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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꿈을 꾼다. 그럼 꿈이 이뤄지고 난 다음엔 무엇을 꿈꿀 수 있을까. “장편영화의 주연을 맡아보는 게 막연한 목표”였던 권다함은 <그 겨울, 나는>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권다함의 첫 장편 주연작인 <그 겨울, 나는>은 가난한 공시생과 취준생 커플의 애틋한 겨울나기를 그린다. 신기하게도 좋은 영화와 배우는 서로에게 스며들어 어느새 닮아 있다. 시린 겨울 한가운데에서 담담하게 청춘들을 바라보는 이 영화는 겨울의 끝에 반드시 봄이 오듯 ‘다음’을 연상시킨다. 6년이 넘는 기간 수많은 독립·단편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던 그는 “영화가 개봉한 2022년 12월경부터 3, 4개월간 약간의 혼란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첫 장편 주연이란 목표가 이뤄진 후 다음 단계를 향해 숨 고르기를 하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눈컴퍼니 동료들과 함께하는 이번 전주영화제가 한층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운을 뗀 권다함은 독립영화의 매력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배
[인터뷰] 권다함, 캐릭터 그 이상의 배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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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간절함으로부터 배운다.” 김보라는 아역부터 시작해 오랜 시간 내공을 다져온 베테랑 배우다. 크고 작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스펙트럼을 넓혀온 그는 2018년 드라마 <SKY 캐슬>의 김혜나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후에도 독립·단편 영역에서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중이다. “기준을 정해놓고 작품을 고르는 건 아니지만 되돌아보니 내가 끌린 역할들에 공통점이 있긴 하더라. 낯선 것, 해보지 않았던 것에 더 호기심을 느끼는 편이다.” 그런 김보라에게 배우로서 영화, 드라마, 독립, 상업, 장편, 단편 가리지 않고 분야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묻자 의외의 고백을 털어놓았다. “타의로 시작한 배우 생활이었기 때문에 뚜렷한 목표를 가지기 힘들었다. 늘 해왔고,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관성처럼 달려왔던 것도 있다.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건 함께 연기 공부하는 친구들의 열정을 마주하면서다.” 그저 직업으로 해오던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는
[인터뷰] 김보라, 열정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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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X마중: 눈컴퍼니’ 행사를 통해 이민지는 전주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출연작을 상영하게 됐다. “유독 전주영화제와 연이 없었다. 내 영화가 초청된 게 아니면 남의 축제를 가는 느낌이라 전주영화제에 온 것도 영화과 시절, 친구들과 버스를 대절해 온 게 마지막이다.” 몇년 만에 발을 딛는 전주에선 단편 <반신반의> <뎀프시롤: 참회록> <달이 기울면> <부서진 밤>이 상영되는데, 이들은 전부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 된 작품들이다”. ”나로서도 간만에 관람하는데 과연 요즘 관객이 이 오래된 영화들에 어떤 피드백을 줄지 궁금하다.” 영화 <꿈의 제인>으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고 영화 <사라진 밤> <공조2: 인터내셔날>,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청춘월담> 등에 출연한 그는 눈컴퍼니의 창립 멤버다. “2018년에 네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스무명에
[인터뷰] 이민지, 독립영화 하는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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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는 자신에게 “시작”과 다름없다고, 강길우는 여러 차례 말했다. 미대에 다니다 연극영화과에 재입학한 그는 학부 시절엔 연극에만 몰입했다. 그러다 2018년 단편 <명태>로 영화제에 처음 발을 들였고 장편 <한강에게> <파도를 걷는 소년> <정말 먼 곳> <식물카페, 온정> <비밀의 언덕> 등과 함께 5년간 전주영화제와 연을 맺었다. 지난해와 같이 폐막식 사회를 보며 축제를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소속사 배우들과 행사를 꾸리는 올해는 느낌이 남다르다. “‘우리 집 보여줄게’ 싶은 마음이랄까. (웃음) 가방 하나 메고 출연작의 감독, 배우들과 다니던 곳에 다 같이 우르르 내려갈 생각을 하니 기쁘고 뿌듯하다.” <더스트맨> <비밀의 언덕>과 달리 <초록밤>은 전주영화제 첫 상영이라 의미가 크다고. “<고속도로 가족> GV의 모더레이터로도 선다. 우리끼리 웃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인터뷰] 강길우, 경계를 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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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가 관객을 향한 새로운 걸음을 내디딘다. 관광거점도시 전주가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 관광자원과 영화를 접목한 ‘전주씨네투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주영화X산책, 전주영화X마중, 전주영화X음악, 세 가지 테마로 준비 중인 전주씨네투어 중 전주영화X마중은 독립영화에서 활약해온 배우와 관객이 좀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다. 올해는 제23회 전주영화제 폐막식 사회자로 활약했던 강길우, 이상희 배우를 포함해 국내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소속돼 있는 ‘눈컴퍼니’가 파트너로 참여, 영화로의 산책에 동행한다.
강길우, 권다함, 김보라, 김슬기, 김정우, 노재원, 박소진, 박정연, 우지현, 유의태, 이민지, 이상희, 이석형, 이유지, 임세미, 장선, 전배수, 조수향, 조한철, 한동희까지 눈컴퍼니 소속 20인의 배우들이 총출동하여 독립, 대안의 심장인 전주영화제의 이모저모를 관객과 나누는 뜻깊은 만남이 이어질 것이다. 이에 <씨네21>
[커버] 전주씨네투어 x 눈컴퍼니, 영화로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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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터는 없어>는 2019년 이후 수상작을 내지 않았던 문학동네소설상의 제28회 수상작이다. 소설은 등반가였으나 왼쪽 다리를 잃고 박물관 관장으로 살고 있는 화자가 자신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며 다만, 주인공의 일기장을 통해 그녀의 삶을 재구성할 뿐이라고 못 박으며 시작한다. 측량의 천재, 측정에 대한 집요함으로 측정 도구를 개발한 발명가, 과학자이자 백만장자. 그녀에 대한 수식은 다양하다. 대개의 천재들이 그렇듯 정확하게 측량하고 싶다, 는 목적에만 충실했던 그녀의 일생은 존엄함마저 느껴진다.
그녀는 어릴 때 최소 단위가 가진 허점을 깨닫고 정확한 측량을 배우고 싶었으나, 측량과 계산이 비슷하다고 여긴 담임교사의 착각으로 회계학과에 입학한다. 이후 찌그러지지 않는 햄버거 번을 개발하고 버거킹의 고문이 된 후 버거용 납작양상추, 납작토마토 등을 개발하기도 한다. 천재의 발자취마다 매력적인 위트가 있는 것이 이 소설의 진면목이다. 미얀마에서 단위 도입을
씨네21 추천도서 - <1미터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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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사건을 흔히 ‘소설 같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드라마틱하다’고 할까. 사전을 찾아보니 ‘사건이나 상황이 매우 극적인 데가 있다’를 ‘드라마틱하다’고 설명한다. 일본에서 시청률 50%을 기록한 드라마의 원작 <한자와 나오키>의 작가 이케이도 준의 소설 <육왕>에는 ‘드라마틱’이라는 표현이 걸맞는다. 작가의 전작이 영상화되어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온 데에는 그의 소설 속 서사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동적인 전개 방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선한 의지를 가진 주인공이 업계의 편견과 기득권의 방해를 뚫고 나가 정석대로 노력해 정의(혹은 성공)를 획득하는 서사다. 물론 이는 그의 노력을 옆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 일본 전통 버선 ‘다비’를 만드는 작은 제조회사 고하제야는 기업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지만 시대의 변화로 사양길을 걷고 있다. 4대째 대표인 미야자와는 자기 세대까지는 전통 다비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다
씨네21 추천도서 - <육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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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죽음은 식욕과 미의 감정을 낳는다. 언어를 넘어서는 사색이 있다. 자연이 침묵 가운데 무르익음의 절정에, 부패의 절정에 내주는 사색이다. 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는 말한다. 아름다움은 때아닌 것과 때맞는 것을 나눈다. 노인의 얼굴에, 너무 익어서 터져버린 무화과에, 빵의 균열에, 멧돼지며 사자 같은 맹수의 크게 벌린 아가리에 나타나는 죽음은 때맞다. 유혹적이다. 로고스 없는 이 아름다움은 계절의 한 속성이다.”
‘사색적 수사학’이라는 원제를 가진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은 파스칼 키냐르의 문학론이다. 음악가와 언어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5개 국어를 습득하고 다양한 악기를 익히면서 자랐지만, 어린 시절 두 차례 심한 자폐증을 앓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작가는 1976년부터 갈리마르 출판사와 연을 맺어 원고 심사위원, 편집 교정자, 출판 실무 책임자 등으로 일했다. 1991년에 발표해 후일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세상의 모든 아
씨네21 추천도서 -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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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작가의 단편집 <아오이가든>이 18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아오이가든>을 읽은 독자라면 그 강렬한 이미지를 쉽게 잊지 못했을 것이다. 단편집 속 이야기들은 문명이 붕괴하는 풍경을 담고 있다. 누군가가 실종되고, 어디선가 시체가 발견된다. 멀쩡하게 돌아가는 사회라면 어떻게든 사라진 사람을 찾거나 범인을 찾아낼 텐데, <아오이가든>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 뭔가 찾으려고 해도 쓰레기만 계속 나올 뿐이고, 아이들은 단속반을 피해 더러운 맨홀에서 살아가며, 역병이 돌아 사회 시스템 자체가 망가지기도 한다. 집은 부서져가고 벽에는 곰팡이가 가득하며 이불에는 구더기가 득실거린다. 돈을 벌어 돌아오겠다던 엄마는 오지 않고 아이들은 괴물을 꿈꾸며 다친 상처를 긁어댄다. 이처럼 퇴행한 세계 속에서 사람과 동물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진다. 그래서 <아오이가든>에서처럼 개구리가 되기도 하고, <마술 피리>에서처럼 실험용 쥐가 되는가 하면
씨네21 추천도서 - <아오이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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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란 세상의 이치나 도리를 뜻한다. 으레 지켜져야 할 도리 없는 세계에 내몰린 청소년들이 과거나 현재나 어디나 있다. ‘나’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방관하는 어머니를 견디지 못하고 가출을 감행한다. 가정 밖 세계에는 가출 청소년들이 뒷골목과 모텔촌을 전전하며 무리 지어 다닌다. 단속을 피해 화장실에서 잠을 청하고 무료급식소를 찾아 배를 채우는 한편, 과감히 소매치기하거나 주점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번다. 때로는 미성년자 성매매를 시도하는 어른을 골라 협박하는가 하면, 달리는 자동차에 일부러 접근해서 자해 공갈로 돈을 버는 위험한 짓도 한다. 언젠가 BMW를 사서 몰고 다니는 멋진 어른이 되리라 꿈을 꾸지만, 대체로 계산 없이 충동적으로 현재만을 위해 거칠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미래가 없고, 따라서 성장도 불가능한 세계에서 계속 만족스럽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어느 노숙자가 구해준 방에서 가출 청소년들과 살던 나는 우연히 경우를 만난다. 경우가 내
씨네21 추천도서 - <경우 없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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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_백온유 지음
아오이가든_편혜영 지음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_파스칼 키냐르 지음
육왕_이케이도 준 지음
1미터는 없어_양지예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4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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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연애 빠진 로맨스> <하트> <밤치기> 등 연출
'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회화
요즘 그림에 푹 빠져 있다. 인스타 피드를 넘기다보면 세계 각지의 멋진 화가들의 그림을 접하게 된다. 영화, 음악,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의 신선한 에너지를 받는다. 그림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언젠가 나도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고픈 어떤 것을 회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다.
배우 전종서와 손석구
<연애 빠진 로맨스>를 촬영할 땐 그저 두 사람을 배우로만 생각하고 대했던 것 같다. 지금은 사람 전종서, 손석구에게 더 관심이 간다. 인스타도 염탐하고 기사도 틈틈이 찾아본다. 전 배우는 외국에서 찍은 예술영화를 곧 개봉하고, 손 배우도 연극 무대에 오른다고 하더라.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열심히
[LIST] 정가영 감독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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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발란데르’ 시리즈로 유명한 스웨덴 소설가 헨닝 망켈은 “경찰의 근본적인 덕목은 참을성”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웨이브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에 등장하는 한 형사도 비슷한 말을 한다. “형사 일은 기다림의 미학이에요.” 수사는 지루한 노동이다. 쓰레기 봉지를 뒤지고 남의 집 냉장고를 뒤지고 눈이 빠지도록 증거물과 사진을 들여다보고 야산을 돌아다니고 하수구를 들여다보고 수많은 밤을 거리와 자동차 안에서 범인을 기다린다. 형사의 많은 일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강력 사건이나 장기 미제 사건 너머에 있다. 고작 만원어치 물건을 빼앗으려 칼을 꺼냈던 남자 한명을 잡기 위해 한밤중에 스무명의 형사가 출동한다. 가진 게 없어서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이 가장 무섭기 때문이다. CCTV가 설치된 주민 집에 갑자기 수사본부를 차리고 양해를 구하는 것도, 배가 고파 범행을 저질렀다는 편의점 강도에게 사발면을 끓여주는 것도 전부 형사의 일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국가수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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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대니는 ‘잘 풀리지 않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모든 상황에 대한 불만을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터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 때마침 희생양을 발견한다. 한 운전자가 자신의 차를 향해 경적을 울린 뒤 가운뎃손가락을 내민 다음 떠나버린 것이다. 그렇게 펼쳐진 한적한 동네에서의 분노의 질주를 시작으로 대니와 에이미의 비프(싸움)가 이어진다. 그들은 왜 그렇게 화가 난 것일까. 아니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 분노는 분명 일시적인 의식 상태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왜 성을 참지 못하는 것일까. 드라마 <성난 사람들> 속 대니와 에이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A24의 신작 드라마이자 배우 스티븐 연 주연 작품이다.
<털사 킹>
티빙
드와이트가 25년 만에 출소한다. 뉴욕 마피아 세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그는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과거에 몸담았던 조직을 찾
[OTT 추천작] ‘성난 사람들’, ‘털사 킹’, ‘낯설고 먼’, ‘아들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