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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하루 24시간 일하겠다는 영화사가 있다. 이름부터 24/7 픽쳐스다. 요즘 같은 불황의 시기에 하루 꼬박 일하겠다는 각오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하지만 지난해 말 제작사를 차린 진원석 대표의 설명을 듣다보면, 하루 24시간 일을 하겠다가 아니라 하루 24시간 일을 해야 한다. 연세대 불어불문학과를 중퇴한 뒤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영화를 전공한 진 대표는 미라 소비노, 금성무, 김혜수 등이 출연한 데뷔작 <투 타이어드 투 다이>(1998)로 선댄스영화제에 입성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2년 전 신작 <엑스펫츠> 제작을 위해 긴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온 그에게 감독에만 머물지 않고 “한국영화의 마지막 블루오션은 해외”라며 글로벌 프로젝트 전문 제작사를 차린 이유를 물었다.
-24/7 픽쳐스라. 회사 이름이 독특하다.
=그렇게 지어놓으니까 삶이 그렇게 바뀐다. 매일 24시간, 1주일 내내 뛰어야 할 것만 같다. 얼마 전까지 미국의
“한국의 재능과 할리우드의 시스템을 결합할 프로듀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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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안 것은 우리가 아니었고 그가 처음 사랑에 빠진 것은 우리가 아닌 그들이었다. 우리가 그들을 애증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안 그는 그들의 마음을 열고, 맨 얼굴을 봤다. 우리에겐, 아무리 해도 닿을 수 없는 북한이나, 그 북한에 대해 무려 세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대니얼 고든이나, 생소하긴 매한가지다. 1966년 영국월드컵 당시 이탈리아를 누른 북한대표팀의 과거와 오늘을 보여준 <천리마 축구단>을 만들 당시, 그는 그저 불가능에 도전하는 광적인 축구팬일 뿐이었다. 매스게임에 임하는 두 소녀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어떤 나라>는 거대한 조직 안의 개인이 궁금했을 뿐이란다. 서양인 최초로 북한 당국의 절대적인 협조 속에서 그 누구도 담지 못했던 북한의 모습을 담았던 이 다큐멘터리스트는, 자신의 영화가 정치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한사코 부인한다. 1960년대 38선을 넘어 북으로 향한 미군 병사 네명 중 한명인 제임스 드레스녹의 현재를 궁금해할 때도, 논쟁
“개인과 개인이라면, 미국인과 이라크인이라도 잘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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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드>는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의 감독 중 한명인 에두아르도 산체스가 8년 만에 만든 신작 SF호러영화다. 은근히 신기한 사실은 한국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거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극장개봉 없이 DVD로만 출시된 작품인데다 알아볼 만한 스타가 등장하지도 않는 저예산 호러영화가 ‘<블레어 윗치>의 충격이 돌아왔다’는 공소시효 만료된 광고문구로 극장에 걸리는 것은 한국이 저예산 호러영화의 의외로 사려 깊은 시장이기 때문일까. 그건 농담이고, 어쨌거나 <얼터드>는 감독의 전작보다는 나이트 샤말란의 <싸인>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꽤 볼 만한 저예산 호러영화다. 8년 만에 고개를 끄덕일 만한 신작을 들고 온 감독 에두아르도 산체스의 소사.
1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의 시작
1998년, 인터넷 세상이 다큐멘터리 영화 한편에 휩쓸렸다. 마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세명의 영화과 학생이 실
[알고 봅시다] <블레어 위치>로 대형사고 낸 그 감독의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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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리턴> 마… 마취가 풀리고 있어!
[정훈이 만화] <리턴> 마… 마취가 풀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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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하그로브 퀸텟 | 9월3일 오후 8시 | LG아트센터 | 02-2005-0114
로이 하그로브는 현대 재즈 트럼펫을 대표하는 연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특히 그는 윈튼 마살리스 등과 함께 현대 재즈의 새로운 지형도를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사실 1970년대 재즈와 록을 결합한 퓨전 재즈가 시대 상황과 맞물려 커다란 인기를 얻기 시작해 80년대로 넘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은 재즈가 대중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본연의 음악적인 면을 잃어간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런 생각에는 ‘재즈는 어쨌거나 흑인음악이다’라는 다소 편협하고 보수적인 생각- 특히 윈튼 마살리스가 그랬다- 이 자리잡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건 당시 재즈가 다소 자기 정체성을 잃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와중에 윈튼 마살리스를 주축으로 재즈가 가장 음악적으로 빛났던 1950년대의 하드 밥 사운드를 재발견하여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자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흐름을 이끈 사람들은 20대 초·
재즈의 과거와 현재가 빚어내는 진한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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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 대니얼 타멧 지음, 배도희 옮김 | 북하우스 펴냄
전혀 몰랐던 아이슬란드 언어를 4일 만에 습득해 아이슬란드의 TV토크쇼에 출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행복할까. 5시간9분 동안 한번의 실수도 없이 파이(원주율)의 소수점 이하 숫자 2만2514개를 암송할 수 있다면 명예로울까. 대니얼 타멧은 10개 언어를 구사하고,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 줄 알며, 만나자마자 당신의 60살 생일이 무슨 요일인지 계산해낼 줄 아는 ‘브레인맨’이다. 그렇지만 신은 그에게 처음부터 행복과 명예를 안겨주지 않았다. 타멧은 고기능 자폐서번트다. 아스퍼거 장애를 갖고 태어났고, 네살 때 심한 간질 발작을 일으킨 뇌기능 장애를 갖고 있다.
<레인맨>이나 <말아톤>에서 보여주듯, 아스퍼거 증후군을 포함한 자폐증은 철의 장막을 두른 인격을 선사받았다. “말을 할 때면 거의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고, 눈을 맞춰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게다가 나는
자폐의 내면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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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개씩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져나오고, 하루에도 몇편씩 새로운 CF가 쏟아져나온다. 하지만 이 수많은 CF들 중에 인구에 회자되고 이슈가 되는 ‘히트광고’들은 몇편 안 된다. 히트광고들은 분명 그 이유가 있다. 2006년을 강타했던 돼지바처럼 무지하게 웃기거나, SKY 시리즈처럼 일관된 세련됨이 있거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머리를 때리거나, SHOW처럼 물량공세와 함께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거나, 그도 아니면 모델이 정말 죽여주거나. 이런 히트광고는 대부분 좋은 광고지만 반드시 좋은 광고냐 하면 그건 아니다. 모두 그 CF를 알고는 있지만 정작 어떤 브랜드의 CF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히트광고들도 종종 있어왔다. 마찬가지로 주목받지 못한 CF들이 광고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내는 나쁜 광고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만 이슈가 되지 않을 뿐, 안 보이게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광고도 얼마든지 있다. 오늘은 주목받지 못했지만 효과만큼은 최고인 숨겨진 CF들을 거들떠보자.
[도마 위의 CF] 수수하지만 노련한 최고의 판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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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사랑할 때> EBS 8월26일 오후 2시20분
두번의 이혼을 경험하고 여섯명의 아이를 둔 조(앤 밴크로프트)는 시나리오작가 제이크(피터 핀치)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망설임없이 여섯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가난한 작가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아이들은 사사건건 부부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지만, 조와 제이크는 그런 소란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조는 자신이 제이크의 전부가 아님을 느끼게 된다. 제이크의 미세한 변화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조는 점점 신경쇠약에 빠져들고 그녀의 삶에 드리운 먹구름은 좀체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잭 클레이튼이 연출하고 해럴드 핀터가 각색에 참여한 <여자가 사랑할 때>는 충족되지 않는 사랑에 대한 욕망 때문에 천천히 메말라가는 한 여인의 내면을 따라간다. 그녀의 극심한 우울증은 남편의 외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결핍과 불안은 오히려 둘의 결혼생활을 끊어질
당신을 떠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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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쇼바이벌>에서는 매주 토요일 신인가수들이 굵은 땀과 눈물의 생존게임을 벌인다. 독설의 몇 백자 평을 코앞에서 ‘직방’으로 쏘는 심사위원들이 무대 한쪽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미국산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닮은 듯 보이지만, 출전 선수들이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면에선 토종의 혈통을 자랑하고 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의 슬로건은 방송 사상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신인 육성 사관학교’다.
전국 방방곡곡의 별의별 무대를 다 경험하며 내공을 닦고 실력을 인정받은 뒤 앨범 발매, 즉 프로 데뷔의 감격적인 ‘골인’을 맛보는 게 지구촌 음악계 대개의 순리라면, 앨범을 발표하고도 무대에 설 기회가 별로 없는 한국의 신인가수들은 승리하면 독무대를 연장해주는 <쇼바이벌>의 탄생에 꾸벅 인사라도 올리고 싶을 것이다. 토너먼트 형식의 이 서바이벌쇼에서는 4강을 통과해 결승에 올라 우승하면 그제야 남의 노래가 아닌 자신의 노래를 부를 자격을 준다.
속아주고 싶은 성공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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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2>는 내겐 좋은 기억이었다. 완성된 영화로 치면 첫 작업이기도 해서 더 남다르겠지만, 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이 특별히 배려해줘서 즐기면서 작업할 수 있었다. 위의 판타지코믹 장면도 그렇다. 대개 촬영팀과 조명팀이 자리잡은 뒤에 스틸과 메이킹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는데, 이 장면처럼 난장판인 상황일수록 사진찍는 게 고역이다. 외국에서야 ‘스틸 데이’라고 해서 따로 연출해서 결과물을 내놓지만, 한국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 무엇보다 감독, 배우, 스탭들의 전폭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난장판 상황을 기록하는 날 신경쓰지 말고 찍으라던 제작진에게 뒤늦게나마 감사한다. 아, 그리고 아래 사진은 시체로 등장했으나 결국 편집당한 조명감독님의 발이다. 예쁘게 데코까지 했는데 정작 영화에선 볼 수 없어 아쉽다. 감사의 선물로 추가 공개한다.”
[숨은 스틸 찾기]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2> 난장판 속에 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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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영화> Chacun son Cinema
칸영화제가 갈수록 심심해진다고 빈정대는 목소리가 많다. 그런 사람들은 1953년 칸영화제를 예로 드는 것만으로 족하다고 말한다. 심사위원 명단에 장 콕토와 아벨 강스가 있는가 하면, 알프 시에베리, 루이스 브뉘엘, 존 포드, 앨프리드 히치콕, 비토리오 데 시카, 자크 타티의 영화가 경쟁부문에 진출하던 시절이다. 거장이 없어 영화제가 심심하다는 말에 가장 먼저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도 칸영화제 현 집행위원장 질 자콥이지 싶다. 그래서일까, 그는 칸영화제의 60주년 기념작 <그들 각자의 영화>를 기획하면서 보란 듯이 세계의 거장들을 불러모았다. 알파벳순으로 테오 앙겔로풀로스로 시작해 장이모로 끝나는 감독 35명의 리스트는 하늘의 별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페데리코 펠리니에게 바친 <그들 각자의 영화>의 주제는 ‘극장으로부터 얻은 영감’이다. 33편의 영화는 4분을 넘기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해외 타이틀] 이 시대의 거장들이 보내는 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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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미술관에서 ‘저해상도영화제’(The Low Resolution Film Festival)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레스페스트가 올해로 11년째를 맞이한다. 스파이크 존즈, 미셸 공드리, 마이크 밀스, 크리스 커닝엄 등을 알린 레스페스트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도쿄, 상파울루 등 전세계 45개 도시를 투어하며 디지털의 물길을 튼 영화제다. 한국은 레스페스트 글로벌 투어에 참여한 지 올해로 8회째가 된다. 오는 8월24일부터 26일까지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미래를 돌아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 역시 끊임없이 과거를 갱신하는 과정에서 미래를 보는 디지털 영상미학의 현재를 목격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폐막작인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스캐너 다클리>다. 필립 K. 딕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스캐너 다클리>는 국내에서 DVD로만 출시되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최초로 HD로 상영된다. 이 작품
디지털의 시대, 디지털영화의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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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24일부터 30일까지, 새로운 영화의 최첨단을 만나자. 서울아트시네마와 아트선재센터에서 관객을 만나게 될 2007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은 영화를 이루는 구성요소 하나하나마다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120편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시선 확장, 매체를 확장하고 양식을 교류하며 상호 텍스트성을 중시하는, 좀더 다양한 작품을 골고루 돌아보자는 의미다. 경쟁부문(EX-NOW)과 비경쟁기획(EX-CHOICE), 회고전(EX-RETRO), 인디-비주얼(INDIE-VISUAL) 크게 네개 부문으로 나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비경쟁기획 부문. ‘뮤직+비디오’에 포함된 <긴 배음>(The Long Overtone/ 미구엘 마카도/ 포르투갈/ 19분)은 모든 움직이는 탈것의 안과 밖에서 내부 혹은 외부를 관찰한 다양한 이미지, 이를 응용하여 표현한 유화애니메이션 등 총 네 부분으로 나뉜다. 단순한
실험영화의 축제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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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만들어진 일본 장르영화들을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열린다. 일본영화를 전문적으로 수입, 상영해온 CQN명동에서 8월24일부터 9월2일까지 열리는 ‘버라이어티 나인 J-무비 페스티벌’은 이름에 걸맞게 다채로운 영화들을 준비하고 있다. 9편의 상영작은 멜로, 액션, 스릴러, 호러, 스포츠, 청춘 등 각종 장르를 망라해 알짜배기로만 구성되었다. 기왕의 일본영화 마니아에겐 반가운 소식이고 일본영화 초심자라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 좋은 기회이다. 이번 상영작 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들은 <블랙 키스> <이웃 13호> <김 미 헤븐> <러브 고스트> 등 스릴러와 호러영화들이다. 이런 영화들은 장르문학이 발달된 일본 대중문화의 저력을 확인시켜준다. <이웃 13호>는 이노우에 산타의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고등학생 시절 왕따를 당했던 무라사키 주조(오구리 슌)가 성인이 되어 복수를 하는 이야기이다. 주조의 몸속에는
일본의 장르를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