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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초월의 대지진이 한반도를, 어쩌면 전세계를 덮쳤는지도 모른다. 시스템은 일시에 마비됐다. 누가, 얼마나,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만큼 국가 전체가 초토화된 상황. 그런데 오직 황궁 아파트만 멀쩡하다니. 경악과 안도가 맞물린 얼굴로 각자의 현관문을 열고 나온 주민들이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유심히 뜯어본다. 복도와 로비에서 공모하기 시작한 ‘황궁인’들은 더이상 집값 논의를 빼면 마냥 데면데면하던 어제의 이웃이 아니다. 그들은 이제 어떻게든 함께 생존해야만 하는 운명 공동체가 됐다. 위기 상황엔 리더가 필요한 법. 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한 후 졸지에 영웅이 되어버린 902호 남자 영탁(이병헌)이 주민 대표를 맡아 아파트 사수에 나섰다. 602호의 젊은 부부, 공무원 민성(박서준)과 간호사 명화(박보영)는 유능한 청년 인력으로 일찌감치 주목받고 있다. 1207호의 부녀회장 금애(김선영)는 특유의 수완으로 여론을 주도하고, 말수 적은 영탁의 옆집 소녀 혜원(박지후)은 어딘가
[커버]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여줄 것과 말하려는 것의 선명한 교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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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지진 이후, 합심해서 생명 연장의 꿈을 꾸게 된 아파트 주민들의 열혈 생존기를 그려나가는 독특한 스릴러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8월9일 개봉한다. 올여름 한국 대작 영화 4편 중 마지막 타자로 극장가에 나설 예정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014년 레진코믹스 연재 당시부터 김숭늉 작가의 문제작으로 등극하며 K웹툰 흥행의 출발선에 합류했던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의 설정을 영화로 새롭게 각색한 결과물로, 메가폰을 잡은 엄태화 감독과 함께 이신지 작가가 각본을 쓰고 조슬예 감독(<디바>)이 각색, 정승오 감독(<이장>)이 윤색에 참여했다. 웹툰의 저력에만 기대지 않고 영화 시나리오 축조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크레딧이다. 여기에 일찌감치 장르영화에 뾰족한 관심을 보인 엄태화 감독의 세심하고 설득력 있는 비주얼이 더해졌다. 호러 단편 <숲>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커버] 여름을 강타할 재난 스릴러 ‘콘크리트 유토피아’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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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며 자장면을 먹고, 해가 지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곳.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독립영화인들의 단체 바캉스다.2008년에 찍은 이 사진에는 방은진, 정병길, 이종필 감독 등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25회를 맞이한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8월4일부터 6일까지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다.
[ARCHIVE] 정동진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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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제물>을 수식하는 이력은 매우 화려하다. 제23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역대 최다 득표, 2023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2023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2위 등이 그것이다. 1990년생으로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로 데뷔한 시라이 도모유키의 <명탐정의 제물>은 1978년 11월18일, 남아메리카 가이아나 공화국에서 신흥종교 신도 1천여명이 집단 사망한 인민사원 자살사건을 둘러싼 추리극을 보여준다. 실제로 같은 날짜에 있었던, 짐 존스가 이끄는 인민사원 자살사건을 연상시키는 설정이지만 “이 소설은 픽션이며 실재 인물 및 단체와는 일절 관계없습니다”로 시작한다.
<명탐정의 제물>의 주인공은 탐정 오토야 다카시. 그에게는 아리모리 리리코라는 뛰어난 조수가 있다. 뛰어나다 못해 오토야를 뛰어넘는 추리를 보이는 인물. 종교 집단 관련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리리코가 인민사원에 대해 알아보
[리뷰] 명탐정의 제물 – 인민교회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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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인형 <리틀챕 패밀리> 카탈로그
리틀챕 인형들은 옛날 인형이라 이제는 구매할 수 없지만, 초심을 되찾고 싶을 때마다 이 카탈로그를 꺼내본다. 물자가 풍족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외제’는 내게 큰 로망이었다.
이 카탈로그를 보며 어릴 적 느꼈던 결핍을 되새긴다.
인형 옷 만들기
인형 옷을 만드는 일은 일이기도 하지만 취미이기도 하다. 그림책 작업이 끝나도 인형을 사 모으고, 옷의 패턴을 사 새 인형에게 입힐 새 옷을 만든다. 마침 새 재봉틀도 최근 구매했다.
유튜브
매체가 다원화되는 시대에 살며, 점차 책이 잊히는 것에 관한 걱정이 있었다. 그 걱정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한 매체만 고집하면 안되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요즘은 책 중심에서 벗어난 콘텐츠 중심의 작품 활동을 고려 중이다.
전시회 <
[LIST] 백희나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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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씨 집안 백도이 회장(최명길)이 줄기세포 시술로 되찾은 아름다움을 뽐내던 칠순 파티날. 25년 세월 내내 냉랭하던 큰며느리 장세미(윤해영)가 여자로서 어머님을 사랑한다 고백한 그 밤. 수백년을 뛰어넘은 두 여인이 단씨네 별장에 당도한다. 조선시대 양반 마님 두리안(박주미)과 며느리 김소저(이다연)는 급사했던 아들이자 남편을 미래 세상에서 재회하고 단등명(유정후)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를 한번이라도 더 보고자 단씨 집안에 붙어살 결심을 한다. 낯선 먹거리에 감탄하는 며느리 소저가 천진한 시간 여행자라면, 얄궂게 꼬인 전생을 아는 주인공 두리안의 심경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TV조선 <아씨 두리안>의 시간 여행은 족보의 재구성으로 인해 전생 아들의 현생 엄마가 전생의 시어머니를 사랑하여 거치적거리는 남편을 주인공에게 떠넘길 궁리를 하는 상황을 만들어냈으니, 이것이 피비(Phoebe, 임성한)월드인가!전생을 믿고 빙의를 종종 일어나는 일로 수용하는 임성한 작가의 인물들, 단씨
[유선주의 드라마톡] ‘아씨 두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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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따뚜이>
디즈니+, 시리즈온, 웨이브/티빙 ▶▶▶
<엘리멘탈>을 보고 또 다른 디즈니·픽사 영화를 찾고 있다면 비교적 덜 알려진 이 애니메이션을 추천한다. 브래드 버드 감독의 2007년작 <라따뚜이>의 주인공은 생쥐 레미(패튼 오스왈트)다. 생쥐라 주방 출입 금지 대상 1호지만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한다. 얼결에 떨어진 파리 최고급 레스토랑 주방에서 한팀을 이룬 청년의 긴 모자 속에 숨어 요리를 진두지휘하게 된 레미는 자신의 꿈에 점차 가까워진다. 음식영화에 대한 기대를 확실히 충족시키는 작품이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한바탕 쇼처럼 펼쳐지고, 완성된 요리는 먹음직스러운 때깔을 자랑한다.
<이층의 악당>
시리즈온, 웨이브 ▶▶▶▷
<밀수>의 김혜수에게 반해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고 있다면 이 영화가 어떨까. 손재곤 감독의 2010년작 <이층의 악당>에서 김혜수는 오랜 우울감으로 감정
[OTT 추천작] ‘라따뚜이’ ‘이층의 악당’ ‘조용한 가족’ ‘콜래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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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 크리에이터·각본 테일러 셰리던 / 출연 조이 살다나, 레이슬라 드 올리베이라, 니콜 키드먼, 모건 프리먼 / 플레이지수 ▶▶▶▷
타깃과 친분을 쌓아 접근한 뒤 사살이란 임무를 완수하는 CIA 라이어니스팀의 리더 조(조이 살다나)는 괴롭다. ISIS에 발각된 팀원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즉사가 나을 거라고 판단해 그가 잡힌 곳에 드론 폭격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센티멘털은 잠시뿐, 곧바로 새 요원 물색에 나선다. 추천받은 신입 크루즈(레이슬라 드 올리베이라)와의 첫 대면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뒤 그를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즉각 새 작전에 투입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작품이 나타났다. 지난 7월23일 티빙에서 2회까지 공개된 파라마운트+ 8부작 시리즈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은 첫회부터 명작의 풍모를 드러낸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로스트 인 더스트>의 시나리오를 쓴 테일러 셰리든이 크리에이터이자
[OTT 리뷰]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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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은 세상을 새로운 시선과 색다른 방식으로 덧칠한다. 왕따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두 소녀 나미(오우리)와 선우(방효린)는 계속된 괴롭힘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로 자살을 꿈꾼다. 반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간 사이 드디어 실행에 옮기는 이들의 설익은 시도는 결국 미수에 그치고, 지옥 같은 현실에서 탈출할 방법을 잃어버린 두 사람은 막다른 길에 몰린다. 그리고 그제야 또 다른 길이 있음을 깨닫는다. 나미와 선우는 자신들을 괴롭히다 전학 간 동급생 채린(정이주)을 찾아가 되갚아주기로 결심한다. 여기까진 한국영화에서 자주 본, 익숙한 전개다. 하지만 기껏 찾아낸 채린은 의문의 종교 단체에 심취하여 착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너무 달라진 가해자 앞에서 피해자들의 혼란은 커져만 간다. 그 와중에 나미와 선우는 채린이 몸담은 단체가 어딘지 이상하고 의심스럽다. 임오정 감독의 문제의식은 학교 폭력에서 시작해 비틀린 믿음과 위선까지 가지를 뻗어나간다. 학교 폭력과 종교 집단이라는 색다른 소재의
[COMING SOON] 지옥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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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6일 수요일 오전 11시,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상자료원)에서 ‘한미동맹 70주년, 기록영상 발굴공개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상자료원은 지난해부터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의 기록물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한국 근현대사 관련 기록영상을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수집 중이다. 올해 영상자료원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및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을 맞이하여 전후 당시 미국과 국제연합(UN)의 전후 복구 실상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다. 이날 개회사를 맡은 김홍준 영상자료원장은 “현재 190여분에 달하는 24개의 영상을 수급했고 연말까지 130여 영상을 추가로 수집해 공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전쟁의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영상을 통해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영상 수집 및 공개 사업의 의의를 정리했다. 시사회엔 김홍준 원장과 김기호 학예연구팀 차장을 포함해 발굴 및 연구의 핵심 연구진인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와 정영신 가톨릭대 사
[씨네스코프] 한미동맹 70주년, 기록영상 발굴공개 언론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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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영원한가? 시민이 정치에 주체적으로 나서며 권리를 수호하고자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유명한 로마 공화정에서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기나긴 역사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연결하는 영화를 본다. 그게 가능한가, 라는 물음을 던진 사람들에게 꿈이 현실로 다가온다. 7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전 건축의 극치를 이룬 곳으로 관광객과 로마인들에게는 더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유적지인 로마와 비너스 신전에 설치된 야외 영화관에서 한여름 밤 영화를 볼 수 있다. 2022년, 로마 역사를 이야기한 영화로의 여행을 시작한 이후 올해도 2년 연속 <쿼바디스?> 상영회가 콜로세움을 불과 20m 앞에 두고 13일 동안 열린다.
<쿼바디스?> 상영회는 콜로세움과 마주한 로마 공화정 광장 끝에 있는 로마와 비너스 신전에 설치된 야외 영화관에서 열리는 행사로, 이탈리아 시네마테크는 고대 건축물과 장소를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해 상영회가 로마의
[로마] 미드나잇 인 로마, 로마와 비너스 신전에 설치된 야외 영화관에서 ‘쿼바디스?’ 상영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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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 라인업이 발표됐다. 먼저 8월30일 개막하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더 킬러>, 마이클 만 감독의 <페라리>,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푸어 띵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에빌 더즈 낫 이그지스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프리실라>, 브래들리 쿠퍼 감독의 <마에스트로> 등이 경쟁부문 섹션에서 상영된다. 눈에 띄는 것은 성추문에 휘말렸던 뤼크 베송 감독의 <도그맨>도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로만 폴란스키의 <더 팰리스>와 우디 앨런 감독의 <쿠 드 샹스> 역시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논란이 예상된다.
9월7일 개막하는 토론토국제영화제에는 세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됐다. 류승완 감독의 <밀수>와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이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엄태화 감독의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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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휴가철이다. 여름휴가로 며칠 쉰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동네 미용실과 카페도 자주 눈에 띈다. 나도 일주일간의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번 휴가의 테마는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좋아’ 혹은 ‘반자본주의적으로 살아보기’이다. 사실 이 말의 본뜻은 ‘느리고 게으르게 살겠다’는 것이다. 돈이 아닌 시간으로 사치를 부려보기로 한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무해한 플렉스라고 생각한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쓰는 일. 정해진 일과가 아니라 무계획과 비효율 속에서 즐거움 찾기. 이번 휴가 기간 동안 내가 실천하고 싶은 것이다.
지난 며칠은 서울에서 정주민이 아닌 여행자의 기분을 내며 돌아다녔다. 적당히 익숙하고 좋아하는 동네에서 평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머물러보는 것이다. 낯선 시간에 낯선 길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지난 화요일 아침 7시30분에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덕수궁 대한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이주현 편집장] 나의 여름 해방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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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업계에도 팬덤이 있었나? 비마이프렌즈가 팬덤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영역은 e스포츠부터 미술관까지 다양한 필드를 아우른다. 롤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소속된 T1, 우승팀 라포엠, 예능 대부 이경규, 심지어 간송미술관도 비마이프렌즈의 솔루션 ‘비스테이지’의 오너다. 플랫폼에 입점하는 형태가 아닌 아티스트 각자가 자신의 플랫폼을 가질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비마이프렌즈가 가진 차별점이다.
- ‘누구나 무언가의 팬이다’라는 브랜드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덕후 DNA’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정말 모두가 팬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
= 팬덤을 공부하면서 굉장히 재미있는 양상을 목격했다. 연예인은 물론 오피니언 리더까지, 누군가를 만나면 사람들은 “진짜 팬이에요”라고 고백한다.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팀에서 일할 때 갤럭시 노트7 배터리 사고가 있었다. 그런데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갤럭시의 순위가 역으로 올라갔다. 삼성전자의
[인터뷰] “영화만큼 강력한 팬덤을 구축할 수 있는 시장도 없다”, 박한나 비마이프렌즈 C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