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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나는 유럽의 고전영화에 심취했다. 지금은 영화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공연문화매거진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나를 키운 8할은 고전영화와 독립영화들이라 할 수 있다. 그 시절, 그 영화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옛것도 새것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배웠다.”
[시네마테크 후원릴레이 75] 편집장 김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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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 대표님은 삼성영상사업단에 있을 때 처음 뵀고, 창립 작품 <하면 된다>를 할 때 제작 투자를 해주셨다. 추천받은 소감? 내가 아름답지가 않아서. (웃음) 좋게 봐주셔서 고맙고, 감사하고. 돈이 어디에 쓰였으면 좋겠는지는 생각이 안 나는데. (웃음) 거창하게 영화 발전에 쓰였으면 좋겠다 할 수는 없는 거고 차곡차곡 모이는 데 일조를 했다는 것만도 기쁘다. 다음 주자로는 배우 강성진씨를 추천하고 싶다. 굉장히 예의바르고, 자기 일에 성실하게 임하고. 이야기를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부분이 상당히 좋아 보이더라.”
[만원릴레이 96] 팝콘필름 대표 한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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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 니로, 마오쩌둥과 중국 공산당을 스크린에 불러온다. 이 영화는 드 니로가 저작권을 사들인 로이 로완의 자서전 <뒤쫓는 용: 베테랑 기자의 1949년 중국 혁명 체험기>를 토대로 완성될 예정. 현재 존 마란스와 유리 시보가 시나리오 집필 중이다. 로완은 <타임 앤드 라이프>의 특파원으로 중국 혁명 당시 상하이에 머물렀던 전직 기자. 마오쩌둥이 권력을 잡기까지 중국에서 그 상황을 보도한 몇 안 되는 서양 기자 중 하나다. 과연 서양 기자의 증언을 토대로 한 이 작품을 중국에선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드 니로의 차이나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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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스튜디오 60 온 더 선셋 스트립>을 연출한 애런 소킨이 드림웍스와 세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 사인했다. 그중 하나인 <시카고 7의 재판>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차기작으로 주목받는 영화. 1968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 집회와 당시 경찰과 격돌한 시위대의 재판을 소재로 한다. 드림웍스쪽은 “그의 작품은 드림웍스에서 만들고 싶어하는 뛰어난 것”이라며 소킨의 영입을 반겼다. 소킨은 TV드라마 <스포츠 나이트> <웨스트 윙>을 연출했을 뿐 아니라 영화 <어 퓨 굿맨> <맬리스> <찰리 윌슨의 전쟁> 등의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애런 소킨, 드림웍스와 손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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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밀러, 발리우드 배우 아미타브 바흐찬과 함께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다. 온실 효과의 위험성을 일깨우려 애쓰는 글로벌 쿨(Global Cool)의 대사로 임명된 밀러는 인도 뭄바이에서 바흐찬과 만나 그곳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만약 우리가 조금이라도 노력한다면 전세계에 해를 깨치는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빅스타 바흐찬 역시 “지구를 보호할 수 있을 때 무엇이든 시작하는 게 현명하다”며 밀러의 말에 동조했다. 글로벌 쿨에서 진행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밀러는 앞으로 일주일 동안 인도를 여행할 예정이다.
시에나 밀러 환경대사로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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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빌>의 핫토리 한조 지바 신이치가 액션을 졸업하고 제2의 인생을 선언했다. <의리없는 전쟁> <무사> 등의 액션 연기로 인기를 얻어온 지바 신이치는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지바 신이치란 이름의 액션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촬영 중 지병인 천식이 재발해 고생한 지바는 “육체는 배우의 언어다. 지바 신이치란 이미지를 표현할 수 없게 됐다”며 은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본명인 마에다 사다호란 이름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할 계획이다. 올 10월에는 배우양성학교를 개교해 ‘제2의 지바 신이치’를 육성할 예정이며, 성룡을 그 학교에 지도자로 초청하는 일도 진행 중이다. 영화 각본과 연출도 현재 그가 손을 대고 있는 일들. 지바 신이치는 가도 그의 열정은 계속된다.
선수는 은퇴, 선생님으로는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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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은 유바리를 배우며 시작했지만, 이제는 유바리가 부천을 배울 때다. 배워서 함께 올라가고 싶다!” 유바리의 부활은 우리가 책임진다.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부활을 홍보하기 위해 홋카이도 남자들이 부천영화제로 날아왔다. 복사골문화센터 2층에 부스를 차리고 홍보에 한창인 세명의 홋카이도 남자들은 유바리영화제 집행위원장 사와다 나오야, 프로그래밍 디렉터 도키토시 시오타와 유지이에 다카하루다. 소도시 영화제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칭송받던 유바리영화제는 지난 6월 유바리시 지자체가 적자로 파산을 선언하면서 잠정 중단된 상태로, 시민단체들이 비영리기구(NPO) ‘유바리 판타’를 조직해 영화제 부활을 추진 중이다. 사와다 나오야 집행위원장은 “유바리 판타의 조직원들이 영화제 부활을 위한 후원금을 모집하거나 기업의 스폰서를 얻으러 다니는 등 영화제의 회생을 위해 뛰고 있다”며 “한국의 CJ엔터테인먼트 같은 회사들과도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어 자료가 준비되어 있지는 않지만 영화제 홍
유바리 판타의 부활을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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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려있는 게 명예든 돈이든 권력이든 사랑이든, 경쟁에서 1등은 선망의 대상이다. 수석 합격자, 수위 타자, 수도 서울, 정부 수반, 수상 관저 같은 말들이 내뿜는 매력은 으뜸을 향한 인간의 드센 욕망을 밑절미로 삼는다. 그러나 정신건강에든 일종의 처세술로서든, 넘버원이 되는 것보다 넘버쓰리가 되는 것이 한결 나은 경우가 많다. 셋만으로 이뤄진 공동체에서 넘버쓰리 노릇을 하는 거야 속이 쓰리겠지만, 적정한 수준의 다수로 이뤄진 공동체에선 넘버쓰리만큼 우아함과 평안함을 겸한 자리도 드물다.
넘버원은 외롭다.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넘버원은 제 자리를 겨우 지탱하거나 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자리를 노리는 발톱들이 사방에 숨겨져 있다. 그 발톱은 가장 가까운 친구의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넘버원은 늘 둘레를 의혹의 눈으로 살핀다. 제도가 허락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도적 넘버원이 된 경우엔 더 그렇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그랬다. 그들은 제가 저질렀던 방식으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넘버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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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포스팅을 쓰는 횟수가 줄었다. 마지막에 올린 게 5월30일이니 줄었다기보다 꽤 뜸한 게 맞다. 생활의 고백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 보고하길 즐겼던 곳에, 이제는 잘 가지 않는다.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시간을 알려주기가 버겁게 느껴진다. 인간관계란 가끔씩 잘 살고있는 나에게 빈 공간을 던져 허무함을 느끼게 한다. 아니, 이미 던져진 공간을 나는 이상하게도 주기적으로 알아차린 뒤 다시 까먹는다. 내가 제공하는 정보가 쓸모없이 느껴지고, 깜박이던 커서가 지저분한 얼룩처럼 보인다. 이건 어디까지나 주기적인 질병이다.
얼마 전 유아인이 출연한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보았다. 영화가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고, 유아인과 정윤철 감독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상과 화해하지 못한 종대를 연기한 유아인은 이 영화에 무척 깊은 열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영화가 개봉한 뒤에도 열 차례가 넘게 관객과 만났으며, 시간이 없는 틈에
[오픈칼럼] 바보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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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symbol)이라는 낱말의 어원인 그리스어 ‘심발레인’(symbalein)은 원래 두 사람이 헤어질 때 쪼개서 나눠 갖던 청동거울을 가리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최근에 내놓은 두 영화,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바로 이 심발레인을 닮았다. 거울을 나눠 갖듯이 미군과 일본군은 각자 반쪽의 진리만 소유한다. 이오지마에서 벌어진 일의 전모는 쪼개진 거울의 이 두쪽을 맞춰야 비로소 드러난다.
두 영화에서는 몇 군데 동일한 신이 사용된다. 거기가 거울의 두쪽을 가르는 절단선이다. 그 선에서 한 조각은 왼쪽으로 연장되고, 한 조각은 오른쪽으로 연장된다. <아버지의 깃발>의 미군 병사들은 일본군 진영에서 일어난 일을 보지 못하고,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서 일본군 병사들은 미군 진영에서 일어난 일을 알지 못한다. 오직 두 영화를 다 본 관객만이 전지적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각각의 영화는 자체만으로 완결되어 있다.
[진중권의 이매진] 사진 속 아버지의 깃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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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영화계에서는 이미 물러났지만, 종종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함께 거론되던 에드워드 양 감독이 6월29일 결장암으로 미국 LA에서 향년 59살로 생을 마감했다. 에드워드 양은 1947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1949년 부모와 함께 대만으로 이주한 뒤 타이베이에서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에드워드 양 영화의 주 배경은 타이베이다. 교통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를 취득한 에드워드 양의 학력은 영화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이는 지난날 대만에서 ‘영화를 공부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던 상황을 반영한다. 그건 대만의 영화교육이 뚜렷하게 발전하지 않았던 결과가 아니라 전통적으로 영화가 그저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학문이라는 편견에서 기인한 것으로, 영화가 다른 학과에 충분히 붙을 만한 능력을 갖춘 학생이 고려할 만한 대상이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대만에서 영화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에드워드 양 감독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심취했으며, 군악대
[영화읽기] 대만 사회의 세밀하고 날카로운 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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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일본에서 1997년에 출간된 <검은집>은 90년대 이후 서구에서 확립된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을 전면적으로 도입한 소설이다. 인간과 똑같은 외양을 하고 있지만, 인간과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가진 존재인 사이코패스. <검은집>은 사이코패스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를 충격적으로 폭로한다. 사이코패스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 기시 유스케가 고안한 스토리도 탁월하다. 보험조사원은 한 아이가 목을 매 자살한 현장을 보게 되고, 아이의 아빠가 아이를 죽인 것이라고 의심한다. 예상대로 남자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며 보험조사원을 위협하지만, 진짜 ‘악마’는 남자의 뒤에 있던 여자였다. 소설 <검은집>에는 남자의 기이하고 폭력적인 행동에 놀라던 보험조사원이 진짜 범인을 알게 되면서 충격에 빠지는 과정이 아주 긴박하게 그려져 있다. <검은집>은 무엇보다 기본 설정과 구성 자체가 탁월한 소설이다.
<검은집>, 장르소설의 걸작
[영화읽기] 장르의 몰이해가 빚어낸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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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_ “내가 이렇게 <다이 하드> 시리즈에 정을 느끼고 있었나, 이상했어요” VS. 이동진_ “해커인 매트라는 캐릭터는 맥클레인과 최적의 버디 무비적 조합을 이뤘더군요.”
여름에 먹는 다이하드님(김혜리 vermeer@cine21.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셤님(이동진 lifeisntcool@naver.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셤님의 말(이하 셤): 들왔어요. ^.~ (귀여운 척. -.-)
여름에 먹는 다이하드님의 말(이하 여름): 어서 오세요. ^^ 대화명이…?
셤: 수염의 준말입니다. 어제 늦게 자고 나서 오늘 못 깎았더니 종일 찝찝하네요.
여름: -..- <다이하드4.0> 이야기를 꺼내려니 <다이하드3>의 사진을 <씨네21> 창간한 해에 표지로 썼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 제8호였을 거예요. 그런데 이제야 다음편이 나왔군요.
셤: 아, 그렇게 말씀하시니 <씨네21>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처
[메신저토크] 어떻게 ‘기계치 컴맹 히어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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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여덟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라따뚜이>가 그 먹음직한 모양새를 드러냈다. 의미를 가늠하기 어려운 제목은 둘째치고 픽사가 디즈니에 인수된 뒤 처음 내놓는 작품이라는 사실이나 질병의 상징인 쥐가 요리사가 된다는 설정, 작업 중간에 감독이 갈렸다는 사연들이 다소나마 우려를 자아냈지만 배경으로 등장하는 프랑스 파리의 색다른 풍경과 115분의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다채로운 에피소드, 여느 실사영화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스펙터클한 장면 등은 애초의 기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듯하다. 로튼토마토(www.rottentomatoes.com) 역시 96%의 신선도를 부여하며 픽사의 새 요리에 호의를 내비친 상태. 잔 핑카바에게 총주방장의 모자를 물려받은 브래드 버드도, 지금쯤이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 않을까. 천재적인 요리 감각을 지닌 쥐 레미가 인간 친구 링귀니와 합심해 프랑스 일류 레스토랑을 수호하려 한다는 내용의 <라따뚜이>는, 그가 <인크레더블>
7전8기 감독의 성공시대! <라따뚜이>의 브래드 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