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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제작자_<괴물>의 최용배
20년 승부수, 잭팟을 터뜨리다
“영화로 먹고살아겠다고 마음먹은 지 딱 20년이 된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정처없이 떠돈 것 같은데 올해 들어 영화계 한구석에 작지만 내 자리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괴물>을 제작한 최용배 청어람 대표는 남다른 한해를 소박하게 정리했다. 애지중지하던 배급업까지 포기하면서 2년 동안 이 프로젝트에만 매달렸던 그에게 <괴물>의 성공은 돈을 벌었다는 사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B급 괴수영화에 100억원을 쓴다’는 비딱한 시선을 극복하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그에겐 더 가치있게 느껴질 것. “<괴물>에 손을 댄 건 올해의 승부다. 제작자들이 멋있다고 느껴지는 건 이렇게 승부할 때다”(정성일)라는 의견처럼 그는 <괴물>에 영화인생 20년의 승부수를 던졌고, 결국 잭팟을 터뜨렸다. 하지만 “제작자의 뚝심과 신심과 관리능력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미션”(황진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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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감독_<괴물>의 봉준호
장르영화와 비판적 이성이 만났을 때
봉준호 감독은 올해의 한국영화 1위 작품을 만든 감독이 아닌데도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2002년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이 올해의 영화로, <오아시스>를 만든 이창동 감독이 올해의 감독으로 뽑힌 뒤 4년 만의 일이다. 그가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된 것은 물론 ‘나눠먹기’식 배려의 결과가 아니다. 설문 대상 34명 중 올해의 감독 설문에 응한 참가자는 모두 32명. 그중 14명이 봉준호 감독을 선택했다. 공동 2위인 홍상수, 김태용 감독이 각각 5표씩 얻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지지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뭐래도 올해는 <괴물>의 해”(신윤동욱), 또는 “<괴물>로 대작영화의 흥행공식을 새로 썼다”(김은형)는 답만으로 충분한 설명이 안 된다면, 영화평론가 변성찬이 쓴 다음의 추천사를 읽어보라. “올해 봉준호는 <괴물> 한편에 자신의 모든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감독,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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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감하는 <씨네21>의 큰 잔치 ‘올해의 영화, 영화인’의 선정 작업은 이번에도 뜨거웠다. 34인의 기자 및 평론가는 각자의 주관과 주장으로 올해 최고의 영화와 영화인을 선정하고 자신들의 지지를 밝혔다. 그 결과, 한국영화 베스트에는 1위 <해변의 여인>을 비롯해 <가족의 탄생> <괴물> <망종> <시간>이 올랐다. 해외영화 부문에서는 리안의 <브로크백 마운틴>이 간발의 차이로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올해의 영화인 부문에서는 <해변의 여인>과 <괴물>이 두각을 나타낸 것이 특징이다. 신설 코너인 올해의 신인감독으로는 <피터팬의 공식>의 조창호 감독이 선정됐다. 한해 동안 <씨네21>이 사랑하고 아낀 영화와 영화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 이 자리에 모두 모였다. 함께 즐기며 한해를 돌아보기를.
1위 <해변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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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은 어딨지? 파주종합촬영소 B세트장에 여장을 푼 영화 <복면달호>. 습관처럼 주인공부터 찾아보지만 당최 눈에 띄지 않는다. 2 대 8 가르마에 빛나는 양복을 차려입은 차태현이라. 머릿속에서 혼자 킥킥거리며 주위를 살피긴 하는데 헛수고다. 저녁 먹고 나서 휴식이라도 취하고 있는 건가. ‘언젠가 등장하겠지’, 포기하고 어슬렁거린 지 얼마 뒤. 아무도 없던 빈 세트 한편에서 검은 패딩점퍼를 둘둘 몸에 말고서 신나게 ‘썰’을 풀고 있는 누군가가 레이더에 잡힌다. 스탭인가, 했는데 뚫어져라 쳐다보니 차태현이다. “현장에서 원래 떠드는 편이 아닌데. 아니다. 장난은 좀 친다. 가만있는 편은 아니지, 내가.” 차태현은 장난기 듬뿍 담긴 웃음을 섞으며 두툼한 웃옷을 벗는다. 아니, 가르마 대신 장발이라니. 게다가 반짝이 의상이 아니라니. 이게 어찌된 일일까.
<복면달호>는 밤무대를 전전하지만 로커가 되고 싶은 꿈을 버리지 못하는 청년 달호가 원치 않게 트로트 가수로
감정 넣고, 어금니 물고, 목소리 꺾고, <복면달호> 파주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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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純情). 툭 털면 폴폴 먼지가 묻어날 것 같은 단어. 어색함없이 걸치기 힘겨운 옷을 소이현은 자연스레 입어왔다. 함량과다의 닭살스러움이 아닌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활동해온 그에겐 기자(<부활>)나 경찰(<특수수사일지: 1호관 사건>)처럼 똑 부러지는 전문직 여성 역할이 주로 주어졌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쉽사리 진심을 내보이는 순수함이 존재했고, 그것은 종종 뜨거운 사랑으로 이어지곤 했다.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했지만, 한 남자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을 찾는 드라마 <하이에나>의 정은이나, 연인을 위해 생명을 내놓는 <어느날 갑자기-죽음의 숲: 어느날 갑자기 네번째 이야기>의 정아처럼. <중천>, 영혼들이 49일간 머무른다는 판타지 세계로 소이현은 활동 무대를 옮겼지만, 가슴 짠한 순정만큼은 버리지 않았다. 퇴마 무사대인 처용대의 홍일점 ‘효’는 보답받지 못할 사랑임을 알면서도 이곽(
망가지고 다쳐도 배우가 좋아, <중천> 배우 소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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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옵서버>는 그를 ‘라틴의 제임스 딘’이라고 불렀다. 2004년 월터 살레스의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나쁜 교육> 두편으로 큰 주목을 받을 당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대부분의 매체를 통해 ‘가장 뜨겁게 치솟고 있는 라틴 대륙의 젊은 피’로 공인되었다. 낯간지러운 표현이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아모레스 페로스>(2000)에서 사랑하는 형수에게 “함께 떠나자”고 손을 내밀었던 청년의 아름답고 야성적인 에너지는 한방의 불꽃으로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는 곧 성적 호기심으로 가득한 소년의 눈빛을 하고 환상을 잡으러 여행을 떠났다(<이투마마>).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알렉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아모레스 페로스>가 배우 베르날의 떡잎을 틔워준 작품이라면 알폰소 쿠아론의 <이투마마>는 그가 척박한 멕시코 영화계에서 전도유망한 묘목으로 왕성히 자라고 있음을 보여준 예다
멕시코에서 온 제임스 딘, <수면의 과학>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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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외모에 대한 편견은 있지 않나”
당연한 말이지만, 영화를 보면 감독이 보인다. 천상의 목소리를 지녔지만 어마어마한 거구 때문에 대창가수에 머물면서 폰섹스 아르바이트로 연명할 수밖에 없는 한나(김아중)가 사활을 건 전신성형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지만 고통스럽게 성형의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미녀는 괴로워>는 영리한 코미디다.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으면서도 그러한 편견을 버릴 수 없는 사회를 인정하고, 자칫 보는 이를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는 코미디를 구사하다가도 이를 불쾌하게 여기는 것이 오히려 잘못은 아닌가 자문하게 만든다. 옳은 소리만을 되풀이하는 영화는 분명히 아닌데, 우리 역시 그렇게 옳은 말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돌려 묻는다. 자학과 피학이 무분별하게 난무하는 코미디영화 속에서 <미녀는 괴로워>는 사려 깊진 않아도 겸손하고, 완벽하진 않아도 매력적인 대중영화다. 김용화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데뷔작 <오! 브라더스>를 깔끔하게
<미녀는 괴로워> 감독 김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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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은 난데없는 데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난데없는 이야기는 서기 2000년 어느 날 밤 이야기. TV를 켠 홍상수 감독은 파리프레타 포르테에서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주목받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몰락한 명동 백화점 사장 딸 줄리엣을 본다. 그리고는 “역할 밖으로 삐죽이 나와 있는 느낌이 좋다”는 뜬금없는 이유로 예지원을 <생활의 발견>의 명숙으로 캐스팅한다. “애가 좀 이상하다 싶어서 한번 만나보자 싶으셨겠지.” 예지원의 뜬금없이 간결한 설명이다.
(스스로의 표현에 따르자면) 예지원의 작가주의 시절. <생활의 발견>과 <귀여워>를 거쳐온 그의 독특한 커리어는 일종의 속박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주의 감독님들 만나서 좋은 캐릭터 연기하고 평가도 잘 받았지만 대중적이진 않았다”고 고백하는 그에게 대중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_극장판>은 중요한 터닝 포인트다. 예지원은 무정형으로 발산해온 에너지를 모두가 접근 가능한 화력으로 살짝
<올드미스 다이어리_극장판>의 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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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관의 살인> 상, 하 아야쓰지 유키토 글/ 사사키 노리코 그림/ 삼양출판사 펴냄
<월관의 살인>은 추리소설가 아야쓰지 유키토가 이야기를 만들고, 만화가 사사키 노리코가 그림을 그린 추리물이다. 아야쓰지 유키토는 신본격 미스터리 작가로, 밀실살인을 주제로 한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을 비롯한 ‘관’ 시리즈를 쓴 작가다. 집요하게 밀실 트릭을 파헤치는 그의 소설들은 <소년탐정 김전일>과 같은 추리만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월관의 살인>은 그의 소설을 각색한 게 아니라 만화의 스토리를 만화가와 함께 구상한 작품이다. 사사키 노리코는 <못말리는 간호사>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 등 코믹한 터치의 만화들을 그려왔다. 그래서 <월관의 살인>은 코믹한 터치의 미스터리물이 되었다.
여고생 소라미는 단둘이 살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 대학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어느
코믹 미스터리! 철도’관’ 연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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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뒤뷔페 판화전> 2007년 1월28일까지 | 공근혜 갤러리 | 02-738-7776
아방가르드 운동이 전쟁을 야기시킨 가치체계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과 마찬가지로, 1940년대 전세계로 퍼진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추상미술 역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타난 미술의 경향이다. 미국에서 잭슨 폴록이나 윌렘 드 쿠닝의 추상표현주의가 뜨겁게 달아오를 때, 프랑스에서는 비정형이라는 뜻의 ‘앵포르멜’이 프랑스 추상미술의 한 경향으로 명명되었다. 그 선구자로 손꼽히는 사람이 바로 장 뒤뷔페. 이성과 정형성에 반대한다는 철학을 가진 그는 ‘원초적 예술’(L’art brut)을 선보이며, 자신의 세계에 대해 어떤 이성적 판단이나 해석을 거부하였다. 이러한 뒤뷔페의 작품들이 결과적으로는 원초적인 예술을 표방한 채, 화사하고 보기에만 좋은 이미지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일었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바로 이러한 점이 뒤뷔페의 작품들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판화로 들어온 추상미술 거장의 원초적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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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 리틀2> 2007년 1월1일(월) KBS2 오전 10시40분
앙증맞은 생쥐의 두 번째 모험담 <스튜어트 리틀2>의 주역은 물론 휘날리는 50만개의 털을 가진 스튜어트와 동물 친구들이다. 1억달러를 들여 직조된 CG 세상 속에서 ‘인간’들은 병풍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다. 하지만 프레데릭 리틀로 등장하는 휴 로리는 그저 착한 남자로 기억되기엔 아쉬운 배우다. 메디컬드라마 <하우스>를 즐겨보았던 이들이라면 이미 눈치챘을 터. 오만방자한 독설가 하우스와 싱거울 정도로 점잖은 리틀씨는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로리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노를 잡은 조정선수였다. 대학 시절 선열을 앓은 이후 선수 생활을 포기해야 했던 그는 연극동아리 케임브리지 풋라이트에 가입하며 연기를 익혔다. 홀쭉한 체격에 툭 튀어나온 눈을 가진 로리의 시작은 독특한 외모를 활용한 코미디였다. TV시리즈로 영국에서 입지를 다진 그는 동아리 동기 에마 톰슨의
[앗! 당신] 코미디 하우스의 101가지 변신, 휴 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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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2월30일(토) 밤 11시
뉴욕의 리틀 이탈리아. <비열한 거리>는 줄곧 어두운 거리와 그보다 어둠침침한 바(bar)로 영화의 공간을 한정한다. 그 공간에 조직의 상부와는 거리가 먼 불쌍한 건달들이 매일 모여든다. 하는 일이라고는 술 마시고 여자 만나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나누는 것뿐. 처음 영화가 시작할 때는 이 삼류 인생들이 단 하나의 인물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나 마틴 스코시즈는 영화의 진행과 함께 이들 각각에 미세하지만 분명한 캐릭터를 부여하며 어찌 보면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을 이야기에 다층성을 형성한다. 그 흔한 상대방과의 제대로 된 총격신(마지막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일방적으로 끝난다)이나, 건달 특유의 잔인한 폭력성조차 전시되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찰리(하비 카이틀)와 자니 보이(로버트 드 니로)의 이상한 관계에 초점을 둔다. 그들은 형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스와 하부조직원의 관계도 아닌데, 찰리는 유독 망나니 같은 자니 보이에게 책임감을
사유할 줄 아는 조폭영화, <비열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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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않는 건 그의 입만이 아닌 모양이다. 우디 앨런은 지칠 줄 모르고 영화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한동안은 범작들을 내놓더니 <매치포인트>를 기점으로 고색창연하게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스쿠프>는 <맨하탄 미스터리>의 창조적 리메이크 버전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다. 탐정 흉내를 내던 주인공 부부를 노인과 소녀라는 짝으로 뒤바꿔놓은 듯하다. <매치포인트>에 이어 스칼렛 요한슨이 다시 주연을 맡았고, 우디 앨런이 그녀의 조력자로 나선다. 언뜻 최악의 짝꿍일 듯싶지만 신기하게도 둘은 서로의 지렛대 역할을 하며 충분히 어울린다. 그리고 이번에 스칼렛 요한슨을 사로잡을 남자는 휴 잭맨이다.
언론계의 ‘특종’ 전문 기자 짐 스트롬벨의 장례식. 동료들은 살아생전 그의 업적을 되새기며 노닥거리고 있다. 그러나 특종이라면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짐 스트롬벨은 저승길 가는 배 안에서 우연히 큰 정보 하나를 얻게 된다. 젊고 잘생긴 갑부 피터 리만(휴 잭맨)이
우디 앨런표 특종 잡기 대작전, <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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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타운의 희비극. 흑인 여성 트리오 슈프림스(Supremes)가 <Where Did Our Love Go>로 빌보드 넘버원을 차지했던 것은 1964년. 디트로이트 출신의 꿈 많은 흑인 소녀들은 하룻밤 사이에 슈퍼스타가 됐다. 하지만 올라가는 길이 있으면 내려가는 길도 있는 법. 대중과 레코드사는 멤버 중 가장 아름답고 쇼맨십도 풍부한 다이애나 로스만을 원했고, 나머지 두명의 멤버에게 그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드라마, 드라마, 그리고 드라마. 슈프림스의 이야기는 결국 1981년에 <드림걸즈>라는 뮤지컬로 만들어져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하며 브로드웨이의 역사에 남았다.
프로덕션디자이너 존 마이어, 감독 빌 콘돈(<갓 앤 몬스터>) 등 <시카고>에 참여한 스탭들이 대다수 귀환한 영화 <드림걸즈>는 뮤지컬을 충실하게 따른다. 디트로이트 출신의 소녀들, 디나(비욘세 놀스), 에피(제니퍼 허드슨), 로렐(애니카 노니 로즈)은 매
꿈꾸는 무대 위, 검은 신데렐라들이 태어난다! <드림걸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