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마리 스트로브가 11월20일, 스위스 롤의 자택에서 89살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계의 비순응주의자, 철저한 순수주의자로 불렸던 이가 이 땅에서 사라졌다. 그의 영화는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번이라도 그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모두 그의 단호함에 경외심을 가졌다. 평론가 필리프 아주리는 “영화를 찍을 때마다 모든 사람, 한 국가 전체, 여러 국가를 동시에 소외시키는 사람”이라고 그를 소개한 적이 있다. 또한 영화감독 주앙 세자르 몬테이루는 장뤽 고다르나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보다 훨씬 더 추앙받아야 하는 감독이라고 말했다. 예술과 권력 사이에서 스트로브가 보여준 호전적인 태도를 기억하며, 평생을 무언가의 반대를 위해 바친 예술가 스트로브를 돌아본다.
1933년 1월, 프랑스 메스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문학에 관심을 보였다. 스트로브는 고등학교에서 본격적으로 문학에 빠져들었고, 이후 낭시의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향후 언어학의 구조주의적인 관점은 그의 작품에 영향
[추모] 장 마리 스트로브 감독: 반동적 시네아스트, 현대영화의 지층을 쌓다
-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돌아왔다. 2014년 <버드맨>, 2015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로 2년 연속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정점을 찍은 후 무려 7년 만의 복귀작이다. 제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이하 <바르도>)를 둘러싼 반응은 실로 흥미롭다. 이냐리투의 작가적 야심이 발휘된 대작이라는 평가와 자의식 과잉의 불친절한 실패작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쏟아졌다. 극명하게 갈라진 호불호의 목소리를 들은 뒤 이냐리투는 3시간에 가까운 영화를 재편집해 새로운 버전으로 내놓았다.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로 제작된 이 기묘하고 야심찬 프로젝트는 이냐리투의 자전적 기억이 반영된 사적인 고백과도 같다. 동시에 과거와 현재, 멕시코의 역사, 정치와 예술 등 논쟁적인 주제들을 중층적으로 녹여낸 현학적이고 심오한 작품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 영화가
[기획]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
조금만 웃어볼까요, 는 내가 일을 시작한 뒤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다. 주로 인터뷰를 하러 갔을 때 사진기자나 포토그래퍼가 하는 말로, 저 뒤에 이어지는 말로는 계속 웃어볼게요, 조금만 더 웃어볼게요, 자연스럽게 웃어볼게요 등이 있다. 처음 몇년은 물색없이 웃다가 언젠가부터는 웃는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미리 말씀드린다. 그래도 지면에 사진을 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웃는 사진이 좋기 때문에 매번 같은 주문을 받게 된다. 그런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고, 지면으로 나를 처음 만날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나쁠 것 없으니 여전히 웃는다.
웃음에는 죄가 없다. 문제는 웃는 사람을 우습게 보는 시선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데 가끔 그 복을 뚫고 예의 없는 사람들이 시비를 걸거나, 본인도 모르게 사람을 쉽게 본다. 젊은 여자의 경우 이런 난처함은 배가된다. 젊은 여자가 웃으면 이성적 호감이 있는 줄 안다. 젊은 여자가 웃으면 전문성보다는 인간성을 본다. 워낙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웃을 수 있을 때까지는 웃을 수 없다
-
윌리와 부모가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에 있다. 윌리는 증강현실 게임에 푹 빠져 있는 7살쯤 되는 꼬마다. 부모의 직업을 따라 우주의 온갖 것들을 탐험하고 수집하는 데 관심이 있는 꿈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불현듯 악재가 닥친다. 무수한 소행성과 그 파편들이 우주선을 습격하고, 윌리는 부모와 떨어져 미지의 행성으로 탈출한다. 부모와는 연락이 끊긴 상황이다. 다행히 탈출선에 있던 로봇 버크가 윌리의 생존과 구조 대기를 만능으로 돕지만, 행성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 거대 암석 동물이 공격을 일삼고 평범한 음식을 구하는 것조차 어렵다. 다만 윌리는 낙관적인 탐험가 기질을 발휘해 현지의 다양한 생명체들과 우정을 나누고 착실히 생존해나간다. 하지만 구조 요청을 해야 하는 버크의 배터리가 소진되어가면서 윌리의 행성 탈출은 점점 어려워진다.
모난 곳 없는 가족, 아동, 모험 애니메이션의 모범 사례다. 외딴 행성에 홀로 떨어진 소년의 생존형 고군분투에 집중하기보다는 소년의 성장과 교우 관계에 집
[리뷰] '스페이스 키드: 우주에서 살아남기', 소년의 성정처럼 순수한 미지와의 조우
-
-
아들 이든이 캠프장에서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은 에드먼드(제임스 맥어보이)는 급히 사고 현장으로 향한다. 그는 그곳에서 전처 조앤(클레어 포이)에게 전후 사정을 듣는다. 경찰은 납치까지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에드먼드에게 설명한다. 에드먼드는 조앤의 애인 프랭크(톰 컬렌)를 의심한다. 아들이 사라진 다음날 프랭크가 보여준 엉뚱한 행동에 화가 난 에드먼드는 그를 폭행한다. 경찰에 체포된 에드먼드는 정황을 이야기하지만 묵살된다. 프랭크의 선처로 혐의가 풀려 집으로 온 에드먼드는 몰래 가져온 프랭크의 핸드폰을 훑어본다. 그는 사진 속에서 사건의 단서를 발견한다.
<마이 선>은 납치된 아들을 직접 찾아나선 한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다룬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다. 실종에서 납치로 바뀌는 초반 전개가 흥미롭다. 에드먼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석유회사와 연관성을 짓는 경찰에 답답함과 소외감을 느낀다. 영화는 2.35:1 화면비를 활용해 그의 감정을 표현한다. 익
[리뷰] '마이 선', 긴박하지만 정적인
-
명문대 출신 라엘(이태경)은 5급 행정고시 준비를 위해 신림동 고시촌에 입성한다. 엄마(전국향)는 물심양면으로 딸을 뒷바라지한다. 희망의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라엘의 방 안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녀의 바람과 달리 합격은 쉽게 되지 않는다. 라엘은 어느새 32살이 되었다. 초시생의 총명함은 사라지고 점차 피폐해지기 시작한다. 엄마는 불합격의 원인을 이름에서 찾았다. 엄마는 용하다는 스님에게서 ‘혜옥’이란 이름을 받아온다. 라엘은 혜옥으로 개명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번 의지를 불태우며 시험을 준비한다.
<혜옥이>는 5급 행정고시 N수생 혜옥이가 겪는 고된 수험 생활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매몰 비용의 오류’라는 개념을 주인공 혜옥을 통해 풀어낸다. 매몰 비용의 오류란 과거에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 같은 행동을 반복함을 의미한다. 언젠가 시험에 합격하리라는 희망은 늪이 되고 혜옥은 그 속으로 침잠한다. <기생충>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의 차이점은 산동네다.
[리뷰] '혜옥이', 희망의 늪에서 노력이 무의미해질 때 분열되는 청춘의 자아
-
14세기 일본의 남북조 시대. 북조의 쇼군이 멸망한 헤이케 가문의 보물들을 찾으려 한다. 천황의 적통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소년 토모나와 아버지는 북조 대신들의 의뢰를 받아 헤이케의 신검을 바닷속에서 건져올린다. 그런데 신검을 본 대가로 아버지는 크게 해를 입고, 토모나는 시력을 잃는다. 토모나는 아버지에게 헤이케 가문에의 복수를 명받아 교토로 떠나고 맹인 비파 법사가 된다. 한편 교토의 노가쿠(당시 사루가쿠) 극단에는 ‘견왕’이라는 이름의 소년이 있다. 키보다 두세배는 긴 팔, 등에 난 비늘, 입가에 달린 눈을 타고난 탓에 그는 표주박 가면을 쓰고 누더기를 입고 다닌다. 견왕(아부쨩)은 우연히 토모나(모리야마 미라이)를 만나고 자신이 헤이케 가문의 저주를 받았음을 알게 된다. 둘은 각자의 원한과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헤이케 가문의 숨겨진 역사를 파헤치고 이를 노가쿠로 알리기 시작한다.
‘보는 맛이 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다다미 넉 장 반 세계
[리뷰] '견왕: 이누오', 보는 맛과 더불어 듣는 맛까지 한껏
-
파인다이닝 호손은 별나다. 외딴섬에 있으며 12명씩만 받고 디너 가격이 180만원이다. 이번 손님 명단에 마고(안야 테일러조이)의 이름만 빠져 있다. 미식보다 담배를 즐기는 그는 호손의 헤드 셰프 슬로윅(레이프 파인스)의 열성 팬인 타일러(니콜라스 홀트)의 권유로 막판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호손 월드에 입성한 마고와 일행이 능란한 지배인의 통솔 아래 6개의 둥근 테이블 앞에 착석한다. 슬로윅은 계획에 없던 손님의 등장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HBO> 시리즈 <석세션>의 마크 미로드가 연출하고 <돈 룩 업>의 애덤 맥케이가 제작에 참여한 <더 메뉴>는 두 감독의 개성이 깊게 밴 블랙코미디다. 그럴듯한 말만 늘어놓는 음식평론가, 값비싼 경험이 목적인 비즈니스맨들, 자랑거리가 필요한 배우, 아는 척하느라 바쁜 비전문가 등을 한데 모아놓고 코스 요리에 맞춰 그들의 죄를 세련되게 까발린다. 부르주아의 과시적 소비에서부터 유명인에 대한
[리뷰] '더 메뉴', 정확하게 찍고 우아하게 썰고 깔끔하게 헹구는 고강도 블랙코미디
-
작곡가 루야오(류이호)는 잠에서 깨 아침을 맞으면 모든 것이 새롭다. 그는 몇해 전 뇌종양 수술을 받으며 해마를 제거해 수술 이후 기억이 모두 리셋되는 순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주치의는 루야오의 회복을 위해 잠재의식을 기억으로 전환하는 실험에 참여하길 권한다. 루야오는 실험에 참가하며 심리학 박사과정 재학 중인 쉬싱웨(구리나자)를 만난다. 쉬싱웨는 상담가의 직업윤리를 잊은 채 어차피 기억을 못할 루야오에게 이런저런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다. 실험 2회차, 루야오는 우연히 쉬싱웨의 집에 가고 쉬싱웨가 시 창작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마침 인기 가수 친메이쑤의 신곡을 작곡하며 재기를 준비 중이던 루야오는 쉬싱웨에게 작사를 의뢰한다. 다음날 곡 작업을 이유로 다시 만난 루야오와 쉬싱웨는 하루를 같이 보내며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매일 기억을 잃는 남자, 그런 그를 사랑하는 한 여자, 음악과 시. 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설정에 순애보와 낭만이 가득한
[리뷰] '너와 사랑한 시간', 홍콩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
압구정 토박이 강대국(마동석)은 넘치는 아이디어와 능청스러운 말발로 압구정 일대를 누빈다. 그러던 어느 날 대국은 한때 잘나갔지만 누명을 쓰고 면허가 정지된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를 만나 일생일대의 사업 수완을 발휘한다. 그렇게 자신이 아는 압구정의 인맥을 모아 압구정 최고의 성형외과를 만들겠다는 대국의 계획은 얼렁뚱땅 진행된다. 병원은 대박나 손님들로 가득하지만, 성공을 맛보자마자 두 사람은 동상이몽에 잠겨 충돌하기 시작한다.
괜히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하는 게 아니다. 이제 마동석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유사한 캐릭터가 서로 다른 영화를 관통하여 누비는 통합 장르가 되어버렸다. <압꾸정>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 이 영화는 단독 작품이라기보다는 MCU의 에피소드 중 하나처럼 다가온다. 문제는 이번 에피소드가 너무 익숙하고 빤하다는 거다.
2007년 압구정동 성형외과를 무대로 K뷰티의 세계화를 꿈꾸는 이 소동극은 시끌벅적하지만 정작
[리뷰] '압꾸정', 입으로 때리는 마블리 자기복제
-
크리스마스 아침, 월우(박진영)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온몸에 폭행 흔적이 있지만 경찰도 사회복지사도 월우의 죽음을 단순 사고로 처리한다. 쌍둥이 형 일우(박진영)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찾아 똑같이 되갚아주기 위해 복수에 나선다. 집요한 추적 끝에 일우가 용의자라고 확신하는 문자훈(송건희) 일당이 소년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일우는 제 발로 소년원에 들어간다. 일우에게는 어떤 작전도, 계략도 없다. 일우가 소년원에서 문자훈 일당을 만나자마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맨몸으로 달려들었다가 맞고 끌려 나가는 장면에서 관객은 일우가 가진 건 오직 처절한 분노와 복수심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일우는 목숨을 걸고 온몸을 내던지지만, 소년원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작동하는 힘과 자본의 논리에 또다시 당할 수밖에 없다.
소년원은 폭력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보호해야 하는 세계다. 일우는 이곳에서 힘없는 자는 복수가 아니라 용서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폭력의 강도를 높일수록 더 센 반격이 되돌아온다는
[리뷰] '크리스마스 캐럴', 서럽고 불편하게 울리는
-
이미 다른 글에서 한번 언급한 적 있지만 2022년이 가기 전에 꼭 한번 되짚어보고 싶은 영화로 <소일렌트 그린>(1973)이 있다. 영화는 미래 세계가 서서히 비참한 사회로 변해 가고 있는데 그 와중에 주인공이 이런저런 모험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결말에 가까워지면 ‘소일렌트 그린’이라는, 새로 나온 식품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는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한동안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소일렌트 그린의 성분이 뭔지 밝히며 외치는 장면이 인상적인 SF 명대사로 자주 언급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 비슷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온 탓인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과거만큼 무겁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영화의 진짜 구경거리가 뭔지 보다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이 영화는 망해 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괴롭게 사는지를 하나하나 보여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영화 속의 세상은 핵전쟁이나 소행성 충돌 같은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망해 가는
[곽재식의 오늘은 SF] 1973년에 상상한 2022년
-
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포로로 붙잡힌다. 포로가 된 아이는 살인을 저지른 열명의 삼촌에게 둘러싸이는데, 이들을 일컬어 빅토르 위고는 ‘그의 아버지의 끔찍한 형제들’이라 칭했다. 그리고 프로이트는 그 상대를 ‘끔찍한 아버지’라고 불렀다. 아무튼 포로로 붙잡힌 아이의 이야기는 ‘구세주’를 만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는다. 아이는 삼촌으로부터 도망치고, 그 과정에서 두려움을 경험한다. 그리고 마침내 ‘말하는 동물’과 만나게 된다. 이 신비로운 동물과의 조우 덕택에 아이는 자신이 태어났던 낙원으로 되돌아간다. 이상의 내용이 바로 위고의 서사시 <세기의 전설>에 등장하는 ‘삼촌과 대립하는 아이’ 이야기의 원형이다. 2018년 개봉했던 <블랙 팬서>에는 마치 <햄릿>과도 흡사한 아버지의 형제 이야기가 등장한다. 킬몽거(마이클 B. 조던) 캐릭터를 통해서다. 그리고 속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이하 <와칸다 포에버>)에서 다시, 킬몽
[비평]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세이렌의 노래
-
우주 비행사를 꿈꾸는 흑인 소년 죠니(제일린 웹)는 침대에 누워 거동조차 힘든 할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고한다. 지금은 사립학교에 다니는 친구 폴(뱅크스 레페타)이 갑자기 플로리다로 떠나자는 제안을 던졌기 때문이다. 죠니에겐 대안이 없다. 보호자인 할머니는 자신을 돌봐줄 능력이 없고 이대로면 사회복지시설에 끌려갈 처지다. 폴의 집 뒷마당에 지어진 아지트에서 잠시 비바람을 피하고 있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른다. 폴은 함께 떠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학교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를 훔치자고 유혹한다. 학교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고 제 발로 뛰쳐나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게 범죄라는 걸 안다. 그러나 다시 말하건대 죠니는 대안이 없다. 세상의 그릇된 것들로부터 지켜주던 우산 같은 외할아버지(앤서니 홉킨스)가 돌아가셨다 해도 여전히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는 폴과는 달리.
죠니의 할머니가 나오는 장면은 이상하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폴의 시점에서 벗어난 기이한 개입이다
[비평] ‘아마겟돈 타임’, 유령과 함께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