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물사냥꾼 핀(매튜 매커너헤이)은 1715년 배와 함께 바닷속에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왕비의 지참금을 추적하느라 수년의 세월을 허비하고, 결국 아내 테스(케이트 허드슨)에게 일방적으로 이혼당한다. 테스가 억만장자 나이젤(도널드 서덜런드)의 요트에서 일하며 새 출발을 꿈꾸던 중, 핀은 보물의 행방을 알려줄 접시 조각 하나를 발견한다. 자금을 지원해줄 사람을 찾아 나이젤에게 접근하던 핀은 테스와 재회하고, 보물과 함께 그녀의 마음까지 얻으려 애쓴다. 하지만 가창력보다 뒷골목의 총잡이로 악명 높은 래퍼 빅 버니(케빈 하트)가 보물을 뒤쫓기 시작하면서 핀의 계획은 수습할 수 없이 틀어지기 시작한다.
<사랑보다 황금>은 크게 세 갈래로 구성됐다. 보물 찾기, 핀과 테스의 로맨스, 나이젤이 불화하던 딸 젬마와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다시 말해, 어드벤처와 로맨틱코미디, 가족드라마를 전부 아우르고자 한다는 뜻인데, 욕심이 지나친 나머지 결과적으로 어느 것
이혼 남녀의 보물 찾기 재결합 <사랑보다 황금>
-
바보의 하늘에 별이 떴다. 10년 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승룡(차태현)의 눈에 지호(하지원)가 보인 것이다. 그들의 재회로 시작한 영화 <바보>의 이야기는 원작인 강풀의 <바보>와 ‘싱크로율 100%’다. 10년 넘게 피아노만 친 지호는 갑자기 건반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손에 좌절하고, 승룡의 동생인 지인(박하선)은 바보인 오빠를 부끄러워한다. 승룡의 친구인 상수(박희순)는 건달로 살아야 하는 처지에 한숨을 쉬고, 상수의 가게에서 일하는 희영(박그리나)은 자신을 옭아매는 악덕업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유일하게 그들보다 모자란 바보 승룡에게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언제나 같이 놀아주는 친구도 있고, 동생을 지켜볼 수 있는 자리에서 동생을 위해 돈을 벌 수도 있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지호까지 돌아왔다. 게다가 그는 “항상 웃고 살아라”는 엄마의 가르침을 잊지 않는 순수한 바보다.
<바보>는 <아파트> 이후 강풀의
그 모습 그대로 영화로 재현 <바보>
-
“1987년. 루마니아 혁명 2년 전”이라는 작은 글씨체의 자막이 지나고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의 첫 장면이 시작되면, 젊은 여자가 화면 안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카메라 바깥에서 다른 여자가 그녀에게 “고마워”라고 말한다. 무엇이 고맙다는 말인가. 화면 속의 여자는 화면 밖의 여자가 고마워할 무언가를 해주기로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 약속한 모양이다. 대학 기숙사의 룸메이트 가비타(로라 바질리우)가 오틸리아(안나마리아 마링카)에게 고맙다고 말한 것이다. 둘은 많이 분주하다. 담배, 비누, 돈 등을 챙겨야 한다고 정신없이 서두르면서도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노트를 가져가야 할지를 걱정한다. 둘은 도대체 어딜 가려는 걸까. 오틸리아는 남자친구에게 급히 돈까지 빌리고, 아마 지상에서 가장 불친절해 보이는 호텔 두 군데를 들러 그중 한곳에 겨우 방을 마련한다. 그들은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려는 건가.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이렇게 아무 드러냄없이
루마니아의 어느 밤 <4개월 3주 그리고 2일>
-
시작은 파리의 공항이다. 끝은 서울의 집이다. 그 사이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었다. 감독은 ‘화가 김성남의 34일의 감정 기록’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그러니까 그 남자는 파리의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다 결국 아내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의 두달간의 여정은 그 자체가 긴 꿈 같다. 하지만 그는 정녕 귀환한 것일까? 집에 돌아온 그가 지난 한달간의 기묘한 꿈에서 마침내 깨어났는지, 집으로 돌아온 사실이 행여 또 다른 꿈은 아닌지, 혹은 집에 와서 그가 꾼 꿈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함인지 잘 모르겠다. 아내는 돌아온 남편이 잠을 자며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르자, “그건 꿈 아니야”라고 다그친다. 남자는 “그건 그냥 꿈이야”라고 대답한다. 꿈과 꿈이 아닌 것 사이. 혹은 몽상과 이상 사이. <밤과 낮>은 그 ‘사이’에 있으며,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160분 동안 그 ‘사이’를 함.께. 흐른다는 것이다. 이 여행은 행복하고 두렵다.
홍상수의 영화는 대체로 길 위
김성남씨의 감정 여행 <밤과 낮>
-
-
동의해주실래요?
<한겨레>에서는 편집국장을 뽑을 때마다 그렇게 묻는다. 대표이사가 편집국을 총지휘할 수장 후보를 지명해 발표한 뒤, 기자들에게 찬반 의사를 묻는 절차다. 이른바 ‘편집국장 임명 동의제’. 편집국장 후보는 자신의 언론관과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 앞으로 지켜나갈 보도의 방향과 원칙 따위를 공개적으로 밝힌다. 더불어 기자들에게 ‘청문회’를 당한다. 이 자리는 그야말로 심층 기자회견장이 된다. 기자들은 세밀한 부분까지 질문하며 검증의 칼을 들이댄다. <한겨레>에서는 2008년 2월, 그러니까 이달 말에 그 ‘이벤트’가 벌어질 예정이다. <경향신문> <중앙일보> <오마이뉴스> 등에서도 채택 중인 제도다. 일방적인 임명제와 직선제 양쪽의 폐해를 모두 비껴가면서 편집국장 선출의 정당성을 꾀하려는 의도이리라.
만약 새 학기를 앞둔 초·중·고교에서도 그걸 따라한다면 어떻게 될까. ‘담임교사 임명 동의제’를 상상해본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선생님 심층인터뷰
-
캄보디아 사람들은 벼를 심고, 베트남 사람들은 벼를 수확하며, 라오스 사람들은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 문장 하나가 심장에 꽂혀버렸다. 그래서 가방을 쌌다. 2008년 구정 합본호를 업고 찾아온 첫 휴가의 행선지는 참으로 단순하고도 막연한 동기로 결정됐다. 물론 달뜬 얼굴로 더듬더듬 “그러니까, …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대” 말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은 대체로 ‘그래서 어쩌라고’에 가까웠지만. 라오스 땅에 떨리는 첫발을 딛는 순간, 비엔티엔 공항은 국수 가락처럼 늘어진 줄로 응답했다. 여행자들에게 도착 비자를 발급해주는 직원은 단 한 사람. 넉넉한 인상의 그분은 매우 여유롭게 일을 처리했고, 한국이었다면 계란 투척이 이루어졌을 속도로 간신히 입국 수속을 마쳤다. 수도임에도 시내에는 차가 그리 많지 않았다. 신호등 색깔이 바뀌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중 다수의 신호등이 수동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도로변 한 지점에 담당자가 상주하면서 행인이 나타나면 버튼을
[오픈칼럼] 라오스의 리듬에 몸을 맡기다
-
가장 훌륭한 요리사는 ‘시장기’라고 한다. 거기에 추억이 가미되면 ‘맛의 기억’은 오래도록 저장된다. 할머니와 단둘이 서울 변두리, 신주택지로 막 개발되던 농촌 마을의 빈집에서 살던 어린 시절의 한때― 그 동네엔 집이 여섯채 있었는데 우리를 포함해 두 가구만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할머니가 끓여준 고추장찌개의 맛을 잊을 수 없다. 옆 마을 밭에서 사온 양파 조금과 고추 조금 그리고 감자 조금이 전부인, 양파와 감자가 흐물거리도록 푹 익어 걸쭉해진 찌개, 목소리 예쁜 여자아이가 부른 <아빠의 얼굴>이 어린이방송 시그널음악으로 들릴 때 반찬도 없이 거의 매일 찌개 하나만으로 저녁을 먹었다. 막 사춘기를 맞은 소년의 설렘이 할머니의 찌개 맛 속에 반찬처럼 어우러져 마음속 어딘가에 아련한 추억으로 저장되어 있다.
내 마음속의 영화도 ‘정신의 시장기’와 얽히면서 추억으로 저장된 여러 편이 여전히 회상의 힘을 받아 생생한 기억으로 불끈거린다. 고3 예비고사를 끝내고 대학입학원서 값
[내 인생의 영화] <신설국> -김진호 목사
-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영화 <슈퍼맨>보다 차라리 ‘SK텔레콤 광고-영웅 편’에 가깝다. 아버지, 소방관, 의사와 간호사 등이 슈퍼맨, 배트맨, 마루치 아라치 등으로 병치되고, 마지막 전철을 미는 사람들 위로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영웅입니다”라는 자막이 깔리는 그 광고 말이다. 영화의 메시지는 몇초짜리 광고로 축약될 만큼 간명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정치성은 그리 간단치 않다. 극중 PD가 만들어왔다는 다큐멘터리류의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영화가 아니라, 가장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는 선동영화이자 현재 남한사회 진보진영이 추구해야 할 노선을 분명히 제시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1. ‘사소한’ 것과 ‘거창한’ 것? 비정치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으로!
변성찬은 그를 슈퍼맨으로 만든 원인에 비해 그의 일들이 지나치게 사소하거나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하였고(전문가 100자평), 김혜리 역시 “뭔가 거창한 원인이 필요하다는 강박”(<씨네21> 639호
[영화읽기] 휴먼드라마가 아니라 진보적 정치영화!
-
그럴듯한 스릴러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의 스릴러라면 수수께끼에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주인공에게 위기가 닥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쫓긴다든지 누명을 뒤집어쓴다든지 이상한 음모에 휘말려드는 것이다. 여기서 긴장을 자아내는 것은 우선 수수께끼의 정체다. 주인공의 과거에는 무엇이 있을까, 악당의 정체는 무엇일까 등을 상상하는 관객에게 아슬아슬한 에피소드들이 계속해서 제시된다. 수수께끼에 많은 것을 의존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의 긴장을 유지해가는 것은 일반적인 스릴러의 공식이다. 최후의 반전에 집착하는 것도 그런 이유고. 하지만 스릴러는 수수께끼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야기의 앞뒤가 잘 맞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서서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중반 이후에 긴장감이 풀리지 않도록 교묘한 장치들을 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 스릴러를 만드는 것은 고도로 계산된, 그러면서도 감각적인 연출이 뒷받침되어야만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세밀한
[영화읽기] 추격자의 절박함에 대한 깊은 공명
-
속죄. 두툼한 장편소설 위에 박힌 두 글자를 바라본다. 그 간명한 무거움을 느낀다. 누가 소설에 저런 제목을 붙일 용기가 있었을까. 소설에 <소설>이란 제목을 거는 일만큼 <속죄>라는 말을 붙이는 일은 비장한 느낌을 준다. <속죄>는 소설가 이언 매큐언이 등장인물로 소설가 브라이오니를 내세워 ‘소설 속 소설’ 형식으로 소설에 대해 말하는 소설이다. 그 말은 같은 창작자이자 독자인 소설가들이 좋아할 소설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로 소설이란 장르에 태생적으로 <속죄>만큼 어울리는 제목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속죄>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도 흔치 않으리라.
이 장편의 제목은 명사형이지만 선언적이다. 아울러 선정적이기도 하다. 속죄, 더럽고 깨끗한 단어. 그래서 신이 아닌 인간의 것이 될 수 있는 말. 이언 매큐언은 창작자로서 신과 같은 입장의 소설가에게 속죄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품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냉정과 열정 사이] 있는 것과 없는 것
-
<빨간풍선>이 허우샤오시엔의 단출한 소품일 거라고 얼마간 생각해왔다. 우연히 이 영화를 다시 보았고 그것이 오해임을 알았다. 지금 그 오해를 수정하려 한다. 참여한 평자의 수가 적어 예정에 없이 급히 끼어든 것이기는 해도 이 영화의 20자평에 별 셋 반밖에 주지 않았으니 나는 잘못을 저지른 것에 해당한다. 오르세 미술관 20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의뢰를 받아 제작하게 됐다는 배경이 암암리에 많은 이에게 이 영화를 일종의 기념품 정도로 보도록 선입견을 심어준 것 같다. 물론 ‘파리와 오르세 미술관의 현재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고, 허우샤오시엔은 그것을 지켰으나, 영화에서 오르세 미술관의 내부는 단 한번 등장할 뿐이다. 그게 아니라도 이 영화는 한 납품업자의 순진한 결과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빨간풍선>은 이를 데 없이 비범한 영화다.
<빨간풍선>을 처음 보았을 때 카메라가 손이 되어 인물들을 쓰다듬고 있다는 막연한 인상을
[전영객잔] 영화 선생님의 또 하나의 가르침
-
이동진 “진가신은 확실히 여성적인 감수성을 지닌 감독인 것 같더라고요. <명장> 같은 전쟁대하극을 만들면서도 정말로 관심있는 것은 인물들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혜리 “<명장>에서는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세 배우가 트리오를 이뤘는데요. 저는 차라리 이연걸에게 무게를 몰아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확실히 <명장>은 이연걸의 몸보다 얼굴, 액션보다 표정에 시선을 쏟게 하는 드문 영화예요.”
눈꺼풀: 리안의 <와호장룡>에 자극받아 장이모가 만든 <영웅>의 성공 이후, 액션시대극 블록버스터는 이제 장이모(<영웅> <연인>), 첸카이거(<무극>), 서극(<칠검>), 장지량(<묵공>), 당계례(<신화>), 펑샤오강(<아연>) 등 중국과 홍콩의 대표적인 감독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달려들어야 하는 장르가 된 것 같죠? 이제 오우삼의
[메신저토크] <명장>,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
<추격자>의 숨가쁜 추격이다. 개봉 첫 주였던 지난 주 박스오피스에서 <점퍼>에 밀려 2위로 진입했던 <추격자>가 1위를 탈환했다. 지난 2월 21일 전국 100만명 고지를 돌파한 <추격자>는 어제인 25일까지 전국에서 190만6215명(배급사 기준)을 동원했다. 전국 440여개로 시작한 스크린 수도 주말에는 470개로 늘어났으며 평일에도 약 1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번 주 안으로 2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인 <추격자>의 기세는 다음 주에도 크게 기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위는 지난 주 1위였던 <점퍼>가 차지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의 기준으로 볼때 <점퍼>는 개봉 2주차 동안 128만 7477명을 동원했다. <추격자>가 1위를 하긴 했지만, 21일 대거 개봉한 오스카 후보들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진입하며 첫 주를 시작했다.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어톤먼트>가 5위를 차지
<추격자> 개봉 2주차에 박스오피스 1위 탈환
-
무거운 눈꺼풀님(이동진 lifeisntcool@naver.com)이 입장하셨습니다.
눈 깜박할 새님(김혜리 vermeer@cine21.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이동진 “<추격자>는 아무래도 <살인의 추억>과 연계되어 논의될 운명인 것 같아요.”
김혜리 “스릴러 장르의 기본을 정확하게 터득하고 있는 영화죠.”
눈 깜박할 새님의 말(이하 깜박할): 눈을 감았다 뜨니 연휴가 등 뒤로 가버렸습니다. T-T 선배 대화명을 보니 무박이일 동안 주택가 비탈길을 질주하던 <추격자>의 엄중호(김윤석)의 피로가 새삼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추격자> 이야기부터 해야 하겠죠?
무거운 눈꺼풀님의 말(이하 눈꺼풀): 헉, 오늘 제 대화명은 실은 <잠수종과 나비>에서 따온 건데…. *.* <추격자>를 보고 나니 무엇보다 오랜만에 충무로가 주목할 만한 대형 신인감독 하나가 나왔다는 느낌이 먼저 들더군요. 어떻게 장르영화
[메신저토크] <추격자>, <잠수종과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