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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면 적(敵)이 많아진다. 아니꼬운 시선으로 꼬나보거나 누가 더 센지 자웅을 겨뤄보려는 외부의 적뿐만 아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난 것처럼 느껴지는 자만심, 내가 아니면 누가 지구를 구하겠느냐는 식의 지나친 공명심은 내부의 적이다. 안팎의 적들이 덤빌 땐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그야 쉽다. 맞서 싸우면 된다. 적과의 일전을 통해 그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재확인하고 자신을 한층 더 잘 알게 된다. 우리의 스파이더 맨, 피터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이토록 잘난 인간의 최측근, 즉 배우자나 연인의 심정은 어떨까. <스파이더맨 3>를 보면서 피터 때문이 아니라 메리 제인 때문에 가슴이 미어졌다. 기쁜 사랑을 할 때 여자의 얼굴빛은 환하게 피어나는 법이다. 꿈이 있어서 더 아름다운 여자 메리 제인. <스파이더맨 3>의 초·중반 피터가 스파이더 맨이 된 뒤 어쩌면 가장 즐겁고 화려한 시절을 구가할 동안, 그녀의 표정은 점점 생기를 잃고 눈가의 그늘은 깊어만
[냉정과 열정사이] 영웅의 애인은 외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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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인물을 영화의 주제로 삼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에 중심을 두어 어떻게 가지치기를 할 것인지를 확실히 인지하는 태도다. 그 태도가 있어야만, 사실을 허구로 완전히 각색할 때나, 역사를 새롭게 재해석할 때나, 사실이라고 믿어져온 것을 의심해볼 때나 영화의 설득력이 생긴다. 이건 역사적 인물을 다루면서 역사 대신 인물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비난과는 별개의 문제로, 감독은 거기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며, 무엇에 책임을 지고자 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러니까 소피아 코폴라,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겁니까? 영화를 본 뒤, 상상해본 그녀의 세련된 대답은, ‘나는 역사적 강박에서 벗어나 십대 소녀인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만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 한가운데 내던져졌던 인물에게서 그처럼 쉽게 역사를 지워버리는 권리가 감독에게 있는지의 의문을 제쳐두고서 그녀의 대답을 들여다보자. 영화는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여자를 얼마나 철저히 깊게 보고 있는가? 그러나 영화가 보고
[찬반논쟁] 남다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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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의 중간쯤에 보면 오래간만에 동생 마리 앙투아네트를 만나러 프랑스에 온 요제프 2세가 동생의 방에 있는 과자를 먹는 장면이 있다. 한입 베어 문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외친다. “도대체 넌 이런 걸 어떻게 먹니?”
그러게 말이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나오는 케이크들과 과자들은 결코 먹음직스럽지 않다. 그것들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핑크색이며 한입 삼켜도 슈거 러시로 머리가 핑 돌 정도로 달아 보인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고 나온 관객 때문에 극장 주변 케이크 가게의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는 건 거의 확신해도 된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과자들은 어른들의 음식이 아니다. 당도에서부터 모양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그건 다시 말해 영화 내내 이 케이크와 과자들을 꾸역꾸역 먹어대는 주인공 마리 앙투아네트가 결코 성인 수준의 정신연령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찬반논쟁] 듀나, <마리 앙투아네트>를 지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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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송혜교는 요즘, 촬영 때보다는 편안하지만 6월6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긴장과 걱정이 뒤섞인 채 있고, 두 번째로 경험해보는 영화 홍보 스케줄에 “이 직업이 노가다가 아닐까”를 자문 중이다. 표지 촬영과 인터뷰가 있던 5월15일 화요일 저녁, 송혜교는 세 군데 매체와 인터뷰를 치르고 온 터였으며 전날 월요일에도 타 매체 표지 촬영 및 인터뷰로 진을 뺀 뒤였다. 그러나 세상의 프로페셔널들은 심신의 피곤함을 핑계로 일에 소홀하지 않는다. <파랑주의보> 촬영현장에서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라고, 스튜디오에 도착해서는 “어머,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하고 활달한 인사를 건넨다. 낭랑한 친밀함에 기자는 가슴이 떨렸다.
영화계를 이제 막 알아가고 있는 프로페셔널 연기자 송혜교는 지금 자신의 두 번째 영화 <황진이>로 다소 무거운 부담들을 한꺼번에 떠안고 있다. 그중에는 본인의 의지와 전혀 무관한 것들도 있다. 어떤 고민들일까. 영화배우 송혜교를 둘러싼 세 가
세 가지 고민에 대처하는 혜교의 자세, <황진이>의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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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각본에서 자주 발견되는 특징이란 없을까? 이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책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다. 그 영화들을 한번에 관통하는 불변의 진리도 없다. 그러니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10가지 지침을 임의로 작성해본다. 하지만 이 가설이 정석은 아닐지라도 참조는 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초대한 각본가들의 영화를 통해 한번 들여다보자.
1. 새로운 영웅을 영접하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는 영웅이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 프로프의 서사학과 조셉 캠벨의 신화학을 적절히 섞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위한 실용적 안내서>라는 지침을 만든 뒤 할리우드 실세들에게 돌려 실제로 유행시킨 스토리 분석가 크리스토퍼 보글러는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라는 책에서 “모든 스토리는 신화, 민담, 꿈, 그리고 영화에서 보편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구조상의 공통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그것을 영웅의 여행이라 통
[할리우드 대작 시나리오 작가] 시나리오 쓰기 10가지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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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티브 클로브스
HeSTORY
<해리 포터> 전 시리즈를 각색(<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제외)해온 스티브 클로브스에 대한 진실 하나. 그는 각색 제안을 받을 때까지 이 책의 존재조차 몰랐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예견된 흥행 파워에 어울리지 않게도, 그는 지독하게 ‘안 팔리는’ 작가였다. 24살의 데뷔작으로 숀 펜,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젊음의 초상>(1984), 형제 피아니스트와 여가수의 기묘한 긴장감을 나른한 재즈 음악에 녹여낸 <사랑의 행로>(1989), 텍사스의 자판기 수리공과 아버지의 어긋난 관계를 그리스 비극의 형식에 담은 <악몽>(1993) 모두, 평단은 적당히 반응했고 대중은 철저히 외면했다. 이후 7년 동안 절필한 그는 처음 도전한 소설 <원더 보이즈> 각색으로 비로소 전환점을 맞는다. 젊은 나이에 성공을 맛본 뒤 매너리즘에 빠진 소설가
[할리우드 대작 시나리오 작가] 스티브 클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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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오브 헤븐> <디파티드>의 윌리엄 모나한
HeSTORY
윌리엄 모나한이 각본가로 크레딧을 올린 영화는 단 두편. 그중 한편은 12세기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포스트 9·11 시대를 은유한 기이한 역사활극 <킹덤 오브 헤븐>으로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고, 아카데미 각색상과 골든글로브 각본상 등 10여개의 트로피를 안겨준 <디파티드>는 홍콩 누아르의 화려한 부활을 선포한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결과물이다. 그의 독창성을 보여줄 만한 필모그래피는 아니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2007년 현재 모나한이 관여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프로젝트는 <쥬라기 공원4>를 포함하여 모두 다섯개. 19세기 초 버버리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트리폴리>를 비롯하여 한때 스탠리 큐브릭의 차기작이었던 영화, 마르코 폴로의 전기영화, 요르단에서 활동하는 CIA 요원에 대한 리들리 스콧
[할리우드 대작 시나리오 작가] 윌리엄 모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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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의 테드 엘리엇과 테리 로시오
HeSTORY
디즈니랜드 근처에 살던 두 고등학생이 훗날 그곳의 놀이기구를 ‘원작’으로 세계적 히트 영화를 만들 줄 누가 알았으랴.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시나리오 콤비인 테드 엘리엇과 테리 로시오의 파트너십이 시작된 건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동네 뒷산에서 자칭 R등급(‘한심한’을 뜻하는 Ridiculous의 R) 영화를 찍으며 놀던 두 악동은 1978년 고교 졸업과 함께 프로 각본가의 꿈을 키운다. ‘어떤 일이든 10년만 버텨내면 그 분야의 최고가 된다’는 믿음 하나로 테니스 강사, 비디오 촬영기사 등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각본을 쓴 두 사람은 판타지 코미디 <리틀몬스터>(1989)로 어렵사리 메이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데뷔한다. 콤비의 재능이 꽃핀 것은 1992년 개봉한 <알라딘>부터다. 2001년 오스카 각본상 후보에 오른 <슈렉>과 2002
[할리우드 대작 시나리오 작가] 테드 엘리엇, 테리 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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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시리즈, <배트맨 비긴즈>의 데이비드 S. 고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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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S. 고이어가 처음 썼던 각본은 90년에 나온 장 클로드 반담 주연의 <지옥의 반담>이다. 저예산인 건 둘째치고 그의 상상력과 어울리지 않았다. 고이어는 몇편을 지나 <크로우2: 천사의 도시>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그 다음 작품 <다크 시티>의 각본을 위해 연출자 알렉스 프로야스가 그를 데려가면서 진정한 발판을 얻었다. 말하자면 고이어의 출세작이 탄생한 셈이다. 좀더 확실하게 그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유명 작가 대열로 올려놓은 것은 <블레이드>다. 고이어는 3편까지 만들어진 <블레이드> 시리즈를 통해 프로듀서와 감독으로도 입지를 넓혀간다(하지만 각본가로만 쓸 만하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고이어는 원작에 없던 블레이드의 스승 위슬러를 창조하여 영화에 넣었고, 그게 도리어 원작 시리즈에 반영되는 등의 영향력도 발휘했
[할리우드 대작 시나리오 작가] 데이빗 S. 고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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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검프> <인사이더> <굿 셰퍼드>의 에릭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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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 경력의 1945년생 시나리오작가 에릭 로스의 전성기는 13년 전 <포레스트 검프>에서 시작됐다.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이후 기록적인 실패작 <포스트맨>과 로버트 레드퍼드와의 불화로 화제가 된 <호스 위스퍼러> 등을 거치면서 다소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마이클 만(<인사이더> <알리>), 스티븐 스필버그(<뮌헨>) 등과 굵직한 이야기를 통해 호흡을 맞추면서 재기한다. <뮌헨>과 <인사이더>는 미국 내 각종 영화상 각본상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가 숱한 감독을 거치며 12년 동안 품고 다녔던 <굿 셰퍼드>가 개봉하면서 현대사의 첨예한 정치적 갈등을 주된 배경으로 하는, 혹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선 (제작비가 아니라 영화의 심리적 측면에 있어) 대작 전문
[할리우드 대작 시나리오 작가] 에릭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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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토> <우주전쟁> <스파이더 맨>의 데이비드 코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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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 때만 해도 이 영화의 성공신화가 원작자이면서 각본에 참여했던 마이클 크라이튼, 그리고 블록버스터형 예술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합작에서만 나온 것이라 생각했다. 각본에 이름이 올라 있는 또 한 사람 데이비드 코엡에게 우리는 신경쓰지 못했다. 코엡의 전환점은 확실히 그 다음 작품 <칼리토>에서 브라이언 드 팔마를 만났을 때다. 코엡이 “그는 (누군가의) 스승이 되는 법을 알고 있다”며 자신의 경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브라이언 드 팔마를 꼽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 <스네이크 아이>의 기회를 얻어 코엡은 이야기의 똬리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선보였고, <패닉 룸> <우주전쟁>은 이미 그가 저명한 각본가로 정평을 얻은 뒤의 작품이다. 그러니 지금 그의 각본 예정작에 <스파이더 맨
[할리우드 대작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코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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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레이어>에 이런 장면이 있다. 오로지 흥행만 생각하는 냉혈 제작자가 어느 날부터 협박 메시지를 받는다. 그에게 누군가가 묻는다. 혹시 무슨 원한을 진 게 있는가. 질문을 받고 이 제작자가 말하기를 “1년에 2만편이 넘는 시나리오를 받는데 그중에서 실제로 제작하는 영화는 12편에 불과하니 적은 많을 수밖에.” 비정한 할리우드에서 각본가들은 하다못해 저예산 B급영화의 각본 한편 써서 데뷔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면 매년 우리를 찾아와 주머니를 열게 만들고 말초의 땅으로 데리고 가는 그 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다 누구의 타자기에서 나오는 것인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각본을 지휘하는 이들은 혹시 없는가. 생각해보니 그들에 관해 돌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전세계 대중의 눈과 귀를 훔치는 이 환영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걸 지어낸 사람은 누구인지, 그들의 특색은 어떠한지 궁금해졌다. 여기 자그마한 타자기로 관객의 상상력을 휘어잡는 6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각본가들을
[할리우드 대작 시나리오 작가] 할리우드의 숨은 주인공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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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수령>. 의문의 자살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그 배경에 저주받은 물이 원인임을 추적하는 이야기. 물을 마시면 심한 갈증과 환각에 시달리며 자살에 이른다는 괜찮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데스 워터>는 지나칠 정도의 느린 호흡으로 지루함을 토해낸다. 여기에 일본 공포 영화 특유의 정적인 분위기가 이야기에 몰입되는것을 방해한다. 장르 영화로서 시각적인 볼거리와 쇼크 효과와 같은 매혹이 될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큰 약점이 아닌가 싶다. 다만 교코 역의 이가와 하루코의 매력은 영화 이상이다.
김종철/익스트림무비 편집장(http://extmovie.com)
[전문가 100자평] <데스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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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개봉작을 소개하는 [개봉작 NEW]
이번 회에는 지난 5월 17일에 개봉한 <눈물이 주룩주룩> 입니다
한 지붕아래 같이 살게 된 요타로와 카오루.
오키나와의 눈부신 태양과 투명한 바다, 색색깔의 꽃들, 향기로운 바람.. 평소 그냥 지나치던 모든 것들이 둘이 함께 하면서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으로만 삼키면서도 행복했던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는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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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작 NEW] 눈물이 주룩주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