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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시체를 낳는다 <해부학교실>
한마디로
해부학 수업을 듣던 학생들, 시체가 되다.
어떤 영화?
여섯명의 젊은 의대생들이 이제 막 해부학 실습을 받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실수로 시체실에 갇힌 한 학생이 시체로 발견되고 그렇게 그들은 하나 둘씩 살인의 희생자가 되고, 남은 이들을 불안이 잠식해가는 가운데 끔찍한 악몽 같은 현실을 맛보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이들의 집단적인 무의식 속에 각자의 감춰진 과거, 은밀한 갈등 관계가 밝혀지고, 주인공 선화와 의대 교수진까지 연루된 오래전 비극 역시 전모를 드러낸다.
주인공은 누구?
발랄한 선화(한지민)와 서글서글한 기범(오태경), 미워할 수 없는 속물 중석(온주완)과 심약한 경민(문원주), 섹시하고 도도한 지영(채윤서)과 모범생 은주(소이).
이래서 무섭다
<해부학교실>에 쓰이는 카데바(해부용 시체)들은 그 안에 뇌, 심장, 간, 폐 등 각종 장기가 똑같이 담겨 있어야 한다. 영화
[2007 여름, 한국 공포영화] <해부학교실> <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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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오싹한 영화가 땡기는건지, 그냥 여름엔 공포영화가 제격이라는 사람들의 말 때문에 관습적으로 공포영화를 찾게 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공포영화들은 유독 여름을 골라 찾아오는 일이 잦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링> 시리즈가 일본 열도를 사로잡은 것도 모자라 미국으로, 한국으로 수출된 이래 한국 귀신들도 사다코 붐이 일었던 지난 몇년, 올 공포영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날씨가 더워지기 무섭게 속속 개봉일을 고지하는 한국 공포영화들을 미리 엿본다.
언니일까, 나일까, 귀신일까, 인간일까 <전설의 고향>
한마디로
죽은 동생이 찾아왔다. 복수를 위해서.
어떤 영화?
때는 조선시대. 한날한시에 태어나 똑같은 얼굴로 살아온 쌍둥이 자매 소연과 효진. 생김새가 똑같은 이들의 연정은 똑같이 현식을 향한다. 아름다운 이 쌍둥이 자매는 어느 날 호수에 빠지는데, 언니 혼자 살아나온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처녀의 흐느낌이 울려퍼지는 밤, 한 선비가 죽임을 당
[2007 여름, 한국 공포영화] <전설의 고향> <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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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 周星馳 Stephen Chow
주님은 여전히 웃겨주신다!
“난 상처받지 않아. 난 이미 상처투성이야!” _<파괴지왕> 중에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주성치를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주성치만이 갖고 있는 박애사상(?) 때문이다. 주성치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그들은 대부분 모자라거나 별볼일없는 사람들이다. 배를 잡고 웃게 만드는 그의 영화 저변에 깔린 감정이 사실 슬픔이라는 것을 눈치채기란 무척 쉬운 일이다. 만약 주윤발이 신이라면 주성치는 어려운 이웃을 돌보시는 ‘주님’ 같은 존재다. 일명 ‘모레이 타우’라고 불리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설정들이지만 그의 영화는 이상하게 심금을 울린다. 주님의 초창기 영화의 웃음 포인트들은 패러디 개그에서 비롯된다. <서유기> 시리즈 중 하나인 <서유기 선리기연>(1994)에서 볼 수 있는 <동사서독> <중경삼림> &l
[홍콩영화 오복성] 주성치, 양조위, 유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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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새 영화 <라이쳐스 킬>(Righteous Kill)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 콤비로 호흡을 맞춘다. <히트> 이후 12년만이다. 6천만달러로 제작되는 저예산급 영화 <라이쳐스 킬>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업 클로스 앤 퍼스널>을 연출한 존 애브넛 감독의 지휘 아래 8월6일 코네티컷에서 항해를 시작할 예정이다.
<버라이어티> <E!온라인> 등의 업계 소식지에 따르면,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는 계약의 세부사항에 대해서 꼼꼼히 논의한 후 출연을 결정했다. 존 애브넛 감독과 <88분>을 제작했던 밀레니엄 필름즈의 애비 러너는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시대의 두 배우가 스크린을 누비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전까지 할리우드의 출연 계약 중에 가장 어려운 계약이었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필름즈의 대표이며 <라이쳐스 킬>의 제작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 12년 만에 스크린에서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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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영웅본색>이나 <열혈남아>를 보지 않으면 친구들과 대화가 안 되고 추석 때 성룡의 영화를 봐야 안심이 되던 때가 있었다. 아이들은 주윤발 오빠 때문에 ‘내 사랑 밀키스’를 흉내내고 유덕화 형님 때문에 투유 초콜릿을 집었다.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메이드 인 홍콩’의 주역들은 어떻게 되었나? 장국영은 하늘나라로 갔고 홍콩도 본토에 반환되었으며 젊디 젊은 배우들은 40~50대 중년이 되었다. 세상은 완전히 변했다. 하지만 어떤 배우들은 20년 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며 홍콩영화계를 떠받치고 있다. 홍콩 누아르라는 이름으로 한데 뭉뚱그려왔던 홍콩 액션영화의 제2의 전성기에서 제1의 전성기 멤버들이 꾸준히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몹시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다. 특히 주윤발, 성룡, 주성치, 양조위, 유덕화 이 5대 배우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수없이 많은 팬들을 거느린 이들의 과거 활약상을 살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저 졸
[홍콩영화 오복성] 주윤발, 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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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의 문신이 말썽이야!
01. 몸이 무슨 도화지도 아니고, 연애할 때마다 문신을 새겼다 지웠다 했던 조니 뎁. 분장팀은 조니 뎁의 몸에 있는 문신을 지우기 위해, 옷으로 가리고 목탄으로 문질러 때가 낀 피부를 만드는 등 온갖 수고를 해야 했다. 영화에서 그의 팔에 나타난 잭 스패로우 문신은 가짜인데, 촬영이 끝나고 나서 조니 뎁은 그 문신을 복사해 그대로 새겨버렸다. 이유인즉슨, 자신의 아들(의 이름 역시 잭)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나? 하여튼 특이해.
02. 흥미롭게도 <캐리비안의 해적>의 세 주인공 이름은 모두 새와 관련이 있다. 잭 스패로우(sparrow, 참새), 엘리자베스 스완(swan, 백조), 윌 터너(유명한 조류학자 이름이라고 한다). 한 배를 책임지는 선장 이름이 참새라니, 실속없이 재잘대기만 하는 잭의 캐릭터를 반영하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03. 1편의 DVD 코멘터리에 따르면, 영화에서 칼싸움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윌 터너이고 그 다음이
[스파이더 맨 vs 잭 스패로우] 잭 스패로우에 얽힌 사소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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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가 스파이더 맨이 될 뻔?
01. 토비 맥과이어는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 출연하기 전까지 원작만화를 한번도 읽지 않았다.
02. 토비 맥과이어는 2001년 <트레이닝 데이>에서 덴젤 워싱턴의 상대역으로 거론됐었다. 혈기왕성한 신참형사를 연기하기 위해 두달 동안 트레이닝하며 근육을 만들었으나, 막판에 프로듀서가 에단 호크를 지목했다. 비록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됐지만, 대신 토비 맥과이어는 <스파이더 맨>이라는 더 큰 먹잇감을 얻은 셈이다.
03. 한때 토비 맥과이어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올랜도 블룸이 연기하는 윌 터너 역의 물망에 올랐었다.
04. 다음은 스파이더 맨 역에 거론됐던 배우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임스 프랑코(원래 스파이더 맨 역할에 지망했다가 최종적으로 해리 오스본 역에 캐스팅됐다),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 그리고 뜬금없게도 찰리 신! 찰리 신은 1990년대 초반, 제임스 카메론이 <스파이
[스파이더 맨 vs 잭 스패로우] 스파이더 맨에 얽힌 사소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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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편의 007 시리즈를 낳은 것은 제임스 본드라는 저력의 캐릭터였다. 4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유쾌한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에서 비롯됐고, 테러 막느라 늘 바쁜 형사 존 맥클레인은 <다이하드> 시리즈를 4편까지 끌고 왔다. 그리고 올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두 핵이 될 <스파이더맨 3>와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뒤에는 스파이더 맨과 잭 스패로우라는 별난 남자들이 버티고 있다. 시리즈가 거듭돼도 여전히 철모르고 불완전한 이들은 어떻게 흥행의 열쇠가 됐을까?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그 불완전함의 매력을 따라가본다.
토비 맥과이어 Tobey Maguire
거부할 수 없는 아웃사이더
피터 파커가 슈퍼히어로의 능력을 처음으로 감지한 날, 카메라는 피터의 단단해진 근육을 비춘다. 소년의 얼굴과 남자의 근육. 이 묘한 대비는 토비 맥과이어 고유의 소년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그는 마크 월버그, 맷 데이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스파이더 맨 vs 잭 스패로우] 당신의 불완전함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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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스파이더맨 3> 인간이 되고 싶은 거미
[정훈이 만화] <스파이더맨 3> 인간이 되고 싶은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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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Exchange>
이승열/ 플럭서스뮤직 발매
어쩌면 이승열에 대해서라면 그를 아는 사람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를 아는 사람들도 MBC 드라마 <케세라세라>의 삽입곡을 부른 가수로 아는 사람, 혹은 몇년 전 솔로음반을 발표한 좋은 가수 정도로 아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승열을 유앤미블루의 보컬로 기억할 것이고(유앤미블루의 다른 멤버였던 방준석은 영화음악창작집단 복숭아에서 활동 중이다). 사실 한 가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즐거운 일이고 한편으로는 쓸쓸한 일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그가 최근 새 앨범 <In Exchange>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솔로 1집 <이날, 이때, 이즈음에…> 이후 4년 만의 앨범이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리드미컬하면서도 진중한 분위기의 톤도 여전하다. 그런데 어딘지 다른 느낌이다.
황금비율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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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이레 펴냄
알랭 드 보통은 영민한 수다쟁이다. 그는 일상적인 화제를 도마에 올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언제나 무릎을 치게 하는 데가 있다. 일상이 낳은 작은 생각거리는 우리에 앞서 세상을 살고 간 사람들의 글로 이어지게 마련이며, 우리는 소소한 것의 즐거움과 권태를 발견하는 데 있어 결코 외롭지 않음을 알게 된다.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보다 덜 현학적이면서도 사랑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데 게으르지 않았고, <여행의 기술>은 남들에게 자랑하는 여행의 즐거움 이면에 도사린 귀찮음과 짜증까지 유쾌하게 보여주었다. <행복의 건축>은 제목 그대로 건축에 대한 이야기인데,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보통의 입담에만 기대 책을 끝까지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말은 아
건축에 관한 영민한 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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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할리우드 코미디의 여왕, 골디 혼이 새 영화 <애쉬스 투 애쉬스>를 통해서 감독으로 데뷔한다. <그라인드 하우스>에 출연한 남편 커트 러셀과 함께 칸영화제를 찾은 골디 혼은 새 영화에 커트 러셀과 함께 출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OPE>를 포함한 몇 편의 TV영화를 통해 연출 겸 제작자로 경력을 쌓은 골디 혼은 그녀의 감독 데뷔작이 될 <애쉬스 투 애쉬스>의 각본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쉬스 투 애쉬스>의 각본은 워런 비티의 <불워스>의 시나리오 작가 제레미 피스커가 집필했다. 영화는 인도에서 카트만두까지 여행하는 한 미망인을 둘러싼 이야기로, 화장한 남편의 유골을 여행중 잃어버리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코미디 장르를 빌어 풀어낼 예정이다. 올해 가을 제작에 들어가며 뉴욕과 인도를 오가며 촬영한다.
골디 혼, <애쉬스 투 애쉬스>로 감독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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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스타 갤럭티카>
한국 Fox 채널 월~금 밤 11:50
자신이 SF 장르의 광적인 팬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스타트랙>을 흠모하는 이른바 ‘트레키’(Trekkie)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소 엉성한 TV용 세트 안에서 주로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와 영화에 비해서 너무나도 부족해 보이는 특수효과가 어우러져, SF 장르의 경전이라 할 수 있는 <스타워즈>에는 범접도 못할 수준이라고 치부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드디어 한국에서도 방영하기 시작한 미드 <배틀스타 갤럭티카>(이하 <배틀스타>)는 외견상으로만 보면 일부에서 그렇게 취급받는 <스타트랙>의 ‘짝퉁’ 정도로 보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설정과 이야기 전개 방식에서 외견상 유사성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맹이를 찬찬히 보면 <배틀스타>는 <스타워즈>와 더
[이철민의 미드나잇] 컬트 SF가 역사적 걸작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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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5월26일(토) 밤 11시
<올 댓 재즈>는 연극, 영화, 뮤지컬 연출가이자 안무가로 명성을 떨쳤던 밥 포시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작품이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과 종종 비교되는 <올 댓 재즈>에는 밥 포시의 자유분방한 예술가적 기질뿐만 아니라, 그의 뛰어난 연출력이 곳곳에 묻어난다. 영화는 무대 위와 무대 뒤, 현실과 환상, 뮤지컬과 실제 삶을 자유자재로 가로지르며 천재적인 예술가의 고뇌와 열정, 쇼 비즈니스 세계의 이면을 보여준다. 특히 뮤지컬영화답게, 영화 곳곳에 삽입된 다채로운 뮤지컬 공연 장면들에는 최근 나온 그 어떤 뮤지컬영화들도 범접할 수 없는 동작의 정밀한 합과 거기서 뿜어나오는 에너지가 있다. 카메라는 그처럼 관능적인 몸의 향연을 함께 춤을 추듯, 과감한 동선으로 잡아낸다. “화면을 안무할 수 있다”는 이 대가의 자신감이 그의 작품에서 의미를 획득하는 것이다.
조 기디언(로이 샤이더)은 브로드웨이의 인정받는 연
뮤지컬 대가의 황홀한 작별인사, <올 댓 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