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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레오파드>를 봤다. 상영시간이 3시간 넘는 루키노 비스콘티의 대작 <레오파드>는 19세기 남부 이탈리아를 무대로 삼은 이야기다. 그 자신 유명한 귀족 출신인 비스콘티는 <레오파드>에서 몰락하는 귀족 가부장의 마지막 모습을 경건하고 우아하게 보여주는 데 반해 새로운 권력층이 될 자본가 계급을 비열하고 경망스런 존재로 묘사한다. “우리는 표범이나 사자였다. 표범이나 사자가 물러나면 자칼과 양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리고 표범, 사자, 자칼, 양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대지의 소금이라 생각할 것이다.” 극중 대사에 따르면 당대의 귀족은 표범과 사자였고 새로운 지배자인 부르주아는 자칼에 해당한다. <레오파드>에서 표범은 물러날 때가 되자 조용히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는데 영화는 자칼이나 하이에나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란 뉘앙스를 풍긴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는 <레오파드>를 이야기
[편집장이 독자에게] 자칼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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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남양주종합촬영소. 가족 단위 관람객 덕분에 흥겨운 분위기지만, 지난 10월28일 오후 3시 김경묵 감독의 <청계천의 개> 마지막 촬영장은 고요했다. 전날 새벽부터 세트촬영이라고 들었는데, 이제야 첫 번째 컷을 준비 중이다. 세트제작에 뭔가 착오가 있었다는 한 스탭의 전언. 화면 가득한 인어 그림에서 시작하여, 그림이 걸린 방 안 침대 위 남자주인공의 뒷모습을 비추며 끝나는, 무빙과 조명의 타이밍이 중요한 영화의 첫 장면 촬영이 이어진다. 영화를 통해 커밍아웃하고(<나와 인형놀이>), 미니멀한 형식 안에 파격적인 실험을 담았던(<얼굴없는 것들>) 김경묵 감독의 두 번째 중편영화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시작은 20분짜리였단다. 아무리 보아도 40분은 훌쩍 넘을 듯 보이는 시나리오는 소녀가 되고 싶은 소년, 소년의 환상 속 분신인 소녀, 소년과 소녀를 억압하는 악마 혹은 경찰. 이들이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만난다. 장소는 다양하고, 성적인 표
소녀가 되고 싶은 소년,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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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가 단편소설 <리지아>에 쓴 적절한 표현을 빌리면, 배우 미아 커시너는 “아편에 취한 자의 환상처럼” 아름답다.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에게 영감을 줄 법한 그녀의 얼굴은 두터운 화장을 해도 청순하고, 메이크업을 지워도 야하다. 큼직한 눈동자는 한쌍의 캐츠 아이처럼 영롱하지만, 바늘 끝처럼 작은 동공은 모르핀 중독자처럼 몽롱하다. 그녀의 낮은 음색 밑바닥에는 알 수 없는 이물질이 항상 바스락거린다. 스트립클럽의 소녀 댄서로 분한 출세작 <엑조티카>(1994)에서도, 소설가가 되려는 열망에 들뜬 늦깎이 레즈비언으로 분한 근작 TV시리즈 <L워드>(2004∼2007)에서도 미아 커시너는 애처롭다. 영화 <블랙 달리아>에서 커시너가 분한 20대 초반의 가난한 배우 지망생 엘리자베스 쇼트는 1947년 겨울 LA의 공터에서 난도질된 시체로 발견된다. 이내 고인과 스타들의 숨은 관계를 억측한 스캔들이 무성하게 일었고, 베티의 아버지는 신문사
[미아 커시너] 아름다운 미아迷兒, 존엄한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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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가너는 지성파이기보다는 육체파 배우에 가깝다. 175cm의 키에 길게 뻗은 다리, 그리고 울룩불룩한 몸의 곡선을 드러내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뿐 아니라 무지막지하고 살벌한 격투신을 멋지게 소화한다는 면에서, 그녀는 머리보다는 몸뚱이를 더 믿는 듯 보인다. CIA와 비밀결사조직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며 거침없는 액션을 펼쳐 보였던 TV시리즈 <앨리어스>부터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단검 두 자루를 든 채 어둠의 세력과 맞서 싸웠던 <데어데블>과 <엘렉트라>까지 제니퍼 가너의 경력을 요약해주는 하나의 단어는 ‘액션’이니까.
신작 <킹덤>에서도 제니퍼 가너는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킹덤>에서 가너가 맡은 역할은 미국인 100여명이 사망한 테러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간 FBI 요원 재닛 메이스. 그녀는 4명으로 이뤄진 FBI 수사팀에서 법의학을 담당하지만, 후반부의 클라이맥스에
[제니퍼 가너] 이웃집의 여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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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세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짙은 무력감에 사로잡혀 자살을 결심한 경찰관. 권총에 탄환을 장전한 채, 그는 마지막 의식의 장소인 바닷가에 도착한다. 동네 잡배들을 압도하는 시커먼 슈트와 비장한 표정. 그런데 그때, 해변에 난데없이 한 마리의 닭이 나타난다. 물끄러미 닭과 눈을 맞추는 듯싶던 그는 이내 꽥 소리를 지른다. “꼬꼬댁 꼬꼬꼬꼬꼬!” 5분 가까이 닭의 언어가 인간의 입을 통해 튀어나오는 동안 죽음의 공기는 흩어지고 기괴한 유머가 입꼬리를 절로 올려놓는다. 옴니버스영화 <판타스틱 자살소동>의 두 번째 에피소드 <날아라 닭>은 한마디로, 어이없이 황당한 김남진의 원맨쇼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 작품은 절대 뺏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감독님을 만나겠다고 성화를 부렸을 정도로 욕심이 나더라.” 드라마에서 그가 전담했던 번듯하고 속 깊은 남자를 생각한다면 의외지만, 김남진이 말하는 김남진은 실상 “비주류의 감수성”에 가깝다.
[김남진] 지금은, 다시 고삐를 조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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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인 줄 착각했다. 이문식은 올해 1월 개봉한 <마파도2>에도 나왔고, 드라마 <쩐의 전쟁>에도 특별출연으로 등장했다. 그가 일상생활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은 고작해야 10개월 정도. 그런데도 그의 얼굴이 오랜만이라고 느꼈던 것은 아마도 그의 2006년이 매우 떠들썩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필두>로 생애 첫 주연작을 맡았고, <구타유발자들>로 이전에 보여준 코믹 조연배우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주었는가 하면, 이준기와 함께 출연한 <플라이 대디>에서는 17kg을 감량하며 신체의 한계에 도전했다. 드라마 <101번째 프로포즈>도 그의 2006년을 바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한 여자를 향한 애달픈 사랑을 가꾸던 달재는 이문식 자신도 “이 얼굴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라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이었다. 하지만 모든 작품들은 “장렬히 전사했고”, 그 탓에 많은 언론
[이문식] “지금, 미치도록 연기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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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7년 11월 5일(월) 오후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1980년, 휴가 갈 준비를 하던 대학직원 호창(임창정)에게 졸지에 광주 출장 명령이 떨어진다. 라이벌 대학에 3연패의 치욕을 떨쳐버리기 위해, 당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주일고 3학년 선동렬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스카우트해오라는 것. 하지만 경쟁 대학이 이미 선동렬을 점찍어둔 상태고 그의 행방 역시 묘연해 출장 일수는 늘어만 간다. 선동렬의 아버지(백일섭) 역시 꿈쩍도 않는다. 그런 가운데 호창은 광주가 고향이자 자신의 첫사랑이기도 한 대학 후배 세영(엄지원)을 만나 마음이 흔들린다. 세영은 7년 전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고 사라졌었다. 급기야 세영을 짝사랑하는 동네 주먹 곤태(박철민)는 호창의 갑작스런 등장에 잔뜩 긴장하고 경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세영이 호창에게 은근슬쩍 선동렬의 어머니(양희경)를 소개시켜주면서 전세는 역전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광주에서 비밀리에 민주화운동을 하고 있던 세영은 시
선동렬 찾아 삼만리 <스카우트>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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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븐 데이즈>의 배우 김유진의 씨네21 표지촬영 현장과
인터뷰 영상입니다.
영상 중간에 배우가 직접 내는 <돌발퀴즈!!>.재미있는 퀴즈도 풀고 배우가 주는 선물도 받아가세요.
정답은 2007년 11월 18일까지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당첨자는 커뮤니티 '씨네21 소식'에서 확인해 주세요.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 보기'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김윤진]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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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안' 감독의 영화 <색,계>.
연기파 배우로써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양조위'와
이안 감독이 선택한 신예, '탕 웨이'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현재 '국내 무삭제 개봉'이라는 이슈를 안고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생생한 인터뷰와 촬영 현장 메이킹,
그리고 영화 속 하이라이트를 TV씨네21 [개봉작NEW] 에서 먼저 만나보자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 보기' 버튼을 클릭해 주세요
[개봉작 NEW] <색,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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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레지던트 이블3> 좀비는 죽은 겁니까? 살아있는 겁니까?
[정훈이 만화] <레지던트 이블3> 좀비는 죽은 겁니까? 살아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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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서울이 먹고살 것은 디자인이다.” 얼마 전 서울시가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WDC: World Design Capital)로 선정된 이후 오세훈 시장의 인터뷰 첫마디다. 디자인은 이제 생활의 일부분을 넘어 한 국가 도시의 브랜드 가치나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시대를 맞았다. 도시민에게 얼마나 쾌적하고 편리함을 선사하며 살맛나는 활기를 제공하는지 역시 디자인의 몫으로 여겨질 정도. 이젠 디자인이 곧 생활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한 이번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의 생활디자인 시리즈 기획전은 너무나 매력적인 전시이다. 주제는 ‘올 라이트 All Light!-All Right?’.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해본 ‘빛의 공간’이다. 어둠 속의 빛이 더욱 빛나듯, 모든 형상 역시 빛을 통해 제 모습을 제대로 드러낸다. 또한 빛은 공간에 생동감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래서일까, 일상에서의 빛의 의미는 ‘삶의 환희’로 통한다.
그 빛으로 생활을 디자인했다. 이렇듯 다
<올 라이트 All Aight!-All Aight?> , 디자인은 ‘생활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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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넘은 지구인들의 기억을 지배하는 종족이다. 로버트 카파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조지 무어 등과 함께 설립한 보도사진작가 그룹 매그넘은 지난 60년간 전세계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가장 빠른 손길로 문명의 발전과 퇴행, 탄생과 소멸을 담아왔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노르망디상륙작전은 로버트 카파의 사진으로, 마더 테레사 수녀의 얼굴은 라구 라이의 사진으로, 일본 미나마타병의 참상은 유진 스미스의 사진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20th C>는 그처럼 지구의 근대사를 민첩하게 담아온 매그넘의 사진들로 20세기를 정리한 사진집이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각 시대의 상징적인 사건과 인물의 초상을 보여주는 <현장에서 만난 20th C>는 어쩌면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매그넘이 다시 앞으로의 60년 동안 보도사진계의 최강집단으로 군림하기 위한 포석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시대를 기록한다는 개념에 충실한 책의 구성은 나름의
<현장에서 만난 20th C> 카메라로 기록한 지구의 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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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시즌5
AXN(월~목) 오전 11시30분, 오후 3시10분, 오후 7시20분
지난 9월25일 키퍼 서덜런드가 음주운전으로 ‘다시’ 적발되었다는 뉴스가 인터넷을 타고 퍼지는 것을 보면서 참 세상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한물간 배우로 여겨졌던 키퍼 서덜런드의 시시콜콜한 행적이 뉴스거리가 될 것이라고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흥행에 실패한 <센티넬>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영화 출연작도 없는 그에게 그런 톱스타급 관심이 쏠린 데에는 시즌6까지 끝낸 <24>의 영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즌6가 엄청난 혹평을 뒤로하고 마무리되면서 2009년까지 세번의 시즌을 더 계약해놓은 키퍼 서덜런드의 앞날에는 빨간 불이 켜져 있는 상태다. 그 때문에 국내는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제작진이 내년 1월로 예정되어 있는 시즌7에서 뭔가 획기적인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철민의 미드나잇] 어제의 친구, 오늘의 적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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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1월10일(토) 밤 11시
기차가 역에 서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뒤, 아주 천천히 구부정한 남자가 내려선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바로 퇴원한 클레그(랠프 파인즈), 어린 시절의 별명을 따르자면 스파이더다. 재활시설에 들어간 스파이더는 어릴 때 살았던 집 주변을 헤매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알 수 없는 단어들을 메모한다. 그때부터 영화는 30년 전의 어린 스파이더와 현재의 정신분열증적인 스파이더를 오간다. 어른 스파이더는 비극적인 자신의 과거 속에 들어가 어린 스파이더를 바라본다. 아버지는 술집 여자(미란다 리처드슨)와의 외도를 아내(미란다 리처드슨)에게 들키자 아내를 살해한다. 어린 스파이더는 자신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던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아버지에 대한 증오에 사로잡힌다. 그들이 외출한 사이, 좁은 방 안에 밧줄을 마치 거미줄처럼 엮으며 어머니의 자리를 대체한 여자와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골몰한다. 나는 아버지의 내연녀와 아내를 연기한 배우의 이름을 실수로 중복해서
거미줄에 걸린 실존, <스파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