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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감독 마이클 만 출연 조니 뎁, 크리스천 베일, 마리온 코티아르, 채닝 테이텀 개봉예정 7월2일
“날 잡으려면 모든 은행을 24시간 감시해야 할걸.” 경찰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냉소를 던지는 이 남자. 1930년대 미국 동부 지역을 종횡무진했던 은행강도 존 딜린저다. 존 딜린저는 미국이 경제 대공황을 겪으며 암울했던 시기 경찰 당국을 공황에 빠뜨린 주인공이다. 입대했던 해군에서 탈영해 식품점을 털었고, 23살 나이에 인디애나주 주립교도소에 수감됐다.
혈기왕성한 20대를 10년 가까운 수감 시절로 소비해버린 탓인지 감옥에서 나온 그는 은행을 털었다. 4개월간 준비한 계획과 기술로 인디애나와 오하이오주의 5개 은행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존 딜린저는 보니 앤 클라이드, 마 바커 등과 함께 미국의 1930년대를 시끌벅적하게 했던 악명 높은 범죄자였지만 단순한 악으로 취급해버리기엔 시대가 파놓은 함정이 너무 컸다. ‘퍼블릭 에너
<퍼블릭 에너미> 조니 뎁과 크리스천 베일의 ‘추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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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 토리노>를 보고 나서, 저 완고한 노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그저 찬미하는 일 외에는 이제 그의 영화에 관해 (적어도 나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무력감을 벗어나기 힘들다. 영화 속의 목사가 죽음에 관해 설교할 때 썼던 표현을 빌리면 ‘쓰고도 달콤한’ 무력감. 이스트우드의 영화 이력은 그 자체가 영화사적 사건이다. 그것은 이전에도 거의 없었지만 앞으로도 있기 힘든 종류의 것이다.
이스트우드의 기적은 만신전의 배우가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가 되었다는 희귀한 사실을 훨씬 넘어선다(물론 이 점에서도 그에 비견할 수 있는 사람은, 무성영화 시대 이후로, 오슨 웰스를 제외하고는 없다). 그는 두 가지 분야의 성취를 각각 이룬 게 아니다. 예컨대 <대도적>(마이클 치미노 감독, 1974)의 도둑 선더볼트, 혹은 <사선에서>(볼프강 페터슨 감독, 1993)의 비밀요원 호리간을, 그가 직접 연출한 <스페이스 카우
[전영객잔] 굿바이, 마지막 서부사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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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살아있다2> Night at the Museum: Battle of the Smithsonian
감독 숀 레비 출연 벤 스틸러, 로빈 윌리엄스, 에이미 애덤스 개봉 5월21일
2006년 크리스마스 히트작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전세계에서 5억7500만달러를 벌어들인 뒤, 감독 숀 레비는 셀 수 없이 많은 감사장을 받았다. 영화를 본 어린이들과 부모, 박물관 큐레이터들로부터다. 극장을 다녀온 아이들이 부모를 재촉해 지역 박물관을 찾았고, 공간적 배경이었던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입장객은 개봉 뒤 20% 증가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오락·교육·상업의 일석삼조 효과를 불러온 셈. 이런 환대와 호응 속에서 속편의 제작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런데 <박물관이 살아있다2>의 스틸과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팬들은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박물관 내부야 어디나 비슷비슷하고 출연진도 그대로다 보니 사진과 영상이 보여주는 그림이 전편과 거의 똑같았기
<박물관이 살아있다2> 이번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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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은 닉슨이 3선에 선공한다는 가정 아래 1980년대 냉전 시대의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화가 힘들다던 복잡한 내용의 원작을 대체로 잘 살렸다는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지만(난 원작 만화를 읽지 않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힘들다), 분명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시대의 각색을 포기한 데서 오는 시대착오적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왓치맨>을 보며 느꼈던 첫 번째 궁금증은 왜 원작에서 벗어난 시간적 가정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가장 간단한 대답은 원작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왓치맨>의 시대착오적인 설정을 유지한 것이 그 속에 내재한 ‘현재성’ 때문이라고 느꼈다. 즉, (그것이 가정이라 하더라도) 미국의 과거를 소환하는 시선 속에 현 미국사회에 대한 징후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 글은 잭 스나이더가 이러한 시대착오적 설정을 유지한 이유를 미국의 현재적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하나의 ‘가설’이다.
[영화읽기] 거세당한 제국은 누가 위로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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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개봉영화 지원제도를 없앴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기저기서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나 역시 그 비판에 동의한다. 영진위가 개봉영화 지원제도를 없앤 것은 심각한 오판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보자. 영진위는 대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일까? 명칭 그대로 국내의 영화산업과 문화를 진흥시키기 위한 조직일 것이다. 영화산업과 문화에서 개인이나 사기업이 하기 힘든 일을, 국가가 대신해서 해주거나 지원해주는 것. 그렇다면 영화산업과 문화의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영화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단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을 빼고.
그렇다면 개봉 지원이란 대체 무엇일까? 개봉 지원을 하는 경우는 대개 저예산영화다. 저예산영화는 만들기도 힘들지만 배급은 더욱 힘들다. 배급 시스템이 상업영화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배급과 마케팅 비용이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의 경우에도 계속해서 개봉이 밀리거나
[김봉석의 독설] 개봉지원 예스! 제작지원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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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 오브 더 로스트> Land of the Lost
감독 브래드 실버링 출연 윌 페렐, 안나 프리엘, 대니 R. 맥브라이드 개봉예정 9월
잃어버린 세계로의 탐험이 시작된다. 코미디 제왕 윌 페렐이 출연하는 <랜드 오브 더 로스트>는 유인원, 파충류인간, 그리고 공룡이 공존하는 평행세계 ‘로스트 시티’에서 펼쳐지는 뒤죽박죽 모험담이다. 엉뚱한 학설을 내세워 망신살이 뻗친 고생물학자 릭 마샬(윌 페렐)은 심기일전, 와신상담을 외치며 학계를 놀라게 할 연구를 위해 정글로 향한다. 마샬과 그의 조수 홀리(안나 프리엘)가 가이드 윌(대니 R. 맥브라이드)의 도움을 받아 강을 거슬러 오르던 중 정체불명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물살 속에 열린 ‘시간의 문’을 통해 일행은 로스트 시티에 불시착한다.
<랜드 오브 더 로스트>는 예습이 필요한 영화다. 마샬 일행이 도착한 세계는 지구의 연대기 중 과거의 어느 시점이 아닌 수수께끼의 시공간이다. 이 세계는 두
<랜드 오브 더 로스트> 수수께끼의 시공간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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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두 번째 시리즈에 궁금한 열 가지
1. 속편의 내용은 뭔가
1편에서 큐브를 획득하는 데 실패하고 내뺀 디셉티콘은 다시 샘 윗위키(샤이어 라버프)를 쫓아온다. 당연히 오토봇들은 디셉티콘의 계획을 저지하려 한다. 전편과 다를 게 없다고? 이번 전투는 위대한 합중국 영토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상하이, 파리, 멕시코는 물론, 이집트 가자의 피라미드에서 클라이맥스가 전개된다. 최소한 전편의 복습은 아닐 거라는 소리다. 예산과 소음만 커졌던 마이클 베이의 <나쁜 녀석들2>가 좀 켕기긴 하지만.
2. 이집트의 피라미드라고? 거긴 뭣하러 갔다니?
1편을 다시 복습해보자.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유래가 기억나는가? 태초에 에너지원인 큐브가 있었다. 이를 두고 전쟁을 벌이던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큐브를 지구에 떨어뜨렸다. <트랜스포머> 1편은 큐브를 찾으려는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지구로 들어오면서 시작된 이야기다. 2편에서는 큐브의 진정한 정체가 드러난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비밀리에 한국에서 찍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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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조> G.I. Joe: The Rise of Cobra
감독 스티븐 소머즈 출연 채닝 테이텀, 레이첼 니콜스, 시에나 밀러, 이병헌 개봉예정 8월
<트랜스포머>가 물론 광범위한 인기를 얻긴 했지만, 그 중심에는 골수 ‘변신로봇’ 팬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오는 8월 선보이게 될 <G.I.조> 역시 이를 가장 열렬히 기다리는 팬들은 ‘밀덕’(a.k.a. 밀리터리 오타쿠)들이다. 차세대 최신 밀리터리 장비로 무장한 군인과 스파이가 자웅을 겨루면서 온갖 화려한 기예와 정교한 테크놀로지를 선보이게 될, 그리하여 다시금 전세계를 압도하는 미‘군’의 세력을 과시하게 될 무시무시한 기대작이기 때문이다.
1964년 첫선을 보인 장난감 ‘G.I. 조’ 시리즈는 지금까지 155권의 코믹북과 95편의 TV 에피소드를 거치며 45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만들어왔다. 이번에 라이브 액션 영화로 선보이는 <G.I.조>는 그중에서
<G.I.조> 밀리터리 오타쿠여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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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Angels & Demons
감독 론 하워 출연 톰 행크스, 이완 맥그리거, 아예렛 주어 개봉예정 5월
스위스의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과학자 베트라가 가슴에 ‘일루미나티’의 상징 낙인이 찍힌 채 살해당한다. 교황청은 종교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에게 도움을 청하고, 랭던은 18세기에 사라진 비밀 결사대 일루미나티가 가톨릭을 향한 복수를 꿈꾸며 부활했음을 감지한다. 베트라 박사의 살인자는 유력한 교황 후보인 추기경 네명을 차례대로 살해할 것을 예고한다. 랭던 박사는 로마 바티칸에 숨겨진 강력한 에너지원 ‘반물질’과 일루미나티의 정체를 24시간 내에 밝혀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한다.
“연이어 르네상스 시대를 재현하게 됐네요. 처음엔 다빈치, 이번엔 갈릴레이입니다.”(톰 행크스) 사건의 시작과 진행 방향은 <다빈치 코드>와 비슷하지만, <천사와 악마>는 <다빈치 코드>보다 훨씬 더 정통적이
<천사와 악마> ‘갈릴레이 코드’의 황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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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Terminator Salvation
감독 맥지 출연 크리스천 베일, 안톤 옐친, 샘 워싱턴, 문 블러드굿 개봉 5월22일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하 <터미네이터4>)은 터미네이터가 등장하지 않는 터미네이터 영화다. ‘심판의 날’ 이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 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가 기계군단과 사상 초유의 전쟁을 벌이는 ‘미래 3부작’의 첫 작품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시리즈의 시간적 배경으로 볼 때 과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연기했던 T-101이 아직 개발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작품은 바로 <스타워즈> 시리즈다. 그것은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1999)으로 새로운 <스타워즈> 3부작이 시작된 이후,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2005)에 이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T-101은 어떻게 등장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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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3월26일(목) 오전 10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수잔은 결혼을 앞둔 평범한 아가씨다. 그러나 결혼식 당일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과 부딪힌 그녀는 기괴할 만큼 몸집이 불어나고, 정체불명의 군인들에게 붙잡혀 이상한 시설에 감금된다. 워 딜러 장군이 지휘하는 이 시설에는 이미 젤리덩어리 밥, 미치광이 과학자 닥터 로치 박사, 물고기 인간 미씽링크, 거대한 벌레괴물 인섹토사우르스가 감금돼 있다. 무시무시한 키와 파워 탓에 ‘거대렐라’라는 별명은 얻은 수잔은 평생을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하지만 어느날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면서 바깥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그를 무찌르기만 하면 자유를 주겠노라는 군침도는 제안하에.
100자평
새삼 싸구려 장르 영화들의 위대함을 느낀다. <몬스터 vs 에이리언>은 인트루 3D라는 새로운 기술과 엄청난 자본력으로 만들어진 21세기형 입체영화이지만, 그 내용물은 50~60년대 B급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채워져 있다. 심지어
고전 장르영화에서 탄생한 21세기형 입체영화, <몬스터 vs 에이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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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할리우드에는 블록버스터 시즌이 따로 없다. 전통적인 여름시장도 급진적으로 앞당겨졌다. 올해를 한번 생각해보시라. 블록버스터의 공습은 4월29일 <엑스맨 탄생: 울버린>과 5월7일 <스타트렉: 더 비기닝>으로 예년보다 일찍 개막한다. 하지만 여름은 어쨌거나 여름 아니겠는가. 우리에게 여름이 휴가와 동의어듯 여름은 역시 블록버스터다. 2009년 여름을 달굴(경우에 따라서는 ‘얼릴’) 10편의 블록버스터. 물론, 성공과 실패는 우리도 장담할 수 없다.
당신의 혼을 확 빼놓을 대공습! 2009 여름 블록버스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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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째 주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일본과의 첫 번째 대전을 기다리며 오후 내내 뒹굴뒹굴했다. 꽤 많은 채널들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야구의 승승장구를 재방송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봉달이’ 이봉주를 봤다. 3월15일 서울국제마라톤에 출전한다는 광고였다. 40살, 40번의 완주 도전이라고 했다. 은퇴를 앞둔 마지막 경기라고도 했다. 잠깐,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그가 달렸던가. 기억이 전혀 없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의 역주는 어렴풋했지만, 그 이후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문득, 궁금했다. 마라토너의 평균 은퇴 시기는 30살 전후. 10년을 더 달린 이유가 궁금했다. 10년 전 그는 이미 지구를 네 바퀴 이상 돈 사나이였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아시안게임과 주요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쉬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었다. 3월15일 대회에서도 그는 약속처럼 끝까지 달렸다. 2시간16분
[이봉주] “내 얘길 영화로? 이문식이 잘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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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쇼핑을 포기하셨다고요?
=물론이에요. 영화를 보셨다면 잘 아시겠지만 전 이제 예전의 쇼핑광 레베카가 아니에요. 크레디트 카드는 모조리 체크 카드로 바꿨고요, 정기적으로 꼬박꼬박 적금도 드는걸요.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내 모든 게 다 달라졌어요.
-흐음. 그럼 가지고 있던 옷이랑 백이랑 구두도 다 정리하신 거 맞나요?
=그럼요. 카드빚을 갚기 위해 개인소장품을 모두 경매로 넘겼잖아요. 물론 저의 마스코트인 그린 스카프만 빼고요.
-흠. 정말?
=어머 기자님. 영화 보셨으면 아실 거면서.
-근데 지금 입고 계신 거 그거 뭡니까?
=아. 이건 말이죠. 그러니까. 흠.
-그거 발렌시아가 셔츠에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에 알렉산더 매퀸 팬츠잖아요.
=이건 제가 산 게 아니에요. 영화 의상 디자이너인 패트리샤 필드에게 협찬받은 옷들이죠.
-협찬받은 옷이라고요? 공짜로 받은 의상이라면 당연히 영화사나 디자이너에게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에이. 왜 그러세요. 한
[가상 인터뷰] <쇼퍼홀릭>의 레베카 블룸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