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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4월15일(일) 오후 2시
이런 정치영화를 볼 때마다 매우 암담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비극은 이토록 쳇바퀴처럼 반복되고 세상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리처드 브룩스의 <거짓 속의 진실>이 바로 그런 영화다. 영화가 만들어진 해는 1983년이다. 그런데 영화의 내용과 그 속의 인물들의 행태는 지금의 현실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다. 그 20년 동안,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이룬 것일까. 선정적인 사건을 취재하며 명성을 얻은 패트릭. 그는 정치적으로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중동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여기자 샐리를 만나고, 그녀와의 동행길에서 어느 무기상과 마주친다. 샐리는 무기상의 가방에서 수상한 단서를 발견하고 그 정보를 CIA에 넘기던 중 테러리스트가 설치한 폭탄에 살해당한다. 그때부터 무기상의 가방에 들어 있던 핵폭탄에 세계의 초점이 맞춰진다. 패트릭은 테러리스트, 미국 정부, CIA, 그리고 언론사 사이를 오가며 사건을 취재, 보
전쟁을 먹고사는 사람들, <거짓 속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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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이들은 많다. 통통한 볼과 쪼그만 입술이 귀여운 열살짜리 소녀 서신애도 그렇다.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평소 보지 못한 온갖 물건들에 의문을 표하던 그녀는 그러나, 어떤 특별한 기운의 별 아래 태어난 듯하다. <눈부신 날에>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박신양이 “최고의 여배우”라 치켜세우고 촬영장에선 박광수 감독이 자신의 무릎에 앉힌 채 연기를 모니터링했을 정도로. “이 사진은 뭐예요?” “이 만화는 뭐죠?” “이건 뭐할 때 쓰는 거예요?” 줄곧 물음표를 토해놓던 이 말괄량이를 붙들고 “<눈부신 날에>의 준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으니 아주 잠시 눈빛이 침착해진다. 그러더니 대뜸 “참 남자다운 애”라는 대답을 꺼내놓는다. 그 표현이 재미있어 피식 웃었더니 이번에는 한층 단호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준이는 진짜 남자다워요. 축구를 좋아해서 꿈이 아빠랑 월드컵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거예요. 이 아이는 축구를 참 좋아하는구나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자신을
예쁜건 싫어요, 난 씩씩한 아이에요! <눈부신 날에>의 서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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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여배우란 수식어는 추억보다 상상을 부추긴다. 그녀의 젊은 시절은 필름 속에 영원히 간직될지라도, 현실에 안착한 그녀의 모습은 아침방송의 토크쇼가 아닌 이상 담아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강리나는 지난 1996년 영화계를 떠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근황을 알려왔다는 점에서 상상의 영역이 좁은 배우다. 전공을 살려 미술가로 전업한 그녀는 전시회를 열 때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한동안 잊고 있던 이름을 떠올리곤 했다. 이번 만남 역시 지난 4월3일에 막을 내린 그녀의 전시회가 좋은 구실이 되어주었다. <아사달의 정원>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는 미술가 강리나에겐 17번째 개인전. ‘벌써?’라는 생각에 17번이라는 횟수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나도 믿기지 않지만 벌써 17번째가 맞다. 아직도 내가 배우를 하는 줄 아는 분들이 많을 거다. 길 가다 만나는 분들은 왜 그리 오랫동안 쉬고 있냐고 그러더라. (웃음)”
1987년 <
에로라는 수식어는 거의 살인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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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300> 남기남, 스파르타식 기숙학원에 가다
[정훈이 만화] <300> 남기남, 스파르타식 기숙학원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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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상상하는 그것이 맞다. <시대역전! 일처다부>의 제목은 명확하고 직설적이다. 남녀성비 불균형이 심화한 끝에 2010년 대한민국 국회는 일처다부제를 인정하는 법률을 통과시킨다. 이상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실제 뉴스 클립과 영화를 위해 촬영된 소스를 편집하여 간결하게 보여지는, 일종의 프롤로그다. 능력있는 전문직 여성은 브리핑 중 눈이 맞은 젊은 남자와 신혼여행을 떠나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해야 하는 그녀의 첫 번째 남편은 며칠째 연락이 두절됐다 돌아온 부인이 두 번째 남편을 맞아들였음을 확인해야 한다. 숱한 사극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상황이 성비가 역전된 채 근미래의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능청스럽게 펼쳐진다. 남편들은 투기하고, 멋모르는 아이는 반항하며, 잠자리 문제도 도마에 오른 끝에 한 여자와 그녀가 사랑하는 두 남자와 그녀의 한 아들은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여기 실린 사진은 이 영화의 감독이
<씨네21>이 뽑은 이달의 단편 12. <시대역전! 일처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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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감독은 특수효과가 잔뜩 들어간 군중장면을 조율하는 데서가 아니라 세부적인 부분을 다루는 기술에서 능력을 인정받는다. <오래된 정원>에는 단 하나의 찬란한 순간이 있다. 술에 약간 취한 여주인공이 연인에게 다가간다. 오징어 다리가 입 밖으로 삐죽 나와 있는 기발한 착상의 장면이다. 뱀의 혀 같은 이 물고기의 말단은 그녀에게 파충류 같은 느낌의 무서운 관능적 힘을 부여한다. 여기서 이 영화가 임상수 감독의 작품임을 살짝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오래된 정원>은 원작 소설과는 반대로 1960년대 일단의 프랑스 비평가가 ‘부실한 걸작’이라고 냉소적으로 이름 붙인 그 상태, 즉 부상 당한 운동선수처럼 땅에 붙박인 특성들로 가득 찬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인상적인 실패에 대한 해부라 할 수 있다.
황석영의 소설 <오래된 정원>은 여인에 관한 뛰어난 초상이며 동시에 역사적 벽화이기도 하다. 첫 번째 지지대가 무너지는 순간은 좋은 연기자임에도 염정아가 소설
[외신기자클럽] 파괴적인 대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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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이라는 말은 어느 특정 지역에서만 적용되는 표현인가보다. 몬트리올의 3월은 눈폭풍(Snow Storm)으로 마감되었고, 4월이 시작되었으나 겨울 코트를 옷장에 넣기에는 많이 망설여진다. 눈발이 날리던 3월의 마지막 주, 몬트리올의 (거의) 마지막 예술영화 전용 공간인 시네마 뒤팍에서는 국제인권영화제가 열렸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이 작은 영화제는 지난 6년간 ‘인종주의 반대 주간’에 맞춰 진행되어오던 ‘이미지 인텔렉추얼’과 ‘프랑코퀘벡쿠아영화제’의 연장선에서 열리게 된 행사다. 각국에서 초청된 115편의 픽션과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고 그중 39편은 몬트리올에서 프리미어 상영되었다.
올해 인권영화제 대변인으로 활약 중인 휴고 라툴립은 퀘벡의 돼지고기 산업과 그것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다큐멘터리 <Bacon, the Film>을 만든 영화 액티비스트로, 이번 영화제를 총괄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매혹적인 다큐멘터리는 관객상을 받은 영국 칼라 가라페디안
[몬트리올] 날씨는 차도, 호응은 뜨거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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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영화감독 루이지 코멘치니가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4월6일자로 보도한 외신에 따르면 코멘치니의 사인은 오랜 지병이다. 1946년 <도시의 아이들>(Bambini in Citta)로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고, 로맨틱 코미디 <빵과 사랑과 꿈>으로 이름을 알렸다. 1991년 <마르셀리노의 기적>을 마지막으로 50편에 달하는 필모그래피를 마칠 때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드나들며 연출과 각본가로 활동했다.
1916년 북부 이탈리아 살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코멘치니 감독은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이전에 일간지의 영화평론가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계에 입문했다. 로마의 시장 월터 벨트로니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 미소짓고 웃을 수 있게 해준 그에게 감사한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의 세계들 열정적이고 섬세한 눈길로 들여다 본 그가 자랑스럽다"라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44년이 넘게 영화계에서 활동했지만 루이지 코멘치니의 이
이탈리아 감독 루이지 코멘치니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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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삼성영화제가 올해도 피렌체에서 개막했다. 이번으로 5회째를 맞는 이 영화제는 임권택 감독 회고전과 임상수 감독 초대전을 비롯하여 30여편의 한국영화가 상영됐다. 관객은 <축제> <창> <하류인생> <길소뜸> <춘향뎐> <태백산맥> 등을 통해 시간 속으로의 여행을 음미할 수 있었고, 현지 미개봉작인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과 이재용 감독의 <다세포 소녀>를 프리미어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말 로마의 한국영화주간을 다녀갔던 임상수 감독과 이재용 감독이 다시 피렌체에서 피오렌티나들(토스카나주의 사람들을 이렇게 부른다)과 만나 즐거움을 더했다.
현지인들은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과 시선으로 영화제나 영화주간을 통해서나 만날 수 있는 이국의 영화들을 좇는다. 개봉관에서 1년에 고작 한두편밖에 볼 수 없는 현실 탓에 현지 관객은 상업영화나 장르영화를 가리지 않고 더 많은 영화를 보고 싶
[피렌체] 피렌체의 한국영화 마니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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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시의 재정문제로 중단됐던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2008년 2월부터 다시 축제의 막을 올린다. 유바리영화제의 원상복구를 목표로 활동해왔던 비영리시민단체 ‘유바리판타’는 4월2일 기자회견을 갖고 2월 하순경에 영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17년 역사를 갖고 있는 유바리영화제는 판타지와 SF영화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 유수 영화제로 꼽히던 행사. 아시아영화를 선호하는 서구 감독들에게 인기가 높았으며, 쿠엔틴 타란티노는 자신의 영화 <킬 빌>에서 여자 캐릭터의 이름을 ‘고고 유바리’로 지으며 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영화제가 개최되지 못한 2007년에는 유바리관광청과 배급사들의 후원을 받아 ‘유바리응원영화제’가 대신 치러졌다. 그러나 이 영화제는 기존의 유바리영화제와 다른 성격의 진행으로 좋지 않은 지적을 받았다. 2월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영화제 기간을 대폭 축소해 진행된 유바리응원영화제는 <바벨> <록키 발보아>
다시 한번, 고! 고! 유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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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감독의 초기작 <빈센트>가 3D로 부활을 예고했다. 1982년에 태어난 <빈센트>는 2007년 10월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 3D>의 재개봉에 맞춰 3D 입체 버전으로 리마스터링해 3D 전용극장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빈센트>는 팀 버튼이 창작한 시의 주인공 빈센트 멜로이에 대한 흑백스톱모션애니메이션으로 러닝타임은 6분이다.
팀 버튼 감독 초기작 3D 입체로 리마스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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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조던 감독이 공포의 세계로 눈을 돌린다. 스티븐 킹의 아들 조 힐이 2005년 발표한 공포소설 <Heart-Shaped>의 영화화 작업에 각본과 연출로 참여할 계획. <Heart-Shaped>는 오컬트에 심취한 록스타가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구입한 옷에 씌인 영혼에 의해 과거 속의 악마와 대면하는 이야기다. 닐 조던은 최근 조디 포스터가 출연한 <브레이브 원>의 촬영을 마쳤다.
닐 조던 감독, 공포영화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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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페킨파 감독의 1971년 스릴러 <어둠의 표적>이 리메이크된다. 영국인 아내와 한적한 변두리로 이사한 미국인 남성이 예상 밖의 폭력을 마주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 오리지널에서는 더스틴 호프먼이 주인공을 연기했다. 리메이크 연출은 <컨텐더>의 로드 루리 감독이 맡고 시나리오는 <쉴드>(TV)의 각본가 리드 스타이너가 작업 중이다.
<어둠의 표적>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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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3> 개봉을 앞두고 거미인간의 고향, 뉴욕시가 홍보에 나섰다. 뉴욕시는 4월30일부터 5월6일까지 ‘스파이더 맨 주간’으로 공표하고 센트럴파크, 브롱스동물원, 미국역사박물관, 아폴로극장 등 뉴욕의 대표적인 장소에서 스파이더 맨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다. 4월30일에는 영화의 출연진도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뉴욕시, <스파이더맨 3> 개봉 축하에 앞장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