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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남학생 미야노(사이토 소우마)는 한겨울에 밖에 있어도 춥지 않다. 연인 사사키(시라이 유스케)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는 한 학년 위 동성 선배였던 사사키를 동경하던 시절과 사사키에게 사귀자는 말을 들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자주 만나지만 둘에게 관계의 변화가 찾아올 거라는 걸 잘 안다. 대학 입시를 치르고 있는 사사키가 곧 졸업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온 신경이 쏠린 10대 소년의 감정이 얼마나 시시각각 요동치는지를 은은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보고 싶었다는 선배의 말 한마디, 앞머리를 넘겨주는 선배의 손동작 하나에도 반응하는 미야노의 표정 작화가 돋보인다. 많은 양의 꽃과 도형이 화면을 떠다니는 효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멋쩍은 상황에 순정 만화 그림체의 주인공들을 앙증맞은 캐릭터로 변모시켜 귀여운 악센트를 준다. 둘만의 완전한 러브 스토리일 줄만 알았던 영화는 미야노의 존재를 알고 충격받는 사사키의 누나를 등장시켜 예
[리뷰] ‘극장판 사사키와 미야노-졸업편’, 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손동작 하나도 큰 의미가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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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쪽 맨 뒷자리에 앉아 자고 있던 재수생 쉬유수(린이)는 눈이 번쩍 뜨이는 사건을 겪는다. 새로 온 여학생 린샹즈(조금맥)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 일단 친해지는 작전을 서툴게 펼치는 쉬유수를 보고 그의 단짝인 송샤오난(심월)과 장우(왕가휘)가 합세하지만 린샹즈는 꿈쩍하지 않는다. 사고 뒤 친구를 일주일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병이 생겼다는 린샹즈의 말을 듣고도 쉬유수는 그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일주일간 친구>는 동명의 유명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중국영화로 청춘 스타들이 주연을 맡아 주목받은 작품이다. 4명의 남녀 학생이 가까스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은 전반부는 내내 창창한 날씨와 경쾌한 배경음악에서 알 수 있듯 발랄한 톤으로 그려진다. 교실, 아지트, 옥상, 수영장 등 교내 곳곳을 누비며 우정과 사랑이 싹트는 순간을 포착한다. 영화는 중반부에 반전을 심어 분위기를 빠르게 전환한다. 린샹즈로 무게중심을 옮겨 그의 과거를 펼쳐 보인 뒤 다시 시
[리뷰] ‘일주일간 친구’, 발랄하게 시작해 한층 깊고 짙은 우정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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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한때 독립영화 안에서 어떤 흐름을 이루기도 했던 ‘잉여’의 자리에 ‘덕질’의 요소가 가미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연출자이기도 한 권하정, 김아현과 함께 구은하까지, 세 사람은 대학 졸업 후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아직 무명이었던 가수 이승윤의 음악을 알게 된다. 그의 음악에서 위로를 받은 세 사람은 이승윤에게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우선 그의 노래 <무명성 지구인>으로 만든, 조악하지만 정성을 들인 작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함께 전달한 그들의 제안을 이승윤은 받아들이고, 세 사람은 그의 미발표 신곡인 <영웅 수집가>의 뮤직비디오 제작에 돌입한다. 뮤직비디오는 처음이라는 그들에게 얼마간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덕질’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에 대하여, 그것이 너무도 개인적이고 내밀한 어떤 것을 가리킨다면, 당연히 누구도 쉽게 말을 얹을 수는 없다. 다만 ‘잉여’와
[리뷰]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과시와 자기 연민 사이에서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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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라켈 레노라 플뢰툼)의 가족이 주택단지로 이사를 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낯선 환경에서의 생활을 앞둔 부모의 관심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언니 안나(알바 브륀스모 람스타드)에게 대부분 향해 있고, 어린 이다에게는 언니를 돌봐야 하는 책임마저 얼마간 주어진다. 가족들이 여름휴가를 떠나 한산하다 못해 인적마저 드물어 보이는 주택단지 주변을 이다는 혼자 서성인다. 그리고 이때 같은 또래인 베니아민(샘 아쉬라프)과 아이샤(미나 야스민 브렘세스 아샤임)를 만난다.
두 사람과 함께 이다는 소망의 실현을 목격하며, 동시에 그것에 수반되는 공포의 세계로 접어든다. 베니아민과 아이샤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특히 안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아이샤를 통해 이다는 언어를 잃은 안나와 불완전하게나마 소통을 하게 된다. 반면에 단순히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을 넘어선 베니아민의 능력은, 그가 가진 잔인한 기질이 더해져 이다를 포함한 나머지 세 사람을 위협하기에
[리뷰] ‘이노센트’, 잔혹하고 위태로운 아이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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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은 소박하지만 행복한 신혼생활 중이다. 아직 단역 배우인 현수는 임신한 몸으로 직장에 다니며 생계까지 책임지는 수진이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 부부의 유일한 걱정은 현수가 어느 날부터 몽유병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두 사람은 수면 클리닉을 다니며 치료에 전념해보지만 차도가 없다.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현수의 몽유병이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수진의 불안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처럼 점차 속도를 더해간다. 극도로 예민해진 수진은 평소 믿지 않았던 무당까지 불러보지만 상황은 악화될 뿐이다.
집과 잠, 가장 편안해야 할 순간이 무너진다. <잠>은 몽유병을 소재로 기이하고 불안한 상황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영화다. 3부 구성으로 이뤄진 영화는 각 파트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깔로 관객을 혼란에 빠트린다. “누가 들어왔어”라는 잠꼬대로 시작되는 영화는 전형적인 호러 스릴러의 길을 갈 것처럼 보이지만 이내 방향을 튼다. 수면 장애로 곤란을 겪는 초
[리뷰] ‘잠’, 심리 드라마, 컬트 스릴러, 밀실 공포물 속에서 피어나는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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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레아 세두)는 8살 난 딸 린(카미유 르방 마르탱)과 함께 파리에 살고 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한 여성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거나,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는 인상 뒤에는 산드라의 매일에 뒤엉켜 있는 애환이 펼쳐진다. 희귀성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 게오르그(파스칼 그레고리)는 집을 찾아온 산드라에게 문조차 열어주기가 쉽지 않다. 우연히 마주친 옛 친구 클레망(멜빌 푸포)과 산드라는 사랑을 시작하지만, 확신과 불안 사이를 오가는 관계에서 클레망과의 사이를 알고 있는 딸이 새로운 가족에 대한 기대를 너무 많이 하지 않도록 다독여야 한다. 아버지의 저서가 익숙한 대학원생들이 그녀에게 아버지의 안부를 물어올 때마다 울음을 삼켜야 하는 일 또한 산드라가 감내해야 하는 일상의 모습이다. 아버지의 병환이 점점 깊어져 돌보기 힘들게 되자 오래전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니콜 가르시아)는 딸들과 함께 아버지를 어느 요양원에 보내야 할지 등을 의논한다.
이야기에는 있지만 인생에는 없는 것
[리뷰] ‘어느 멋진 아침’,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존재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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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대충 수습하고 살자”던 오대수의 체념이 무색하게 <올드보이>는 아직도 오늘의 영광을 누리고 있다. 2003년 11월21일 국내 개봉해 올해로 20주년.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의 기둥인 <올드보이>는 동시대의 클래식으로 불린다. 북미 배급사 네온이 20주년 재개봉과 함께 뜻밖의 흥행 성적을 받아들고 있는 배경에는 <올드보이>가 21세기 코리안 시네마의 한 상징이자 유수의 감독들이 창작의 영감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사실도 축적돼 있다. 비록 오랜만의 만남이지만, 자신들의 화양연화가 기록된 이 작품이 현재 진행형의 영화라는 점에 이견이 없는 ‘오대수의 친구들’이 20주년을 기념해 흔쾌히 모였다. 10주년 기념 화보에 이어 20주년 기념 행사의 매개로 함께한 <씨네21> 독점 GV 현장을 전한다. “여기 <올드보이>를 처음 보신 분도 계세요? 어떠셨어요?” 박찬욱 감독의 느긋한 말 걸기로 시작된 관객과의 대화는 장
[기획] “그때는 우리 모두 미쳐 있었으니까”, <올드보이> 개봉 20주년 맞이 박찬욱 감독·배우 최민식, 유지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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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껍데기다. 그러나 이 껍데기는 너무 과중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겨우 몇 글자의 이름은 가족 관계와 사회적 지위, 고유의 성격이나 밟아온 과거를 단순 합산하여 한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곤 한다.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곤 하나 실제 우리 삶의 부피에 비해 이 집은 종종 좁아 보이기 일쑤다. 이에 <한 남자>는 주인공 키도(쓰마부키 사토시)와 X(구보타 마사타카)를 둘러싼 껍데기들, 가령 그들의 이름이나 체면 같은 것들을 벗긴다. 더하여 <한 남자>는 영화의 이미지를 감싸안고 있는 몇 가지 껍데기, 이를테면 서사의 개입과 설명식의 주석들까지 벗겨낸다. 이로써 그것들 속에 진정 무엇이 들었는지 집요히 바라보게 만든다.
작품의 도입부부터 호기롭다. 브라운 톤의 안락한 조명, 카메라는 벽을 비추고 그곳에는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이 걸려 있다. 그림 속의 한 남자는 거울을 보고 있는데 거울엔 본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오프닝 타이틀이 오르자
스쳐가는 진실한 마음들, ‘한 남자’가 순간의 진실을 보여주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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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워터 보이즈>로 동시대 청춘의 표상이 됐던 쓰마부키 사토시.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는 <한 남자>의 주인공 키도가 되어 ‘자신이 누구인지’란 질문에 답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이 질문은 비단 키도의 것만은 아니다. 쓰마부키 사토시 역시 오랜 배우 활동을 거치며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거듭하고 있다. “배우 경력이 쌓일수록 ‘나’란 상자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게 된다.” 이에 그는 때마다 다른 영화 속 인물로 존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미지의 상자 속을 채우고 있다. 이를테면 키도를 연기하기 위해 직접 재판정을 찾거나 실제 변호사들과 만나 배역을 연구하고, 장면 하나하나의 영화적 의미를 적확히 꿰뚫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한 남자> 속 키도의 여정은 키도가 누구인지 알고자 하는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의 여로이기도 한 셈이다. 이로써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한 남자
[인터뷰] 알 수 없는 것을 연기하기, ‘한 남자’ 쓰마부키 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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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변호사 키도(쓰마부키 사토시)가 X(구보타 마사타카)의 정체를 좇는다. 키도의 의뢰인인 리에(안도 사쿠라)의 남편 X가 사실 타니구치 다이스케란 타인의 호적으로 살아왔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X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키도는 재일 교포, 아버지, 남편, 변호사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누구인지를 깊이 고민하기에 이른다. 이시카와 게이 감독과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의 세 번째 협업인 <한 남자>는 2023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8관왕의 영예를 안은 작품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 후 지난 8월30일에 국내 개봉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한 남자>가 집요하게 던지는 이 질문엔 쉽사리 규명할 수 없는 모호함의 정서가 깔려 있다. 키도를 연기한 쓰마부키 사토시의 얼굴도 마찬가지다. 우선 그의 얼굴은 <워터 보이즈>(2001),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에서 보여줬던 풋풋한
[커버] 그 남자의 진심, ‘한 남자’와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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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관람 내내 여러 꿈을 동시에 꾼 듯한 착각을 부른다. 몽유병에 시달리며 괴기스런 행동을 일삼는 남편 현수(이선균)가 나올 땐 가정 호러인가 싶다가도 현수로 인해 수진(정유미)이 폭주할 땐 오컬트 장르가 난입한다. 부부가 서로를 구하려는 멜로가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와중에 느닷없이 코미디도 끼어든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옥자>의 연출부를 포함해 <신과 함께-인과 연> <버닝>의 스탭까지, 장르와 색채도 모두 상이한 영화를 거친 유재선 감독은 자신의 경로를 입증하듯 여러 요소가 한데 뒤섞인 인상적인 데뷔작 <잠>을 쓰고 연출했다.
- 두 주연배우, 이선균과 정유미가 공통적으로 시나리오가 간결해 좋았다는 말을 전했다.
= 어디선가 영화의 모든 요소는 이야기를 추진해야 한다고 배웠다. 시나리오에서 장면을 묘사할 때도 상황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기보다 대사와 지문이 이야기를 앞으로 끌어나가길 바랐다.
- 시
[인터뷰] 귀신보다 무서운, ‘잠’ 유재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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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실패를 빌미로 불거진 ‘전북 지역 혐오’를 보며,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잠겼다. 나는 경북 구미에서 사반세기쯤 살았다. 대구경북이 겪는 곤경을 호남이 당해온 차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툭하면 지역 혐오에 노출되는 처지는 점점 비슷해진다. 고작 ‘선거 결과’가 혐오의 근거가 되고, 지역 내의 다양성과 활력이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혐오는 어느 일방의 힘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지역 안에는 이견을 무시하고 지역 전체를 참칭하는 다수파가 있고, 지역 밖에선 지역을 통째로 싸잡아 매도하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나는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 종종 ‘박정희 기념 공공 사업을 반대하는 구미시의회의원’으로 언론에 소개되었다. “구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군요”라는 식의 댓글은 거의 달리지 않았다. 광신자들의 도시로 몰아가는 혐오만 난무했다(서울에도 떡하니 박정희기념관이 있으면서). 2016년 5월에 실시된 구미시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할가량이 당시까지 진행
[김수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도(道)리엔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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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불가능에 도전한다. 영화는 스탈린의 ‘피의 대숙청’ 시기라 불리는 1938년을 배경으로 한다. 반역 세력을 색출해 처형하는 일을 진행하는 비밀경찰 조직 엔카베데(NKVD) 소속 볼코노고프 대위(유리 보리소프)는 자신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자 피해자 유가족들을 방문한다. 가해자인 그가 과연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구할 수 있을까? 영화는 볼코노고프의 발걸음을 통해 아직도 완전하게 드러나지 않은 스탈린 시대의 감춰진 역사적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선다. 나탈리야 메르쿨로바, 알렉세이 추포프 부부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역사 드라마가 아니라 역사적 맥락을 차용한 ‘환상적 우화’에 가깝다고설명한다. 때론 완벽한 고증을 거친 역사적 재현보다 우화적 재현이 역사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틈새를 만든다.
도망에서 구원으로
영화에 이러한 틈새를 만드는 두번의 추락이 있다. 볼코노고프는 출근길에 직속상관인 그보즈데프 소령(알렉산드르 야첸코)의
[비평] 두번의 추락에 대하여,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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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에서 참기 힘든 순간은 극 중 유튜버나 BJ의 방송 장면이 등장할 때다. 인터넷 개인 방송이나 광고 영상은 보고 싶지 않을 경우 스킵하거나 음소거 버튼을 누를 수 있지만, 작품에 삽입된 방송 장면은 서사 전개에서 결정적인 정보를 노출할 때가 많기에 관람을 포기할 작정이 아니라면 웬만해서는 참고 넘기기 마련이다. 개인 방송 장면에서 느낀 곤란함은 파운드푸티지 방식의 장르영화를 볼 때와 유사한, 강조된 리얼리티에 의한 곤란함이다. 리얼함을 겨냥하는 장르 안에서 사실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때, 오히려 사실성과 멀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드라마 <마스크걸>의 주인공 김모미(이한별)는 밤에는 ‘마스크걸’이라는 이름의 BJ로 이중생활을 하는 회사원이다. 검은 머리에 무채색 정장 차림의 모미는 퇴근 이후에는 두눈을 제외하고 온 얼굴을 덮는 반짝이는 마스크에 밝은색 가발을 쓰고,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강조되는 짧은 원피스를 입은 마스크걸이 된다. 그는 손담비의 <
[비평] 이미지 시대의 복화술, ‘마스크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