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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머물던 아만다(베네데타 포르카롤리)는 언니의 약국에서 일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이 자랐던 이탈리아의 도시로 돌아온다. 불행히도 아만다에게 이 유년의 공간은 통속적인 의미에서의 고향이 아니다. 파리와 마찬가지로 낯설기만 한 그 동네에서 아만다는 제대로 된 일을 찾지도, 친구를 사귀지도 못한다. 그는 그런 자신을 가족들이 창피해한다고 여기며 상처받지만, 그런 만큼 가족의 인정에 목말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강권으로 아만다는 어린 시절에 어울렸던 레베카(갈라테아 벨루지)를 만난다. 엄마에 의하면 레베카는 번듯한 변호사가 될 계획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는 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아만다와 마찬가지로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처지다. 아만다는 자신이 파리로 떠나면서 친구가 되어주었을 단 한 사람을 잃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친구를 되찾기 위해 레베카를 방 바깥으로 끌어내기로 마음먹는다.
영화의 중반부, 아만다와 파티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가 도로에서 사슴을 본 적이 있다고 말
[리뷰] ‘아만다’, 떠날 생각도 없고, 떠나지도 않는 ‘레이디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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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코노고프 대위(유리 보리소프)는 출근길에 동료의 투신을 목격한다. 소련의 정보기관 NKVD 소속인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다음 차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는 1938년, 스탈린의 대숙청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다. 간첩·반역, 반소련 선전활동 등의 죄목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한 뒤 총살시키는 일을 자행했던 NKVD는, 이제 조직 내부에서까지 반동분자를 색출하기에 이르고, 그 분위기를 빠르게 감지한 볼코노고프는 한발 앞서 도주를 시작한다. 그런데 그 동선이 독특하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멀리 도망치는 대신, 볼코노고프는 그동안 자신이 사살했던 사람들의 유족을 찾아나선다. 그리고 그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런 그의 뒤를 직속 상사 골로브냐 소령(티모페이 트리분체프)이 쫓는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의 소련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한 남자의 탈출극이다. 형식상으로는 쫓기는 주인공을 따라가는 액션 스릴러 장르영화의 성격을 지니지만
[리뷰]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부끄러움을 아는 자만이 선택할 수 있는 독특한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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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어촌에 과거가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청년 야마다(마쓰야마 겐이치)가 이사를 온다. 오징어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공장 사장의 소개로 알게 된 무코리타 공동주택에 입주한다. 인적이 드물어 평화로우면서도 무료한 이곳 마을에는 나름의 개성을 지닌 이웃들이 살고 있는데, 대뜸 찾아와 욕실을 빌려달라고 할 만큼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옆집 남자 시마다(무로 쓰요시)가 대표적이다. 어느 날, 야마다는 시청의 사회복지 공무원으로부터 오래전 연이 끊긴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는다. 죽은 지 며칠 뒤에야 악취로 인해 이웃에게 발견되었다는 아버지의 마지막은 야마다에게 응어리진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장소(<카모메 식당>의 헬싱키, <안경>의 미야코지마섬)에서 대상(<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의 고양이,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의 성소수자와 대안가족)으로 초점을 옮겨가며 거칠고 공허한 현대인의 삶과 그 치유 가능성을 이야기해온 오기가미
[리뷰] ‘강변의 무코리타’, 무코리타‘들’이 모여 마주하는 어떤 힘 혹은 진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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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같은 기억(photographic memory). 흔히 기억력이 좋은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무언가를 직접 보는 것 같은 기억력이라고 해서 ‘직관기억’(eidetic memory)이라는 좀더 전문적인 용어도 있다. 직관기억은 성인에게서는 보고되지 않는 특징이며, 아동기의 특정 사례에서도 무언가를 본 직후 아주 짧은 기간만 지속되는 것으로 관찰된다. 그에 반해 사진 같은 기억은 원한다면 언제든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면에서 직관기억과는 구별된다. 스스로 ‘사진 같은 기억력’을 지녔다고 은근히 우쭐해하는 성인들을 만나는 것 역시 드물지 않다.
그런데 사진 같은 기억이든 직관기억이든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세부사항을 기억해내는 능력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런 기억력조차도 사진이나 직접관람에 해당할 정도의 정확성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는 게 현재까지의 과학적 결론이다. 음정을 정확히 짚어내는 ‘절대음감’과 음질 차이를 칼같이 짚어내
[정준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제멋대로의 기억을 감히 역사라 말하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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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이 비평적으로나 흥행적으로나 지지부진한 이유는 영화를 감싼 가족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 뉘앙스 때문이다. 실제로 비판이 무색할 정도로 거친 보수적 정서가 영화를 두르고 있다. 이 영화를 ‘국뽕영화’라고 정리하고 넘어가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한데 <더 문>은 거시적 이념으로 환원되지 않는 모호한 균열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그 균열이 이 작품을 재평가받게 할 요소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 균열을 살펴봄으로써 동시대 이미지에 관한 몇 가지 논점을 환기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더 문>의 흥행 실패가 의미심장한 이유는 더이상 국가주의가 흥행 코드로서도 유효하게 수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증언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텐트폴 영화의 국가지상주의는 호소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김병규 평론가는 2010년대를 건너오며 한국영화에서 법정과 같은 국민 통합의 장소(<변호인> <아이 캔 스피크>)가 소멸하고, 법 바깥의 폐허가 무대화
[비평] ‘더 문’의 빈틈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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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을 때 장소는 얼마나 중요한가? 최고급 음향 시스템이 갖춰진 청음실이나 아티스트와 오감을 나누는 콘서트장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매달리고 싶은 질문은 특정 음악이 ‘장소’로 인지되는 소소한 경험들에 있다. 2008년 겨울에 강남역에서 안경을 살 적, 가게 점원 중 한명이 너무도 서럽게 울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 가게에선 빅뱅의 <Forever With You>가 흐르고 있었는데,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지금도 그 노래만 들으면 강남역의 시리고 차가운 슬픔에 마음이 잠긴다.
종종 음악은 모든 기억을 되살린다. 거꾸로 하면, 음악이 없었던 순간은 아주 흐릿한 기억이 되어버리고 만다는 것. 2017년의 어느 겨울밤, 나는 회사 사무실에 있었다. 무슨 요일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업무가 쌓여 야근을 해야 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었던가, 굶고 커피를 마셨던가. 그냥 정신없이 닥친 일을 쳐냈던 것 같다. 대충 마무리하고 나니 밤 12시였던가, 새벽 한시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아직도 니 얼굴이 이렇게 생생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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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은 만나면 일단 호칭 정리부터 하게 되는 종합예술가다. 음악가이자 현대미술가이자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의 자기소개대로라면 “연남동 사는 72년생 쥐띠 아저씨”이자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에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쇼를 만들었다. <백현진 쑈: 공개방송>(이하 <백현진 쑈>)은 동시대 예술가의 실험적 무대를 선보이는 세종문화회관 여름 시즌 프로그램 ‘싱크 넥스트(Sync Next) 23’의 12개 공연 중 하나다. 9월1일부터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며 백현진이 쇼의 연출, 드라마터그, 미술, 음악 등 거의 모든 것을 맡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싱크 넥스트에 참여한 그는 이번 공연이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쇼”가 될 거라고 장담했다.
- 어떤 장르의 쇼인가.
= 알 수 없다. 장르라는 건 레퍼런스가 있다는 뜻인데 원래 레퍼런스 없이 일하기 때문이다. 세종측으로부터 지난해 공연(<은미와 영규와
[인터뷰] 즉흥성과 변주로 빼곡한 새로움을!, 세종문화회관 ‘백현진 쑈: 공개방송’ 백현진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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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연극트랙 13학번으로 입학했다. 당시 입시는 어떻게 준비했나.
= 2012년 군 복무 중 꿈이 바뀌었다. 원래는 기계공학과를 다녔는데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그렇게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다시 준비했고, 발성, 목소리 톤, 발음 등 기초부터 다듬어야 했다. 가장 어려웠던 게 2차 종합실기였다. 연기와 노래를 선보이고 면접을 진행하는데 굉장히 혹독했다. 사실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어서 연기에 온 힘을 쏟을 만큼 열심히 했다. 다만 틀에 짜인 연기를 터득하고 싶지 않아서 입시학원보다는 <메소드 연기로 가는 길>을 읽으며 연습했다. 그리고 한번뿐인 기회를 잘 살리고 싶어서 주눅 들지 않으려는 배짱이 정말 중요했다.
- 현재 배우로 활동하며 <범죄도시3>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지금의 진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수업이 있다면.
= 직접 무대를 꾸려나가는 제작실습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연극트랙에서 학기별로 한
[인터뷰] 내 손으로 만들고 채우는 무대 경험,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박준혁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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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는 연극트랙과 영화트랙 두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둘은 어떻게 구분되나.
= 학과 안에 세부 전공이 명확하게 분리돼 있다. 연극트랙은 연기와 연극연출이 특성화돼 있고, 영화트랙은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연출을 전문적으로 교육한다. 영화가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이미지에 가깝다면 연극은 무대 위에서 배우가 직접 매체가 된다. 영화 제작을 시도해봐야 하는 실기 수업에서는 영화트랙 학생들이 연극트랙의 배우들을 캐스팅하며 상부상조한다.
- 현재 연극·뮤지컬 배우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수시로만 지원할 수 있다.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 2차 종합실기에서는 학생들이 경희대학교 극장 무대에 서서 연기, 노래, 면접을 선보여야 한다. 20여년 넘은 연극 연출과 강의 경험 덕에 연기와 노래하는 걸 3~4분 정도 보면 장단점을 파악하게 된다. 그를 기반으로 질문을 건네는데, 이 과정에서 학생이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누군가가 만들어준
[인터뷰]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토대를 쌓도록', 이영석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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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4년의 역사를 쌓아온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연극영화학과는 뛰어난 연극영화인을 양성하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 발전에 헌신하기 위해 신설되었다.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는 학과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문화예술적 콘텍스트를 이해하여 다채로운 감성과 창의적인 표현력을 지닌 예술가로 거듭나도록 조력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수업은 연극트랙과 영화트랙,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연극트랙은 일반 연극을 포함하여 뮤지컬과 영상연기, 퍼포먼스를 체득하는 배우 전인교육에 방점을 둔다. 대표적인 교과목으로는 연극연기연출론, 음악극연기연출론, 대사연기, 연극창작실습, 제작실습 등이 있다. 영화트랙은 시나리오 작성, 촬영, 조명, 연출, 편집 등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넓은 영역의 실기 교육을 실시하며, 영화사, 영화촬영기초, 디지털편집실습, 영화제작실습, 영화비평 등을 가르친다. 입학 시 트랙이 정해지면 각기 다른 커리큘럼을 따라야 하지만, 학과 생활 이후에도 지도 교수와 학과장과의 면담을 통해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21세기형 멀티엔터테이너를 위한 교육 현장을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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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대표작은 누가 뭐래도 <롤리타>일 것이다. 하지만 나보코프가 자신의 경험을 부은 자전적 소설이며 작가로서의 분신이 등장하는 작품은 <프닌>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 <프닌>은 다소 실험적인 작법의 소설이고, 나보코프가 천착하던 문학적 이론과 미국 사회에 대한 은유, 화자가 여러 번 바뀌는 등의 이유 때문에 소품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나보코프는 자신의 모든 소설 캐릭터 중 인간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프닌을 꼽기도 했다. 존경? <프닌>을 읽다 보면 이 인물의 우스꽝스러운 외관에 대한 묘사,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망명했으나 영어가 서툴고, 그로 인해 주변인이나 사물들과 싸우는 부분 등은 코믹하게 그려진다. 특히 미국 문명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세계 지식인으로서 체득한(자본주의사회에서는 하나도 쓸모없는) 지식을 고집하는 모습 등은 루쉰의 <아큐정전>
씨네21 추천도서 - <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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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 지음 / 김선영 옮김 / 비채 펴냄
작은 상점가에 대형 마트가 들어선다. 상점가 사람들은 대형 마트 개점을 반대하지만 대기업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인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 굳이 강자와 약자로 나눠 독자에게 한쪽을 편들라고 하면 대다수는 상점 문을 닫고 이사를 가야 하는 작은 상점을 안타까워할 것이다. 여기에 이런 질문을 추가해보자. “대형 마트에는 뭐든지 있을까? 대형 마트에서 불가능한 판매 전략을 작은 상점에서 할 수는 없을까?” <아키라와 아키라>는 영세공장과 은행, 상점가와 대기업 마트, 대기업 안에서도 해운과 상회, 관광업 등 자회사간의 다툼 등 ‘경제’라는 이름 안에 얽힌 복잡한 문제를 호쾌하게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소설가 이케이도 준의 이름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은행원 출신이라는 그의 이력과 대히트했던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의 원작자라는 것이다.
전작 <육왕>이 소규모 기업이 열정과 아이디어 그
씨네21 추천도서 - <아키라와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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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 모건 지음 /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펴냄
무료로 이용 가능한 실내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에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취약 계층에 도서관은 더위와 추위를 피해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컴퓨터를 잠시 빌려 쓸 수도 있으며 물을 마시거나 개인위생도 돌볼 수 있는 공공시설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도서관에 대해 혹은 거기서 일하는 사서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은 없다. <사서 일기>는 도서관 사서의 실감나는 에세이이지만, 적재에 배치된 생기 어린 캐릭터와 그들이 일으키는 소동 덕분에 소설의 박진감까지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던 앨리는 도서관에서 보조사서로 일하게 된다. 책을 사랑하던 앨리에게 도서관 근무는 간절히 원하던 일이었지만, 막상 거기서 일하기 전까지 ‘도서관 사서’가 얼마나 자질구레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지는 자세히 몰랐다. 어린이 노래 교실과 뜨개질 클럽 진행, 도서관 단골 이용자의 만성질환
씨네21 추천도서 - <사서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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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지음 / 창비 펴냄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김지혜 작가가 두 번째 책 <가족각본>으로 돌아왔다. 이번 책은 가족제도에 숨은 차별과 불평등을 파헤친다. 그 시작은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시위 구호를 들여다보고, 한국의 가족제도에서 며느리의 위치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2007년, 차별금지법 입법 예고에 대한 반대 시위에서(차별금지법은 지금까지도 입법에 실패하고 있다) 처음 등장한 이 문장은 지금도 볼 수 있다. 며느리와 사위를 구하는 설화를 각각 분석하며 이 책은, 예능으로 치면 ‘사위 고르기’는 단발성 순발력 테스트에 가깝고, ‘며느리 고르기’는 장기전인 서바이벌 리얼리티쇼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며느리라는 역할은 “주도성이 요구되는 종속 상태라는 모순적인 위치”인데, 남성의 역할 역시 모순적이다. “남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사회적 출세인데, 이를 이루지 못했을 때 가족 내의 권위는 형식만 남는다.”
<가족각본>은 가족에 대한 한
씨네21 추천도서 - <가족각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