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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 트러블>의 잭스
잭스는 다른 예쁜 친구의 코디에 따르는 촌스런 전학생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잭스는 영국 <보그>의 패션 에디터로 트렌드를 앞서가는 세련된 여성이다. 그야말로 아쉬운 것 없이 살아가는 여성인 게다. 12년 전 <클루리스>의 주인공 셰어가 성장한 모습이 이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모습. 하지만 잭스에게도 고민은 있다. 게이만 고용한다는 포토그래퍼의 어시스턴트에게 그만 반하고 만 것. 연애사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잭스는 자신의 게이 룸메이트에게 파올로를 소개해주지만 계속 가슴은 두근거린다.
<클루리스>의 타이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브리트니 머피는 촌티 줄줄 흐르는 오동통한 여고생이었다. <클루리스>의 브리트니 머피는 그야말로 몹시 촌스럽고 순박하게 생겨서, 지금처럼 주인공의 스포트라이트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는 말이다. 셰어와 다이온은 비벌리힐스 학교의 인기 톱. 어느 날 타이가
[VS] 브리트니 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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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1998년작 <조용한 가족>에는 뜨기 전의 명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최민식, 송강호, 정재영…. 지금으로선 이들을 한데 모아놓은 광경을 좀처럼 상상하기 힘들다. 왕가위의 <아비정전>은 더 어마어마하다.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양조위, 장학우, 유가령…. 일일이 나열하기도 숨차다. 왕가위는 초기작부터 자신만의 배우 사단을 형성하더니, <2046>에 이르러서는 장쯔이, 왕징웬, 공리, 기무라 다쿠야 등을 추가하며 호화로운 캐스팅 멤버를 구축했다. 제아무리 개런티 2천만달러짜리 스타라 해도, 누가 메가폰을 잡느냐에 따라 배우들의 마음은 움직일 수 있다. 명감독 주변에는 명배우들이 알아서 모이는 법. 마실 나가는 기분으로 하나 둘씩 출연했다 해도, 모아놓고 보니 호화로운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니 눈을 호강하고 싶으신 분들, 잠시 주목하시라.
5위 <8명의 여인들> - 프랑스의 여신들 한자리에
반세기 프랑스
[Rank By Me] 눈을 호강하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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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제작, 마이클 베이 연출. 두 흥행사가 힙을 합해 인기 캐릭터였던 트랜스포머를 실사화했다. 트랜스포머는 1984년 TV만화를 시작으로 게임, 장난감 등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인기 캐릭터다. 1986년에는 재미교포 넬슨 신 감독이 연출을 맡은 극장판 애니메이션 <트랜스포머>가 제작되기도 했다. <트랜스포머>의 실사화가 늦어진 것은 변신 로봇 소재에 필요한 CG와 전문 과학기술, 시각효과 기술이 완벽하게 뒷받침되어야 맛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는 하나의 기계가 눈앞에서 또 다른 형태로 변신하고 고층빌딩 속은 물론 사막, 빙하 등 다양한 장소에서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액션을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마이클 베이는 <더 록> <아마겟돈> <진주만> <나쁜 녀석들> 1, 2편, <아일랜드> 등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의 장인이다. CF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약하며 세계 주요
<트랜스포머> 기계 생명체의 아찔한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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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100%의 연애영화’였다. 그 영화를 ‘발견’한 4만5천여명의 팬들에게는 그랬다. 입소문을 타고 조용히 관객을 끌어모으던 영화는 결국 재개봉되었고, <금발의 초원> 같은 이누도 잇신의 초기작들까지 한국에 개봉되는 일종의 사건으로 이어졌다. <황색눈물>의 개봉을 앞두고 짚어보는 이누도 잇신 월드. 어떤 영화들이, 어떤 요소가 한국 팬들을 사로잡은 것일까.
ㄱ. <금발의 초원>
18살의 나리스(이케와키 치즈루)는 치매 노인의 수발을 드는 가사 도우미. 그녀의 고객은 노인 아유무(이세야 유스케)다. 아유무는 나리스를 환상으로만 가능했던 여인, 자신의 이상형 여인이라고 여긴다. 그는 자신의 마돈나가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해주는 데 감격하는데 정작 나리스는 피가 섞이지 않은 의붓동생 마루오(마쓰오 마사토시)에 대한 사랑으로 상심에 젖는다. 사랑을 감추기만 하던 나리스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구애하는 아유무를 보면
[이누도 잇신] 순정, 소녀만화 그리고 소년들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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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의 주인공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 이야기가 나오면 다시 궁금해지는 인물, 작가라면 한번 재창조해보고 싶고 여배우라면 한번쯤 연기해보고 싶은 인물 중에 황진이는 단연 앞자리에 놓일 만한 인물이다. 지난해 TV드라마 <황진이>가 안방의 주인 행세를 한지 불과 1년도 안 돼 영화로 만들어진 <황진이>가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이유다. 장윤현 감독의 <황진이>(6월6일 개봉)는 여기에 홍석중의 원작 소설 <황진이>가 부여한 이야기의 힘과 디자이너 정구호가 시도한 스타일의 파격을 양 날개 삼아 황진이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놓는다. 다섯 개의 열쇠말을 징검다리 삼아 그 길을 밟아본다.
(*주의! 스토리가 낱낱이 공개됩니다. 온전한 영화 감상을 원하시면 관람 뒤 읽어주세요.)
의상 & 메이크업, 블랙과 H라인 실루엣의 모던한 신여성
절제되고 세련된 H라인의 검은색 치마,
16세기와 싸운 21세기 여인, <황진이> 미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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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 패러디 열전 | 꼭꼭 숨은 장난들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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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 패러디 열전 | 오스카 주연상을 슈렉과 피오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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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새로운 것이 가장 훌륭한 것은 아니다. <슈렉>이 3편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저력은, 가장 구태의연한 것에서 가장 신선한 재미를 뽑아낸 상상력 덕분이다. 1편에서부터 <슈렉>은 마법이 피오나(카메론 디아즈)를 아름다운 공주로 변신시켜줄 거란 기대를 무참히 깨뜨렸다. 그런가 하면 2편은 가장 화려하고 정신없는 패러디로 촘촘히 박아놓더니, 3편에선 시리즈 사상 가장 많은 동화 캐릭터를 동원하고 나섰다.
3편의 모험담은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미래의 아더왕(저스틴 팀버레이크)을 찾아 먼 길을 떠난 슈렉(마이크 마이어스) 일행과 공주들과 합세해 쿠데타를 막으려는 피오나의 활약. 그 과정에서 아더왕뿐 아니라 란슬롯과 기네비어 등이 깜짝 등장하며 ‘원탁의 전설’을 살짝 맛보게 해준다. 궁 안에서는 조신한 줄로만 알았던 공주들의 정체가 드러난다. 알고 보니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기면증 환자에 불과했고, 백설공주와 라푼젤은 남자관계 복잡하고 성질 더러운 여자이며,
<슈렉> 패러디 열전 | 슈렉 동산의 귀여운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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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연인>이 영화로는 첫 작업이었다. 그래서 실리콘으로 만든 잘린 손을 보고서 놀랐던 것도 최강희씨보다 내가 먼저였다. 너무 똑같아서 신기한 듯 특수소품을 만져보고 있는데, 무술감독님과 리허설 중이던 강희씨가 어느새 곁에 와서는 뺏어가더라. 그리고는 요리조리 둘러보고 뜯어보고. 작은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과도한 호기심 때문에 체력이 빨리 소진되는지도 모르겠다. 칼을 들긴 들었는데 어째 자세가 좀 이상하지 않나(아래 사진). 강희씨는 자정만 되면 몸이 퍼진다. 매니저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 날도 리허설 때문에 촬영이 길어지자 여지없이 몸이 허물어지더라. 본인은 늘어지지 않으려고 알루미늄 칼을 들고서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데, 죽여야 하는데…’ 주문을 걸었고.”
[숨은 스틸 찾기] <달콤, 살벌한 연인> 잘린 손에 대한 다각적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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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공드리의 영화가 복잡하고 어수선해 보였던 건 필립 카우프만의 정신없는 각본 탓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이터널 선샤인> DVD의 음성해설에서 카우프만이 도리어 공드리에게 그 이유를 묻자, 공드리는 “볼 때마다 이전에 못 본 장면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 사람들이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답할 따름이다. 마침내 공드리 혼자 각본을 쓴, 그래서 그의 내면이 온전히 반영된 <수면의 과학>은 이전 작품보다 더 뒤죽박죽이다. 오죽했으면 제작자가 메이킹 필름에 나와 “영화 속 공드리의 모습만 있다면 그의 영화를 제작하지 않았을 거다”라고 말할 정도일까. 주인공 스테판이 ‘꿈 수프’에 넣기 위해 들춰내는 ‘잡다한 생각, 그날 보고 들었던 것, 온갖 감정, 과거의 추억과 뒤얽힌 오늘의 추억’을, 공드리는 따로 뒤섞어 영화라는 이름으로 내놓는다. 당연히 <수면의 과학>을 보다 궁금한 게 무지 많았을 당신에게 DVD의 부록 사이로 여행하기를 권한다.
미셸 공드리의 농담에서 진심 찾기, <수면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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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이미 명성을 얻었던 오슨 웰스가 할리우드로 넘어왔을 때 영화사에서는 “천재가 작업을 시작했다”고 홍보했다. 아마도 웰스라는 인물을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천재’라는 것일 터이다. 그 밖에 그에 대한 기술로는 혁신을 창작의 동력으로 삼는 영화감독, 영화적 미로의 건축가, 역동적 영화의 창조자, 셰익스피어에 대한 창의적 집착을 가진 인물, 중세적 심성의 소유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웰스에 대한 책(<오슨 웰스의 발견>)을 낸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독립영화인, 지식인으로서 웰스의 면모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밖에 더 이야기할 것은 없을까? 웰스는 “영화는 항상 무언가의 발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문장에서 영화라는 단어를 웰스로 대체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에 대한 발견의 자리는 서울에서도 이어진다(서울아트시네마, 6월1~5일, 6월12~20일).
위대한 앰버슨가 The Magnificent
‘영화 천재’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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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의 일환인 서울 LGBT 필름페스티벌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6월6일(수)~10(일) 5일간 열린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인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Transsexual)는 성소수자의 다양성을 좀더 개방적이고도 민감하게 받아들인 용어. 국내 유일의 성소수자 국제영화제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열의를 갖고 장편 극영화, 다큐멘터리, 단편을 포함한 라인업을 짰다. 개막작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영국)을 시작으로 해외 장편 8편과 <후회하지 않아>, <이반검열2>를 포함한 한국 장편 2편이 상영되며, 그 밖에 <그녀의 기억> <Up/going Home> <친구니까 말할게> <우리 결혼해요> <오버 더 레즈보우> 이상 5편의 단편을 묶은 L-SHORT 부문도 있다.
저항과 전위적 정치세력화에서 보편적 공감과
무지개빛 영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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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놈이를 유지태가 연기한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동명 원작의 작가인 홍석중은 놈이의 모습을 임꺽정으로 묘사한다. “뼈마디가 굵어서 엄장이 대단해 보이는데 부드러운 살맛이라고는 꼬물만큼도 없어서 온통 울근불근한 뼈와 힘줄과 힘살로만 만들어진 사람 같았다. 이목구비의 선들이 어찌나 굵고 날카로운지 얼핏 그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해도 부지불식간에 두려움과 비슷한 존경이 자아올랐다.” 하지만 어디 유지태가 그런 인물이던가. 큰 키에 무용으로 다져진 그의 몸매는 매끈한 뼈마디와 부드러운 힘살로만 이루어진 듯했고, 선이 없는 이목구비는 편안한 미소를 자아내 데뷔 초기의 그를 스타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내츄럴시티> <거울 속으로>에서 보여준 강한 남성상이나 <뚝방전설> <올드보이> 등에서 연기한 악역마저도 유지태가 간직한 태는 그대로 돋보였을 정도다. 지난 5월25일 공개한 <황진이>에서 등장한 유지태의 놈이 또한
도시적인 느낌의 임꺽정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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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패로우와 그 일행의 스펙터클한 항해기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는 바다 전설과 해적사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빌려 이야기를 꾸미고 있다. 몰라도 상관은 없겠지만 알고 보면 훨씬 재미있는, 17세기 카리브해에 관한 몇 가지 상식들.
1. 칼립소 Calypso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이하 <캐리비안의 해적3>)에서 바르보사와 잭 스패로우 일당이 소환하는 여신 칼립소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따르면 아틀라스의 딸, 바다의 님프다. 전설의 섬 오기기아에 살았던 칼립소는 트로이전쟁을 끝내고 귀향 중에 표류한 오디세우스를 맞아 보살피다가 사랑에 빠졌는데,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그를 끝내 막지는 못했다. 사랑한 사람의 귀향길이 편안하도록 순풍을 주었다는 이 여신이 영화에서는 사랑의 언약이 깨어진 것에 분노해 바다 한가운데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각색’된다. 이렇게 거대한 소용돌이로 배를 난파시키는 힘을 가진
[알고 봅시다] 잭 스패로우의 모험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