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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울산역에서 진행된 <라이터를 켜라> 촬영 현장. ‘셀럽’ 장항준 감독의 데뷔작이다. 주요 배역을 맡은 김승우, 차승원, 이문식 배우가 모두 등장하는 장면. 우리가 아는 장난스럽고 가벼운 장항준 감독은 없었다. 연출작보다 출연작이 많지만, 촬영 현장의 장항준 감독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영화를 대했다. 그래서인지 당시 현장 스탭 사이에선 헐렁하지만 카리스마 있다는 뜻으로 ‘허리스마’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허리스마’ 감독님 파이팅, 영화 <리바운드>도 파이팅!
[ARCHIVE] ‘허리스마’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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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고 낡은 스크린, 2단으로 된 객석과 매표소, 영사기 부품과 램프 등 지금은 여느 극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흔적들로 가득한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과 창작자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영화 매체와 감각에 대해 새롭게 사유하는 이곳에서 신수원 감독과 김현정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될 한 장면을 떠올렸다. 앞장서서 동료들에게 보존서명을 독려하는 이명세 감독과 온라인을 통해 마음을 더하고 있는 시민들의 이야기도 전한다.
신수원 감독 | <오마주> 연출
<오마주>를 촬영할 옛날 극장이 필요해서 수소문하다 아카데미극장을 만나게 됐다. 1, 2층으로 되어 있는 좌석에 낡은 스크린, 높은 층고 등 공간 자체가 가진 웅장함이 있었다. 복도 계단 내 벽의 질감이라든지 영사실로 올라가는 사다리라든지, 어린 시절에 봤던 오래된 극장 모습 그대로였다. 세트로 절대 만들 수 없는 고유한 분위기가 있었다. 무엇보다 2시쯤 해가 쨍쨍할 때 열어둔 극장 문을
[기획] 영화인과 시민들이 말하는 아카데미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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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 시도로에 개관한 아카데미극장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폐허가 됐지만 원주는 정치가 안정되면서 도시 재건을 시작했다. 군대 무전 용어였던 ‘시(C)도로’ 혹은 평원로라고 불리는 도로를 따라 영사기사였던 정운학씨가 시공관, 아카데미극장, 문화극장을 순서대로 짓고 원주극장까지 소유 및 운영했다. 전국 유일의 상설극장인 군인극장까지 포함해 원도심 내 5개 극장은 40년 넘도록 지역민들의 문화공간이자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2005년 멀티플렉스 극장이 개관하면서 단관극장이 하나둘씩 철거되었고 아카데미극장은 폐관된 채 15년간 방치됐다.
2016 ‘아카데미로의 초대’
2015년 말, 문화극장이 철거된 이후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자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2016년 원주도시재생연구회와 원주영상미디어센터가 ‘아카데미 살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했고 ‘아카데미로의 초대’라는 시민 포럼을 열어 설문조사를 통해 아카데미극장의 활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단관극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씨
[기획] 시민들이 써내려간 아카데미극장의 역사적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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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는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야외 공연장과 주차장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지난 4월11일 원강수 원주시장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아카데미극장 활용방안’을 이같이 매듭지었다.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지난해 2월 원주시가 아카데미극장 부지 매입을 완료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돼 국비 15억원, 도비 4억5천만원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7월 들어선 민선 8기는 전임 시장이 추진해온 주요 사업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할 것을 요청하며 그중 하나로 아카데미극장 복원 중단을 권고했다. 원주시는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시민, 상인회,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활용 방안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8개월 후, 시는 극장 철거를 발표했다. 철거가 옳은 결정인지 따지기 전에 철거를 결정하기까지 과정상에 문제가 있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1963년에 개관해 환갑을 맞은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오래돼서 가치 있는 극장만은 아니다. 안창모
[기획] 극장을 지켜라, 철거 발표된 원주 아카데미극장…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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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길복순> 등 연출
'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산울림 <회상>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노래. 울적한 기분으로 혼술 마시면 몇번이고 반복해서 듣게 된다. 혹시 나 우울증인가?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조형래 촬영감독이 추천한 넷플릭스 영화. 나에게 이런 영화를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해서 대답했다. “내 능력으로는 무리에요. (웃음).” 사람들에게 더더욱 주목받았어야 했던 작품이다.
위스키
원래 소주파였는데 임시완 배우 때문에 몇년 전부터 마시게 되어 지금은 주 종목이 되었다. 덕분에 술값이 몇배로 든다.
종로, 을지로 노포들
맛집 찾아다니는 게 유일한 낙이다. 근래엔 연출부 친구들과 글 쓰느라 이 동네를 자주
[LIST] 변성현 감독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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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그만 보자.” 사귀자는 말도 사랑한다는 고백도 없는 남자와 4년을 만나던 여자가 끝을 알리는 말에 심장이 아리다. 사귀었다고 할 수 없으니 헤어지자는 말도 가당찮다고 생각해 겨우 고른 말일 테니까. 마주 앉은 남자는 낮에 백화점에서 산 ‘작고 반짝이는’ 증표를 꺼내지도 못한 채, 자신이 야비하고 비겁하며 곁에 있는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었다는 여자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 둘이 엇갈리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라디오 연애상담 코너 때문이었다. 방송 작가인 유리(김지안)는 ‘연애코치 데보라의 연애에 대한 거의 모든 것’에 자기 사연을 익명으로 보냈고, 출판 기획자인 수혁(윤현민)은 연애 ‘궁예질’을 하는 못마땅한 작가로 여겼던 데보라(본명 연보라, 유인나)의 방송을 듣고 반지를 샀다. “벌거벗은 몸은 스스럼없이 보여주면서 관계에 대해 말하는 것만은 쑥스러워하는” 남자 유형을 자비 없이 해체하는 보라의 설득력은 정체된 두 마음을 움직였으나, 결과는 파탄. 본인의 연애 역시
[유선주의 드라마톡] ENA ‘보라! 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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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홀>
티빙 ▶▶▶▷
빅브러더는 이미 현실에 당도했는지도 모른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부터 소비까지 우리의 삶을 철저히 주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래빗홀>은 이러한 세태를 바탕으로 하여 모종의 음모론을 펼쳐낸 첩보 스릴러 시리즈다. 통칭 크라울리로 불리는 미지의 거물이 전 세계인의 개인정보 데이터를 이용하여 주가 조작이나 인구 통제, 나아가 미국의 대선에까지 손을 대려 한다. 주인공 존 위어가 이에 대응한다. 그는 사설 산업 스파이로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 정보 요원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오랜 시간 크라울리의 뒤를 쫓는 인물이다. 단 몇 개의 정보와 단서만으로도 사건을 처리하는 그의 모습은 <셜록> 시리즈의 셜록 홈스를 방불케 한다. <24> 와 <지정생존자>의 주역 키퍼 서덜랜드가 주인공 존 위어를 연기한다.
<최애의 아이>
왓챠, 티빙 ▶▶▶
일본 현지에서 상당한 화젯거리가 된 T
[OTT 추천작] ‘래빗홀’ ‘최애의 아이’ ‘스킵과 로퍼’ ‘우리의 깃발은 곧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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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 감독 유종선, 정원희 / 각본 노윤수 / 출연 김서형, 이시우, 유선, 서영희, 공정환 / 플레이 지수 : ▶▶▷
중년 여성 유이화(김서형)가 한 저축은행에 계약직으로 재취업한다. 경제적 궁핍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이화의 남편 최기현(공정환)이 돈이 많은 탓이다. 기현은 경제 능력이 없는 이화를 업신여기기 일쑤다. 사회경제적 성취만이 인생의 척도인 그는 이화를 인간이나 아내로 대하 기보다 본인 삶의 부품처럼 여긴다. 이러한 상황에 현격한 위화감을 느낀 이화가 직장 생활을 통해 자립의 일상을 개척하려는 것이다. 심지어 이화는 새로운 사랑에 빠지기까지 한다. 상대는 은행 VIP 고객의 손자인 윤민재(이시우)다. 몹시 가난한 처지에도 영화학도의 꿈을 잃지 않는 젊은 대학생이다. 이에 이화는 민재의 곤경을 해결해주고, 본인을 향한 온갖 억압에서도 탈출하려 한다. 방법은 은행 고객의 돈에 손을 뻗치는 일이다.
가쿠다 미쓰요의 소설 <종이달>을 원작으로 삼은 10부
[OTT 리뷰] ‘종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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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 외스틀룬드는 또 한번 관객과 논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이번엔 관객이 더 크게 웃길 바란다. <더 스퀘어>에서 예술계의 위선과 모순을 폭로했던 감독은 이번에 패션 업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협찬을 받고 호화 크루즈에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이 24시간 카메라 렌즈 안에서 자신을 전시하는 동안, 비료계 거물, 무기 업자 등 저마다 자본주의의 그림자 속에서 부를 축적한 슈퍼 리치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만화경처럼 펼쳐지는 식이다. 층별로 나뉜 크루즈의 계급도를 우스꽝스럽게 노출하는 이 냉소적인 코미디는 폭풍우를 맞은 뒤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생존기로 전환되면서 점점 더 볼만해진다. 외스틀룬드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선명하고 거침없으며, 풍자를 위해 때로 산만함을 감수하는 지극히 외향적인 도덕극 <슬픔의 삼각형>은 돈의 세계는 물론 얄팍한 엘리트들의 지성주의마저 해부하며 자기 조롱의 경지로 나아간다.
[Coming soon] ‘슬픔의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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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3>)가 베일을 벗는다. <가오갤3>의 개봉을 기념해 제임스 건 감독과 배우 크리스 프랫, 캐런 길런, 폼 클레멘티프가 한국을 방문했다. 팬들과 만나기에 앞서 이들은 4월18일 오전 10시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프레스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는데도 일찍이 장내를 메운 취재진의 열기가 대단했다. 콘퍼런스 하루 전인 17일 <가오갤3>는 푸티지 상영회를 통해 20분가량의 영상을 미리 공개한 바 있다. 생체 실험으로 평범한 라쿤에서 현재 모습이 되기까지 로켓(브래들리 쿠퍼)의 일대기가 중점적으로 그려질 예정이며 여전히 가모라(조에 살다나)를 그리워하는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새로운 빌런 아담(윌 폴터)이 가오갤 멤버들과 대적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의 여정이 기대되는 가운데, 공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콘퍼런스에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제임스 건 감독은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월드 투어의 시작은 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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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마멀레이드를 사랑하고, 파란색 더플코트와 낡은 빨간색 모자를 쓴, 지난해 작고한 엘리자베스 여왕과도 만나 더욱 유명세를 탄 곰 ‘패딩턴’을 올해 하반기 체험형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체험형 공연으로 재탄생할 <패딩턴 베어 익스피어리언스>는 인기 TV시리즈 <닥터 후>를 체험형 공연인 <닥터 후: 타임 프랙처> 로 제작해 2022년 브로드웨이월드 영국/웨스트엔드 어워드에서 ‘최고의 체험형 공연’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머시브 옥토퍼스가 제작을 맡아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이머시브 옥토퍼스는 <패딩턴 베어 익스피어리언스>의 공연장으로 런던 사우스뱅크에 730평가량의 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옛 지방정부 본부였던 카운티홀을 선택했다.
제작사 측은 “<패딩턴 베어 익스피어리언스>에 참여한 관객은 윈저 가든스 32번지를 방문해, 브라운 가족의 특별한 날을 함께 준비하는 임무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작
[런던] ‘패딩턴’, 마멀레이드 샌드위치 먹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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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강수연 배우의 1주년을 기리는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이 열린다. 강수연추모사업추진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이 주최하고 강수연추모사업추진위원회, 메가박스중앙이 주관하는 이번 추모전은 5월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행사 기간엔 강수연 배우가 출연한 11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5월6일에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처녀들의 저녁식사> <달빛 길어올리기> 3편을, 메가박스 성수에서는 7일부터 9일까지 <씨받이>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아제아제 바라아제> <경마장 가는 길> <그대 안의 블루> <송어> <주리> <정이> 등 총 8편을 만날 수 있다.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의 개막식은 5월7일 오후 6시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리며 배우 유지태가 사회를 맡았다. 또한 가수 김현철과 배우 공성하가 강수연 주
강수연 배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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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과거가 되었을 뿐 사장된 기억을 꺼내 보니 나도 한때는 수면과 식사를 거르고 게임에 몰두하던 때가 있었다. 모니터를 뚫고 들어갈 듯 <스타크래프트>와 세이클럽 맞고에 빠져 지낸 게 내 게임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계속해서 누적된 패배와 사이버 세상에서 모은 고액의 고스톱 머니를 탕진한 슬픔 때문에 다시는 게임에 손을 대지 않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게임을 할 때 느끼는 기쁨과 슬픔은 영화를 보며 느끼는 기쁨과 슬픔과 다르기에, 개인적으로는 늘 게임과 영화의 상호 간 구애에 의구심이 있었다. <툼레이더> <레지던트 이블> <언차티드> <앵그리버드 더 무비> 등 게임 원작 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왜 굳이’라는 물음만 생길 뿐 마땅한 이유를 찾기는 어려웠다. 최근 역대 게임 원작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인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
[이주현 편집장] 게임과 영화의 만남, 슈퍼스타와 <씨네21>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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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캄캄한 극장에 오래 앉아 있는 게 힘들다면 비교적 자유롭고 활동적인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제24회 전주영화제는 그동안 방문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전주의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전주시와 함께 ‘전주씨네투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전주씨네투어’는 야외에서 여유롭게 영화 관람을 즐길 수 있는 ‘전주영화×산책’과 독립영화 배우들이 함께하는 ‘전주영화×마중’, 영화와 라이브 공연을 향유할 수 있는 ‘전주영화×음악’까지 총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관광거점도시 전주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매력적인 공간에 포진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한옥마을과 영화의 거리로만 관심이 집중되었던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전주의 야경 명소와 아름다운 산책로를 소개하며 방문객의 선택권을 넓혔다.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가족부터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만끽하고 싶은 연인과 친구 모두에게 적합하다.
전주영화X산책의 경우, 지난해 개봉한 국
[기획] 함께 걸어요, 전주씨네투어 - ‘전주영화×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