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미(김지선)는 미국으로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국 소녀다. 그녀는 이혼한 엄마와 단둘이 외롭고 단조로운 일상을 버티며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트란(강태구)과 어울린다. 서툰 영어와 낯선 환경 탓에 또래 문화 안으로 쉽게 들어서지 못하는 둘은 언저리에서 소극적으로 자신들의 시간을 지켜간다. 그 시간 속에서 소년과 소녀의 우정은 점차 사랑으로 변해가는데, 이 둘은 그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타지에서 이제 막 시작된 불안정한 삶, 그 속에서 맞이한 정서적 요동, 이제 막 사랑에 눈떠 어찌할 바 모르는 서투른 슬픔이 두 청춘의 주변을 감싼다.
감독 자신의 십대 시절을 반영한 듯한 <방황의 날들>은 줄곧 하얗게 눈이 쌓인 푸르스름한 길 위에 존재한다. 에이미와 트란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걸어가고 카메라는 이들의 쓸쓸한 뒷모습과 막막한 앞모습에 갑갑할 정도로 밀착해서 함께 흔들리며 따라간다. 한인타운에서 감독이 직접 캐스팅한 비전문배우들은 마치 자신의 경험을
하얗게 눈이 쌓인 푸르스름한 길 <방황의 날들>
-
‘사쿠란’은 우리말로 착란이다. 시각과 청각에 ‘감각의 폭격’을 퍼부어 관객을 착란케 하는 한편, 뒤에 남은 미묘하고 쓰디쓴 공허함을 맛보게 하는 것은 현대 예술의 익숙한 미학이다. 하지만 니나가와 미카의 <사쿠란>은 이런 시청각적 화려함 뒤에 공허함을 넘어서는 다른 것을 병치시켰다. 몸을 파는 키요하(쓰치야 안나)는 70년대 한국 호스티스 멜로물의 여주인공과는 사뭇 다르다. 그녀는 억압을 ‘내면화’하기보다는 억압으로부터 ‘인생을 배운다’. <사쿠란>에서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남자 고객들이다.
키요하는 유곽인 요시와라로 팔려오던 여덟살 때부터 “망아지 같은” 성격이었다. 탈출할 때마다 매번 수행원 세이지에게 붙잡히던 그녀는, ‘담임 게이샤’인 쇼히의 설득에 넘어가 최고의 게이샤가 되기로 결심한다. 열일곱이 되어 데뷔하자 그녀는 당당한 자세와 요염한 자태로 뭇 남자들을 휘어잡는다. 눈부시고도 험난한 그녀의 일대기가 이어진다. 순수하게 생긴
일류 게이샤의 유곽탈출 비법 <사쿠란>
-
가족이란, 혈육이란 과연 무엇일까. <마이파더>는 지난 5월 개봉한 장진 감독의 <아들>, 개봉 준비 중인 <귀휴>와 같이 부모와 자식, 더 좁게는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에 의문을 던지는 영화다. 자상한 양부모 아래 구김없이 자랐지만 입양아인 제임스 파커(대니얼 헤니)는 여전히 친부모를 찾고 싶어한다. 주한미군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한 파커는 부대 내에서 한방을 쓰는 카투사 신요셉(김인권)의 도움을 받아 TV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그리고 마침내 친부임을 자처하는 황남철(김영철)과 만나지만 놀랍게도 그는 살인을 저지른 죄로 감옥에 갇힌 사형수다. 파커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버지를 안타까워하며 자주 감옥으로 걸음하고, 제대로 된 추억조차 없었던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조금씩 정이 싹튼다.
옥살이하는 남자 혹은 절절한 부성애를 그린다는 점에서 <아들> <귀휴>와 궤를 함께하지만 <마이파더>는 KB
과하지 않게 눈물샘 자극 <마이파더>
-
삶은 소설보다 멀리 있지 않다. 모든 문학의 보편적 주제가 삶의 지속성, 죽음의 필연성이라고 할 때, 그것은 희극 아니면 비극, 소박하게 말해 사랑하거나 죽기다. 여기 숫자와 규칙으로 가득한 삶을 살던, 성실해서 슬플 정도로 평범한 남자 해롤드 크릭(윌 페렐)의 체크리스트를 보자. 관능없이 살던 그의 리스트엔 비극적 항목이 압도적이다. 그의 삶에는 어떠한 스토리도, 그럴듯한 발단 전개 위기 절정도 없다. 융통성없는 국세청 직원 해롤드 크릭은 그 이름에서 연상되듯 째깍대는 시계바늘처럼 규칙적으로 일상을 패턴화한다. 그런데 숫자와 계산에 둘러싸인 그의 삶에 어느 날 문득 낯선 목소리가 침입한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주석을 다는 소설가의 내레이션이 그의 삶과 죽음을 예지하고 있는 것. 해롤드의 일상의 패턴은 이러한 낯선 문학적 목소리의 개입과 더불어 매력적인 아나키스트 파티셰인 안나 파스칼(매기 질렌홀)의 등장으로 동요된다. 차가운 시계처럼 돌아가던 그의 심장은, 안나 파스칼 앞에서 어
마음이 훈훈해지는 판타지 <스트레인지 댄 픽션>
-
-
애덤 샌들러에게 프랭크 카프라는 영원한 이상이자 강박이다. 이 남자는 미국 노동자 계급 남자들을 위한 이상적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직접 카프라를 인용하거나, 혹은 미국적 이상주의를 은은히 토로하는 영화들에 곧잘 출연해왔다. 낙관주의 하나로 사랑도 쟁취하고 성공도 거두는 미국 남자를 샌들러만큼 잘하는 배우도 드문데 심지어 샌들러의 신작 <척 앤 래리>는 무려 가짜 게이 커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동성애적 교훈극이다.
“우리 영화의 무대는 고급 여피들의 세상인 뉴욕이 아니에요”라고 주장하듯 맨해튼으로 향하던 카메라가 브루클린으로 방향을 틀며 영화는 시작한다. 소방관 척(애덤 샌들러)과 래리(<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의 케빈 제임스)는 평생 죽마고우.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래리는 아이들을 연금수혜자로 지정하려 하나 결혼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에 고민한다. 뉴욕시가 동성커플에게도 결혼과 똑같은 권리를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척과 래리는 온
애덤 샌들러의 게이 코미디 <척 앤 래리>
-
<오마이뉴스>에서 충격적인 기사 하나를 봤다. 폐교 위기에 몰린 고등학교에 관한 이야기로 문제의 학교는 옥수동에 있는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다. 동호정보공고에 닥친 위기의 발단은 지역주민들이 ‘공고’를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역 부유층에 해당하는 남산타운아파트에서 동호정보공고를 없애고 그 자리에 초등학교를 유치하고 싶어하고, 주변 부동산업자들은 그렇게 되면 집값이 10%는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애초에 편법을 써서 대규모 아파트에 주어질 학교용지 분담금을 내지 않았던 아파트 조합은 뒤늦게 초등학교가 필요하다며 나섰고 해마다 관청에 압력을 행사해 동호정보공고의 이전을 촉구했으며 2004년 동호고를 이전시킨다는 결정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이전도 쉽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서도 실업계 고등학교가 이사오는 것을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9월7일까지 동호교 폐교에 관한 의견을 듣고 교육위원회에서 폐교 여부를 최종결정한다고 한다. <
[편집장이 독자에게] 동호정보공고 이야기
-
한국영화가 6주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내줬다. 개봉 첫주 전국누적관객 21만1464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한 샤이아 라보프 주연의 <디스터비아>가 박스오피스 1위로 진입했다. <디스터비아>는 한 가택연금 소년이 수상한 이웃을 엿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 물. 2위인 <내 생애 최악의 남자>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기록했지만, 스크린 수의 차이로 볼 때는 의미심장한 격차다. <디스터비아>의 스크린 수는 전국 150개로, 전국 272개인 <내 생애 최악의 남자>와는 약 120개의 차이다. <트랜스포머>로 한국관객에게 얼굴을 알린 샤이아라보프가 흥행에 밑거름이 된 듯 보인다.
지난 주 극장관객수와 비교할 때, 이번 주는 다소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 순위별 영화의 관객수를 비교해 보면 10만에서 5만명 사이의 관객수가 줄어들었다. 9월을 맞아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간 탓이기도 하지만, 흥행기대작들이 추석
샤이아 라보프 주연의 <디스터비아> 개봉 첫주 1위
-
<트랜스포팅> <선샤인>의 대니 보일 감독이 차기작으로 <슬럼독 백만장자>를 선택했다. 워너인디펜던트 외 3개 스튜디오에서 합작하는 영화 <슬럼독 백만장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거리의 소년이 여자친구를 찾기 위해 출연한 TV쇼 <누가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하는가?>에서 우승한다는 내용으로, 실화에 근거한 소설 <Q&A>가 원작이다. 11월5일부터 뭄바이에서 촬영이 시작되며, <28일 후> <밀리언즈>에서 대니 보일 감독과 작업한 앤서니 도드 맨틀이 촬영감독으로 참여한다.
대니 보일 신작은 <슬럼독 백만장자>
-
이상고온을 보였던 여름 블록버스터 행진이 막을 내렸다. 8월의 마지막 날과 9월의 첫 이틀이 만난 노동절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의 정상은 롭 좀비 감독의 <할로윈>이 차지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3250만달러를 개봉수입으로 기록한 <할로윈>은 1978년 만들어져 여러 차례 리메이크된 존 카펜터 감독의 <할로윈>을 새롭게 변주한 아홉번째 리메이크로, 2005년 <트랜스포터2>가 기록한 노동절 개봉기록인 1650만달러를 경신했다. 가면 쓴 연쇄살인마의 교향곡 <할로윈>의 북미 배급을 담당한 MGM의 클라크 우즈는 <4. 4. 4.> <호스텔2> 등이 홀대받은 여름극장가의 공포영화 슬럼프의 종식을 알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주까지 2주연속 1위를 지켰던 아파토우 프로덕션의 <수퍼배드>는 <할로윈>의 등장으로 한계단 내려서 2위에 랭크됐다.
지난 주, 새롭게 개봉한 영화 중 순위
문 연 9월 극장가, <할로윈>이 1위 접수
-
키아누 리브스
<매트릭스>에서 이제는 지구 종말? 키아누 리브스가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51년작 SF영화 <지구 최후의 날>의 리메이크에 캐스팅됐다. 휴머노이드로 등장하는 그는 지구의 지도자들에게 종말을 경고하는 외계의 메신저 역할을 맡을 예정.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의 스콧 데릭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이미 폭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제미이 폭스가 드림웍스의 신작 <더 솔로이스트>에 캐스팅됐다. <LA타임스> 칼럼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음악 신동이었으나 정신분열증을 앓으며 노숙자로 전락한 남자의 이야기. 제이미 폭스가 절망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주인공으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그를 취재하는 <LA타임스> 칼럼니스트로 변신한다.
엄태웅. 정진영, 정경호
엄태웅이 <님은 먼 곳에>의 ‘님’으로 발탁됐다. 남편을 만나기 위해 베트남 위문 공연단에 들어간
[캐스팅] 키아누 리브스 外
-
[헌즈다이어리] <디스터비아> 옆집 훔쳐보기, 엄마에게 들켰다면?
[헌즈다이어리] <디스터비아> 옆집 훔쳐보기, 엄마에게 들켰다면?
-
베니스 영화제가 지난 29일 축제를 시작했다. 개막 행사에는 개막작 <어톤먼트>의 감독 조 라이트, 주연배우 키라 나이틀리, 제임스 맥아비를 비롯하여 올해의 심사위원단인 장이모, 카트린느 브레이야, 폴 바호벤등이 참석했다. 매년 헐리우드 스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베니스에는 올해도 주드 로, 조지 클루니, 스칼렛 요한슨등이 찾았다. 한편 마틴 스콜세지는 올해 타계한 이탈리아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추모 행사와 관련해 베니스를 찾는다.
기타노 다케시가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수여하는 ‘감독만세’상을 받았다. ‘감독만세’상은 창의적인 거장 감독에게 주는 기념의 의미가 담겨 있는 상으로 기타노 다케시는 30일 이 상을 받았다. 게다가 영화제쪽은 상의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 올해 다케시가 오리존티 부문에 출품한 영화 <감독만세>의 제목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감독만세>는 어떻게 해야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것인가를 고민하는 영화감독 다케시가 주인공
제6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이모저모
-
영화배우 유선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된 영화 속 장면은 무엇일까요?
배우로서 가장 크게 도약할 순간과도 같았던 내 인생의 한 컷!
지금 유선씨가 자신만의 한 컷을 씨네21 가족들에게 살짝 고백하신다네요~
"유선"의 [내 인생의 한컷]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유선] 그 도약의 순간!
-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가 진행하는 [시네마 자키]
어른들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언제나 미약한 우리 아이들
오늘 소개될 영화속에서 아이들은 정말 무서운 능력을 발휘합니다.
사건을 만들고 해결하고 영화의 중심에 서서 어마어마한 일을 벌이는 아이들!!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해보세요. [시네마 자키]‘무서운 아이들’편!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시네마 자키] 무서운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