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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오사카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분위기도 그렇고, 아줌마들 패션도 비슷하고(웃음).’ 재일교포의 삶과 애환을 다룬 <박치기! Love & Peace>의 여주인공 나카무라 유리는 실제로도 재일교포 4세다. 부산 사투리를 구사할 줄 아는 어머니를 둔 그녀에게 부산은 고향처럼 편안한 존재다.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은 이번이 두번째. 작년엔 짧게 머문 까닭에 아쉽게도 영화는 보지 못했다. 어제 개막식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돼 즐겁다는 그녀에게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을 물으니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소속사의 인연으로 SM 엔터테인먼트의 수행을 받았는데, 소녀 팬들이 운전기사 아저씨를 알아보고 '오빠~'를 외치더라고요. 하하하.”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제스처를 섞어 가며 열심히 얘기하는 모습이 가녀린 첫인상과 무척 달라보였다. 하긴, 나카무라 유리는 2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와지리 에리카의 뒤를 이어 <박치기!…>의 여주인공 경자 역을 따낸 차세
<박치기! Love & Peace> 홍보차 방한한 배우 나카무라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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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톤 탄 감독은 먼저 화부터 냈다. 뱅쿠버영화제 등을 다니면서 친해진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이 개막식 사회자 자리에 있어 일단 깜짝 놀랐고, 더구나 함께 사회를 보던 배우 문소리가 그의 아내라 하여 더 놀랐다. 아니, 자기에게 말도 없이 언제 어떻게 결혼한 거냐고 따져 묻는 것이다. 그만큼 그는 한국영화계와 가깝다고 느낀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를 일러 ‘부산의 아들’이라고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몇 번이라도 찾은 사람들에게 로이스톤 탄 감독은 상당한 유명인사다. <15>(2005)나 <4:30>(2005)같은 영화들은 부산에서 상영돼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을 뿐더러, 짧은 분량이지만 부산에서 촬영한 단편영화도 있고 <4:30>의 경우 주인공으로 한국 남자배우를 출연시켜 한국과 싱가폴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기도 했다. <881>은 그가 부산에 들고 온 가장 발랄하고 화려한 영화라 할 수 있다. 개막식에서도 그는
‘부산의 아들’, 화사하게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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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타쿠야의 답변에는 비유가 많다. <히어로>의 기자회견에선 영화를 배에 비유했고, 함께 연기한 배우들은 하나 하나의 건물이라 표현했다. ‘시청률 제조기’, ‘<앙앙>이 선정한 좋아하는 남자 13년 연속 1위’ 등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일본의 국민스타지만 , 인터뷰에 답하는 모습이나 연기가 아닌 노래로 보여주는 그의 표정엔 단지 ‘히어로’란 이름으로 포장하기 힘든 빈틈이 보인다. 멋의 과시와 비유의 거리에서 느껴지는 공허함. 그는 자신의 멋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단순히 영웅이라 칭하기엔 과하게 사색적이다. 소위 신비주의로 통하기도 하는 이 공간은 대부분 그를 동경의 대상으로 장식하지만, 때로는 나르시스트.
기무라 타쿠야가 드디어 부산영화제를 방문했다. <2046>이 상영된 2005년 당시 상영일 직전 내한이 무산됐던 터라 그의 이번 방한은 영화제 시작 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데뷔 후 20년 동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게
<히어로>로 부산 찾은 기무라 타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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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후반 독일 영화계가 처한 상황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패전 이후 독일 영화 산업은 할리우드의 영화적 식민지로 전락해 있었고, 더군다나 텔레비전의 광범위한 보급은 독일 영화산업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했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베를린 영화제를 개최하면서도 영화제에 출품할 만한 자국 작품이 없는 것이 당시 독일 영화계의 현실이었다. 1962년 서독 오버하우젠 단편영화제를 위해 모였던 스물여섯 명의 독일 청년 영화인들이 “옛날 영화는 죽었다. 우리는 새로운 영화를 믿는다”라고 선언한 사건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저항의 외침이었고, 그것이 밑알이 되어 독일 영화계는 1960년대 독일 청년영화와 1970년대 뉴저먼 시네마를 꽃피우게 된다.
독일 청년 영화, 오버하우젠 선언의 기수
폴커 슐렌도르프는 오버하우젠 선언이 뉴저먼 시네마로 꽃피울 수 있도록 토양을 다진 대표적인 감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칸영화제 그랑프리와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외국영화상을 동시에 안겨준 <양철북&g
부끄러운 역사 앞에 침묵을 거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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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기획 프로그램 중 하나인 ‘뉴 말레이시안 시네마의 세 가지 색깔’의 초청작은 총 9편이다.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세 민족으로 구성돼 언어 역시 말레이어, 중국어, 인도어를 두루 쓰는 말레이시아의 특색을 반영한 ‘세 가지 색깔’이라는 표현은 다채로운 문화적 배경과 개성이 눈에 띄는 상영작의 면면을 함축하는 듯하다. 먼저 말레이시아의 길고 긴 역사와 복잡한 민족 구성원이 생소하다면 일본에 점령당하고 영국에 지배받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아미르 무함마드 감독의 <빌리지 피플 라디오쇼>가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 공산당>에서 비슷한 소재를 다룬 바 있는 독립영화감독 무함마드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공산당원으로 활동했지만 결국 타이 남쪽 마을로 쫓겨난 회교도 말레이인들을 세심하게 추적한다. ‘빌리지 피플 라디오쇼’라는 제목에 걸맞게 공산당원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차별받은 이들의 증언과 말레이 전설을 방영하는 라디오 드라마를 함께
약동하는 말레이시아 영화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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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8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부산국제영화제와 KNN의 주최로 아시아영화펀드(ACF)의 선정작 27편의 시상식이 열렸다. 아시아영화펀드는 장편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신설된 분야로 기존의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AND)를 확장한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선정된 9개국 27편의 영화는 평균 1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으며, 후반작업 또한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이중 후반작업을 마친 <원더풀 타운> <푸지안 블루> <나의 노래는> <처음 만난 사람들> 등 4편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상영된다.
아시아영화펀드, 27편의 시상식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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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영화인들의 교류를 위한 장이 부산영화제의 열기를 돋운다. 자국의 영화 프로모션을 위해 각국의 대사관들이 주최하는 ‘각국의 밤 행사’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6일 8시30분의 ‘프랑스의 밤’을 시작으로 7일 밤엔 ‘일본의 밤’, ‘독일의 밤’ 등이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리며, ‘말레이시아 파티’ 이탈리아 우디네 영화제도 같은 날 해운대 피프 빌리지 파빌리온에서 행사를 갖는다.
밤마다 다른 나라 체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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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피프족들이라면 마스터클래스를 노려봄 직하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는 거장들의 영화 인생을 되돌아보는 마스터클래스 ‘나의 인생, 나의 영화’가 열린다. 일요일인 10월7일에는 <양철북>의 폴커 슐렌도르프, 8일에는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10일에는 프랑스의 거장 클로드 를르슈가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해 자신들의 예술적 발자취들을 관객들과 나눌 예정이다. 모든 마스터클래스는 해운대 스펀지 5층에 위치한 컨퍼런스룸에서 열릴 예정이며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거장들을 직접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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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해변에 녹색 풍선의 물결이 일었다. 오늘 오전 11시 해운대 피프 빌리지에서 불법 다운로드 근절을 위한 그린마인드 캠페인 선포식이 열렸다.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영화진흥위원회 안정숙 위원장, 영상자료원 조선희 원장 등 문화계 인사 5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지역 대학생 자원봉사단 가온누리 회원 200여명이 함께 했다. 축사를 맡은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녹색 풍선을 든 학생들과 함께 등장해 불법 다운로드 피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곧이어 마이크를 잡은 안정숙 위원장은 "다음 영화의 제작비를 지원한다는 생각"으로 관객들이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서명식과 기념촬영을 끝으로 오늘의 행사는 막을 내렸다.
영화를 지키는 ‘초록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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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아이작 정에 따르면 <문유랑가보>는 "감정적인 여정"이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은 겨우 3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고 내전으로 황폐화된 아프리카의 르완다로 뛰어들었고, 아마추어 현지 배우들을 고용해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길을 재촉하는 소년의 로드무비를 만들었다.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화면은 거칠고 어둡지만 소년의 여정을 따르는 관객의 마음에 시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그것이 <문유랑가보>가 칸영화제와 토론토영화제 등 국제적인 무대에서 관객과 비평가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은 이유일 것이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이 부산에서 가장 고대하는 것은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다. 알칸사스의 작은 마을에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간직하며 성장한 그는 자신의 작품이 특정 국적으로 분류하기를 원치않는 전지구적인 인간이다. 하지만 ‘여기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음에도 이상하게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되더라’고 고백하는 그에게서 설명 못할 유전자적 끌
<문유랑가보>의 리 아이작 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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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문주는 바쁘다. 이 젊은 루마니아 감독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4개월, 3주… 그리고 2일>를 부산영화제에 출품한 동시에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하루에 몇편씩 영화를 감상해야만 한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니 되도록이면 스케쥴을 오전으로 맞춰준다면 고맙겠다"며 스탭들에게 날리는 미소에서도 약간의 피로는 숨길 수가 없다. 하지만 죄책감이나 배려 때문에 그를 만나지 않는다면 직무태만이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올해 Piff족들이 가장 강렬한 영화적 펀치를 맞게 될 영화적 경험이니 창조자의 말을 듣지 않을 도리가 없는 탓이다. 낙태가 금지된 차우셰스쿠 독재하의 1987년을 무대로 하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소녀는 카프카의 지옥 같은 부카레스트 거리를 낙태한 영아를 싸안고서 숨막히게 달려간다. 관객도 달려간다. 그리고, 같은 템포로 해운대를 뛰어다니는 문주를 만났다.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부산에 참가하게 된 기분은
“공산주의 사회에 대한 영화라고 넓게 말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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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 靖國
리 잉 | 2007 | 123분 | 35mm | 일본, 중국 | 와이드 앵글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마음의 문제다. 마음의 문제는 다른 사람이 뭐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본의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전쟁에서 죽은 조상들의 영혼을 기리는, 두번 다시 전쟁이 없기를 바라는 행위라 말했다. 이렇게만 들으면 야스쿠니는 별로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조상들을 기리는 건 어디에나 있는 일이고, 전쟁 반대는 누구나 찬성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스쿠니는 동시에 이질적인 문제들을 품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말은 침략자로서의 일본의 위치를 삭제하고, 야스쿠니에는 난징학살 때 100여 명이 넘는 중국인을 학살한 군인과 강제 동원된 한국인, 중국인의 영혼도 있기 때문이다.
8년에 걸친 촬영으로 완성된 다큐멘터리 <야스쿠니 신사>는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2차 세계대전 당시 야스쿠니에서 검을 만들던 사람의 손을
일본의 어리석은 역사의식 <야스쿠니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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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보여줘 바보야 腑けども、悲しみの愛を見せろ
요시다 다이하치 | 2006 | 112분 | 35mm | 일본 | 아시아 영화의 창
가족은 희생을 강요하는 걸까. 부모의 교통사고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영화 <사랑을 보여줘 바보야>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사랑과 관계의 이면을 응시한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스미카는 도쿄에서 빚더미에 쫓겨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고향 집엔 여동생과 이복오빠, 오빠의 부인이 살고있다. 어머니는 길 위의 고양이를 구하다 차에 치였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구하려다 함께 사고를 당했다. 이 상황을 목격한 스미카의 동생은 이후 고양이에 대한 공포심을 갖는다.
영화는 이후 두 자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 가족과 칼부림도 마지 않았던 스미카의 과거는 동생의 만화로 그려지고 그렇게 알려진 가족의 뒷이야기가 스미카와 동생의 관계를 악화시킨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숨겨야 하는 동생은 그 비밀의 무게를 견디지 못
가족 내 불협화음 <사랑을 보여줘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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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본인 Dai nipponjin
마츠모토 히토시 | 2007년 | 113분 | 35mm | 일본 | 미드나잇패션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코미디 영화. 주인공 다이사토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소극적인 중년의 일본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는 비밀이 한가지 있으니, 다이사토는 사실 전기 충전을 받으면 거대한 몸집으로 팽창해서 괴수들과 싸우는 6대째 히어로 ‘대일본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일본인들은 그가 도로를 부수고 동네를 시끄럽게 만드는 골치 아픈 존재라며 무시하고 경멸한다. 영화 <대일본인>은 다이사토의 일상을 따라가는 일종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시작하지만 동경 한복판에 괴수가 등장하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지는 특수효과를 곁들인 일본 특유의 특촬물로 변신한다. 게다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타고 흐르던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관객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유머를 저만치 뛰어넘어 버린다. 기타노 다케시의 <모두 하고
괴상한 작가의 발견 <대일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