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내 만화의 5할을 영화에서 배웠다. 건담이 아니라 SF영화들을 보면서 SF만화를 생각했고 영화 연출책을 읽으며 만화의 연출을 연구했다. 결국 대학원도 영화쪽을 선택했고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학업은 일본에서 연재를 하면서 중단해야 했다). 영화는 내 만화의 5할이기 때문에 결국 내 인생의 5할이다.
그리고 그 영화에서 가장 많은 것을 중학 2학년 때 얻었다. 그해 초, 극장에서 <에이리언2>를 보고 돌아와선 그리던 만화를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그렸다. <영웅본색2> <프레데터> <로보캅> <다이하드>를 여름에서 겨울에 걸쳐 봤다. 그중 특히 <프레데터>가 나의 만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전해에 소년들 사이에서 <영웅본색>의 캘린더(명함처럼 생긴)는 최고가를 달렸다. 그래서 나는 극장에 홀로 <영웅본색2>를 보러 갔다(데뷔하기 전까지 언제나 혼자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 <프레데터> -만화가 박무직
-
허락 안 받고 몰래 찍은 뒤 삼십육계 줄행랑치면 도둑촬영. 귀한 배우 스케줄 맞추느라 허겁지겁 오케이 부르면 날림촬영. 그렇다면 ‘조각보’ 촬영은 뭘까. 도대체 ‘조각보’가 무엇이기에,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한국영화를 망치는 원흉이라고까지 지목됐을까. 1970년 11월3일에 열렸던 한국영화인협회 제7차 임시이사회. 긴급소집한 영화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위장합작영화를 충무로에서 몰아내야 한다면서, “한·홍 합작영화치고 위장합작 아닌 영화는 한편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당시 극장 상영 중이던 <아빠는 플레이보이>(명보극장 개봉, 관객 수 2만3969명) 등을 지목하며, 몰지각한 영화 제작자들이 ‘야바우적 방법론’을 동원해 홍콩제 영화를 한·홍 합작영화로 둔갑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조각보 촬영’은 ‘야바우적 방법론’의 최신 기술. <아빠는 플레이보이>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2대 검왕>처럼 영화사에서 한국 배우(이자영)의 성을
[한국영화 후면비사] ‘짝퉁’ 영화 전성시대
-
가을이다. 지난해 이맘때, 누군가는 영화가 연애를 걸어온다며 행복하게 하소연했지만,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습한 무더위와 영화 한편이 불러일으킨 소란과 정치와 종교의 파노라마를 애써 견뎠을 뿐인데, 여름은 어느덧 가버렸다. 공포영화보다 끔찍하고 액션영화보다 자극적인 온갖 사건들 틈에서 이상하게도 눈은 점점 더 무뎌지고 있었다. 불길한 징조. 추석을 겨냥해서 극장에 걸린 영화들을 흘낏 지나치면서 그 영화들과 대면하는 순간을 어떻게든 미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어쩌다보니, 결국, 추석을 겨냥한 거의 모든 (한국)영화들을 보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가을의 첫 번째 다짐을 철회하며 여섯편의 영화를 떠돈 뒤, 2007년 후반기, 아니, 정확히 말해 <디 워>와 <화려한 휴가> 이후 한국영화의 몇 가지 흐름을 발견했다. 그 흐름을 읽어내는 일은 흥미로웠지만, 스크린 앞에 쓸쓸하게 앉아 있던 나는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매번 예의 바르게 사양하고 싶었던 이 가을
[영화읽기] 한국영화, 불길한 징조들
-
8월1일, 베벌리힐스의 스크리닝 룸에서 칵테일 파티와 함께한 <브레이브 원>의 기자시사회. 시사가 시작되기 전 감독인 닐 조던과 프로듀서 조엘 실버가 들어섰다. 가죽 재킷을 입고 굳게 입을 다문 닐 조던과 캐주얼 남방셔츠를 걸쳐 입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조엘 실버. 묘한 조화를 이루는 두 사람이었다. 먼저 무대에 오른 조엘 실버는 디지털 후반작업이 프로덕션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들과 달리 <브레이브 원>은 카메라가 보는 그대로 잡아낸 작품이지만 그 화면은 어떤 작품보다도 시적인 것 같아 무척 만족한다며 웃음 짓고는 감독을 소개했다. 무언가 생각이 많은 표정의 닐 조던은 이 시나리오를 선택한 것은 주인공이 처음 살인을 한 날, 집으로 돌아와 자신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모습과 대면하는 장면 때문이었다며 간단하게 인사를 마쳤다. 조디 포스터와 테렌스 하워드가 호흡을 맞춘 <브레이브 원>은 결혼을 앞두고 단꿈에 젖어 있던 라디오 진행자
[현지보고] “나에게 정의란 결국 복수인 것 같다”
-
-
한번 좋아한 사람에게는 웬만한 과오나 실수도 용서하고 한번 찍힌 놈은 영원히 찍힌다는 아시아적 가치를 존중하는 나는 배우에 대한 평가를 하는 데 있어서도 이 가치를 적용하곤 한다. 브래드 피트인데 좀 후진 영화에 나오면 어떤가. 정킷에서 브래드 피트를 만난 사람이 “말투가 경박하고 유머감각도 유치하던데”라고 말하는 걸 들었지만 뭔 상관이란 말인가. 그럼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가 비트겐슈타인까지 인용해서 대화를 해야겠어? 그랬다가는 전세계 500명 이상의 암살자가 그의 목숨을 노리게 될걸?
브래드 피트의 반대 급부에 그와 절친한 동료 맷 데이먼이 있었다. 그 이유는 잘 아실 것이다. 가까이 가면 땀냄새와 발냄새가 진동할 거 같은 옆집 하숙생 오빠를 내가 7천원을 내고 봐야겠냐는 말이다. 사실 그보다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를 유명 배우로, 또 작가로 알린 <굿 윌 헌팅>이었다. 하버드 출신이 이런 걸 쓰고 또 자신이 주연을 했다는 게 한심하고 유치해 보였기 때문이다.
[냉정과 열정사이] 급호감, 맷 데이먼!
-
현재 베이징 영화계 유일한 화제는 장원(姜文) 감독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이다. 부산국제영화제(그 영화가 또한 상영될 곳이지만)에 오기 전에 ‘베이징 스크리닝’ 행사에 들르기 위해 중국 수도에서 잠깐 머물 동안 장원과 그의 최근 영화가 대화에 오른 횟수는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거부당한 이후 <태양은…>은 베니스영화제에서 9월3일 월드 프리미어를 했고, 비평가들의 반응은 극도로 갈렸다. <태양은…>이 상을 받지 않았을 때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더 불리하게도 또 다른 중국어영화인 리안의 <색, 계>가 상을 탔다.
<태양은…>이 9월11일 공식적인 베이징 프리미어를 가지고 나서, 장원과 영화에 대한 비난의 칼들이 갈리고 있었고, 지역 배급사는 일반 개봉일자를 한주 앞당겨 9월14일로 잡았다. 270벌의 디지털판을 가세하여 대규모 릴리즈인 400벌의 프린트가 만들어졌고, 엄청난 홍보가 곁들여졌다.
[외신기자클럽] 중국 영화계, 대인이 필요한 때
-
지난 9월19일부터 23일까지 베를린에선 아시아여성영화제가 열렸다. 재독한국여성모임이 주최한 이 행사는 황해도 축원굿에 이어 대만 감독 제로 추의 <스파이더 릴리>로 막을 열었다. 베를린영화제가 열리는 포츠다머광장에 위치한 아르제날영화관에서 진행된 이번 영화제에서는 현대사회, 여성, 이주, 노동, 세계화를 주제로 한 아시아 8개국의 영화 30여편이 상영됐다. 특히 서울여성영화제에 출품되었던 단편, 다큐멘터리영화들이 선별되어 소개됐다. 또한 <자유부인> 등 한국 근대화 속의 여성상을 보여주는 50, 60대 한국 고전영화 다섯편도 독일에선 처음으로 선보였다. 60, 70년대 독일에 온 간호사, 유학생 출신 여성들이 주축을 이루는 재독한국여성모임은 “이 영화제를 통해 지금까지 아시아 여성에 대한 유럽인의 고정관념을 깨고 현재의 다층적이고 모순적인 아시아 여성의 모습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베를린 유학 당시 재독여성모임에서 활동했던 이혜경 서울여성영화
[베를린] 독일 은막에 비친 아시아 여성의 초상
-
<원스>를 뮤지컬이라 부르자니 망설여진다. 뮤지컬 하면 화려한 무대에 어우러진 춤과 노래를 떠올리게 되는데 <원스>는 우리가 익히 아는 뮤지컬과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차이. <원스>에는 주인공의 심경을 담은 노래는 있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황홀한 무대도, 근사한 춤도 없다. 공연예술의 양식적 아름다움에 관심이 없는 이 영화는 뮤지컬의 특징 가운데 오직 노래의 힘을 빌려왔다. 그것도 기타 하나로 충분한 노래. 아마도 <원스>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꼭 악기가 많아야 좋은 음악은 아니라는 생각이 아닐까. 대부분 기타 하나로 충분하고, 피아노로 보완되는 정도면 충분한 영화 속 노래처럼 <원스>는 이것저것 한눈팔지 않고 자신이 잘 아는 것에 충실하다. 기타와 피아노가 있고 남자와 여자가 있으면 된다. 영화 속 배경은 더블린이 아니라 어디여도 상관없다는 듯 풍경에 무심하며 두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도 필요한 대목에만 그럴
[편집장이 독자에게] 강추! <원스>
-
마틴 스코시즈, 조지 해리슨 다큐 만든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라스트 왈츠> <노 디렉션 홈> <샤인 어 라이트>에 이은 또 한편의 뮤지션 다큐멘터리를 계획했다. 2001년 암으로 사망한 비틀스의 멤버 조지 해리슨이 그 주인공으로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등의 주변 인물을 인터뷰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가 가기 전에 제작에 착수할 예정이다. 비틀스로 활동하던 젊은 시절부터 사망할 때까지를 다룰 예정이며, 해리슨의 미망인이 공동제작자로 참여한다.
<더 퀸> 속편, 블레어-부시 관계에 초점
헬렌 미렌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허락한 <더 퀸>이 속편의 아우트라인을 공개했다. <더 퀸>의 각본가 피터 모건의 새 시나리오에서는, 아쉽지만 엘리자베스 2세의 위엄있는 모습보다는 토니 블레어 총리와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의 관계가 부각될 예정이다. 클린턴에서 부시로 정권이 넘어가며 변화를 겪은 양국 관계가 속편의 중요한 모티브
[해외단신] 마틴 스코시즈, 조지 해리슨 다큐 만든다 外
-
인도에서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할 작품의 선정 과정을 놓고 법정 분쟁이 일어났다. 지난 9월24일 최종 출품작으로 비두 비노두 쇼프라가 연출한 <에클라비아-더 로열 가드>가 결정됐으나, 후보작 중 한편이었던 <다름>의 감독 바브나 탈와르와 영화사 WSG픽처스가 심사를 관할하는 인도필름연합(Film Federation of India)이 편향적으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뭄바이 고등법원에 고소함으로써 결국 법정까지 가게 됐다. 현재 <에클라비아-더 로열 가드>의 감독 쇼프라는 자신은 심사위원단 구성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뭄바이 고등법원은 “이번 오스카 후보작 선정 과정에 분명한 불공정이 있었다”고 판단, 다음 공판이 있을 10월10일까지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라고 인도필름연합에 요구한 상태다. 인도필름연합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고소인 탈와르쪽의 태도는 강경하다. 탈와르의
[What's Up] 가재가 게를 심사하니…
-
아시아영화시장이 하락세에 들어서고 있다고 <버라이어티>가 10월3일자를 통해 보도했다. 이 기사는 “21세기 들어서면서 호조를 보이던 아시아의 영화시장과 자국영화산업들이 성장 둔화를 보이다 마침내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할리우드영화는 선전하고 자국영화들은 박스오피스에서 실패하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라이어티>의 보도에 따르면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시장은 일본. 여름 성수기간인 5~7월 극장 흥행수입 감소추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3개월간 무려 18%의 감소치가 나타났다. 그중 7월 한달간 일본 자국영화의 흥행수입은 41%나 감소했다. 한국의 박스오피스도 8월까지 4%의 하락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 3번째로 큰 중국시장만이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버라이어티>는 보도했다. 제공된 수치에 따르면 중국 영화시장은 2007년 상반기 동안 1억2천만위안(약 1억6천만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거뒀다.
이렇듯 아시아의 주
아시아영화시장, 황신호 켜졌다
-
<박치기!>의 감독 이즈쓰 가즈유키가 후속편인 <박치기! Love&Peace>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후속편은 68년 교토를 무대로 했던 전편과 달리 74년 도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성격은 청춘영화의 활기에서 소시민 영화의 애환을 담는 쪽으로 변화했다. 주인공 안성의 아버지인 진성의 이야기를 추가하여 재일 한국인의 역사성에 대한 문제에도 더 접근하고 있다. 이즈쓰 가즈유키는 소시민 장르와 희극 장르 등으로 단련되어온 영화 장인으로서, 일본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새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일본사회에 대한 논평을 힘주어 들려주었다. 10월3일 오전 11시경, 마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인터뷰가 시작됐고 그는 문득 “지금쯤 만났을까”라며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보다 남북정상회담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웃음)
=그건 아니지만, 남쪽의 대통령이 그쪽으로 넘어간 건 그야말로 박치기 정신이 아니겠나. 박치기 정신이란 뭔가 새로운 도전정신이 아닌가.
[이즈쓰 가즈유키] “아직 발굴되어야 할 과거가 많다”
-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내년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해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여섯 번째 기증품은 노인택 미술감독이 기증한 <대괴수 용가리> 스틸 자료입니다.
“미카미라는 특수미술 감독이 와가지고 축적법에 대한 거를 아르켜줬다고. 그러면서, 서울시 그러면 ‘시청을 기본으로 삼아라’ 이거야. 서울시청의 실질적 높이를 재서 카메라로 찍어라. 그걸 전지에다 그려라. 그리고 1/20로 전지로만 뽑으면 그거 비례로 다 하면 되니까. 그리고 렌즈의 각도에 따라서 크기가 크거나 작게 보일 수 있으니까 그게 중요하다 이거야. 이거를 최초로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뭘 알어? 그걸 다시 써 먹어야 하잖아, 그게 어려웠다고” 1967년 김기덕 감독이 연출을 맡고 극동흥업이 제작한 <대괴수 용가리>는 빈약한 한국 괴수영화 계보에서 출발점에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화면 합성 같은 기초적인 기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6] <대괴수 용가리> 스틸
-
“어릴 적 동네 레코드점은 편안한 다락방이자 보물창고였다. 멀티플렉스처럼 거대한 몸집의 대형음반 매장들이 생겨난 뒤로 추억의 장소가 됐지만, 새 음반을 사러 갔다가 주인아저씨의 숨겨놓은 명반을 구경하는 덤을 얻거나, 가끔 들러 꿈꾸듯 음악을 들으며 정서적 감흥을 온몸으로 느끼던 곳이었다. 동네 레코드점이 음악이라는 꿈을 꾸게 했다면, 영화를 꿈꾸는 작은 공간은 바로 시네마테크가 아닐까?”
[시네마테크 후원릴레이 85] 영화감독 이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