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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흥미로운 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흥미로운 놈이다. 대단히 야심적이지만 야심이 불분명하기도 하다. 위의 세놈을 맡은 세명의 배우, 송강호(태구), 이병헌(창이), 정우성(도원)은 분명 최선을 다한다. 로케이션 장소인 둔황의 모래 사구를 뒤흔드는 말발굽, 자동차, 총탄이 천둥치는 소리는 만주 웨스턴과 스파게티 웨스턴의 다이내믹한 융합을 조준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다. 정우성의 말타기와 후진, 그리고 총 돌리기는 웨스턴 코드들을 습득한 뒤 그것을 가볍게 수행해내는 장르 배우의 근사한 도착을 알려준다.
영화는 보물 ‘지도’라는 고전적 약속으로부터 시작한다. 비적들은 비적들대로 놈들은 놈들대로, 일본군은 일본군대로 보물 지도 쟁취에 나선다. 이윽고 예의 ‘보물 지도’가 예지해준 장소로 도착하기 전, 영화는 대격전을 맞는다. 우선 태구가 오토바이를 타고 필사적으로 둔황의 사막을 달린다. 나머지 다
[전영객잔] 흥미로운 놈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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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부천영화제를 찾은 게스트들 중에서 당룡(본명 김태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소룡 사후 그가 대역을 하면서 <사망유희>가 완성됐다. <사망유희>(1978) 이후 골든하베스트는 염치없게도 이소룡의 이전 자료화면들을 한번 더 써먹을 요량으로 <사망탑>(1980)을 기획한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자료화면으로라도 어떤 역할을 하긴 했다는 점에서 이소룡의 유작은 <사망유희>가 아니라 <사망탑>일지도 모른다. 초반부에 첸지앵(이소룡)이 등장하는 화면들은 전부 자료화면과 당룡이 대역한 장면들이고, 그를 중반에 죽게 한 다음 그의 동생으로 설정된 첸큐오(당룡)를 등장시켜 형의 복수를 하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에서 친큐(황정리)의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일본으로 간 첸지앵은 그 관을 탈취한 헬리콥터에 매달려가다 암기에 쓰러진다. 이때부터 형의 대역까지 도맡아하던 당룡이 드디어 당당하게 정면 얼굴을 드러내 동생으로 등장한다. 사실 카리스마와
[울트라 마니아] 당룡과 황정리의 화려했던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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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아이야, 가라>는 <미스틱 리버>의 데니스 르헤인이 쓴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누가 소녀를 죽였는지 파헤치는 <미스틱 리버>와 누가 소녀를 납치했는지 밝히는 <가라, 아이야, 가라>는 보스턴의 우울한 현대사(물론 허구다)와 사회 분위기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두 작품은 범인의 검거과정을 다룬 범죄스릴러라기보다 ‘왜’라는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 사회물의 성격이 더 강하다. 눈먼 주인공은 사건의 한가운데서 범인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헛되이 주변부를 두드리다 마침내 중심으로 복귀한다. 그즈음, 우리는 범인이 아닌 우리 자신의 모습, 사회의 실체, 범죄의 기원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금발 머리에 녹색 눈을 가진 4살 소녀가 집에서 사라진다. 경찰과 언론의 집중 수사와 보도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소녀의 숙모와 삼촌은 사립탐정인 켄지와 제나로(연인이자 동료인 두 사람은 르헤인 추리소설의 단골 주인공이다)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진중한 연출력, 벤 애플렉의 장편 데뷔작 <가라, 아이야,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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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굳이 말하자면 내가 뽑은 스틸인데. 부산에서 베트남으로 가는 배 안의 몽타주 장면 중 하나였다. 비가 오는 밤바다를 바라보며 정만 일행이 빈대떡 타령을 하는 동안 순이가 혼자서 선실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찍었다. 일생일대의 큰 결심을 하고 배에 오른 순이지만, 정작 고단한 여정 앞에서 고개를 뚝뚝 떨구며 무너지는 장면을 어떻게든 넣고 싶었다. 카메라가 빙빙 돌고 <수지큐>가 흐르고 순이는 고개를 45도로 뚝뚝 떨어뜨리고. 사랑스럽고, 또 아련하고, 순이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결국 상영시간 때문에 편집 과정에서 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촬영 때는 제한된 스탭들만 참여했는데, 좁은 탓도 있지만 선실 안의 오래된 정화조에서 나는 똥냄새 때문에 다들 두통에 시달렸다. 아마 리허설 때부터 실제 촬영까지 아무 내색 않고 감정에 빠져든 순이만 예외였을 것이다.”
[숨은 스틸 찾기] <님은 먼곳에> 사랑스럽고, 아련하고, 인간적인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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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준비 중인 드라마 <친구>에 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장동건 역은 현빈, 유오성 역은 김민준이 맡는다. 내년쯤 MBC에서 방영할 계획이다. 대본은 반쯤 썼다. 진숙을 할 여배우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영화에서보다 그녀의 역할은 훨씬 더 중요해질 거다.” 그러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 이이>)를 지나고 나면 곽경택 감독은 다시 드라마 <친구>로 향할 것이다. <친구>는 여전히 그의 영화에서 뿌리이며 영향력 높은 자기 참조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눈눈 이이>는 좀 다르다.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이건 ‘곽경택스럽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그조차도 “나라면”이라는 가정을 종종 사용하는 걸 보면 이 영화에서 그의 역할은 중도하차할 뻔했던 프로젝트를 살려낸 노련한 구원투수 혹은 기획영화로서의 면모를 성실하게 세공해낸 세공 기술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른다. 곽경택 감독의 필사적인 기획과 야심에 의해
[곽경택] “편집은 내가 정태원 대표에게 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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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캐스팅] <핸콕> 까칠한 영웅 한국씨
[대박 캐스팅] <핸콕> 까칠한 영웅 한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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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님은 먼곳에> 수애씨 사랑합니다.
[헌즈다이어리] <님은 먼곳에> 수애씨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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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 안녕하세요. 실제로 뵈니 너무 귀여워요, 도라에몽씨.
=안녕하냐옹~! 나도 데뷔 4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오게 되어서 영광이다옹~.
-그래서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여기…. 도라에몽씨가 가장 좋아하는 도라야끼 단팥빵만큼 맛난 한국 특산품 붕어빵이에요.
=캬아악! 붕어를 넣은 빵을 어떻게 먹냐옹? 그래도 한번 맛을 볼까나옹? (한입 베어물더니) 냐아아아아! 이거 진짜 맛있다옹!
-그런데 도라에몽씨 말투가 살짝 이상하신데요. 제가 알기론 어눌하긴 해도 그런 말투는 아니셨잖아요?
=사실 요즘 <포켓 몬스터>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언제나 당차고 영리한 로켓단의 냐옹이한테 푹 빠져서 그의 말투를 배웠다옹! 피카추와 지우한테 끝까지 굴복 않는 냐옹이의 모습이 개인적으로 내 판타지다옹~.
-휴…. 사실 저도 판타지가 필요해요. 어릴 때는 커서 이런 어른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누구에게나 당당하고 사람들을 이끄는 소신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죠. 하지만 현실은
[가상인터뷰] <도라에몽: 진구의 마계대모험 7인의 마법사>의 로봇고양이 도라에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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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을 만들어가지고 특수촬영을 군데군데 끼워놓은 이른바 괴기영화 장르에 속하지만 무섭지도 오싹하지도 않은 어린이용 정도의 그저 그런 작품이다. 불가사리라는 한국판 킹콩이 고려 말엽 송도에 나타나 간신과 악당들을 쳐부순다는 야담조 이야기를 아주 설명적으로 펴나가는데 영화감각이나 연출수법이 이 (졸속 양산됐던) 사극처럼 낡고 또 진부하다. …(중략)… 용머리에 매단 줄이 보인다든가 앞을 못 보는 불가사리의 불안한 걸음거리 등은 관객을 웃겨준다.” ‘한국 괴수영화의 효시’라 꼽히는 김명제 감독의 <불가사리>(1962)에 대한 당시 반응은 만장일치 혹평이었다. 사극만이 유일한 스펙터클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1960년대 초, <불가사리>는 최초의 괴수물이라는 타이틀을 하사받는 대신 허무맹랑 삼류 오락물로 곧장 분류됐다. 관람시 유의사항으로 “상식과 당위성 따위는 전혀 생각지 말라”는 충고까지 더해졌다. 할리우드의 킹콩, 일본의 고지라와 달리 불가사리는 기술적 미숙함
한국 토종 괴수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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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감독 데이비드 리프와 존 셰인펠드가 만든 다큐멘터리 <존 레논 컨피덴셜>은 1960~70년대 반전운동가였던 존 레넌에 관한 영화다. 우리가 제일 잘 아는 존 레넌은 비틀스의 존 레넌이다. 2004년 <롤링스톤>이 발표한 “불멸의 거장들: 역사상 가장 위대한 50인의 아티스트”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영국 밴드의 멤버. 20세기 세계 대중음악사가 낳은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였고, 반전시위와 히피즘, 자유의 60년대에 젊은 대중에게 예수로 추앙받을 만큼 숭고했던 사회운동가. 그의 짧았던 40년의 삶을 몇개의 궤적으로 나눠 간단히 살펴보자.
1. 비틀스와 존 레넌
존 레넌은 비틀스의 가장 최초 멤버다. 1957년, 열일곱살의 존 레넌은 학교 친구인 에릭 그리피스와 함께 비틀스의 전신이 된 밴드 쿼리맨(The Querrymen)을 만들었다. 교회 공연에서 만난 폴 매카트니가 밴드에 합류했고 이듬해 조지 해리슨이 베이시스트로 들어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존 레
[알고 봅시다] 전설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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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이후 솔로로 활동하던 시절 존 레넌에 관한 다큐멘터리 <존 레논 컨피덴셜>의 공동감독인 존 셰인필드, 데이비드 리프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비틀스에 관한 기록 필름이 이미 다량 공개된 마당에, 사후 30년이 다 되어가는 음악가를 이제 와 영화로 다루려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이런 궁금증이 풀린다. 세상에는 잘 아는 것 같은데 실상은 모르는 것들이 많다. 영원한 팝의 전설 비틀스 시절 이후 40살의 나이로 요절하기까지 존 레넌의 삶도 그런 종류인 것 같다. 더불어 그가 고민했고 겪었던 사회현상들이 결코 과거의 일만은 아니라는 점도 알게 된다. 존과 데이비드 감독은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다큐 작업에 대한 열정이 묻어나는 매우 성실한 답변을 보내주었다.
-존 레넌에 대한 다큐를 만들려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존 셰인필드: 존 레넌만큼 유명한 사람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이야기를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비틀스와 존 레넌의 팬으
[존 셰인필드, 데이비드 리프] “오노 요코가 개인 소장품을 기꺼이 공개한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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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영화 <오디션>의 음침한 팜므파탈 시이나 에이히가 이번엔 경찰이 되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았다. 그녀의 출연작 <도쿄잔혹경찰>은 생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미래의 도쿄를 무대로 한 여자 경찰이 신체가 변형되고 훼손된 ‘엔지니어’와 싸우는 이야기. 강렬한 여전사로의 변화다. 2005년 사부 감독의 <홀드 업 다운> 이후 3년간 휴식을 취해온 그녀가 피 튀기고 몸이 잘려나가는 하드고어물로 다시 스크린에 돌아온 이유는 뭘까. 7월24일 부천영화제를 찾은 시이나 에이히를 만났다.
-매우 수위가 높은 하드고어물이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도쿄잔혹경찰>은 잔혹한 묘사가 많은 스플래터영화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루카라는 인물은 본인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을 빼앗긴 캐릭터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돌아갈 곳도 없고, 자신을 믿고 지켜주는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시나리오에 잘 그려져 있었
[시이나 에이히] “여배우로서 예쁘게만 보이는 역이 아니라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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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들이 총기를 난사한다. 이미 컬럼바인의 고등학교와 버지니아의 대학에서, 그리고 <엘리펀트>와 <볼링 포 콜럼바인>과 같은 영화에서 체험했던 상처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미국만의 상황은 아닌 듯하다. 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제10회 서울청소년국제영화제 상영작 <클래스>는 에스토니아의 영화감독 일마르 라그가 연출한 작품이다. 컬럼바인의 총기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미국에 있었던 그는 바로 <클래스>의 이야기를 떠올렸고, 이후 바로 옆나라인 핀란드에서 비슷한 사건을 접한 뒤 영화화를 결심했다. <클래스>와 함께 유럽과 아시아 등 전세계를 돌면서 그가 얻은 반응은 한결같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일마르 라그 감독은 여기에 더해 “어느 시대에나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내가 처음 가졌던 질문은 20년 전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과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거였다.
[일마르 라그] 교실 잔혹사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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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선>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를 통해 액션영화 팬들에게 선명한 인상을 남긴 추조룡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았다. 대중에게는 <매트릭스> 2, 3편에서 선글라스를 낀 보디가드 ‘세라프’로 익숙하지만, 그는 12살 때부터 스턴트맨 생활을 하며 대만과 홍콩의 무수한 액션영화에 출연하면서 잔뼈가 굵은 무술 스타 가운데 한명이다. 극악무도한 악역 연기가 많았던 탓에 인터뷰 전 살짝 긴장을 했지만, 추조룡은 상대방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와 매너로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좋은 배우란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늘 최선을 다해야 하며,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도리어 인터뷰를 하게 되어 감사한다는 특별한 인사말을 남겼다. 3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지면 관계상 모두 실을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형제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유년 시절에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 같은데 성장
[추조룡] “예성이란 가명은 홍금보가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