520만달러를
2006 한국영화 상반기 결산 [2] - 해외진출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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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는 “올해 데뷔 못하는 감독이나 노는 스탭은 바보”라는 말이 농담처럼 나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를 시작한 1992년부터 개봉작 기준 한국영화가 연간 100편을 넘긴 경우는 없었다. 2006년 상반기 개봉작만 47편. 연초 대두된 ‘100편 제작’의 소문은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자금 유입은 풍부하고 제작 열기도 가득하니 한국영화는 승승장구 중일까. 속사정은 좀 다르다. 입도선매로 제작비를 더해주던 일본시장은 싸늘히 식어버렸고, 배급시장은 과잉 경쟁의 징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편당 수익률은 갈수록 나빠지고 부가판권 시장은 회생의 기미가 없다. 도약과 퇴락의 갈림길, ‘연간 100편 제작시대’에 들어선 한국영화를 살펴본다.
제작편수 급상승에도 관객동원, 배급, 수익성 등 전반적 불안
우려는 현실이 됐다. 6월30일까지 개봉한 한국영화는 모두 47편. 월드컵 특수 때문에 6월 개봉작이 적었던 상황에도 상반기에 개봉한 한국영화는 50편에 육박했다. 늘 하반기 개봉작
2006 한국영화 상반기 결산 [1] - 투자·제작·배급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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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전쟁터를 누비고 세기의 권력가들과 인터뷰
1980년 이란인들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간섭에 반발하며 미국인들을 인질로 붙잡아두는 사건이 발생하자, 알퍼트는 곧장 이란으로 건너갔다. 다른 방송사들이 대사관에 카메라를 고정시켰던 반면, 그는 뒷골목과 시장들을 누비며 인질 사건에 대한 이란인들의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는 그가 찍은 영상물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그는 당시 이란에 머물렀기에 구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곧바로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할 수 있었다. “뒤늦게 출발한 다른 기자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올 수 없었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사막을 통해 걸어가기로 했다. (웃음)” 그것만이 아니다. 1991년 걸프전쟁이 발발하자 알퍼트는 집중 폭격의 대상이었던 바그다드로 걸음을 옮겼다. “당시 사담 후세인쪽에서 서안(한?)을 보내 촬영 금지 사항들을 전달했다. ‘찍으면 안 된다’투성이였다. 나는 이
비디오 저널리스트 존 알퍼트를 만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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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EIDF)이 올해로 3회째를 맞아 감독회고전을 준비했다. 회고전의 주인공은 존 알퍼트(58) 감독. 그는 홀로 ENG카메라를 짊어지고 뉴스가 있는 곳은 어디든 누비고 다니는 비디오 저널리스트이다. 알퍼트는 지난 44년 동안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과 세기의 권력가들, 나아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까지 하나로 묶을 수 없는 다채로운 소재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EIDF쪽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난 것은 6월11일 오후. 지금까지의 경력이 입증하는 왕성한 활동력 때문일까, EIDF쪽의 행사요원은 알퍼트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호텔 헬스장에 가서 몸을 풀었다고 귀띔했다. “헬로.” 그는 먼저 인사말을 건넨 뒤 모자를 벗으며 악수를 청했다. 한때 고집스러운 검은색이었을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가고 있었지만, 그의 손은 아직도 따뜻하고 단단했다. “알퍼트는 사람들에게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하는 천부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인 담화이거
비디오 저널리스트 존 알퍼트를 만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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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는 필름의 대안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새 매체
<코마>의 제작진이 찾아낸 것은 한정된 시간과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뽑아내기 위한 제작 방식이다. <코마>의 이야기는 폐쇄된 병원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진행된다. 적절한 로케이션만 구해진다면 비용과 시간의 절감은 저절로 따라올 수 있는 제작친화적인 이야기라는 의미다. 시오필름은 전국을 수소문한 결과 리모델링 직전의 병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전남 남원의 호성병원은 11층의 거대한 덩어리였고, 마치 <코마>를 위해서인 양 모든 것이 음산하게 비워져 있었다. 이곳에서 제작진은 2005년 6월부터 5개월 동안 촬영에 돌입했다. 제작진은 120여명의 스탭진을 40명씩 세개의 팀으로 분리해서 운용하는 방식을 택했고, 각 팀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연출하는 감독의 지휘하에 따로 촬영을 마쳤다. 그에 더해 <코마>가 예산을 절약하면서도 케이블 시리즈에 맞는 적절한 미학적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5부작 공포시리즈 <코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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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수술실의 문이 열린다. OCN과 시오필름이 공동으로 제작한 5부작 공포시리즈 <코마>가 오는 7월21일부터 OCN에서 방영을 시작한다. <코마>의 무대는 10년 전 사라진 소녀의 원혼이 구천을 떠도는 폐업 직전의 종합병원. <알포인트>의 공수창 감독과 세명의 신인감독들은 시청자를 위해 어긋한 태피스트리 같은 공포의 퍼즐을 준비해놓았다. 소녀의 원혼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소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5개의 작품이 하나의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코마>는 극장용 공포영화의 관습을 TV에 접붙이려는 대담한 시도이며, 케이블 채널의 기획력과 충무로 인력의 만남이 보여주는 어떤 미래상이다. 케이블TV용 5부작 공포시리즈 <코마>의 전모를 살펴보자.
폐쇄된 지하 수술실의 문이 열리면 오래된 공포가 찾아온다. OCN과 시오필름이 공동으로
5부작 공포시리즈 <코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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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2월 걸프전. 당시 미 국방장관이었던 딕 체니는 사우디 사막에서 폭탄 조립 부대와 인터뷰 도중, 이라크를 폭격할 2천파운드짜리 폭탄 위에 “사담에게, 감사하며(with appreciation). 딕 체니”라고 썼다(<뉴욕타임스>, 1991년 2월11일자). 전시에 개인의 몸은 국가를 대표한다. 운동경기도 국가 대항이면 선수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상징이 된다. 문제는 국민 중에서 누가 국가를 대표하는가이다. 답은 언제나 성인 남성(이성애자, 비장애인…)이다. 전쟁터에서 지휘관들은 적국을 남성 단수인 “그”라고 부르곤 한다. 걸프전은 이라크와 미국의 전쟁이 아니라 사담 후세인과 부시 대통령간의 개인적 싸움으로 묘사되곤 했는데, 체니의 낙서는 두 가지 의미로 정신분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후세인의 대결자, 다시 말해 미국 대표는 부시가 아니라 자기라는 보스(아버지) 살해의 욕망과 “사담, 네가 있어서(전쟁을 정당화하고, 무기를 팔아먹을 수 있으니) 고맙다”는 실제 감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치킨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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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가 끝나고 돌아왔더니 책상 위에 두고간 새 책이 없어졌다. 같은 자리에 두었던 역사책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귀여운 표지의 소설책만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귀여운 표지의 그 책은 페이퍼백이어서 닳아질까봐 일부러 휴가길에 들고가지 않았었다. 한달 만에 출근하다보니 일하기 싫다는 한탄만 가득하던 마음에 세상을 향한 원망마저 스미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귀여운 표지에 혹할 만한 인물과 이탈로 칼비노를 좋아할 만한 인물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용의자 리스트를 작성하여 미지의 범인에게 언젠가 같은 방식으로 복수하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같은 식으로 잃어버렸던 몇권의 책의 대가마저 치르게 하겠다고. 그러나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야 말이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수십명의 취향이 어떤지 내가 알 리가 없다.
예전엔 이렇게 화를 내지 않았었다. 집 밖으로 가지고 나갈 리가 없는 물건, 예를 들면 머리빗 같은 걸, 곧잘 집안에서 잃어버리곤 했던 나는 언제나 궁금했었다. 감쪽같이 사라진 그 물건
[오픈칼럼] 요정을 믿어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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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 지가 꽤 되었지만, 인터넷 서점의 할인율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기담집>을 이제야 읽었다. 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나는 양장이 싫다. 두꺼운 책의 양장에는 동의하지만 기껏해야 200, 300쪽의 얇은 책에 하드커버를 씌우는 것은 정말 싫다. 가지고 다니다가 흉기로 쓰기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책값만 비싸지고 책장에 꽂아두면 들쭉날쭉한 것도 싫다. 책 크기도 가급적 일정하게 몇 가지로 단순화된 것이 좋다. 책 전체가 하나의 컨셉으로 디자인되어 있다면 모양이나 크기가 좀 색달라도 인정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단순한 게 좋다. 슬렁슬렁 예쁘게 편집된 책보다는, 작더라도 글자가 꽉 차 있는 책이 좋다. 누가 뭐래도, 나는 책이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양장으로 멋부린 책은 사기가 싫다. 사더라도 한참 기회를 엿보다가 할인을 할 때 산다. 할인을 안 하면, 다른 책을 산다. 그게 다양성의 좋은 점이다.
어쨌거나 <
[B딱하게 보기] 세계는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한다, <도쿄기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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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l To The Thief>(2003) 이후 3년 만에 들어보는 톰 요크의 목소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흐느끼다가 연기처럼 흩어지곤 하는 그의 목소리가 <The Eraser>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 제멋대로라는 것이다. 라디오헤드의 프론트맨 톰 요크는 자신의 밴드가 <Pablo Honey>(1993)로 데뷔한 지 13년 만에 첫 솔로 앨범을 냈다. 최근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Hail To The Theif> 이후 멤버간의 의사소통이 이전만큼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은 바 있다. <The Eraser>는 톰 요크가 스스로 정말 하고 싶었던 음악으로만 채워진 혼잣말 같은 앨범이다.
베이스기타 사운드마저 배제한 <The Eraser>는 순수 일렉트로닉 음반이다. 몇개의 전자사운드들이 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 따위의 역할을 각각 나눠 맡고 있는데 그 조화는 어쿠스틱팝이나 포크
검소한 사운드로 들려주는 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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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눈의 작은 곰이 입에 돈을 물고 있다. 작은 곰은 여고생에게 앙탈을 부리며 옷을 벗은 모습을 보여달라고 한다. 상반신을 벗은 모습까지 2만엔. “자는 건… 절대 안 돼!” 소녀의 말에 곰은 눈물을 흘리며 입에 문 돈을 흔들어댄다. 소녀는 앙증맞은 곰이 너무 귀여워 끝까지 거절하지 못한다. 이 상황의 배경은 이렇다. 서기 2050년경, 일본의 의료 기술은 눈부신 진보를 거듭, 귀여운 동물에게 자신의 뇌를 이식하는 것이 유행하게 됐다. 여성을 꼬시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도시는 헌팅을 목적으로 하는 귀여운 동물들로 넘쳐나게 되었다.
<최강여고생 마이>는 기발한 상상력과 대담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는 단편만화집이다. 99편의 단편만화들 중에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도 있고 독립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여고생을 대상으로 한 성적 상상력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것들이다. 만화에 등장하는 아줌마가 대충대충 그은 선으로 적당하게 그려버린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적 상상과 엉뚱 유머의 99가지 조합, <최강여고생 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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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타계한 극작가 차범석 선생은 생전에 3무(三無), 즉 휴대폰, 자동차, 신용카드가 없는 생활을 고수하셨다고 한다. 현대를 살면서 저 세 가지 무기(三武)가 없는 생활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일까? 나를 찾는 전화가 없고, 무이자 할부받을 일 없고, 지옥철 탈 일이 절대 없다면 한번 해보고 싶은 생활이다. 하지만 난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가 될 만한 여유가 없다. 내겐 더 빨리 걸고, 달리고, 긁고 싶은 욕구가 잔뜩 충전돼 있다. 멋진 자동차를 굴리는 친구를 보면 부모 잘 만나서 좋겠네, 하면서 운전을 배우지 않았던 것은 (대외용으로 말하자면) ‘걸어 다니는 게 좋아서’였다. 어쨌든 뒤늦게나마 달리고자 하는 욕구를 해결하고자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하고 말았다. 그것도 1년 중 장마까지 끼어 있는 ‘가장 재수없다’는 기간에.
나는 채소 장사를 할 거냐는 비아냥 속에서도 꿋꿋이 1종 보통을 선택했다. 하지만 차를 몬 지 이틀 만에 2종 자동을 선택할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
[이창] 三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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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포영화를 보고 무섭지 않다고 투덜거린다면 <개그콘서트>의 복학생 대접을 받을 것이다. 투덜거리는 내 뒤로 한국 공포영화 고정출연의 긴 생머리 소녀가 나타나 어색하게 가발을 쓸어올리며 “무서울 줄 알았냐?” 썰렁한 개그라도 할 것 같다. 하여 <아파트>가 무섭지 않았다고 투덜거릴 생각은 없다. 나도 나름 공정한 잣대를 가진 관객이다. 그럼에도 <아파트>가 실망스러웠던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분신사바>를 끝내고 안병기 감독은 더이상 머리 풀어헤친 원혼이 등장하는 공포영화는 만들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했던 탓에 사다코의 동생을 만날 일이 이제 없겠다고 기대한 게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이야기의 미스터리 때문이다.
<아파트>는 <소름>처럼 당장에라도 귀신이 뛰쳐나올 것만 같은 낡은 아파트가 아니라 새로 지은 현대적인 아파트가 배경이다. 모던한 건 아파트뿐 아니라 주인공 세
투덜양, 해독불가한 <아파트>의 미스터리를 허탈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