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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자회견이 8월1일 상암동에서 열렸다. 이숙경 서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인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가 지닌 의미를 설명하며 올해 상영작을 아우르는 공통점을 짚었다. “매해 우리 영화제는 당대 여성과 영화인들의 현실을 슬로건에 반영하고 있다. 지금처럼 어렵고 힘들 때 그저 힘내자는 말보다는 이렇게 읊조리는 한마디가 더 큰 위로를 줄 것 같다.” 올해 개막작은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이었던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신작 <쇼잉 업>이다. 조각가인 주인공 리지가 예술가로서 소소한 삶을 영위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국내외 여성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장편경쟁 섹션 ‘발견’에서는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응을 얻은 홍다예 감독의 <잠자리 구하기>, 김보람 감독의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유지영 감독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 등을 포함한 1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쇼잉 업’부터 ‘잔느 딜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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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 유럽에선 40도가 넘는 폭염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고 있고, 미국 플로리다 남부 바다의 수온은 38도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멀리 눈 돌릴 일도 아니다. 최근 강원도 강릉에선 열대야를 넘어 밤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인 초열대야가 발생했다. 정말이지 24시간이 덥다. 어쩌면 지금의 극단적 기후 현상은 지구의 비명일지 모른다. 그 비명을 인간이 모른 척한다면 아포칼립스 영화가 현실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한편 폭염 속에서 4만보를 넘게 걸으며 카트 정리를 했던 대형 마트의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다. 야외에서 고강도 노동을 하는 건설 노동자와 플랫폼 배달 노동자들의 폭염 속 휴식권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휴식권. 일을 멈추고 쉴 권리. 건강에 무리를 줄 수 있는 환경일 때 잠시 일을 멈추고 쉬겠다는 게 무리한 요구일까. 상식적으로는 무리가 아니지만 ‘노동자들의 감독’ 켄 로치의 <미안해요, 리키>를 보면 플랫폼 배달 노동자
[이주현 편집장] 디스토피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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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어 다시금 김용화 감독과 함께한 최태영 음향감독은 <더 문>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생존기’로 요약한다. 여타 SF 우주영화와 달리 <더 문>의 사운드가 ‘현실성’에 방점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록 실제 우주에선 소리가 나지 않지만, 관객이 우주의 소리를 감정적으로 문제없이 수용하게끔 만드는 ‘영화적 리얼리티’가 그의 목표였다. 한편 <더 문>은 동시녹음을 최소화했기에 보통의 장편영화보다 2배의 작량이 필요했다. <기생충> 등 봉준호 감독의 전작을 비롯해 200편이 넘는 영화에 참여해온 그에게도 <더 문>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새로운 시도였던 셈이다.
- 김용화 감독은 <더 문>을 두고 “SF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우주 배경의 영화이긴 하나 현실성과 드라마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음향 측면에선 이 간극을 어떻게 조절했나.
= 여기서 말하는
[인터뷰] ‘소리로 구현한 우주의 리얼리티’, 최태영 음향감독이 말하는 ‘더 문’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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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내고 싶었다”, “잘 만들고 싶었다”. 홍주희 미술감독이 <더 문>의 프로덕션 디자인 제작기를 설명하며 가장 많이 건넨 말이다. 그는 이미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통해 본 적 없는 젤리와 악귀의 세계도 구현해봤고 영화 <형사 Duelist> <음란서생> 등을 통해 경험한 적 없는 조선시대를 만들어낸 바 있다. 하지만 누구도 가본 적 없고 답사조차 불가능한 달과 우주를 그리는 일은 다른 차원의 도전을 요했다. 하이퍼리얼리즘을 추구하며 우주영화를 만들었다는 김용화 감독의 전언처럼 홍주희 미술감독 또한 무엇 하나 넘치지 않되 관객들이 진짜 같은 우주를 즐길 수 있길 바라며 지구 밖 낯선 공간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더 문>의 주조 톤은 설정되진 않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사용되는 컬러는 태양빛의 골드다. 한국항공우주국(KASC) 본부의 조명과 유니폼, 우리호의 태양 계기판 모두 금빛을 띤다. “태양 계기판은 고증
[기획] 근거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홍주희 미술감독이 말하는 ‘더 문’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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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현 VFX 슈퍼바이저는 <미스터 고>부터 <신과 함께> 시리즈, <더 문>까지 김용화 감독의 VFX 세계를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그는 일전에도 <유랑지구><승리호> 등 우주 배경 영화의 VFX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다만 <더 문>의 우주와 달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과제였다. VFX의 상상력과 아날로그 촬영의 균형을 유지하며 극의 현실성을 해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모든 장면의 영상 콘티를 사전 제작하는 프리 비주얼 단계부터 작품이 극장에 걸리기까지, 그의 손을 거쳐 지구에 당도한 <더 문>의 VFX 제작기를 들어봤다.
실제 우주를 재현하다
<더 문>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우주의 모습을 택했다. SF 판타지가 아니다. “달 전체는 우리가 만든 이미지다. 다만 상상력에 기반하기보단 실제 우주의 모습을 최대한 상세히 재가공한 쪽에 가깝다.” 이에 미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하
[기획] 철저한 고증의 VFX,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가 말하는 ‘더 문’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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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과 함께-인과 연>이 끝날 때쯤 <더 문> 원안을 접했다고.
= 그때 시나리오를 몇개 받았다. <모가디슈>는 <신과 함께> 시리즈를 하기 전에 강신성 대사가 쓴 원작 책을 소개받으면서 판권을 구입했다. <더 문>은 원래 회사의 다른 감독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그는 판타지에 가까운 구출 과정을 핸들링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대신 프로듀서가 소재가 너무 괜찮지 않느냐며 내게 이 시나리오를 가져온 것이다. 마침 우주영화를 만들고 싶던 차였다. 8개월 정도 시나리오를 고쳤다.
- 원안과 어떤 점들이 달라졌나.
= 원안의 플롯은 내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담고 있었다.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변화의 폭이 너무 크다. <더 문>은 나쁜 사람이 덜 나쁜 사람이 되는 플롯을 갖고 있다. 원안에서는 재국(설경구)과 선우(도경수)가 유사 부자 관계로까지 이어지는데, 2시간 러닝타임 내에 액
[인터뷰] ‘용서를 구하는 용기’는 인간의 가장 고귀한 행동이다, ‘더 문’ 김용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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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저메키스, 알폰소 쿠아론, 크리스토퍼 놀런, 리들리 스콧, 제임스 그레이…. 자기만의 영화 세계를 공고히 쌓아가는 감독들은 필모그래피에서 불현듯 혹은 기필코 한번쯤 ‘무한한 공간, 저 너머’인 우주로 날아오른다. <더 문>의 김용화 감독 또한 그랬을 터다. 일순간 활공 후 땅에 착지하는 것이 핵심인 스키 점프 선수들에 관한 영화 <국가대표>나 아예 땅밑 사후 세계로 내려가던 <신과 함께> 시리즈를 거친 후, 그는 지상과 지하를 떠나 대기권 밖 달을 향해 영화를 쏘아올렸다.
미디어가 부여한 동시대성
2024년 대한민국은 유인 달 탐사선 나래호를 우주로 쏘아올렸지만 나래호에 탄 우주인 셋을 모두 잃는 참변을 겪는다.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우주 연합에서 탈퇴당하는 수모를 겪고 각고의 노력 끝에 2029년 다시 세명의 유능한 우주인을 달 탐사선 ‘우리호’에 싣는다. 하지만 우리호는 달 착륙 직전 태양풍을 직격으로 받아 우주인 두명이 정비
[기획] 황선우 대원의 우주 생존기, 가족주의와 미디어 활용으로 차별화 꾀한 SF영화 ‘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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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도 우주영화를 만들 기술력을 갖췄다는 찬사는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반응이 됐다. 우주 SF <더 문>은 덱스터 스튜디오의 기술력 이전에 김용화 감독이 천착해온 용서와 구원의 테마가 4K 화질로 구현된 우주에서 어떻게 승화되는지에 관해 먼저 논해야 할 작품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달 탐사에 성공한 근미래 한국이 배경인 <더 문>을 안내하기 위해 영화 리뷰와 김용화 감독의 긴 인터뷰를 실었다. 더불어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 홍주희 미술감독, 최태영 음향감독의 제작기는 이 영화가 구현하고자 했던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상세한 비하인드를 알려줄 것이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더 문>의 리뷰와 김용화 감독 인터뷰, 제작 비하인드가 계속됩니다.
[기획] Over the moon, ‘더 문’ 리뷰와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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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는 군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이전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며 국가적·체계적 책임을 함께 묻는다. 시즌1에서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 천연덕스러운 콤비로 D.P.의 여정을 보여줬다면, 시즌2에서 이 둘은 묵직한 태도의 진중한 안내자가 되어 시청자가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도록 돕는다. 은폐하려 하지만 은폐할 수 없고, 진실이라 믿지만 거짓에 가까운 사건들을 하나의 메시지로 엮어내며 <D.P.>는 그간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았던 사회의 민낯을 다시금 진단한다.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한준희 감독에게 질문을 건넸다.
- 두 번째 시즌은 조석봉(조현철) 사건이 벌어진 뒤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아닌, 시즌1 마지막 회의 연장선인 김루리 일병(문상훈)의 이야기로 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 시즌2를 준비하던 중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조석봉 사건을 목도한 인물들이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을
[인터뷰] 방관자들을 향해 묻다, ‘D.P.’ 시즌2 한준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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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라” 외치며 <D.P.> 시즌1에서 호열이 능청스럽게 등장했을 때 그의 이면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탈영병의 흔적을 능숙하게 좇다가도 D.P. 조장으로서 자신의 가용 범위를 가늠하며 남들 앞에 나서길 주저하는 모습 같은 것 말이다. 그 망설임이 유쾌함 저변에 가라앉은 그의 속내를 짐작게 한다. 그러나 배우 구교환의 말대로 그가 동료들과 다를 바 없는 “보통 청년”임을 깨달은 뒤로 탈영병을 도우려는 호열의 진심은 더욱 선명하게 와닿는다. “한준희 감독이 자신을 잘 써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며 구교환은 본인이 파고든 <D.P.>의 두 번째 챕터 그리고 호열에 관해 들려주었다.
- 시즌제 작품에 연이어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연기한 인물을 또 만나니 반갑더라. 시즌1을 거치며 호열이를 잘 알게 됐지만 시즌2에서 새로운 사건들이 일어나는 만큼 달라지는 지점이 분명 있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보다 시나리오
[인터뷰] 호열이 그 이상의 구교환, ‘D.P.’ 시즌2 구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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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조의 안준호 이병이 일병이 됐다. 전 시즌에서 선임 한호열(구교환)에게 열심히 일을 배웠던 준호는 이제 새로 들어온 후임을 가르치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D.P.> 시리즈는 확연한 변화보다는 연속적인 시간 선상에서 새 시즌의 문을 열며 군대 조직의 유구한 병폐를 드리우는 작품이다. 어떤 변화는 있지만 극적인 분기점은 없는 상태로 문을 여는 <D.P.> 시즌2는 결국 준호로 대표되는 원자들의 작은 각성을 말한다. 극의 관찰자로서 균형을 잡으면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용기를 연기한 정해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 시즌1과 시즌2 사이에 시간 텀이 크지 않다 보니 오히려 변화를 크게 주지 않으려고 했겠다.
= 한두달, 길어봤자 몇 개월 지났을 거다. 봉디쌤 사건 이후 한두달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다. 딱 상황에 따른 변화다. 또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무뎌진다. 트라우마는 계속 남아 있지만 다이내믹한 변화가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인터뷰] 감정을 드러내는 액션, ‘D.P.’ 시즌2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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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D.P.> 두 번째 시즌의 막이 올랐다. 탈영병 조석봉(조현철) 사건의 여파로 D.P.(군무 이탈 체포조) 조장 호열(구교환)은 몇달째 병실 밖을 나서지 못한다. 석봉에 이어 루리(문상훈)가 무장한 채 탈영하면서 다른 후임과 조를 꾸린 준호(정해인)가 그를 찾아 나선다. 한준희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D.P.> 시즌2는 새로운 탈영병들의 사연을 다루는 동시에 이들과 관련된 현실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데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준호와 호열의 고민과 상처 역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확신으로 다시금 뭉친 배우 정해인과 구교환, 한준희 감독을 만났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D.P.> 시즌2 기획이 계속됩니다.
[기획] 환상의 팀워크, ‘D.P.’ 시즌2의 배우 정해인 · 구교환, 한준희 감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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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물을 무서워하는 편이었다고. <밀수>를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길었을 법도 한데.
= <밀수>는 하고 싶다는 마음부터 앞섰고, 그걸 그저 따랐다. 일단 결정을 하고 나면 그 뒤부턴 그냥 ‘하면 되지’ 생각한다. 그리고, 하면 정말로 되더라.
- 최근 필모그래피를 보면 몸을 새롭게 쓰는 일들이 많다. 뮤지컬 <인생은 아름다워>, 와이어 무협 액션을 시도한 <외계+인>, 해녀들의 리더가 된 <밀수>까지.
= 내게 책을 준 분들이 염정아의 새로운 가능성을 머릿속에 그려주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큰 선물을 받아드는 기분이 든다. 내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감독님들의 안목을 믿는 것 역시 배우의 일이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욕심도 때론 동력이 된다.
- <범죄의 재구성> <전우치> <외계+인>을 함께한 최동훈 감독이 ‘몸 못 쓰는 배우’라고 현장에서 곧잘 놀리기도
[인터뷰] 필연적으로 매번 새로워지는, 배우 염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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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무서워하던 이가 <밀수>에 빠졌다. 류승완과 김혜수, 두 이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그렇게 뭉친 막강한 팀으로 구성된 <밀수>의 해녀 활극은 동료들과 주고받은 경외감에 힘입어 염정아가 자신의 캐릭터 엄진숙을 더 신뢰하도록 만들었다. 물 밖에서도 매일 손잡고 같이 종종거렸던 해녀들과의 한철을 보낸 뒤, 염정아는 이제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사람이 됐다. 다음엔 또 무엇을 배우고 어떤 감정에 새롭게 빠져들지 모르는 일이라고, 1991년 데뷔 이래 언제나 뜻밖의 타이밍에 전성기를 누린 이 독특한 궤적의 배우는 유유히 전망했다.
언제부터인가 염정아가 연기하는 인물들은 현실의 귀퉁이를 오려붙인 듯 미덥고 친근한 얼굴로 자리 잡았다. 고생깨나 한 여자들의 황폐한 표정을 그는 여러 번 살아본 듯 재현해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특유의 파리한 아름다움을 호러에 적용하거나(<장화, 홍련>), 예리하게 깎인 이목구비를 일종의 엽기적 면모로 치환하고(
[기획] 그의 영화로운 얼굴들, ‘밀수’의 염정아 배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