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인의 연인>의 유진은 자기 연민보다는 욕망에 충실하다.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엄마가 집을 떠난 후돈을 벌기 위해 노래방 전단지를 돌리고, 손님이 남기고 간 피자를 은박지에 포장해가는 곤궁한 상황에 서도 이성과의 성애적 욕구에 눈을 뜬다. 담대한 이야기를 유난하지 않은 표정으로 이끌어간 신예 황보 운은 <만인의 연인>이 사실상 데뷔작이다. “당시 회사가 ‘주인공은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캐릭터 중심으로 오디션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내가 하고 싶은 건 유진밖에 없었다.”
5년 동안 썼던 일기장을 들고 가 과거 연애 경험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주인공 역할로만 오디션을 보고, 한달 넘게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자 새벽 5시에 PD에게 결과를 묻는 문자를 보내는 등 거침없는 당돌함을 눈여겨본 한인미 감독은 캐스팅 모험을 감행했다. 황보운은 기회를 운이 아닌 노력의 발판 으로 받아들이는 영민한 초심자다. 그리고 매일 영화 사무실을
[WHO ARE YOU] '만인의 연인' 황보운
-
지난해 <술꾼도시여자들> 이후 이선빈은 한선화, 정은지와 게임 광고를 찍고 새로 출시된 비빔라면의 새 모델이 됐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칸 현지 레드 카펫에 서기도 했다. 흥행과 화제성을 가늠하는 몇몇 지표 외에도 <술꾼도시여자들>은 데뷔 초부터 줄곧 도도하고 빈틈없는 이미지로 각인되어왔던 이선빈이 낚아챈 적시타다. 개그맨을 꿈꿨지만 재능이 없어 대신 예능 프로그램 방송 작가로 커리어를 쌓게 된 안소희는 사회생활이라는 이름의 감정 노동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평범한 직장인이 가장 이입할 만한 인물이다. 만취 상태로 대기업 회장에게 1분16초 동안 속사포 욕을 날리고 장례식장에서 무너지는 감정을 연기하는 등 배우가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신도 많다. 캐릭터 스펙트럼 면에서나 연기 방식에 있어서나 담대한 확장을 가능케 했던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주변으로부터 “전보다 자유로워졌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12월9일 티빙에서 공개되는 <술꾼도시여자들2&g
내 안의 평범함을 꺼내어: ‘술꾼도시여자들2’ 이선빈
-
2014년 1월,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촬영 현장에서 배우 유해진은 아주 잠깐 잡히는 장면에서도 혼신의 연기를 보여줬다. ‘산으로 간 해적’을 연기했던 그는 2022년 <올빼미>에서 한번도 상상한 적 없는 왕의 모습으로 관객을 찾았다. 갈수록 깊고 단단해지는 그의 연기를 보며 오랜 시간 잘 숙성된 와인의 맛을 상상하게 된다.
[ARCHIVE] 왕이 된 남자
-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슬로 호시스>가 다시 돌아온다. 이번 시즌2는 믹 헤론의 두 번째 원작 소설인 <데드 라이온스>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국 정보 담당기관인 MI5에서 좌천된 팀원으로 구성된 ‘슬라우 하우스’ 일부가 영국을 방문하는 러시아 재벌의 보안을 위해 차출된다. 같은 시간, 냉전시대에 활동한 영국 스파이 시체가 버스에서 발견된다. 사인은 심장마비. 하지만 슬라우 하우스의 수장 잭슨 램(게리 올드먼)은 그가 살해됐다고 믿는다. 12월2일 시즌2 공개를 앞두고 게리 올드먼, 잭 로던, 사스키아 리브스와 함께 영상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슬로 호시스> 시즌2는 시즌1과 어떻게 다른가.
잭 로던 시즌1과 시즌2를 연이어 촬영했다. 시즌2는 ‘서머 스릴러’에 가깝다. 그리고 시즌1에 비해 훨씬 더 위험한 사건을 수사한다. 잔인한 행위를 일삼는 집단을 상대하면서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다. 인물들의 전사나 희망, 욕망 등도 알 수
[현지보고] Apple TV+ ‘슬로 호시스’ 시즌2, 배우 게리 올드먼, 잭 로던, 사스키아 리브스 인터뷰
-
-
“아이돌 드라마의 대모.” 2001년, 동명의 만화를 실사화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큰 인기를 끌며 일본에 역수출됐다. 이는 오랜 시간 대만 콘텐츠 업계에서 제작자로 활동해온 차이즈핑의 활약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밖에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청춘은 너의 것> 등을 제작하며 차이즈핑은 대만 콘텐츠 업계에서 수많은 역사를 써왔다. 제작자로 일한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예리한 감각으로 좋은 작품과 인재를 발굴 중인 차이즈핑 스타리츠 엔터테인먼트 CEO를 만났다.
-대만 콘텐츠가 지닌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꽃보다 남자> 때부터 해외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해외 관계자들로부터 꾸준히 들은 칭찬은, 대만은 청춘 로맨스물이 강점이라는 것이었다. 나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와 같은 청춘 로맨스 작
[인터뷰] ‘꽃보다 남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제작한 차이즈핑 스타리츠 엔터테인먼트 CEO, “OTT 시대엔 더 자유롭게, 더 폭넓게 상상 가능하다”
-
BL과 LGBTQ+는 현재 대만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제 중 하나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작품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고, 그렇게 제작된 대만의 BL, LGBTQ+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에 TCCF는 BL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생산, 유통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대담을 진행했다. 11월9일 열린 해당 행사에서는 송가림 영상콘텐츠부문 총담당, 김경은 라쿠텐 그룹 스트리밍부문 아시아 콘텐츠 담당, 채행진 라인TV 운영자, ‘WBL 시리즈‘의 채비교 총괄 PD, 강서지 감독, 판심혜 요이스 제작사 총괄 PD, 임폐유 창이부레 작업실 담당자가 참석해 대화를 나눴다.
대만의 BL 콘텐츠는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을까. 김경은 담당은 “일본 라쿠텐TV 시청자 중 BL 콘텐츠 시청자는 2년 전에 비해 20배 늘었다”라며 대만의 BL 작품이 다른 국가에 비해 팬층이 두텁다고 말했다. “BL 콘텐츠 소비자들이 대체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적
[기획]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④, 주목받는 BL, LGBTQ+ 콘텐츠: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가능성
-
자신의 작품을 완성해 보다 많은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 TCCF 피칭에 참석한 모든 대만 창작자들의 목표일 것이다. 11월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대만의 금마장 FPP(Film Project Promotion)가 선택한 TV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시리즈물, 장편영화의 잠재력을 살필 수 있는 TCCF 피칭이 진행됐다. 발표자들은 주어진 7분 동안 작품 줄거리와 예산, 촬영 스케줄 등을 소개하고 이후에도 투자자들과 열띤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이를 통해 창작자들은 국제적 협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대만과 평양의 유도 선수가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고, 서로 감정을 쌓는 과정을 그릴 드라마 <주도카>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시리즈 마니아 페스티벌’ 대표단에 의해 선택돼 내년 프랑스에서 선보이게 됐다. 좋은 소식을 접한 <주도카>의 리위청, 양지에 감독에게 대화를 청했다.
-1998년 대만의 남자 유도 선수와 북한의 여자 유도 선수가 실제로 경기장에서 만
[기획]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③, “OTT 통해 전세계 관객과 만나고 싶다”
-
유디트 샬란스키는 미래가 아닌 과거가 진정한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이 탐색하는 영역은 자연스럽게 과거가 된다. 과거를 탐색하는 도구는 읽고 쓰기. 쓰는 행위를 통해 상실을 복구할 수 없다 해도,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은 “잊힌 것을 불러내고, 침묵하는 것을 말하게 하고, 상실을 애도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시작”되었다. 이렇게 불려나오는 잃어버린 것들은 장소부터 동물까지 다양하다.
쿡 제도의 남쪽에 있는 투아나키라고 불렸던 산호섬(지도에서 지워짐), 로마의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들과 싸워야 했던 카스피해 호랑이(멸종), 언급된 적이 있는 케리케의 일각수(유니콘의 뼈대가 발견되었다는 기록을 믿을 수 있다면), 17세기 초중반에 지어진 빌라 사케티(허물어지다가 폐허가 된 뒤 제거), 무르나우의 첫 영화 <푸른 옷을 입은 소년>(소실 추정), 사포의 시가들(파피루스 해독을 통해 오히려 발견되는 중), 카스파르 다비트 프
씨네21 추천도서 -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
'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고레에다 히로카즈, <키키 키린의 말>
작가로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업 태도를 알 수 있었던 책. 한 사람을 바라보는 느리지만 존중 담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시선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키키 키린 할머니의 당당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좋다.
톰 웨이츠의 노래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음악을 접하는 게 힘들다. 어린 시절 무작정 탐험하던 청취 세계와는 많이 달라졌다. 요즘엔 톰 웨이츠 노래를 많이 듣는다. 정규 노선을 벗어나지 않던 사람이 자유롭게 일탈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다.
하마구치 류스케 <해피 아워>
하마구치 류스케의 모든 필모그래피를 보는데 감독의 뚝심이 느껴져 좋았다. 특히 <해피 아워>에서 여성배우들을 매력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다만
[LIST] 배우 권해효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
“손이 더럽혀질까 봐 대충 싼 맛에 쓰고 때 타면 벗어던지는 흰 목장갑.” 순양그룹 오너 일가의 지시라면 거절도 질문도 판단도 하지 않는 미래자산관리팀 팀장 윤현우(송중기)는 자신에 관한 모멸적인 뒷말을 듣고도 눈 하나 까딱 않는다. 해외 비자금을 회수하러 갔다 살해당하는 충성스러운 순양맨의 허무한 삶은 별안간 1987년으로 회귀해 순양가의 막내 진도준(송중기·아역 김강훈)으로 이어진다. 산경 작가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시작이다. 진도준은 귀여운 11살 어린이의 얼굴에 40대 아저씨의 말투로 미래 정보를 활용하고, 순양 창업주 진양철(이성민)은 돈으로 못 사는 서울대 법대 합격증을 안겨드리겠다는 손자에게 홀딱 반한다. 흰 목장갑이 재벌 창업주의 목숨을 구하고 조언하며 인정을 얻는 전개가 짜릿한 한편, 원작과 드라마가 갈리는 지점이 흥미롭다.
순양가의 머슴으로 살다 언젠가 집사가 되기를 꿈꾸던 원작의 윤현우는 두 번째 삶을 머슴의
[유선주의 드라마톡] ‘재벌집 막내아들’
-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
넷플릭스
필 스터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삼당사다. 배우이자 감독인 조나 힐이 스터츠를 처음 찾았던 이유는 더 행복해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다. 스터츠의 독특한 요법을 통해 안정을 얻은 조나 힐은, 이제 많은 이들에게 그 방법을 알리고자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렇게 둘의 대화가 시작되지만 조나 힐은 영화를 잘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혀 또다시 불안에 빠진다. 그 불안은 스터츠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에까지 연결되는데, 그 이유는 스터츠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 내내 확신에 찬 모습으로 자신의 이론을 말하는 스터츠의 말은 분명 마음을 울리는 측면이 있으며, 동시에 대화 내내 끊이지 않는 농담으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더 페리퍼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때는 2032년. 플린은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VR 게임에 빠져 있는 오빠와 함께 아픈 어머
[OTT 추천작]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 ‘더 페리퍼럴’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미스틱 리버’
-
디즈니+ / 감독 애덤 섕크먼 / 출연 에이미 애덤스, 패트릭 뎀시, 제임스 마즈든, 이디나 멘젤, 마야 루돌프 / 플레이지수 ▶▶
2007년 공개되어 디즈니식 운명적 사랑 이야기에 대한 클리셰를 스스로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 <마법에 걸린 사랑>의 속편이다. 전편에서 마녀에 의해 마법의 왕국 안달라시아에서 뉴욕으로 쫓겨났던 지젤(에이미 애덤스)은 우여곡절 끝에 변호사 로버트(패트릭 뎀시)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지젤은 불행을 느낀다. 오랜 뉴욕에서의 생활이 부부를 지치게 만들었고, 사춘기를 맞은 의붓딸 모건과의 갈등도 잦아졌기 때문이다. 부부는 새로운 행복을 찾아 교외로 거처를 옮겨보지만 그곳에서의 삶도 이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 답답한 지젤은 마침내 소원의 지팡이를 사용하여 주문을 외운다. “우리에게 동화 속 삶이 펼쳐지게 해주세요.” 그러나 이 소원이 지젤이 새엄마라는 설정과 결부됨에 따라 문제가 생긴다. 많은 동
[OTT 리뷰] '마법에 걸린 사랑2'
-
“언제 우리 가족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거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어머니에게서 늘 듣던 말이다. 75살의 스필버그 감독은 최근 자전적인 영화 <더 파벨먼스>를 선보였다. 아쉽게도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였다. <더 파벨먼스>는 스필버그 감독이 어떻게 세계적인 연출가로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이 작품은 그의 부모를 비롯한 가족에게 헌정하는 선물이다. 물론 그가 처음으로 본 <지상 최대의 쇼>(1952)를 통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나 어떤 영상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관객의 감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직접 경험하는 장면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더 파벨먼스>는 컴퓨터 엔지니어이며 지극히 현실적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가정을 꾸린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난 스필버그 감독의 유년 시절부터 19살 때까지를 보여준다. 한 인터뷰를 통해 스필버그 감독은 “어머니는 부모라기보다 큰누나 같았다”라며, ‘피
[뉴욕] 전설의 시작
-
11월30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내년 극장 개봉 예정작 및 스트리밍 콘텐츠 라인업이 공개됐다. 디즈니+를 통해 12월에 공개될 한국 드라마 <카지노> <커넥트>와 내년 공개를 앞둔 <사랑이라 말해요>의 제작진과 배우가 무대에 올라 직접 작품을 소개했다. 이 밖에도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 범죄 액션 드라마 <최악의 악>, 일류 홍보회사를 배경으로 이연희, 문소리, 홍종현, 정윤호가 호흡을 맞춘 드라마 <레이스>가 새롭게 소개됐다.
올해 인기리에 방영된 시리즈의 두 번째 시즌도 공개된다. 음악을 사랑하는 현서와 수호의 이별 이후 3년 뒤의 모습을 그린 <사운드트랙 #2>, 이성민, 경수진, 이학주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형사록2>와 유재석의 버라이어티 쇼 <더 존2: 버텨야 산다>도 다시 찾아온다. 국제적으로 위상을 떨치는 K
디즈니의 야심찬 2023 라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