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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거 113주년. 1909년 10월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삶이 스크린에 담긴다. <영웅>은 거사 준비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따라가는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로 탈바꿈시켰다. 대한제국 의병대장 안중근은 어머니 조마리아(나문희)를 떠나 3년 안에 이토 히로부미를 척결하지 못하면 자결하기로 마음먹는데, 명성황후의 죽음을 목격한 조선의 마지막 궁녀 설희(김고은)를 통해 이토 히로부미의 하얼빈 방문 계획을 듣게 된다. 역사극이자 뮤지컬영화라는 독특한 조합, 한국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영화라는 신기록에 부응하기 위해 제작진이 가장 공들인 지점은 라이브 녹음이다. 전체 분량의 70%에 가까운 뮤지컬 넘버를 배우들이 롱테이크 속에서 동시녹음했다. 뮤지컬에서 쌓은 신뢰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안중근 역의 정성화, 가상인물인 비밀 정보원 설희를 연기한 김고은의 호연이 특히 기대된다. &
[Coming soon]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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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개봉예정인 <엘리멘탈>은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불의 캐릭터 엠버(리아 루이스)와 물의 캐릭터 웨이드(마무두 아티)의 만남과 우정을 그린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이다. <굿 다이노> 이후 7년만에 신작을 내놓은 피터 손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엘리멘탈>의 이야기는 어디서 처음 시작되었나.
=뉴욕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서 영감을 얻었다. 부모님은 1970년대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왔고, 나는 이곳에서 태어났다. 부모님과 함께 성장하며 겪은 모든 경험이 <엘리멘탈>의 출발점이다. 내가 비한국인과 사랑에 빠졌을 때 할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래도 결혼은 한국인이랑 해야지! (웃음)” 이민자의 가족으로서, 역사적 배경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문화 충돌을 여러 번 겪었다. 타인을 사랑하는 과정은 결국 그 사람의 본질과 근원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일까. <엘리멘탈>의 세계관은 다양성
[인터뷰] '엘리멘탈' 피터 손 감독,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그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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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9월13일 누벨바그의 거장 장뤽 고다르가 91세로 별세했다. ‘영화사는 고다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현대영화는 고다르와 함께 문을 열었고, 그의 죽음과 함께 20세기의 영화도 문을 닫았다. 그런만큼 그동안 고다르의 죽음을 추모하며 그동안 몇 차례의 기획전이 열렸다. 올해 고다르를 기리는 마지막 인사로 <아듀 고다르: 장 뤽 고다르 특별전>이 2022년의 끝자락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문화협동조합 ‘씨네포크’에서 준비한 <아듀 고다르: 장 뤽 고다르 특별전>은 오는 12월7일부터 20일까지 부산 롯데시네마 광복점, 대구 롯데시네마 동성로점, 서울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차례로 상영될 예정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고다르의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를 비롯해 1960년대 누벨바그 시기의 걸작들과 1970년대 정치적 시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화를 추구한 1980년대 작품들, 고다르의
아듀 고다르: 장 뤽 고다르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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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다혜리의 작업실’은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글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597226325643005953)
이다혜 @d_alicante <랑과 나의 사막>은 멸망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844년경 전쟁의 시대 이전에 만들어졌다가 사막에 묻혀 있던 로봇 고고에게 생명을 준 인간 랑이 사망하면서부터의 이야길 담고 있습니다. 랑이 가고 싶어 했던 과거로 가는 땅을 찾아 고고는 혼자 길을 떠나는데요, <어린 왕자>의 SF 버전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천선란 작가님을 모시겠습니다.
천선란 @hdmhbook 안녕하세요, 소설가 천선란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처음 작품을
[트위터 스페이스] 다혜리의 작업실: 소설 '랑과 나의 사막' 펴낸 천선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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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일(한국 시간) 열리는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E조 최종전은 역사적인 경기가 될 예정이다.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심판진이 피치 위에 서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경기에서 휘슬을 불게 된 최초의 여성 주심은 프랑스의 스테파니 프라파르. 그는 2020년 여성 심판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주심을 맡은 바 있다. 독일과 코스타리카 경기에선 브라질의 네우자 백, 멕시코의 카렌 디아스 심판이 부심으로 함께 나선다. 1930년 월드컵이 시작된 이래 여성이 주심을 맡은 것도 여성 심판으로만 심판진이 꾸려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저기서 “이것은 스포츠계의 또 다른 진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작지만 큰 걸음을 뗐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경기를 조율할 수만 있다면 심판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에 시작되는 경기지만 이 경기만큼은 선수 때문이 아니라 심판 때문에 꼭 챙겨 보고 싶다.
여성 심판 얘기를 꺼냈으니 자연스레 여성 축구팀
[이주현 편집장] 한국 영화감독 여자 축구팀 베스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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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5일, 조디 캔터와 메건 투히의 첫 보도가 나오기 전에도 하비 와인스틴을 둘러싼 말들이 떠돌고 있었다. 두 기자는 와인스틴에 관해 루머처럼 떠도는 이야기의 실체를 파악해가며 사건에 접근해나갔다.
2015.3.30.
<뉴욕타임스> 제니퍼 시니어 기자의 트위터(@JenSeniorNY), “어느 시점에선가 하비 와인스틴에 대해 털어놓길 두려워했던 여성들이 다 같이 손을 잡고 뛰쳐나올 것.”
2015.10.6
<버라이어티>, “애슐리 저드가 거물제작자로부터 당한성추행을 고백했다.”
2015.11.3
‘와인스틴 컴퍼니’ 신입 임원 로런 오코너가 회사에 발송한 이메일 중 일부,
제목: 알림
“저는 돈을 벌고 경력을 쌓고 싶은 28살 여성입니다. 하비 와인스틴은 64살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남성이고 이 회사는 그의 소유입니다. 권력의 균형을 따지자면 제가 0, 하비 와인스틴이 10입니다. 저는 전문인이기에 전문인답게 행동하고자 했습니다. 그럼에
[기획] ‘그녀가 말했다’, <뉴욕타임스> 보도 전후, 하비 와인스틴을 둘러싼 말과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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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뉴욕타임스>는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하비 와인스틴이 배우나 직원 등을 호텔 방으로 불러 마사지를 요구하고, 변태적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폭로했다. <그녀가 말했다>는 이 기사를 작성한 조디 캔터(조 카잔)와 메건 투히(케리 멀리건)의 보도 과정을 담은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범죄 당사자도, 그가 벌인 성추행도 아니다. 마리아 슈레이더 감독은 “탐사보도기자인 조디 캔터와 메건 투히가 겪은 일을 관객이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첫 보도를 내기까지 두 사람이 감내한 것을 담은 영화”라고 말했다. <그녀가 말했다>는 <스포트라이트> <더 포스트>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처럼 뉴스룸에서 일어난 실화를 소재로 한다. 조디 캔터와 메건 투히가 진실을 추적하고 보도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기존 뉴스룸 영화와 닮았지만 <그녀가 말했다>에는 탐사보도를 소재로 한 영화 특유의 열기와 고유
[기획] ‘그녀가 말했다’를 이해하는 몇 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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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먹어야 산다. 이 당연하고 보편적인 명제를 단어 하나만 바꿔 순식간에 공포스러운 문장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은’을 ‘을’로 바꾸는 것이다. ‘사람을 먹어야 산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본즈 앤 올>은 사람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살기 위해 사람을 먹는 ‘이터’(eater)들의 이야기이다. 단, 이 문장은 정확히 이해되어야 한다. 하나의 취향으로서, 예컨대 미식을 추구하기 위해 ‘사람도’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본능적으로 식인에 대한 허기를 느끼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영화적으로 보다 익숙한 소재와 비교하자면 ‘뱀파이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터와 뱀파이어 모두 오로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인간의 살갗을 물 뿐이지만, 그 결과로 그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내 삶을 이어가기 위해선 그 무엇도 아닌 인간의 목숨을 필요로 한다는 비극. <본즈 앤 올>은 비극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두 남녀 매런(테일러 러셀)과
[기획] ‘본즈 앤 올’, 사랑을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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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에 시작해 1990년대에 마쳤다고 평가하는 대만 뉴웨이브의 파동은 주지하듯 허우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그리고 차이밍량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새로운 물결이라는 명명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의 작품은 전통의 재해석, 또는 배격, 더 나아가 완전한 재탄생으로 특징지을 법한데, 이런 수사도 2022년 현재 되레 도전과 반발 앞에 놓인 또 다른 전통으로 보인다. 최근도 이 개척자 세명을 자주 호명하지만 현 대만영화계가 주목을 요하는 다른 이름들이 있다. 청몽홍이 그 선두 주자라면 후앙시, 호위딩, 미디 지, 양야체, 수자오렌 감독 등은 꾸준히 레이스를 펼치는 성실한 러너들이다. 이번 서독제 해외초청 프로그램은 기존 대만 뉴웨이브 삼인방을 잇는 ‘뉴웨이브 이후 대만영화의 기수들’을 소개해 특정 분야로 편중했을지 모를 우리의 영화 경험에 기분 좋은 자극을 꾀한다.
뉴웨이브 이후를 말하지만 그렇다고 청몽홍을 포함한 새로운 대만 감독들과 이전 뉴웨이브 사
[기획]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추천작 소개③, ‘뉴웨이브 이후 대만영화의 기수들’ 초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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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갈
이동우 | 한국 | 2022년 | 156분 | 본선 장편경쟁
<셀프-포트레이트 2020>에서 한때 단편영화로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이력이 있지만 지금은 알코올중독과 조울증에 시달리며 노숙 생활을 하고 구치소를 드나드는 인물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던 이동우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은 이번에도 문제적 인물을 내세워 지난 작품이 품은 진기한 기운을 재현한다. 감독의 대학 시절 영화과 동기이자 10살 많은 형인 박건호는 사채를 굴리는 동시에 본인도 빚에 허덕인다. 배달 대행 일로 삶을 꾸려가던 그는 도박에 손을 대면서 뱀과 전갈이라는 뜻의 사갈, 즉 남을 해치거나 혐오감을 주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자신의 처지와 책임을 객관화해 인식하는 듯하면서도 채무자에게서 수금한 돈을 재차 도박으로 날리고 자기 합리화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자면, 지난 작품 속 노숙자의 초상이 오버랩된다. _김성찬 영화평론가
이어지는 땅
조희영 | 한국 | 2022년 | 88분 | 본선 장편경쟁
런던
[기획]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추천작 소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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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 서독제가 12월1일부터 9일까지 CGV압구정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는 영화가 만들어내는 ‘사랑의 기호’로 독립영화들이 서로 대화하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겼다. 축제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도록, 개막작 <또 바람이 분다>와 본선 장편경쟁에 초청된 8편의 영화, 그리고 ‘뉴웨이브 이후 대만영화의 기수들’ 초청전을 통해 선보이는 8편의 대만영화를 소개한다.
또 바람이 분다
김태일, 주로미 | 한국 | 2022년 | 103분 | 개막작
제48회 서독제의 개막작인 <또 바람이 분다>는 조금 특별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사 ‘상구네’의 ‘민중의 세계사’ 프로젝트의 네 번째 작품이다. 감독 김태일과 주로미, 그리고 그들의 자녀인 김상구, 김송이 네 가족으로 이루어진 상구네의 발길은 2009년 광주에서 시작해 캄보디아와 팔레스타인을 거쳐 보스니아로 이어져왔다. “고립되어 빨갱이로 몰렸던 광주 시민, 자본에 밀려나고 있는 캄보디아
[기획]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추천작 소개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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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모녀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수경과 이정
여느 때와 같이 마트에 같이 장을 보러 간 날, 사건이 벌어졌다. 씩씩대며 앞서 나간 수경(양말복)의 뒤를 이정(임지호)이 바삐 쫓는데 차에 타자마자 수경이 이정에게 손찌검을 시작한 것이다. 견디다 못한 이정이 차를 박차고 나가자 별안간 수경의 차가 이정을 들이받는다. 급발진 사고라 주장하는 수경과 달리 이정은 엄마의 고의를 확신한다. 그렇게 아슬아슬하던 둘의 관계가 완전히 뒤틀리고 만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라는 제목처럼 가장 내밀한 부분을 공유하면서도 서로를 증오하고, 종국엔 이해받길 바라는 수경과 이정의 관계는 강렬하고 처절하다. 둘의 서사를 모녀라는 프레임 안팎에서 유연하게 그려나가는 김세인 감독의 연출은 둘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올해의 미장센
<초록밤>의 윤서진 감독과 추경엽 촬영감독
소파 위로 쓰러지듯 누운 원형(강길우) 위로 창밖의 초록빛이 쏟아
[기획] 2022 한국독립영화결산⑥ 올해의 독립영화, 별별 리스트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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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자기 반영
<오마주>의 여성감독들
아들과 남편은 자꾸만 투덜대고 오래 함께한 PD는 떠나겠다 한다. 세편의 영화를 만들고 슬럼프에 빠진 영화감독 지완(이정은)은 신작 <유령인간>이 상영 중인 텅 빈 극장에서 의기소침해지고 만다. 영화는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이 묘하게 겹쳐지는 듯하고, 배우 이정은은 절박함과 묘한 낙천성을 동시에 품은 신수원 감독의 인상을 능청스레 모사한다. 한국영화 역사상 두 번째 여성감독인 홍재원의 필름 복원을 의뢰받은 지완의 여정은 곧 여성영화의 길을 닦은 실존 인물 홍은원 감독의 삶까지 불러낸다. 신수원의 자전적 이야기와 홍은원의 찬란한 생애, 그리고 픽션 속에서 이들 사이를 오가는 캐릭터 지완의 삶은 서서히 허구와 실제, 각색과 진심을 넘어 영화 만드는 여성의 삶에 관한 환상적인 수수께끼로 귀결된다.
올해의 메뉴
<수프와 이데올로기>의 치킨 수프
4·3사건의 트라우마와 이산가족의 고통을 품은
[기획] 2022 한국독립영화결산⑤ 올해의 독립영화, 별별 리스트 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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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에만 수많은 데뷔작이 영화과 졸업작품,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제작 지원작 등으로 완성되지만 그렇게 발굴된(혹은 사비를 털어 스스로 발굴한) 창작자들의 차기작을 보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2015년부터 한국 독립예술영화에서 데뷔작이 차지하는 편수가 급격히 늘어나 2022년 현재 증가세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약 120편으로 이중 장편 데뷔작은 59편이다(영화진흥위원회 2022년 개봉일람 기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제작 연구과정 작품 6편(<윤시내가 사라졌다> <낮과 달>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그 겨울, 나는> <썬더버드> <파로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합협력단 영화 3편(<거래완료> <세이레> <옆집사람>) 등이 있지만 데뷔작 대다수가 영진위 제작지원, 영화제 기획개발비, 지역 영상위원회 지원
[기획] 2022 한국독립영화결산④ 이들의 두 번째 영화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