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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걸스>는 1965년 일본 후쿠시마현을 배경으로 순박하고 따뜻한 훌라춤 도전기를 그려낸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강원도 태백 같은 그곳에 어느 날 ‘훌라댄서 모집’ 공고가 나붙는다. 생뚱맞아 보이는 전단지가 나붙게 된 사연은 이렇다. 석유에 밀려 석탄 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든 시절, 탄광이 폐쇄되고 직원들은 정리해고된다.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안이 하와이언 센터를 세우는 것이다. 회사에선 일부 직원들도 다시 고용할 수 있고 관광수입도 올릴 수 있다고 설득하지만 대대로 탄광 일에 종사하며 살아온 주민들은 선뜻 찬성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더구나 댄서로 지원하려던 마을 여자들은 거의 벗은 차림으로 춤을 추는 영상물을 보고는 기겁을 한다. 결국 도쿄에서 모셔온 마도카 선생(마쓰유키 야스코)이 도착했을 때 남은 지원자는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는 소녀 사나에와 기미코(아오이 유우)를 비롯해 달랑 4명이다.
완전 문외한이 스포츠나 악기, 무용을 배워 멋진 공연을 해낸다, 라는 스토리는
탄광촌 소녀들의 훌라춤 도전기 <훌라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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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각 분야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알아보는 <성공시대>라는 TV프로그램이 있었다. 모두 뛰어난 재능과 투지를 갖추었기에 성공했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는 인물은 어려운 환경에서 불굴의 의지로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달성한 이들이었다. 윌 스미스 부자가 열연한 <행복을 찾아서>는 그런 성공실화의 주인공인 크리스 가드너의 21세기판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는 빈털터리 노숙자로 월스트리트에 입성해 불우한 환경과 흑인이라는 인종적 핸디캡을 이겨내고 ‘가드너 리치 앤드 컴퍼니’ 회장이 된,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아내가 떠난 뒤,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과 아들에 대한 사랑이다. 자신의 비천한 태생을 노래했던 서정주의 <자화상>의 마지막 구절처럼 이 작품은 개처럼 헐떡거리며 뛰어다
오로지 영웅적인 성공담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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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앤 퀸>이라는 제목만 본다면, 이 영화는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궁정의 치정극일 것만 같다. 게다가 ‘왕과 왕비들’이 아니라 ‘왕들과 왕비’라는 제목은 일처다부제를 연상시키며 어쩐지 신선한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자연히 고혹적인 왕비와 그녀를 둘러싼 왕들의 인정투쟁, 치명적인 사랑과 파멸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킹스 앤 퀸>은 그러한 기대를 반은 채워주고 반은 빗나간다. 이 영화에는 왕과 왕비가 등장하지 않고 시대적 배경 또한 당대 프랑스지만, 위의 기본 구도를 세련되게 변주하고 확장시킨 듯한 인상을 준다. 여왕벌 같은 여주인공 노라(에마뉘엘 다보스)와 그녀의 수컷 벌들이 맺는 관계는 과잉된 감정, 자극적인 이미지로 형상화되지 않는다. <킹스 앤 퀸>은 표면보다는 이면에, 등장인물의 꼿꼿한 언어보다는 그 뒤에 은폐된 흔들리는 진심을 담아내는 데 강한 영화다. 그래서 실은 현대의 팜므파탈이라고 할 만한 노라의 캐릭터도 관능적이고 자극적인
은폐된 흔들리는 진심 <킹스 앤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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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좋지 아니한가>의 제목은 <좋지 아니한家>로 표기됐다. 썩 좋지 못한 가족이라는 뜻과 “이 얼마나 좋은가!”라는 감탄이 홀로그램처럼 겹친 제목인 셈이다. 그처럼 속셈 교묘한 이 영화는 지구를 바라보는 달의 시점에서 눈을 뜬다. 달의 시선이 내리꽂히는 지점은 북반구 남한 어느 지방도시의 이층집. 그 지붕 밑에는 고등학교 영어교사 심창수(천호진)와 아내인 희경(문희경), 용태(유아인)와 용선(황보라) 남매, 그리고 무위도식하는 틈틈이 무협소설을 쓰는 희경의 동생 미경(김혜수)이 살고 있다. 교사로서 보람이 시들해진 창수는 심인성 발기불능 증세를 보인 지 몇해째다. 희경은 욕구불만과 살림의 피로가 겹쳐 퉁명스럽다. 남편의 책상과 아내의 화장대는 정확히 등을 돌려 앉도록 놓여 있다. 밤이면 인터넷 방송 DJ가 되는 소녀 용선은 영화를 가르치는 임시교사 경호(박해일)에게 호기심을 품는다. 미스터리 서클의 지도교사이기도 한 경호는 “쪽팔려서 죽을 수도 있을까요?”
더불어 사는 법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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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도 승단 제도가 있다면 심재명 MK픽처스 사장의 경우 9단쯤에 해당할 것이다. 영화제작이면 제작, 마케팅이면 마케팅, 그동안 그가 기획하고 만들고 알린 영화는 지극히 일정한, 그리고 높은 수준을 보장했다. 명기획에서 출발해 명필름과 MK픽처스에 이르기까지, 영화포스터에 붙어 있는 그의 이름은 일종의 ‘KS마크’요, ‘품질인증표시’였다. 그런 그에게도 지난해는 시련의 시기였나보다. 오죽하면 “지난 한해를 스스로 정리하면서 ‘머리가 나빠서 몸이 힘들었던 한해였다’라고 쪽지에 적어놓기도 했다”라고 말할까. 지난해 MK픽처스가 제작 또는 공동제작했던 영화 4편 중 수익을 냈던 영화는 <사생결단>뿐이었고, 심재명 사장의 야심작이었던 <구미호 가족>은 대중은 물론이고 평단에서도 외면을 받았다.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조직을 새롭게 튜닝하고 시동을 걸기 위한 스파크를 퉁기고 있는 심재명 사장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근 MK픽처스 내부적으로 업무를 조정했다는 이야
지난해 은퇴를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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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이 주연하는 미스터리 공포영화 <검은집>(제작 CJ엔터테인먼트, 감독 신태라)의 원작자인 소설가 기시 유스케가 한국을 찾았다. 1997년 출간된 이 소설은 제4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일본시장에서 100만부가 넘게 팔렸으며 국내에서도 번역돼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다. 미스터리, 호러, SF 등의 지향이 분명한 그는 그동안 <검은집> 외에도 <13번째 인격-ISOLA> <푸른 불꽃> <유리망치> 같은 작품을 써왔으며 이중 <13번째 인격-ISOLA> <푸른 불꽃> <검은집>은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국판 <검은집> 촬영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기시 유스케는 전직 보험회사 직원답게 단정한 모습이었지만, 그동안 자신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모든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했던 엉뚱한 면모도 품고 있다. 그의 카메오 출연 행진은 한국영화라고 해서 예
이대로 죽으면 한이 남을 것 같아 소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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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연 경관 훼손을 금지하고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으로, 법률이 지정하는 자연보호 지역과 문화재 지역에서의 영화촬영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버라이어티>가 보도했다. 이 법령은 중국의 국가환경보호국과 문화유산국이 협력해 제안 및 공포되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12만5천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2004년, 첸 카이거 감독이 <무극>을 촬영한 후 촬영지에 세트 및 철거물 등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된 바 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무극>의 감독 및 스탭들에게 빼어난 자연경관을 훼손한 혐의로 벌금형이 내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적절한 사후처리를 했다며 벌금형을 거부하던 제작진에게 결국 1만1250달러의 벌금이 내려졌고, 관련 공무원은 직무유기로 해임되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서 잘못에 비해 가벼운 벌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새롭게 제정된 법은 2006년 12월에 공포되었으나, 해가 바
중국, 역사유적에서의 영화촬영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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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복면달호> 그가 복면을 쓰는 이유
[정훈이 만화] <복면달호> 그가 복면을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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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만국공통의 언어이지만, 웃음 코드는 민족, 국가 그리고 지역과 계층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얼마 전 개봉한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가 어떤 이들에게는 신랄한 풍자를 통해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불쾌한 경험으로 기억되는 것만 보아도 웃음을 유발하는 데 취향과 가치관의 문제가 얼마나 미묘하게 얽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 온갖 매체를 통해 선사하는 유머들을 보며, 우리는 때로 그 기발한 상상력에 놀라며 자지러질 듯 웃어젖히다가 다음 순간 이해할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일본의 희극영화를 볼 때도 분명 우리는 할리우드나 유럽 코미디영화와 달리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동시에 그들과 우리가 확실히 다른 문화권과 전통 안에 있음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본 코미디영화들의 변천사를 몇편의 대표작을 통해 만나볼 기회인 ‘일본 코미디 특별선’이 2월28일(수)부터 3월
일본 코미디 특별선, 2월28일부터 필름포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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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월26일
장소 스폰지하우스 시네코아
이 영화
맥주회사 상품개발팀에서 일하는 형 아키노부 마미야(사사키 쿠라노스케)와 초등학교 직원인 동생 테츠노부 마미야(츠카지 무가)는 둘도 없는 단짝이다. 나란히 앉아 야구경기 스코어를 기록하고, 영화를 보며 눈물을 훔치는 형제는 길을 걸을 때도 가위바위보를 하며 장난을 칠 만큼 유년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마미야 형제에게 단 하나 부족한 것은 연인의 존재. 연애경험이 전무한 형제는 여자친구를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로 집에서 카레파티를 열기로 결심한다. 첫 파티의 초청 대상이 된 것은 테츠노부의 직장동료인 쿠즈하라 선생(도키와 다카코)과 단골 비디오가게 점원인 나오미(사와지리 에리카). 떨리는 가슴으로 파티를 치러낸 마미야 형제에게는 어느새 사랑이 찾아온다. 에쿠니 가오리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100자평
에쿠니 가오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미야 형제>는 “볼품없는, 어쩐지 기분 나쁜,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너
느리지만 따뜻한 그들의 삶, <마미야 형제>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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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밤입니다. 이 곳의 다양함이 그렇게 만듭니다. 1년 동안, 인종에 대해, 성별에 대해, 종교에 대해서 많은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 흑인, 유태인, 게이가 없었다면 오스카도 없었을 거라고 말입니다."
"(끝없이 계속되는 제이든 스미스의 윌 스미스에 대한 칭찬을 자르며) 너희 부모님이 너를 키우는 게 질린다고 하면 내가 데리고 와야겠구나"
- 아카데미 시상식 호스트 엘렌 드제너러스.
"내가 각본가가 되기로 마음 먹게 한 영화가 <아라비아의 로렌스>입니다. 신비한 우주의 섭리가 이 자리에 피터 오툴과 함께 있게 하는 군요."
- <디파티드>로 각색상을 수상한 윌리엄 모나한.
"<미스 리틀 선샤인> 같은 작은 영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상을 준 사실은 무척이나 감동적입니다. 나는 언제나 연기라는 것이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결속력 없는 연기는 할 수 없습니다."
"(감사
"흑인, 유태인, 게이가 없었다면 오스카도 없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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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월26일 오후 2시
장소 대한극장 6관
이 영화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뛰어난 마술사로 ‘버디 에이스’(Buddy Aces)라 불리는 이스라엘은 사실 마피아의 대부 스파라짜(조셉 러스킨) 아래 일하고 있다. 스파라짜를 제치고 조직을 평정하려는 욕심에 이스라엘의 범죄 행각이 점차 대담해지자 FBI가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스파라짜마저 이스라엘의 심장에 백만 달러라는 현상금을 내걸었다는 정보가 나돈다. 다급해진 이스라엘은 FBI쪽에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타진하지만 그의 심장을 노리는 킬러들의 손길은 시시각각 가까워진다.
100자평
백만 달러라는 거대한 미끼에 최고의 킬러들이 모여들었다. 그것도 한두명이 아니라 다섯팀, 모두 합쳐 열명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의 킬러들이다. 거기에 백만 달러의 타켓 이스라엘(제레미 피번)과 그의 측근들, 킬러들을 저지하기 위해 파견된 FBI 요원들을 합치면 2007년 개봉할 <오션스 써틴>의 대군단을 능가할 지경.
100만 달러를 향한 킬러들의 모험, <스모킹 에이스>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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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현지시간으로 2월25일 미국 LA의 코닥극장에서 코미디언 엘렌 드제너러스의 사회로 진행됐다. 2006년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할리우드의 파티인 아카데미시상식은 지난 1월23일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으며 지난주 투표를 마감했고, 투표단의 투표 결과에 의해 결정된 수상자를 오늘 발표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감독상은 <디파티드>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수상했다. 스코시즈 감독과 함께 후보에 오른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2005년 <에비에이터>와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대결구도를 재연하는 듯 했으나,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각생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한 <디파티드>와는 달리 <이오지마에서…>는 음향편집상 단독부문에서 수상했을 뿐이다.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하프 넬슨>의 라이언 고슬
제79회 아카데미 작품상에 <디파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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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리우드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손에는 대머리 오스카 아저씨 트로피가 쥐어져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의 코닥 극장에서 현지시각으로 2007년 2월 25일 저녁에 열린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수상자들의 감사인사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부문별로 주옥같은 후보들이 경쟁하지만, 아카데미의 스포트라이트는 감독상,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에 쏟아지게 마련이다. 2005년, <에비에이터>와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로 나란히 올랐던 마틴 스코시즈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결전은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초유의 관심사였다. 뒤늦게나마 아카데미는 <디파티드>의 손을 들어주었고(감독상, 작품상 수상), 아카데미 시상식대에 오르기까지 5번의 감독상 후보, 2번의 각본상 후보로 만족해야 했던 스코시즈는 열광하는 관중을 앞에 두고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이 상을 받을 수 있기를 소원했습니다. 감사합니
"마틴 스코시즈, 오스카상 너무 늦게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