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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도 온 지구가 눈으로 덮여서 착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객기 승객은 그 안에서 ‘늙어 죽어야’ 한다. 또 아프리카 우간다는 ‘무중력병’으로 사람들이 천사처럼 하늘로 날아가버리는 ‘재해’를 겪고 있다. 토마스 빈터베르그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올 어바웃 러브>는 이렇게 초현실주의적인 위트를 섞어서 문명을 비판한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어느 부부의 애틋하고 숭고한 사랑 이야기가 균형추 역할을 한다(여주인공 클레어 데인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출연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실제로 줄리엣 역을 맡았었다).
멀지 않은 미래 2021년. 세계는 이상 기후와 종말론적 징후들로 가득 차 있다. 폴란드에서 학자로 살고 있는 존(와킨 피닉스)은 뉴욕에서 세계적인 스케이팅 스타로 활약하는 아내 엘레나(클레어 데인즈)와 별거 중이다. 두 사람의 마음은 멀어지고 존은 이혼서류에 서명을 받기 위해 뉴욕공항에 도착한다. 환승시간에 잠시 서류를
세상에 남은 건 ‘사랑뿐’ <올 어바웃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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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두번 나온다. 첫 번째는 아들이 커닝을 했다는 의심을 받은 다음이다. 학교에선 아들과 친구의 답안지가 같다는 이유로 아들에게 처벌을 내리고 아버지는 이에 항의하러 학교에 간다. 아들은 자신이 친구 답안지를 베낀 것이 아니라 친구가 자신의 답안지를 일방적으로 베꼈다며 억울해하지만 선생님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아들을 믿는 아버지는 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진실을 외면하면 어떡하냐며 화를 내지만 소용없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는 말한다. “이번 일이 너에게 좌절이 아니라 긍정적인 계기가 됐으면 좋겠구나. 너의 미래는 네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렸단다.” 두 번째 동행길은 아들이 양호선생님에게 심한 욕설을 한 다음 이뤄진다. 학교를 찾아간 아버지는 진땀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하지만 선생님은 오래전 자신에게 대들었던 아버지를 잊지 않고 있다. 아버지가 모욕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
[편집장이 독자에게] 부산의 에드워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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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개봉예정 영화 중에서 가장 기대되는 영화로 <인디아나 존스4: 수정 해골의 왕국>이 선정됐다. 영화정보 웹사이트 <MovieTickets.com>이 실시한 ‘2008년 개봉작 중 가장 기대되는 영화’는 2000명 이상의 인터넷 방문자들이 1위부터 5위까지 각각의 가장 기대되는 영화를 고르는 방식으로 1위부터 20위까지 선정됐는데, 투표결과 <인디아나 존스4>가 최고득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배트맨 비긴즈>의 후속편인 <다크 나이트>와 <내셔널 트레저2: 비밀의 서>가 순서대로 뒤를 이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1위부터 10위까지 <아메리칸 갱스터>를 제외한 9편 모두가 만화나 소설, TV 쇼 등 원작이 있거나 이미 만들어진 영화 프랜차이즈의 속편이라는 점이다. 원안에서 개발된 영화는 11위에서 20위까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디아나 존스3: 최후의 성전>의 개봉 뒤 거의 20년 만
2008년 최고 기대작은 <인디아나 존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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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가 점거한 광대한 영토만큼이나 그 대지를 밝히는 별들의 수는 적지 않다. 뜨거운 스타덤과 눈부신 스포트라이트에서 잠시 시선을 돌려 아직 많은 발길이 닿지 않은 길을 탐색해본다면, 그곳에서 독특하고 매력적인 얼굴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폭발적이라고 할 만한 인기의 방석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당신의 심장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한 마력을 잠재한 배우들. 미드의 성찬을 한층 풍부하게 음미하게 해주는 숨겨진 얼굴들을 찾아보았다.
완소 악당이란 바로 이런 것
<프리즌 브레이크>의 티백, 로버트 니퍼
살인자, 소아강간범, 인종차별주의자. 그는 반론의 여지없이 혐오스러운 인간의 전형이다. 그러나 가능한 독소들을 모두 배합한 듯한 그 화합물은 놀랍게도, 거부할 수 없이 매혹적인 악취를 내뿜는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티백’은 캐릭터의 악행을 향한 미움과 적의를 더욱 커다란 애정의 블랙홀로 빨아들이는 치명적인 악당이다. “바로 주인공에게 처치당해 사라질 악역을 연기할
[미드의 배우들] 빛 속에 숨은 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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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생의 배역은,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일생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한 행운없이는 찾아오지 않는다. 미국 드라마 열풍 속에 ‘필생의 배역’을 만나 인기를 누리는 미드의 배우 7명을 소개한다. 드라마의 인기가 오롯이 배우에 기대 있다고 하기엔 비약이 있지만, 이들 없이는 드라마도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배우들이 누리는 지금의 명성 뒤에는 1%의 행운을 만나게 한 99%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미스 어글리: <어글리 베티> 아메리카 페레라
‘못생긴 베티’는 45분간의 분장으로 태어난다. 제작진이 스타일리시하다고 입을 모으는 아메리카 페레라가 가짜 눈썹과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파란 고무줄로 묶인 교정기를 물면, 사랑스러운 못난이 <어글리 베티>가 완성된다. 다양한 계층과 인종의 1400만 시청자를 사로잡음과 동시에 인터넷에 시청소감이 빗발치는 현상을 낳은 <어글리 베티>는 코미디지만 생생한 현실감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예쁜 얼굴에 주근깨 몇개를 그리는
[미드의 배우들] 드라마의 자궁에서 태어난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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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TV스타 조지 클루니와 짐 캐리는 <ER>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이미지를 등에 업고 할리우드에 입성, 영화인으로 완벽하게 환생했다. 21세기 ‘미드’의 전성시대에서는 그 반대 공식이 더 유효하다. 시시한 영화배우에서 하루아침에 스타로 돌변한 <위기의 주부들>의 테리 해처, 드라마 두편에 연달아 출연하고 있는 <데미지> <쉴드>의 왕성하고 우아한 노년 글렌 클로즈, 여성적 욕망의 아름다운 초상 홀리 헌터의 첫 TV드라마 <세이빙 더 그레이스>의 소식까지 담지 못하는 게 아쉽다. 현재 미국 TV시장에서 가장 열렬한 대접을 받고 있는 영화배우 6인의 제8의 전성기 스토리.
드라마의 품에 안긴 할리우드의 탕아들
<24>의 키퍼 서덜런드 & <두 남자와 1/2>의 찰리 신
키퍼 서덜런드와 찰리 신은 이른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브랫팩’ 멤버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코
[미드의 배우들] 내 인생 제8의 전성기는 TV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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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6일 케이블 채널 ‘캐치온’은 미국의 에미상 시상식을 국내에 생중계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생기는 법. 이른바 ‘미드광’층이 두텁게 형성된 국내에서 에미상 시상식은 이제 더이상 무관심의 영역이 아니게 된 것이다. 미국 TV시리즈가 새로운 중흥기를 맞으면서 스타덤의 시장 또한 커졌다. 현재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 TV드라마 스타들을 한데 모아보기로 한 것은 그 때문이다. 드라마로 커리어 재기에 성공한 은막스타 <24>의 키퍼 서덜런드부터 올해 에미상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핫스타 <어글리 뷰티>의 아메리카 페라라, 그리고 향후 몇년의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원 트리 힐>의 채드 마이클 머레이까지 초호화 라인업으로 TV스타 17명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영화와 TV는 결국에 가장 가깝고 긴밀한 교류가 가능한 두 영역이다. 오늘의 안방극장 스타가 내일의 은막스타로, 오늘의 은막스타가 내일의 안방극장 스타로 변해 있을지 그
[미드의 배우들] 그리고 TV는 배우를 재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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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아드레날린24> 안드레날린을 분출할 수 있는 방법은?
[정훈이 만화] <아드레날린24> 안드레날린을 분출할 수 있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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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stic Fantastic> KT 턴스톨/ EMI 발매
여기 끈 두개가 있다. 한쪽 끈에 적힌 이름은 OK 고, 릴리 앨런, 폴 포츠 등이다. 다른 쪽 끈에는 셰릴 크로, 앨라니스 모리셋, 폴라 콜, 사라 맥라클란, 리즈 페어 등의 이름이 적혀 있다. 첫 번째 끈에 적힌 것들은 21세기에 인터넷을 통해 벼락 스타로 떠오른 이들의 이름이다. 다른 쪽 끈에 적힌 이름은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얼터너티브한 전성시대’였던 1990년대 초·중반에 활약했던 이들이다. 이 끈 두개를 날줄과 씨줄처럼 십자 모양으로 겹쳐놨더니 겹친 부분에서 이름이 하나 떠오른다. 노라 존스? 다이도? 아니다. KT 턴스톨(KT Tunstall)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뮤지션 KT 턴스톨의 성공 스토리는 휴대폰 외판원 출신 테너 폴 포츠와 더불어 다른 분야의 늦깎이들에게도 희망을 안겨준다. 1975년생으로 올해 서른셋이 된 그녀는 10대 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해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고, 20
딸기 케이크 같은 멜로디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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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지음/ 문학동네 펴냄
가을은 책을 읽기에 최악의 계절이다. 지하철에서도 휴대폰으로 TV를 볼 수 있고, 집에서는 WOW를 할 수 있으며, 정 할 일이 없으면 밖에 나가 돌아다니기만 해도 즐거운 계절이니. 하지만 올 가을만큼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멋진 한국 소설들이 최근 연달아 서점에 등장했다. 그중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과 천명관의 <유쾌한 하녀 마리사>는 서로 꽤나 닮지 않은 소설들이다. 전자는 89학번인 화자 ‘나’를 통해 그의 세대를 여러 개인사를 통해 복원한다. 후자는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딘가, 그러니까 마리사와 토마스, 그리고 존이 등장하는 다소 이색적인 소설들을 ‘지금, 여기’를 그리는 소설들과 함께 묶어낸 소설집이다.
최근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서 화자
외로운 가을엔 유쾌한 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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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르가 다양하게 나뉘는 것처럼 CF도 마찬가지다. 굳이 장르라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CF의 톤(Tone)을 어떻게 갈 것인가에 따라 감동 드라마냐 코미디냐 하는 것들이 결정되고, 이건 보통 광고하는 제품의 성격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과자나 음료, 패스트푸드의 경우 가볍고 재미있는 톤이 많고, 신뢰감이 중요한 금융권이나 기업 PR은 진중하거나 감동을 주는 것들이 많으며, 같은 차라도 중형 이상의 세단이면 세련되고 진지하게, 경차나 스포츠카는 기발하고 발랄한 CF들이 많다. 뭐, 이게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 장르를 넘나드는 영화가 그렇듯이 정해진 CF의 틀을 벗어날 때도 기발한 광고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어쨌든 15초 혹은 30초라는 짧은 CF에서 감동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라 진짜 감동을 주는 CF는 잘해야 1년에 두어편, 가뭄에 콩나듯 만나게 마련이지만 기업 PR이나 보험사를 중심으로 감동 CF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은 계속되고 있다. 짧은 시간
[도마 위의 CF] 아비 좀 그만 팔아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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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온 10월19일 오후 5시40분
1984년 동독의 비밀경찰 비즐러(울리히 뮈에)는 극작가 드라이만의 일상을 비밀리에 감시하는 임무를 맡는다. 국가의 부름에 충직하게 따르는 비즐러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반복적인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어느새 드라이만과 그의 부인이자 여배우인 크리스티나의 삶은 관찰과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연민의 대상이 된다. 그건 비즐러가 정치적인 신념 혹은 이성을 넘어서 이 타인들의 삶에 ‘마음’으로 개입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모호한 대답이겠지만, 아마도 그가 드라이만의 삶에서 본 것은 ‘인간’이었을 것이다. 드라이만과 크리스티나에게서 비즐러는 자기 안의 ‘인간’을 본다. 우리는 이것을 공감이라고 부른다.
일찍이 에드먼드 버크는 공감의 정념이 자기보존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말하자면 타인의 불행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은 자신이 그 불행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안도감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공감은 결국 타자를 거쳐
공감하는 자의 윤리, <타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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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클럽>은 미니시리즈류가 주로 배정을 받아온 SBS 주말 밤 10시대에 무려 80부를 소화하라는 이례적인 명을 받고 지난 9월29일 출항의 팡파르를 울렸다. 10년 만(아니, 그렇게 오래됐더란 말인가?)에 돌아온 오현경의 주연작으로도 사전 주목률을 높인 이 드라마는 분량으로 따지면 ‘대하 생활드라마’라는 별칭도 붙여줄 만할 것이다. <장밋빛 인생> <소문난 칠공주> 등으로 어김없이 방송사를 함박 웃게 만든 문영남 작가가 펜을 들었다는 사실이 이 같은 장기 레이스를 연 주요 배경이다.
이번에도 결혼한 뒤 배우자의 바람과 배신으로 속이 시커멓게 탄 언니들의 역정이 그려진다. ‘복수’(김혜선)와 ‘화신’(오현경)이라는, 친구이자 시누이-올케 사이인 두 조강지처는 일단 울며불며 악을 쓰다 ‘멍’하고 ‘퀭’한 정신의 공동화 현상도 겪은 다음, 조강지처클럽을 결성해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날 참이다. <장밋빛 인생>에서 조강지처를 버린 ‘반
이번에도 욕하면서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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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찜질방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뒷부분에 나오지만, 실제 촬영은 초반에 이뤄졌다. 내 입장에서는 허 감독님이나 황정민씨의 작업 방식을 전혀 몰랐던 때다. 누워서 배우와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를 정작 사진 찍을 때는 몰랐던 셈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감독님은 디렉션대로 나오지 않으면 배우에게 뭐라고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해 보인다. 이 자세가 불편한 건가 하고. 안 되는 걸 배우에게 요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다.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그런 소통 방식 때문이 아닐까. 뒤늦게 털어놓자면, 감독과 배우의 내밀한 대화를 다가가 찍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이 장면보다 곧 이어진 다음 촬영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알몸으로 황정민씨가 피를 토하는 장면이었는데, 온통 머릿속엔 그 걱정이었다.”
[숨은 스틸 찾기] <행복> 감독님, 무슨 얘기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