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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블루스>를 보고 나면 드는 생각. 이 감독 참 독하구나. 비좁은 택시 안에 카메라며 조명이며 녹음장치까지 달아놓고, 한손으로는 운전하고 한손으로는 카메라 스위치 조작하며, 머리와 입으로는 인터뷰하고, 눈으로는 관찰하고, 그 와중에 생계까지 챙겨야 했을 버거움이라니. 혹은 그 모든 걸 되새기며 뻔뻔하게 연기까지 해내다니. <택시 블루스>는 그런 집요함이 아니었더라면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택시기사로 일하던 최하동하 감독은 그가 만났던 승객을 찍은 실제 화면과 그들과 마주치며 겪은 경험에 살을 붙인 픽션을 뒤섞어 <택시 블루스>를 만들었다. 정작 본인은 “기록의 습관이 항상 피곤하다”고 말해도, 이 영화는 그 피곤한 습관의 집적물인 셈이다. 그는 요즘 뉴욕에 산다. 누군가는 이제 그럼 뉴욕의 택시운전사를 하러 갔느냐고 진부한 농을 걸지 모르겠지만, 그의 말에 의하면 특별히 목적을 두고 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버리지 못하는 일은 있다. 요
[최하동하] “내 경우엔 편향되어야만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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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과 가난한 자를 위한 정치개혁을 꿈꾸거나 말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개혁가가 말과 꿈을 실현하는 건 어렵기만 하다. 그 이유는 꿈의 실행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실현 과정에서 정치인 스스로 개혁의 대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성취의 달콤한 향기에 취한 자는 권력에 집착하게 되고, 그는 대개 타락과 부패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정치소설의 고전을 영화로 만든 <올 더 킹즈 맨>은 한 정치인의 성공과 파멸에 대한 이야기다. <올 더 킹즈 맨>의 내용은 프랭크 카프라의 ‘디즈, 스미스, 도우 3부작’을 잇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음산하고 어두운 기운은 영화를 카프라식 스크루볼코미디보다 당대의 누아르에 더 가깝게 만든다. 또한 주인공 윌리 스탁의 캐릭터를 실제 인물인 휴이 롱에서 따온 덕분에 <올 더 킹즈 맨>의 현실 풍자적이고 정치적인 면모는 보통의 정치드라마를 쉬이 넘어선다. 롱은 대공황 시기에 주지사와 상원의원을 맡아 서민과 빈민층을 위한 정책을
유권자의 필독 영화, <올 더 킹즈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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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는 비를 만끽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설)경구 형이 옷을 적시고 있는 장면이다. 어떤 영화에서나 비맞는 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이 겪어야 하는 일이다. 타조농장에서 싸우는 장면을 3일 동안 찍었는데, 촬영 전에 항상 저렇게 옷을 적시곤 했다. 이 장면은 스탭들이며, 배우들이며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장비들이 감전될 위험도 있지만, 일단 비를 뿌리면 계절이 겨울이건 여름이건 춥게 마련이니까. 의상팀들도 배우들을 차마 말려줄 수는 없어서 뜨거운 물이나 수건만 덮어주곤 한다. 농장에 냄새도 심했는데, 배우들은 정말 즐겁게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태희씨는 의외로 액션을 잘하더라. 빗자루를 휘두르는 액션이 있는데, <중천> 때 해봐서 그런지 정말 칼을 휘두르는 생생한 느낌이 있었다. 경구 형이랑 진흙탕에서 뒹구는 것도 거리낌없이 막 엉겨붙었다. 경구 형이야, 뭐… 원래 액션을 좋아하니까. 자기는 항상 다시는 액션영화 안 하겠다고 하지만, 틈나면 운동하고 촬영할 때는 정말
[숨은 스틸 찾기] <싸움> 독한 싸움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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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2월22일(토) 밤 11시
남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페트로니우스의 <사티리콘>은 1세기 중엽의 작품으로 불완전한 단편들로 남아 있다. 페데리코 펠리니는 이 작품을 로마 부르주아 사회의 타락을 풍자한 <달콤한 인생>의 1세기 버전처럼 구성하는 한편, 그 1세기 로마를 18세기 유럽에 대한 날카로운 비유로 형상화했다. 이 영화는 펠리니의 역사물이라고 칭해지지만, 사실, 영화 속 로마는 꿈과 판타지의 세계에 가깝게 그려진다. 물론 그 환상은 히로니뮈스 보시의 <쾌락의 정원>을 연상시킬 정도로 살냄새 가득한 욕망의 혼돈으로 채워져 있다. 아름다운 청년들의 탐욕적인 사랑이 폭력과 살육으로, 부유층의 교양이 천박한 속물스러움으로 뒤섞이는 과정을 파편적인 서사의 조각들로 여기저기 흩뜨린다. 인간의 육체는 고깃덩어리의 부분처럼 다루어지며 절단된 신체는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펄떡인다. 종교는 추문이 되고 사랑은 변태적인 욕망이 된다. 가장 끔찍한 방
쾌락과 혼돈의 로마, <펠리니의 사티리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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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는 모든 것’을 좋아한다. 당연히 영화도 좋아한다. 정말로 좋아한다. 흔히들 드라마를 하게 되면서 영화를 보는 것조차 일로 전락하여 슬프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영화 보는 일은 여전히 나의 가장 훌륭한 취미이자 안식처다. 난 영화를 볼 때 분석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 영화가 얘기해주는 감정을 느낄 뿐. 그럼 영화가 친구가 되는 것 같아 좋다. 그런 내 친구 ‘영화’ 중에서 내 인생의 영화를 하나만 뽑으라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이 영화가 나를 위로해줬고, 이 영화는 이때 나를 지탱해줬고, 이건 나를 웃게 해서 좋고, 저건 나를 울려서 좋고, 요건 나랑 지적인 대화를 좀 나눠주는 놈이고, 조놈은 내 앞에서 까불어대서 좋은데….
그럼에도 내가 <허공에의 질주>를 꼽은 이유는 내 인생의 전환기마다 이 영화가 내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버지 표현에 의하면 ‘멀쩡히 대학 나온 년’이 2년간 백수로 지내다
[내 인생의 영화] <허공에의 질주> -김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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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해피 선데이>의 ‘1박2일’ 코너는 최근 MBC <무한도전>과 더불어 주말 예능프로그램의 ‘황금 라인업’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무한도전>에 유재석이 있다면 ‘1박2일’에는 강호동이 있다. 또, <무한도전>의 돌아이(노홍철)나 꼬마(하하)처럼 ‘1박2일’에는 초딩(은지원) 등의 별칭이 있다. 공룡 MC를 리더 삼아 스타라 불리는 멤버들의 ‘찌질한’ 이면과 모래알 같은 캐릭터를 ‘리얼하고 까끌까끌하게’ 맛본다는 공통점에서 신작에 속하는 ‘1박2일’은 궤도에 오르는 동안 ‘누구보다 못하네’, ‘아류작이네’와 같은 숙명적인 입방아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피곤한 순서 매기기를 제쳐두면 ‘1박2일’은 ‘산만한 호동이의 천재적인 통솔력’에 의한 남성동지애의 다른 지점을 머금고 있다.
<무한도전>은 제목대로 댄스스포츠대회에 출전했다가 해외미녀스타와 만났다가 하며 무한대로 주제를 번식할 수 있다. 반면, ‘1박2일’은 장소가
<무한도전> 아성에 무한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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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Z작전>(Knight Rider) 리메이크
제작 중
지난 11월 말 인터넷의 각종 미드 혹은 영화 사이트들의 게시판에는 몇장의 자동차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이게 정녕 새로운 키트라는 말인가?’라는 제목을 단 게시물에 첨부되어 있던 자동차 사진들은 <전격 Z작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Knight Rider>의 리메이크에 등장할 것으로 알려진 전설의 인공지능 전투 자동차 키트(KITT-Knight Industries Three Thousand)의 새로운 버전이었다. 화제가 된 이유는 검정색 Pontiac Trans Am에 기반해 날렵한 차체를 자랑하던 과거의 키트는 온데간데없고, 같은 검정색이나 다소 퉁퉁하고 둔해 보이기까지 하는 550 HP Ford Shelby GT500KR(사진 참조)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드의 제1 전성기 시절, 키트는 에어울프와 함께 당시 소년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전설의 주인공이었다.
[이철민의 미드나잇] 키트, 다시 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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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4년 워싱턴은 고대의 그리스로 돌아간다. 거기서 시민의 안전을 책임진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세명의 예지자. 이들은 도시국가의 존속을 위해 신탁을 내려주던 델피의 무녀들을 닮았다. 미래를 예언하던 원형의 신전은 범죄를 예견하는 원형의 수조로 돌아온다. 델피의 무녀들에게 신성한 힘을 준 것이 땅속에서 솟아나는 가스. 미래의 무녀들에게 신통력을 준 것은 ‘뉴로인’이라는 마약의 후유증이다. 과거는 미래로 회귀하고, 미래는 과거로 반복된다. 과학적 합리성은 신화적 비합리성과 공존한다.
미래현실
영화의 매력 중 하나는 감독이 ‘미래현실’(future reality)이라 부른 요소에서 나온다. 실제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는 기술적 측면에서 대단히 개연적이다. 즉 2054년의 워싱턴은 터무니없는 공상의 산물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아니면 아주 가까운 미래에 시연이 가능한 기술들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범죄자와 피해자의 이름을 새긴 구슬을 깎는 장면. CAD로 디자인한 형태
[진중권의 이매진] 자유의지의 할리우드적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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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우위의 중국문화기행>은 중국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다. 중국인의 관점에서 본 중국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두권의 책이다. 외국인들이 중국을 겉으로 훑어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계층의, 광범위한 시대의 중국인들의 삶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제법 맛깔나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 위한 입문서로도, 깊이 이해하기 위한 담론의 시작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이야기의 시작은 뜻밖에도 ‘영욕의 발해 유적지’다. 과거 아시아 최대의 도시였던 발해국의 성대했던 절정기와 야만적이었던 최후를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척에 있는 경박호의 고즈넉한 웅장함(모순적인 설명이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과 대조되는 화려함을 갖추었을 도시가 돌덩이가 갈라지도록 불타버렸다는 이야기는, 한국사의 관점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글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진 자료가 이해를 돕
중국인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위치우위의 중국문화기행> 1,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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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의 <서툰 사람들>이 <연극열전2>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2004년 15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 <연극열전>에 이어 2007년 새롭게 기획된 <연극열전2>는 2007년 12월7일부터 2009년 1월4일까지 10여편의 작품을 선보이는 연극 프로젝트. 장진 감독,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 추상미, 이순재, 나문희, 유지태, 황정민 등 충무로에서 지명도있는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하는가 하면, 조재현이 직접 프로그래밍해 화제를 일으켰다. 그중 첫 공연인 <서툰 사람들>은 장진 감독이 10년 전에 극본을 완성한 작품. 부산에서 장기공연된 바 있지만 장진 감독이 직접 연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홍 잠옷과 검은 점퍼. 고장난 롤렉스 시계와 뚜껑 달린 키티 시계. 혹은 중학교 영어 교사와 도둑. 장덕배와 유화이는 닮은 구석이라곤 없는 이들이다. 하긴 어떤 사람이 자기 집을 털러 들어온 도둑과 친구가 될 수
장진이 그리는 따뜻한 도시 우화, <서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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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나는 전설이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 남기남
[정훈이 만화] <나는 전설이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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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액츄얼리>를 처음 보았던 겨울을 가끔 생각하곤 한다. 직장을 다니는 지금처럼 여유롭게 영화표를 지를 수 없었던 나는, 돈 대신 시간이라도 한정없이 가진 대학생도 아니었고 많이 가진 것이라고는 그냥 주책과 열성과 부지런함뿐이었다. 그래서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겨울을 대비해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처럼 동전을 모았다. 그런 다람쥐 같은 부지런함은 끝내 나를 대학 졸업시키고 먹고살게 했고 그 당시에는 귀여운 애인을 갖게 했던 힘이었다. 내가 가진 주책과 열성과 부지런함을 총동원해서 차지했던 두살 어린 애인은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북적거리는 크리스마스 당일, 매진된 <러브 액츄얼리>의 표를 두장 구해왔고 둘 다 어렸던 우리는 소박한 기쁨에 들떠 앞으로도 이러한, 겨울철 생굴처럼 탱글탱글하고 달달한 행복이 앞으로의 인생에도 계속 지속될 거라고 굳게 믿었다.
정말로 그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행복이 내 것이 될 거라고 의심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
[냉정과 열정 사이] 외로운 그녀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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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의견의 수집가가 되어야만 단상을 얻을 수 있다. <마이클 클레이튼>의 프리뷰를 쓴 이동진씨는 영화의 라스트신을 말하며 “만감을 무표정 속에 감춘 한 사나이의 진실한 얼굴”이라고 표현했다. <마이클 클레이튼>을 끝까지 본 사람이라면 이 의견에 토를 달 이유를 느끼지 않는다. 한편 김소영 교수는 전영객잔에 <베오울프>에 관해 쓰면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 혹은 그것을 넘어서는 제3의 이미지 메이킹의 출현. 특히 얼굴이라는 물상(physiognomy)을 중심으로 해 번져나가는 차이들을 읽어내려 할 때 미묘하게 다가오는 언캐니(uncanny)한 느낌, 어떤 낯선 친숙함, 친숙한 낯섦 같은 것”에 흥미를 느낀다고 피력했다. 그리고 나는 “<파라노이드 파크>만의 한 가지 마술이 있다면 얼굴이다. <파라노이드 파크>에서 게이브 네빈스의 얼굴과 클로즈업은 이 영화의 숨은 정서적 열쇠와도 같다”라고 이미 쓴 적이 있다. 우연하게도 남동철
[전영객잔] 클로즈업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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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영화의 오랜 친구다. 영화가 목소리를 갖기 이전부터 음악이니, 음악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보고 영화제를 여는 시도는 매우 자연스러울 수밖에.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음악과 영화 각각의 가능성을 새롭게 사고하도록 만든다. 오는 12월23일부터 31일까지 KT&G 시네마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음악영화제는 장·단편과 극·다큐멘터리를 망라하고 음악을 주인이라 부를 수 있는 스무편의 영화를 모았다. 국내 인디 밴드의 산실 격인 홍대입구 근처에 위치한 건물, 공연장과 인디영화 상영관이 한곳에 모인 건물에서 열리는 행사로는 더욱 제격이다.
개봉 3달이 되어오도록 여전한 기세를 자랑하는 <원스>를 비롯한 <린다 린다 린다> <벨벳 골드마인> <헤드윅>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 익숙한 국내 개봉작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반갑지만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각기 다른 섹션에서 선보였던 두편의 국내외 극영화가 ‘음악’이란
음악과 함께 신나게 노는 영화들, 상상마당 음악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