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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으로 둘러싸인 북극의 동굴 밖으로 아기곰 나누가 얼굴을 내민다. 나누가 보는 북극의 얼음땅은 “새하얀 솜이불”처럼 포근하다. 동굴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해안가에서도 새끼바다코끼리 실라가 수면 위로 얼굴을 내민다.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은 이 두 새끼동물의 북극 생존기를 그리는 다큐멘터리다. 그들은 어미에게 먹이를 잡는 법을 배우고, 수컷 북극곰의 습격을 피하며 약육강식의 진리를 깨닫는다. 하지만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점 따뜻해지는 북극의 환경이다.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은 미국의 해양자연주의자인 애덤 라베치와 사라 로버슨 부부가 15년간 북극 동물들과 동고동락하며 만든 다큐멘터리다. 끈질긴 노력의 결과는 단조롭지 않은 영상에서 드러난다. 두 감독은 육해공을 넘나들며 공중촬영과 클로즈업, 수중촬영을 가리지 않았다. 북극의 무법자인 수컷 곰이 바다코끼리 무리를 습격하는 장면은 내레이션의 긴박한 중계 없이도 극장에 앉
두 새끼동물의 북극 생존기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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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만큼 우아한 성당 앞, 낡은 미니 쿠퍼 한대가 주차를 시작한다. 뒤차가 부서지고, 행인이 다치는 따위의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상하다. 차 문을 잠그기 위해 동원된 고전적인 자물쇠가 클로즈업 되는 순간, 그제야 미스터 빈의 등장이 확인된다. ‘빈 본색’ 자체가 드라마의 알파라면, 오메가는 ‘본색형국지세’다. 미스터 빈(로완 앳킨슨)이 펼치는 스펙터클은 예측불가해성과 철면피적 속성에서 미스터 본드의 그것을 뺨칠 만하다. 00시리즈 첩보원을 해치우고 그 자리를 차지한 <쟈니 잉글리쉬>에서 그 유사 활약성을 증명한 바 있다. 소시민 미스터 빈으로 돌아온 그가 어떤 형국지세를 만들려나. 성당 안은 프랑스 칸의 리비에라 해안으로 가는 여행권과 캠코더를 최고상으로 내놓은 경품 추천이 한창이다. 동전만한 눈으로 희색만면한 빈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진다. 숫자가 적힌 표를 내던지고 돌아서려는 순간, 깨닫는다. 6과 9를 거꾸로 봤구나. 지체없이 떠난 그가 파리 북역에 도착했다
절대 판타지 빈 아저씨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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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조디악의 정체를 파고들던 평범한 시민 로버트가 형사 데이빗을 찾아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용의자 X와 첫 피살자 말린은 서로 아는 사이였습니다. 한때 X가 살았던 집에서 말린의 집까진 50야드도 되지 않습니다.” 데이빗이 반문한다. “그걸 어떻게 알았죠?” 그러자 로버트가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제가 직접 두집 사이를 걸어봤거든요.”
<조디악>은 머리가 아니라 발을 믿는 영화다. 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다른 흔적엔 눈길도 주지 않고 오로지 발자국만을 따라간다. 조롱하듯 신출귀몰하는 범인의 두줄 발자국이 아니라, 범인의 발자국을 따라 도처를 헤매는 사람들이 남긴 어지러운 발자국들을. 그중 어떤 발자국은 도중에서 불현듯 끊기고, 어떤 발자국은 점차 희미하게 사라져가지만, 또 어떤 발자국은 방향을 잃지 않고서 끝끝내 이어진다.
1969년 8월. 샌프란시스코의 신문사들에 ‘조디악’이라 자칭하는 연쇄살인범의 편지가 배달된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발을 믿는 성실한 수사극 <조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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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이 펼치는 말과, 그 말에 대한 말은 무섭다. 명분 앞세운 말이 스스로 그 명분을 죽이다 못해 그저 살고자 할 뿐인 생명까지 짓밟는 시간을 말로서 증언한다. 명분으로 말하고 행하는 자의 진심이 진심인 것이 공포스럽다. 말로 빌어먹고 사는 직업을 가진 덕에 행여 그런 누를 저지르지 않았나, 저지를까 공포가 일었다. 대의명분을 도약대 삼은 말들이 부쩍 의심스러워졌다.
‘<디 워> 현상’도 말의 전쟁이다. 그 기세가 공포스러운 건 위세를 부리는 말들이 요상한 명분으로 상대를 짓밟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보다 고약한 건, 그때는 있다 없다를 가르는 기준점이 분명했지만 지금은 개인의 좋다 싫다를 놓고 심판할 절대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한쪽에서 절대기준을 무자비하게 휘두르고 있으니, 공포스러워도 직업도의상 말로 끼어들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이번호는 <디 워> 현상을 비판적으로 다룬 9쪽짜리 기획이 아니더라도 <디
[편집장이 독자에게] 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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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가 진행하는 [시네마 자키]
이번 회는 주연급 배우가 한 명이 아닌 떼로 나오는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한 명의 배우만 나와도 충분히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영화!
하지만 그들이 떼로 나왔을 때! 그 영화의 결과는 과연?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해보세요. [시네마 자키] ‘뭉쳐야 산다’편!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시네마 자키] 뭉쳐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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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연의 얼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깊고 또렷한 눈매다. 천진함보다는 묘한 감상을 감춘 듯한 그 눈을 보노라면 이 배우의 잠재력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얼핏 알 것도 같았다. 하고 싶은 말이야 또박또박 이치에 맞게 전달하지만, 시선이라도 마주칠라치면 슥 고개를 돌려버리는 수줍음처럼 소녀의 목소리는 작고 떨렸다. 인터뷰 내내 두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던 모습은 이 배우가 <기담>에서 극한의 공포를 격렬하게 전달하던 그 아이가 맞는지 새삼 의심케 하기도 했다. 정가형제 감독의 <기담>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안생병원이라는 신식병원에서 벌어지는 세 가지 이야기를 담은 호러물이다.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며 뒤얽힌 등장인물 중 고주연이 연기한 이는 교통사고로 엄마와 새아빠를 모두 잃은 채 혼자 살아남은 아사코. 새아빠를 끔찍이 소망할 만큼 조숙하고, 엄마를 증오할 만큼 충분히 이기적이며, 홀로 살아남은 죄의식에 밤새 진저리칠 만큼 여전히 여린
식물 같은 소녀의 동물적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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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턴>이 제시하는 추리게임은 사지선다형이다. 관객은 류재우, 강욱환, 오치훈, 장석호 등 네명의 등장인물 가운데 누가 범인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네 가지 보기 모두 의례적으로 찍을 수 있는 3번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정유석이 연기한 장석호는 저만치 떨어져 1번이나 4번인 척을 하고 있는 얄미운 보기다. 영화가 나머지 3명이 빚어내는 갈등을 주시하는 동안, 장석호는 이야기의 주변을 맴도는 듯하면서도 천천히 그들의 갈등으로 스며든다. 재우와는 진실한 우정을 나누는 한편, 의사라는 자신의 일에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진 장석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연쇄살인의 음모에 휩쓸리면서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혈중알콜농도에 따라 태도가 돌변하는 천수를 연기한 정유석은 이번에도 선한 듯, 악한 듯 종잡을 수 없는 외모와 조용하고 사근사근한 말투로 장석호의 다중적인 모습을 묘사했다. “드라마 <올인
‘착한 남자’를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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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은 맹독성이다. 그것도 내성이 없는 독이다. 보면 볼수록 다시 보게 되고, 뒤돌아서면 금세 잔영이 서리는 그의 얼굴은 별다른 징후를 드러내지 않고 시청자를 중독시켜왔다. 코미디계에서는 그가 만들어낸 옥동자와 마빡이를 가리켜 ‘독하고 징한 캐릭터’라고 평가했고, 그의 아내인 황규림씨는 “사귄 지 2개월이 지나자 그가 탤런트 지성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성인보다 전이가 빠른 아이들에게는 특히 중독성이 심한 얼굴이었을 것이다. 마빡이를 본 아이들은 2년6개월이나 무대에 올랐던 옥동자를 바로 잊어버리고 자신의 이마를 때리기 시작했으니까. “내가 원래 보다보면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남이다. (웃음)”
마빡이 정종철이 이번에는 영화라는 독을 품었다. 영화 <챔피언 마빡이>는 <마법경찰 갈갈이와 옥동자> 이후 두 번째로 정종철 자신의 캐릭터를 내건 작품이자, 첫 단독 주연작이다. 제목만 들어도 지금까지 개그맨들이 단체 출연한 아동영화들에 대한
“내 키가 3cm만 더 작았다면 좋았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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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은 인터뷰를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라고 <만남의 광장> 영화사에서 말해주었다. 못 미더워서 직접 물어보니 “인터뷰가 싫다”고 본인이 답했다. “주어진 시간 동안에 하는 일적인 대화가 싫다. 똑같은 말만 반복해야 하고, 어떤 상대를 만나서 대화해야 할지도 알 수 없고. 인터뷰는 정말 힘들고 피곤하다.” 그래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그렇게 힘이 드나’라고 되물으니 “우리 하루만 바꿔서 해볼까?”라고 그가 또 되물었다. 맞다. 임창정은 이번 인터뷰를 지난 2005년 2월 인터뷰와의 연장선상에서, 기자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단계의 친밀감을 갖고 임했다. 배우와 기자라는 직업적 명찰을 떼고 보면 손아랫사람인 기자에게 평어를 쓰고 스스로를 “오빠”라고 칭하는 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업무적인 관점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보니 낯선 건 사실이다. 그런데 묻는 질문에 모두 답할 뿐 아니라 친하다는 이유를 들어 더 많은 이야기를 덤으로 얹어놓게 되면 사실 일적인
“내가 한번이라도 코미디 연기 하는 거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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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스타더스트’ 투어 패키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투어 패키지는 오는 8월15일 광복절, 에어컨 빵빵한 멀티플렉스에서 팝콘 씹으며 즐기기 좋은 영화 <스타더스트> 관람 재미를 배가해줄 사전 답사 개념의 스케줄 되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투어되시길 바랍니다.
코스1: 원작 <스타더스트>
영화의 동명 원작 <스타더스트>는 1997년 DC 코믹스를 통해 4권의 미니시리즈로 이 땅에 태어났다. 일러스트레이터 찰스 베스의 그림이 첨부된 이 그래픽 노블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다. 영국의 16세기 시인 존 던의 시로부터 시작하는 <스타더스트>는 판타지 소설로서의 우아함과 상상력을 간직하는 동시에 극으로부터 거리를 둔 풍자와 유머의 순간을 터뜨려낸다. 감성적이고도 경쾌한 판타지 소설이라는 점에서 종종 <프린세스 브라이드> <네버엔딩 스토리> 등과 비교된다.
<프린세스 브라이드&
[알고 봅시다] 스타더스트를 여행하는 민간인을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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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없는 백수 신분에, 무대뽀 정신만 가득찬 액션영화 매니아 ‘신셩일’ !!
영화에 관한 것이라면 모르는 것 없는 척척박사, 별나고 착한 용 ‘용식이’ !!
둘의 티격태격 귀여운 다툼 속에 소개되는 본격 영화 순위 차트 프로그램 [용씨네]!
이번 주 주제는 [최고의 닭살 커플]!
신셩일과 용식이의 요절복통 순위발표, 어디 한번 들어볼까요?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용씨네] 최고의 닭살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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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의 일본 여자가 핀란드에서 주먹밥 가게를 하는 이야기 <카모메 식당>은 낯가림이 있는 영화다. 세 인물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조심스레 다가가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도 관객에게 쑥스러워하며 말을 건다. 대사와 대사 사이에 놓인 빈 공간이 느긋한 리듬으로 핀란드에 도착한 여자들을 감싸지만, 영화는 그 순간 문득 아쉬운 이별을 고한다. 고독과 따뜻함이 적절히 배어 있는 맛, 애초 일본에서 단 2개관으로 시작한 <카모메 식당>은 입소문을 타고 장기 상영에 들어갔고 5억엔이 넘는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리턴즈로 공개된 한국에서도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8월2일 정식 개봉했다. 주먹밥이 핀란드 사람들을 매료시켰듯, 아주 천천히 사람들과 친해진 영화. 그 이야기의 주인공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을 8월6일 만났다.
-무레 요코가 이 영화를 위해 소설을 썼다고 알고 있다.
=데뷔작 때 알게 된 프로듀서가 일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고
“상상하고 망상하는 것이 내 영화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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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국립예술대학 영화 프로듀싱을 전공 중인 시오바라 후미코에게 한국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4월 한·중·일 영화학교의 합작 옴니버스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던 그가 이번에는 한·일 합작 영화 제작에 관한 프로듀싱 워크숍을 위해 현해탄을 건너온 것이다. 그를 포함하여 일본에서 건너온 학생 6명, 교수 2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학생들과 함께 지난 8월1일부터 4일까지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역도산>과 <박치기2: 러브&피스>의 합작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조별로 준비한 합작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이 준비한 합작 프로젝트는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달랐나.
=일본과 한국이 각각 2개씩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일본 학생들이 주로 영화의 소재와 주제 등 아이디어를 고민했다면 한국 학생들은 해당 작품의 제작비를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에 대해서까지 고민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우리 팀에서 준비한 영화는 <Happy Birth
[스폿 인터뷰] “한국 학생들은 함께 영화를 만드는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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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명장면을 통해 여러분에게 새로운 상식과 지혜를
쌓아 줄 [배워서 남주나]
이번 주에는"영화 속 음식"에 대해 배워봅시다!!!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배워서 남주나] “나는 먹는다, 고로 존재한다.” 영화 속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