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같이 똑같은 아파트 광고들 사이에서 이번엔 뭔가 새로운 게 나오나 했다. 검은 바탕에 중심을 가로지르는 심플한 선과 간결한 메시지, 세련된 편집과 영어 전문 성우 리처드 김의 인상적인 마무리까지 제법 괜찮을까 했다. 그래서 잠시 혹하기도 했다. 근데, 왜 보고 나면 이렇게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 것일까?
아무리 스타일이 세련되면 뭐하냐 이거요. 알맹이가 전혀 없는데. 가재를 잡아오랬더니 때깔 좋은 수영장가서 물장구만 치는 바보 근육맨을 보고 있는 듯하여이다.
그러니까 예전에 나이키가 어느 날 갑자기 선언을 했더랬다. ‘우리의 라이벌은 닌텐도다!’라고. 그리고 그것을 어느 한 마케터가 잽싸게 책으로 펴내기도 했더랬다. 그리고 그걸 한 광고회사 AE가 읽었던 게다. 새로운 것 좀 가져오라며 도끼눈 뜨고 닦달하는 광고주에게 ‘Always Excuse me’를 연발하며- 광고회사 AE는 외부적으로는 Account Executive의 약자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항상 광고주에 굽
[도마 위의 CF] ‘아이’돌림이라 라이벌인 거야?
-
<로라> EBS 7월14일(토) 밤 11시
흑인 음악 프로듀서로 명성을 쌓은 알란 제임스는 노년의 백인 남자다. 그에게는 러시아 여행 중에 만난 젊은 아내 로라와 어린 아들이 있다. 아름다운 아내와 여전히 왕성한 창작력, 그리고 부유한 삶까지 그의 삶은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엄밀히 말해, 남자의 완벽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로라의 결핍된 삶에 대한 이야기다. 조각상처럼 아름답지만 무표정한 이 여인의 얼굴은 행복이 무엇인지를 오래전에 잊어버린 듯한 자의 것이다. 그녀의 늙은 남편은 그녀에게 일상의 순간들을 진심으로 나눌 상대가 아니라, 그녀에게 미국의 풍요로운 부를 안겨준 사람일 뿐이다. 남자는 가끔씩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여자를 만나고 언제나 자신을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는 호색한 예술가이며 탐욕스러운 천재다. 이 관계의 불행은 그녀가 더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가 그녀의 외로움을 둔감하게 지나쳐버리는 데서 시작된다. 그런
거세된 욕망의 치정극
-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삐삐롱스타킹이라는 밴드가 생방송 도중 카메라에 침을 퉤 뱉는 사고를 쳐 도마에 오른 일이 있었다. 이들은 ‘방송에 1년 동안 코빼기도 내밀지 말라’는 중징계를 당했고, 여론은 ‘무엄하다’, ‘말세다’ 등을 외치며 성난 얼굴로 혀를 차는 가운데 ‘그래도 그들에게 뭔가 심오한 이즘(ism)이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발동했다. 그러나 당시 삐삐롱스타킹은 나른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향한 칼날과 호기심에 응했다. ‘모든 게 쇼였다’고. ‘다들 쇼하며 살지 않느냐’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 ‘쇼’라는 한 글자는 정색하는 직업 정신에도 어퍼컷을 가해 이후 엔터테인먼트업계의 크고 작은 화제를 대하는 딴딴한 줏대가 됐다. ‘세상 만사가 결국은 다 쇼다’라는 인식은 초월적인 시선을 동반하게 마련이라 ‘논란’, ‘소동’ 등의 표제를 단 화끈한 사건을 마주해도 웬만해선 동요없이 ‘쇼하고들 있네’라며 건방지되 속 편한 반응을 튕겨낼 수 있었다.
그런데 6월27일 첫탄을 내보
자만의 쇼, 시청자도 괴로워
-
남자들은 시시하게 산다. 나가시마 데쓰야의 영화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생명 에너지로 충만한 여자에 비해 규범에 따라 직장, 돈, 명예를 좇는 남자의 삶은 심심하기 그지없다. 나가시마의 전작 <불량공주 모모코>는 순정만화와 공주의 전설을 비웃는 사람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영화였다. 피 묻은 드레스에 새겨진 여자의 우정을 얕봤다간 어떻게 되는지 경고하는 영화였다. 반대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시치미 뚝 떼고 한 여자를 착취한다. 영화는 마츠코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동생은 누가 봐도 시시한 삶을 살았던 누나로, 마츠코를 회상한다. 그녀가 살았던 끔찍한 집에서 그녀가 겪었을 나락이 짐작된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부터 2001년까지 되돌아보는 영화는 마츠코의 53년 일생을 예상과 전혀 다르게 재구성한다. 23살 여선생이 저지른 실수는 그녀를 흥미진진한 세상의 입구로 이끌었을 뿐, 그녀의 삶을 격렬하게 뒤흔든 건 지옥행도 불사하는 사랑이다. <오즈의 마
눈물나게 아름다운 여자의 일생
-
-
아시아 최초, 국내 유일의 음악영화제인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7월9일 오전 11시 KT 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프로그램과 상영작을 공개했다. 오는 8월9일부터 14일까지 6일간 계속될 제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음악영화 <원스>(Once)로 문을 열고, 베토벤의 말년을 가상의 인물을 통해 조망한 <카핑 베토벤>(Copying Beethoven)으로 막을 내린다. 기간 중에는 전세계 23개국 71편의 초청작이 상영되고 25개팀 30여 회의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제천영화제가 지닌 음악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네심포니’는, 다양한 코미디 영화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했던 예년과 비교하여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섹션. 2006년 칸영화제 감독주간 출품작(<다프트 펑크의 일렉트로마>), 동세대 인도 대중영화의 신예 카란 조하르 감독(<칼호나호><카피쿠시 카피캄>)의 신작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자회견
-
올해 <극락도 살인사건>을 투자·배급한 MK픽처스의 이은 대표와 심재명 이사가 보유 주식 전부를 강원방송 김영균 대표에게 매각했다. MK픽처스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은 대표는 7월5일 보유 지분 11.76%를, 심재명 이사는 6.54%를 각각 김영균 대표에게 팔았다. 한편, 10.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강제규 감독도 보유 지분을 모두 장외매도했다. 이로써 이은 대표, 심재명 이사(옛 명필름)와 강제규 감독(옛 강제규 필름)은 세신버팔로와 주식교환을 통해 우회상장한 지 3년 반, 세신버팔로를 분리하고 MK픽처스로 거듭난 지 1년 8개월 만에 주식시장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MK픽처스의 최대 주주인 강제규 감독과 이은·심재명 대표 등으로부터 1296만주(29.09%)를 매각금액 150억 원으로 넘겨받은 김영균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강원 네트웍스는 지역 종합유선방송국(SO) 강원방송과 함께 극장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여기에 영화 투자·제작사까지 인수한 것에
MK 픽쳐스, 강원방송에 인수
-
온라인 프리뷰/라따뚜이
일시 7월9일 오후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아름다운 요리가 남다르게 많다는 프랑스 파리. 다른 쥐들처럼 쓰레기더미나 뒤지며 살기에 레미의 후각과 미각은 유별나게 특출나다.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인기 요리사 오귀스트 구스토의 말을 마음에 새긴 그는 주방 퇴치 1호인 쥐임에도 불구하고 요리 평론가 안톤 이고의 혹평에 세상을 뜬 구스토의 레스토랑에서 용감하게 요리사 되기에 도전한다. 물론 여기에는 인간 친구와의 상부상조가 필요하다. 요리에 한치의 재능도 없는 식당 청소부 링귀니는 레미의 도움으로 실력있는 요리사로 인정받기에 이르고, 모자 속에 숨어 그를 조종하던 레미는 링귀니의 도움으로 보다 다채로운 요리 만들기에 전력한다. 레미와 링귀니의 콤비 플레이가 기막힌 성공을 불러오던 즈음, 레스토랑의 총주방장 스키너의 의심과 안톤 이고의 위협이 그들을 옥죄어오기 시작한다.
100자평
천재 요리사의 자질을 타고 났으나 더럽고 비위생적인 생쥐와, 천
쥐라도 요리할 수 있다, 픽사의 신작 <라따뚜이> 첫 공개
-
[정훈이 만화] <트랜스포머> 로봇계의 전설적인 스나이퍼, 데비존스
[정훈이 만화] <트랜스포머> 로봇계의 전설적인 스나이퍼, 데비존스
-
오는 7월 20일부터 27일까지 8일간, ‘Digi X Dizzy’라는 슬로건으로 디지털 영화와의 아찔한 첫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이 7월 8일부터 ‘올드독의 무비 노트’ ‘올드독의 TV 노트’ 등 웹툰으로 네티즌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정우열 작가와 함께 웹툰 ‘올드독의 신디(CinDi) 노트’를 선보입니다.
정우열 작가와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올드독의 신디 노트’에서는 새로운 재능과 디지털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아시아 신인 감독의 디지털 장편영화를 선보이는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의 ‘경쟁 부문’ 20편의 상영작에 대한 프리뷰를 선사합니다.
‘올드독의 신디 노트’는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 공식 홈페이지(http://www.cindi.or.kr)와 씨네21 홈페이지에서만 보실 수 있습니다. 총 20편을 준비하고 있는 ‘올드독의 신디 노트’는 7월 27일까지 매일 1편씩 연재됩니다. 다음 편이 궁금하신
[특집] 시네마 디지털 서울, 올드독의 CinDi 노트
-
김덕철 감독의 <강을 건너는 사람들 : 타마강에서 임진강까지>
김덕철 감독의 <강을 건너는 사람들 : 타마강에서 임진강까지>
-
변신로봇의 질주가 빠르다. <트랜스포머>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개봉 11일 만에 전국관객 400만 고지를 넘어섰다. 지난 7월 8일까지 서울 170개, 전국 687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트랜스포머>는 주말동안에만 전국 125만 8000명을 동원해 전국누적관객 418만6000명을 기록했다. <스파이더맨 3>가 개봉 2주차에 세운 기록이 약390만 명이고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가 약 388만 명이었던 점을 볼 때도 빠른 속도다. 더군다나 <트랜스포머>의 스크린 수가 다른 두 영화에 비해 적었던 점을 감안해도 놀라운 부분. <트랜스포머>는 할리우드에서도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7월 3일 개봉한 <트랜스포머>는 2745만 달러의 오프닝 수익을 올리며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을 누르고 역대 화요일 개봉 영화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또한
<트랜스포머> 개봉 11일 만에 전국 400만 돌파
-
성정체성 혹은 개인의 성적 취향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사회적 기준에서 평가될 때 더이상 개인적이거나 내밀한 것이 아닌 정치적인 의미를 띠게 된다. 성적소수자들이 스스로를 ‘퀴어’로 지칭하며 그들은 정상적인 것, 일반적인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며 어두운 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던 시기에 그것은 정말 ‘퀴어’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끊임없는 정치적, 문화적 운동을 통해 중심과 주변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지금, ‘퀴어’에는 수많은 의미들이 덧붙여졌다. 그리하여 ‘퀴어’라는 단어는 다원성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태도와 관련된 트렌디하고 패셔너블한 분위기를 내포하게 되었다. 7월16일부터 일주일 동안 씨네콰논코리아에서 주최하는 렛츠퀴어영화제는 지금-이곳의 ‘퀴어’가 영화라는 장르와 어떻게 결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 퀴어영화의 짧은 역사를 소개한다.
렛츠퀴어영화제는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섹션은 ‘신작 퀴어 컬렉션’으로 세계 각국에서 만
지금-여기의 퀴어가 영화를 만나는 방식
-
유럽영화를 대표하는 ‘3인의 거장’ 영화제가 필름포럼에서 개최된다. 본 영화제에선 포르투갈의 창조적 장수 감독 마뇰 드 올리베이라(1908~)와 프랑스의 영화 신성 아르노 데스플레생(1960~), 오스트리아의 논쟁적 시네아스트 미카엘 하네케(1942~)의 총 8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냉소와 자조, 비판과 관대, 뜨뜻미지근한 온정과 냉혹한 해부, 그리고 지루함과 길고 긴 러닝타임,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대하던 유럽영화의 ‘그것’ 아니었던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공포물의 독주와 현란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습에서 비껴나 이 여름 전형적인 유럽 영화적 감수성에 딱 맞아떨어지는 거장들의 영화 속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올드 유럽의 긴 호흡 속에 빠져들면 개도 혀를 차는 삼복더위에서 문득 서늘한 매혹의 심연에 빠졌다 나온 것과도 같을 것이다. 함께 보러온 친구가 타인이 된 듯 낯설어질 것이다. 복잡한 거리를 오래도록 혼자 걸으며 웅얼거리게 될 것이다.
마뇰 드 올리베이라 M
우리 시대 시네아스트와의 조우
-
147석 규모의 하이퍼텍 나다 상영관 내부는 아늑하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아담한 정원이 내다보이는 통유리에 커튼이 드리우기 시작하면 가슴이 설렌다. 나다의 전신으로 시네필의 성역이었던 동숭씨네마텍의 지하 카페도 그랬다. 언제고 변함없이 평온한 한편, 어떤 영화를 만나게 될 것인가 설레곤 했다. 지금의 하이퍼텍 나다의 라인업은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다양하다. 규모의 경쟁으로 치닫는 분위기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픈 신작을 소개하면서, 각종 감독들의 회고전을 준비하는 한편, 일주일에 한번 화요일 저녁에는 프랑스영화를 상영하는 시네프랑스를 진행 중이며, 7월5일부터는 매주 목요일 저녁 한국독립장편다큐멘터리를 상영한 뒤 감독과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의미있는 영화를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소개한다는 그 마음은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최근 이곳에서 배급한 <우리학교>가 독립영화계의 슬리퍼 히트를 기록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 명확한 정체성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