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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y With No Name> 트래비스 | 소니BMG 발매
그로부터 4년이다. 세 번째 앨범 <12 Memories>를 발표한 게 2003년, 같은 해에 발표된 뮤즈의 <Absolution>에 밀린 것도 억울한데 2005년에는 콜드플레이가 <X&Y>로 그야말로 세계를 뒤흔들어놓았다. 크리스 마틴은 공공연히 “우리는 트래비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떠들고 다니기도 했으니 이쯤 되면 트래비스의 보컬 프랜시스 힐리가 이렇게 말했을 것 같기도 하다. “젠장!”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음악신도 많이 변했다. 프란츠 페르디난드로 대표되는 개러지록 리바이벌은 하드 파이와 악틱 몽키스로 이어지며 영국 음악신을 들썩거렸고, 전기기타 따위는 무시하며 피아노로 만든 훅을 후려갈기며 킨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트래비스라는 이름은 “아하, 그런 밴드가 있었지, 90년대에 말야”라는 식으로 잊혀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4
사라졌던 시간의 음악적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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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러디 광고의 시초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가장 강력하고 기억에 남는 패러디 광고를 꼽으라면 단연코 ‘왕뚜껑’ 광고라고 생각한다. 일관되게 세련된 스타일을 고집하며 ‘It’s Different’라는 슬로건을 각인시켰던 SKY 휴대폰 CF를 ‘It’s Delicious’ 로 뒤틀고, 느끼한 클럽댄스를 추며 라면을 함께 먹는 코믹 버전으로 탈바꿈시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바로 그 CF 말이다. 시장에서 잊혀져가던 왕뚜껑이 그 광고를 계기로 매출이 엄청 뛰었다나 어쨌다나. 세련됨과 모던함을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뻔뻔하게 비틀어 본래 CF와 정반대에 서 있는 키치와 개그를 만들어냈던 그 명민함이란. 보자마자 낄낄거리면서 오랜만에 왕뚜껑 한번 먹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으니 뒤통수를 치는 패러디의 힘이 정말 강력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지난해엔 ‘돼지바’ 가 있었다. 중후한 배우 임채무의 변신도 충격이었지만, 온 국민이 손에 땀을 쥐며 열광했던 월드컵 경기 상황을 시침
[도마 위의 CF] 패러디, 좀더 뻔뻔해지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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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2일 안방극장에서 퇴장한 MBC 월화 미니시리즈 <히트>(김영현·박상연 극본, 유철용 연출)는 언제부터인가 유행하기 시작한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지긋지긋한 정(情)처럼 빼도 박도 못하는 참 ‘거시기’한 것임을 알려준 드라마였다.
방송 전 ‘한국판 <CSI>’라는, 제작진도 도리질을 치며 난감해한 잘못된 정보 때문인지 모처럼 수사 드라마의 장르에 도전한 이 ‘한드’에 ‘미드’의 틀거지를 대입해 비교해보려고 시도한 이도 제법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는 아직 멀었는가보다’라는 체념의 반응도 나왔을 법하다.
<히트>는 분명 “와” 하는 감탄사를 불러낼 만큼 촘촘한 구성으로 지적인 쾌감을 안겨주는 작품도, 홍콩에까지 건너가 역동적인 추격신을 담아 왔음에도 반드르르한 블록버스터 액션물의 영상을 자랑한 작품도 아니다. 14년 전 문제의 연쇄살인범을 쫓는 큰 줄거리는 막판에 가서야 숨가쁘게 탄력이 붙어 공포스릴러 장르의 긴장감을
이 죽일 놈의 한국형 情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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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6월 3일(일) 오후2시20분
브로드웨이의 히트작을 영화화한 <선인장 꽃>은 캐릭터에서 이야기를 건져 올리는 작품이다. 인물들 각각의 성격과 그들의 관계가 매번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낸다. 때로는 억지 설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캐릭터에 의존하는 영화답게 관계가 풀려가는 미묘한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캐릭터에 살을 붙여가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영화 곳곳에서 펄떡거린다.
토니(골디 혼)는 아버지뻘 되는 치과의사 줄리안(월터 매튜)과 사랑하는 사이지만, 줄리안은 토니와의 결혼을 망설인다. 그는 토니에게 자신이 아이들을 둔 유부남이라고 속인 채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토니는 자살을 결심하나, 때마침 나타난 이웃 남자 이고르(릭 렌즈) 덕에 살아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줄리안은 토니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토니는 줄리안의 아내를 만나고 싶어하고, 줄리안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간호사인 스테파니(잉그리드 버그만)에게 가짜 아내가 되어줄 것을 부
골디 혼과 잉그리드 버그만의 연기대결, <선인장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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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을 무대로 전문직 드라마 표방하는 <에어시티>
MBC 토·일 밤 9시40분 연출 임태우 극본 이선희 출연 이정재, 최지우, 이진욱, 문정희 공동제작 MBC, HB엔터테인먼트, 에이스토리
지금껏 드라마에서 공항은 주로 연인들이 이별하고 재회하는 무대로 등장했다. <에어시티>는 그런 공항을 이야기의 중심 무대로 삼는 드라마다. 국정원 요원 김지성(이정재)은 타지에서 살해당한 동료의 복수를 위해 해외 근무지를 이탈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온다. 사건의 긴장으로 항상 날이 선 그는 같은 비행기를 탄 한도경(최지우)을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그녀는 어릴 적 프랑스로 입양되었다가 다시 조국을 찾은 해외파 공항운영팀장이다. 입국 첫날부터 갈등을 빚는 두 사람은 공항에서 함께 일하면서 동료 의식에서 나아가 애정까지 싹틔우기 시작한다. 여기에 김지성의 전 애인이자 공항병원 의사인 서명우(문정희)와 도경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부하직원인 강하준(이진욱)이 합세해 인물들의
[5월 새 드라마 4편] <에어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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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소설 <한심남녀 공방전> 원작 <메리대구 공방전>
MBC 수·목 밤 9시55분 연출 고동선 극본 김인영 출연 지현우, 이하나, 왕빛나, 이민우 제작 MBC
“내 나이에 내가 뭘 얼마나 가지고 있어야 되는 건데?” <메리대구 공방전>은 수많은 인생의 지망생들을 위한 이야기다. “재능도 없고, 남자도 없고, 직업도 없는” 뮤지컬 배우 지망생 메리(이하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꽃순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민박을 경영하는 그의 부모는 매일같이 사고를 치는 메리를 매일같이 때리고 벌준 탓에, 이미 국제여행사이트에 메리의 존재가 ‘Crazy Girl’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 그런가 하면 무협작가 지망생 대구(지현우)는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려다 출판사 사장과 그의 가족들을 울린” 허우대 멀쩡한 백수다. 남들 보기엔 한심한 청춘들이지만, 기죽지 않는 두 남녀의 만남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공방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인터넷 소설인 <한심남
[5월 새 드라마 4편] <메리대구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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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수 PD의 행복 3부작 중 세 번째 <꽃 찾으러 왔단다>
KBS2 월·화 밤 9시55분 연출 지영수 극본 윤성희 출연 차태현, 강혜정, 공현주, 김지훈 제작 HB엔터테인먼트
뇌종양 판정을 받은 남자와 간호사가 만났다고 해서 눈물을 속단하진 말자. <꽃 찾으러 왔단다>는 죽음을 생각해본 적 없으나 죽음을 선고받은 남자와 죽음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여자의 러브스토리다. 주인공 나하나(강혜정)는 장의삿집 딸로 태어나 일찍이 시체와 대화는 물론, 겸상하는 법까지 배운 여자. 어려서부터 돈의 향기를 쫓아 살아온 그녀는 “임자없고, 눈치없고, 돈만 많은 시한부 총각”을 찾아 병원에 들어간다. 하나가 병원에서 맞닥뜨린 윤호상(차태현)은 사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남자다. 술에 취해 사인해버린 빚보증서 때문에 집까지 날려먹은 그는 우연히 로또당첨자인 왕대박과 옷을 바꿔 입은 채 병원에 입원한다. 하지만 왕대박이 호상의 이름 석자가 명찰로 붙은 옷을 입고 명예롭게(?
[5월 새 드라마 4편] <꽃 찾으러 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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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신문 인기 연재만화 원작 <쩐의 전쟁>
SBS 수·목 밤 9시55분 연출 장태유 작가 이향희 출연 박신양, 박진희, 김정화, 신동욱 제작 이김프로덕션
최민식에 이어 최수종까지 나왔다. 국민배우로 칭송받던 배우들조차 대부업 광고에 나와 연이율 최고66%의 돈을 쓰라고 부추기는 시대. <쩐의 전쟁>은 사채로 인해 벼랑 끝에 걸린 한 남자의 흥망사를 그리는 드라마다. 명문대를 나와 잘나가는 애널리스트로 살던 금나라(박신양)는 아버지가 빌린 사채로 인해 인생막장으로 떨어진다. <쩐의 전쟁>은 1, 2회 만에 주인공 금나라를 증권사 사무실에서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내몰았다. 아버지는 신용카드를 갈아 동맥을 끊고, 직장에서는 해고당하고, 애인과는 헤어지고 급기야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마저 아버지와 함께 강에 뿌려진다. 졸지에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금나라는 “10만원으로 한 달만에 천만원을 벌었던” 대부업계의 신화 독고철(신구)에게 올바른(?) 사채업의
[5월 새 드라마 4편]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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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타 리’가 죽었다. 은수는 태주의 집으로 돌아왔고, 유희는 무룡과의 키스로 마녀에서 사랑받는 공주가 됐으며 종갓집 애기씨는 재벌 2세의 사모님으로 거듭났다. 한편의 드라마가 종영할 때마다 반복되는 “이제는 무슨 낙으로 살지?”란 걱정은 잠시뿐이다. <고맙습니다> <케세라세라> <마녀유희> <헬로! 애기씨>의 종영과 함께 각 방송사가 내놓은 라인업은 또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사채업자의 흥망성쇠를 그릴 <쩐의 전쟁>을 비롯해 죽음을 앞둔 남자와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 여자의 만남인 <꽃 찾으러 왔단다>, 한심한 청춘남녀의 명랑발랄한 백수생활을 담는 <메리대구 공방전>, 그리고 드라마 사상 최초로 인천공항의 엄중한 보안망을 통과한 <에어시티>까지. 매일 밤 10시 안방을 찾는 새 드라마들의 면면과 연출자들의 출사표, 네티즌의 심중을 모아봤다.
[5월 새 드라마 4편] 매일 밤 10시 TV 앞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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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들을 통해 여러분에게 새로운
상식과 지혜를 쌓아 줄 [배워서 남주나]
이번 편에서는"중국영화, 네 글자의 비밀"을 배워봅시다. !!!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배워서 남주나] 중국영화, 네 글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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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의 효자 녹색 괴물 슈렉이 돌아왔다. 헌데 1편의 아기자기한 재미나 2편이 가졌던 폭발적인 오락성에 미치지 못한다. 겁나 먼 왕국의 왕위 계승자 아더를 찾아 떠나는 모험과, 차밍 왕자와의 재대결은 시리즈 가운데 가장 극적 구성이 떨어지고 패러디의 강도도 낮아졌다. 그럼에도 <슈렉 3>는 재미있는 영화다. 단지 전작과의 비교에서 모자랄 뿐이다. 특히 진저의 성장 과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장면은 <슈렉>시리즈에서 손꼽을만한 명장면으로 남을 듯.
김종철/익스트림무비 편집장(http://extmovie.com)
[전문가 100자평] <슈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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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에서 친구들한테 모욕을 당하는 한나의 감정 신이다. (김)아중씨는 불어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데다가 도기캠(doggi cam)까지 몸에 장착하고 서야 했다. 배우가 힘들어하면 셔터를 누르기가 조심스럽다. 이날 나이트클럽 장면도 그랬다. 보조출연자들도 많은데다 도기캠(doggy cam) 이동도 잦아서 동선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전경을 찍은 사진 하나 건진 게 전부다. 사실 나도 머릿속으로는 나이트 조명을 뒷배경으로 해서 광각렌즈로 (김)아중씨를 빅클로즈업하고 싶었는데. 어디 내 맘대로 되나. (웃음)”
[숨은 스틸 찾기] <미녀는 괴로워> 저 높은 곳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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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뮤즈, 에디 세즈윅. 타인에게 영감을 주되 자신을 위한 불꽃은 채 피워 올리지 못했던 다른 여성 예술가들처럼 워홀과 갈라선 세즈윅은 스물여덟 해를 뒤로하고 세상에 작별을 고했다. “60년대, 그 누구보다도 날 매료시켰던 사람이 있다. 그때 그 감정은 사랑이었던 것 같다.” 워홀의 고백에서 출발하는 <팩토리 걸>은 팩토리의 일원이거나 세즈윅 자신이 아니라 단지 ‘팩토리 걸’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그를 좇는다. 쓰라리고 슬프지만 또 눈이 멀 정도로 화려했던 세즈윅의 삶을 네 가지 키워드로 살펴봤다.
1. 가정사
에디 세즈윅의 가정은 부유했다. 조각가이자 자선가이며 거대한 목장의 주인이기도 했던 프랜시스 민턴 세즈윅은 남태평양철도회사 사장의 딸 앨리스 델란노 드 포레스트와 결혼했다. 집안의 권세가 권세이니 만큼 세즈윅가의 아이들은 모두 사립학교에서 교육받았고 매일 비타민B를 담은 주사를 맞았다. 또 세즈윅가는 당시로선 급진적으로 흑인 여성에게 법적인 자유를 안
[알고 봅시다] 워홀의 뮤즈, 비운의 ‘팩토리 걸’ _ 에디 세즈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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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엔 과장된 역광 조명이나 선혈 낭자한 효과가 없다. 김지환 감독이 원한 건 <디 아더스> 같은 톤의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였다.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구현하는 게 촬영감독의 미덕이라면, <전설의 고향>에서 손원호 촬영감독의 성과는 초반부의 안개 자욱한 정자신이다. 보기만 해도 답답할 만큼 묵직하게 안개가 낀 장면을 얻기 위해 엷게 흩날리는 기존의 스모크 효과를 포기하고 갖가지 재료를 태우며 시행착오를 거쳤다. 공포영화 특유의 분위기와 사운드로 적당히 넘길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감독의 지향이 그게 아니란 걸 손원호 촬영감독은 이해하고 있었다.
<전설의 고향>은 33살의 손원호 촬영감독이 성장멜로 <울어도 좋습니까?>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한 장편영화다. 여느 공포영화처럼 <전설의 고향>도 넉넉한 예산과 일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세운 목표는 하나였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효과를 내는 것. “물론
소박한 촬영의 미덕을 아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