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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5월22일(금) 오후 2시
장소 씨네코드 선재
이 영화
안산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사범 인호(유준상). 그는 자꾸만 떨어지는 관원수 때문에 고심이다. 게다가 동네에선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치안이 문제라며 방법대를 조직하고 인호에게 대장을 맡긴다. 돈벌이는 안되고 쓸데없는 일만 생긴다고 불평하는 인호. 그는 마음을 다잡고 시범대회를 개최하기로 한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복병이 나타난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남자 로니(마붑 알업)가 시범대회에서 인호에게 대련을 요청한 것. 로니는 인호를 주먹 한 방에 쓰러뜨린다.
100자평
'한국 체육관' 태권도 관장인 인호는 자신이 벌인 시범대회에서 '듣보잡' 외국인에게 한방에 나가 떨어진다. 평범한 한국남자의 의식과 감성을 지닌 그는 자신에게 일생일대의 굴욕을 안겨준 이를 찾아나선다. 이주노동자 로니를 찾는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고, 여기에 또다른 이주노동자 뚜힌이 끼어든다. 영화의 '로니'는 <고도를 기다리며>
<로니를 찾아서> 언론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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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감독인 내가 왜 스틸을 찍게 됐냐고? 사실 처음 스틸을 찍게 된 건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앵글도 보고, 화면 안의 구성요소를 확인하자는 차원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 이유는 정서적인 것에 자리를 내줬다. 물론 현실적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젠 ‘기억’과 ‘추억’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 한 작품 끝날 때마다 꼭 애인과 헤어지는 기분이 드는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순간들을 사진을 통해 떠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스탭들이나 촬영 막간의 장면을 더 열심히 찍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말재주는 없어도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게 ‘찍는’ 것이 아닌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표현하는 방법 또한 찍는 것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난 늘 현장에서 그들을 고생만 시키는 사람이잖나. 촬영이 끝난 뒤 사진이라도 한장씩 나눠주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애정표현이리라.
1. 진구, 머리를 자르다
2008년 9월27일 전북 익산 여산삼거리_첫 촬영날
<마더>의 홍경표 촬영감독에게 직접 듣는 포토 코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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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답게 근사하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에 차는 건 아니다. 칸영화제에 모인 외신들의 평가다. 제62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마더>가 현지시각으로 지난 5월16일 오후 2시 칸의 드뷔시 극장에서 최초 기자시사를 가졌다. 비교적 호의적인 리뷰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많은 언론은 특히 봉준호가 보여주는 비주얼리스트로서의 감각에 주목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봉준호는 TV스타 김혜자의 압도적인 연기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오페라 같은 멜로드라마를 통해 페드로 알모도바르 스타일로 방향을 돌렸다. 기품있는 구성과 무드가 넘치는 촬영으로 가득하다”고 썼고, 프랑스 잡지 <레 인록>은 “봉준호는 범죄영화, 그로테스크한 코미디, 멜로드라마간의 감미로운 혼합을 다시 보여주는 <마더>를 통해 우리가 그에 대해 가지고 있던 호의를 확인시켜주었다”고 평했다. <리베라시옹>은 “카메라 스틸, 연기, 서사. 이 모든 것이 견고한
칸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마더>, 외국 언론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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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과 그의 영화를 이야기하는 건 모험심 가득한 탐험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과 비슷하다. 이미 그 영화의 여정 속을 수십, 수백번쯤 다녀갔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여정이 시작되면 그는 다시금 진지한 자세가 돼 그곳을 탐험하며 생생한 설명을 덧붙여준다. 그는 의례상 던진 질문에도 진지한 고민을 거듭하며, 답변을 하는 중에도 자신의 영화가 가진 함의를 새롭게 분석한다. 봉준호 감독과의 인터뷰가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자신의 영화를 객관화하고 그 안을 끊임없이 후벼파는 그의 본성 때문이다. <마더>에 관한 대화 또한 비슷했다. <마더>에 관한 그의 생각 혹은 그와 함께한 <마더> 탐험 기록을 소개한다.
-칸영화제는 잘 다녀왔나.
=5월15일 떠났다가 어제(19일) 오후에 돌아왔다. 16일 저녁에 영화 상영을 한 뒤 17일 내내, 그리고 18일 칸을 떠날 때까지 계속 인터뷰만 했다. 물론 배우들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였을 것이다.
-내심 경쟁부문 진출을
봉준호 감독이 말하는 <마더> 탐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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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공개됐다. 5월16일 칸영화제에서 첫 막을 열었고, 한국에서도 20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인 <마더>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감각이 곳곳에서 번득이면서도 그의 이전 영화와는 궤를 달리하는 문제작이다. <마더>의 첫인상과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 칸 현지의 반응을 소개한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현장에서 틈틈이 찍은 사진과 짧은 이야기를 담은 ‘포토 코멘터리’는 <마더>의 이면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록이다.
괴이하면서 아름다운 장면이다. 펼쳐진 갈대밭. 아무렇게나 차려 입은 한 중년의 여인이 화면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화면의 중앙에 서자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처음에는 그냥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춤이고 춤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냥 몸을 슬프고 우스꽝스럽게 놀리는 것 같다. 이 여인의 기이한 춤사위에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혹은 그 음악 때문에 그 몸짓이 더 기이하다. 그런데 음악은 갈대밭에서 들리는
다재다능한 장르적 결속력이 돋보이는 <마더>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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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희가 배우가 아닌 작가로 독자들과의 첫 만남을 가진다. 여행에세이집 <이탈리아, 구름속의 산책> 을 출간하게 된 것.
또한 이번 에세이집의 출간과 맞물려 교보문고 창립 28주년 기념으로 진행되는 “국내 스타 작가 10인 친필 도서 판매”프로모션에 지진희가 10인의 작가로 선정됨에 따라 사인회에서 작가로서 독자와 첫 만남을 가지게 된다.
스타 작가 10인에는 지진희를 포함해 이외수, 황석영, 신경숙, 빅뱅, 김진명, 고도원, 신민아 등이 선정되었다.
지진희의 에세이집 <이탈리아, 구름속의 산책> 은 그가 와인을 테마로 이탈리아를 여행한 일종의 여행 정보 서적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신의 물방울> 에 등장하는 이탈리아 와인 권위자 혼마 아스시가 추천하는 와인바와 레스토랑의 정보도 담겨있다.
지진희는 이번 여행을 위해 <신의 물방울> 의 저자 아기 타다시 남매를 만나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와인을
지진희, 작가로 독자들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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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책을 권해주어야 한다면 어떤 책을 권하겠는가. 사람마다 취향은 분명 다르겠지만, 책 판매량으로 알 수 있는 한국 독자들의 선택, 특히 일본 연애소설에 대한 취향은 꽤나 분명한 편이다. 여성 작가라면 에쿠니 가오리, 남자 작가라면 바로 요시다 슈이치다. 요시다 슈이치는 연애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과대포장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도시에서 섬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가장 절박한 형태의 소통이 연애라는 사실을, 그의 소설을 보면 절감할 수 있다. 요시다 슈이치는 1999년에 데뷔하고 2002년 <파크 라이프>로 아쿠타가와상을, <퍼레이드>로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받았고, <악인>으로 오사라기 지로상과 마이니치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동경만경> <나가사키> <랜드마크> <7월24일 거리> <사요나라 사요나라> <사랑을 말해줘>와 같은 작품들이
[요시다 슈이치] 연애에서의 소통은 내게도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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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랑받는 두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와 온다 리쿠가 2009 서울국제도서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연애소설, 미스터리, 성장소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독특한 분위기와 매혹적인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두 작가가 말하는 소설 이야기.
<유지니아> <어제의 세계> 온다 리쿠
온다 리쿠를 처음 알고 꽤 바빴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겨우 다 읽었다 싶으면 이미 새로운 책이 나왔고 그렇게 출간된 책들은 항상 나의 독서량을 앞질렀다. 끊임없이 이야기가 샘솟는 느낌. 그녀는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1992년 <여섯 번째 사요코>로 등단해 지금까지 쓴 소설이 45편. 현재 연재 중인 작품도 8편이다. 미스터리, 추리, SF, 성장담. 장르도 소재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발간된 소설 <어제의 세계>엔 이 모든 게 담겨 있다. 온다 리쿠 이야기의 원동력은 뭘까. 그녀의 후기작들을 차례로 읽고 조심스레 추측해봤다. 서로 다른 장
[온다 리쿠] 이젠 1인 1장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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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개설한 뒤 까맣게 잊고 있었던 펀드가 만기되었다. 계좌 열면서 넣었던 5만원씩 두 계좌, 총 10만원. 환매신청을 하면서 보니, 지난 3년간 내가 10만원을 펀드에 넣어 번 돈이 무려! 무려! 5100원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들이 1천만원대 손실을 보는 동안 1천원대 이익을 보니 기뻐 죽을 지경이다. 그 3년 전 10만원을 제외하고는 투자 비슷한 것도 해본 적이 없지만, 요즘 경제 뉴스는 눈여겨보고 있다. 투자는 안 해도 되지만 월급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가장 재미있게 보는 프로그램은 KBS 인터넷으로 매주 월요일 업데이트되는 <최진기의 생존경제>다. 최진기라는 이름이 귀에 익어 찾아보니, 지난해 8월에 ‘현 정부의 환율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었던 강의를 했던 강사다. 입시학원 강사. 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를 하니까, 신문 경제면 읽기가 쉽지 않은 성인 귀에도 쏙쏙 들어온다. 그래서 입시학원들의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선생님과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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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로 해외 영화제에 참석할 때였다. 로테르담영화제가 끝나고, 다음 라스팔마스영화제까지 한달이라는 시간이 비었다. 친동생이 마침 파리에서 유학 중이었기에 한달 동안 동생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한달 동안 파리 구경 많이 했겠다고? <심즈>만 했다. 부끄럽지만 그렇다. 그래서 길티 플레저다.
물론 정말 내내 <심즈>만 한 것은 아니다. 처음 며칠은 파리 시내도 구경하고 동생 학교에도 놀러가 친구들도 만나고 했다. 그런데 이거 다녀보니 별거 아니더라! 걷다보면 샹젤리제도 나오고, 개선문도 나오고, 에펠탑도 나온다. 퐁피두, 노트르담, 루브르, 퐁네프 다 나온다. 몽마르트르에도 가봤다. 파리가 서울의 5분의 1인가 6분의 1이라더라. 걸어서 웬만한 구경 다 할 수 있다. 그래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볼 게 많지 않냐고? 난 미술 작품 보는 걸 좋아하지만 압도적인 박물관에서 의무적이고 전투적으로 관람하고 싶진 않았다. 옛날 기차역 위에 지어졌다는 오르
[나의 길티플레저] <똥파리>도 해피엔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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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00이란 사이트가 있다. 당첨확률이 높은 번호조합을 알려주는 곳이다. 여기서 배출해낸 1등만 15번이란다. 소문을 듣고 혹했다. 그런데 유료다. 한달에 9900원, 4개월에 3만3천원. 그래도 가입한 사람들은 많아 보였다. 사이트에는 운영진이 당첨자를 인터뷰한 내용도 올라와 있었다. “1등 당첨 비법은 어떤 것인가요?”라고 물으니 당첨자는 “제가 로또00에 가입을 하고 나서 크게 욕심 안 부리고 매주 1만5천원씩 구매를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고는 “로또00에서 뽑아주는 번호를 믿고서 계속 구매를 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과연 이 사이트에서는 어떤 마술을 부리는 걸까. 광고문구에는 ‘유동회귀법을 통해 최적의 예상번호군 선정, 과학적 압축필터링’이라고 적혀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이 프로그램으로 특허까지 받았단다. 대략의 분석방식은 다음과 같다. 6개의 숫자의 합계는 얼마인가. 홀수와 짝수, 높은 수와 낮은 수는 몇 대 몇의 비율로
[오픈칼럼] 지금 믿을 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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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팬으로서 나는 그의 영화가 점점 편안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불편함을 느꼈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이후 솔직히 그의 영화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줄은 예측하기 힘들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보고 느낀 감상은 출구가 없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반복과 대구로 이뤄진 그의 영화형식도, 등장인물의 현실과 미래도, 그걸 보는 우리도 지향성을 잃어버린 듯한 심정이었다. 그게 주인공이 끝내 집으로 돌아가는 걸 보여주지 않은 결말 때문인지, 그래서 앞과 뒤가 대구가 맞는 그의 형식적 대칭이 무너졌기 때문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영화에서 정서적 바닥을 경험한 나는 그 이후의 홍상수 영화에서 꾸준히 상승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그의 신작에 동참하는 편이다.
감춰진 인간성의 사랑스러운 폭로
홍상수의 신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특히 그랬다. 자꾸 제목을 흥얼거리게 되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 다음에 이어지는 여
[김영진의 점프 컷] 인간의 이해, 그 희열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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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영화감독 구경남(김태우)이 제주도의 대학에서 특강을 할 때, 좀 전에 사이좋게 담배를 나눠 피웠으며 구경남의 영화를 두번이나 보았다던 한 여학생이 아까와는 딴판으로 공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드세요. 왜 사람들이 이해도 못하는 영화를 계속 만드시는 거예요?” 구경남은 당황하지만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제 능력과 기질은 하나뿐이 없습니다. 정말로 몰라서 들어가야 하고 그 과정이 발견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과정이 나로 하여금 계속 뭔가 발견하게 하고 그 결과물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드는 겁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구체적인 것을 매번 만날 뿐 체계적으로 미리 갖지 않는 것, 매번 발견하는 것, 단지 감상하는 것, 지금 이 순간에.” 이 말을 듣고 여학생이 조소를 보낸다. “영화감독이 아니라 철학자시네요.”
그날 밤 학생들에게는 저명인사고 구경남에게는 대선배인 화백 양천수(문창길)가 구경남 이하 강의에 참석했던 모두를
[전영객잔] 낯선 그녀가 불러온 청량함, 현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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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항상 논에 있었다. 비가 오는 날에도 햇빛이 쨍쨍한 날에도 행정대집행이 있던 날에도….” 김준호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영화 <길>은 이렇게 담담한 자막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자막 뒤의 첫 장면에는 논에서 뽑아야 할 피의 종류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감독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보이는 한 할아버지 농부의 모습이 보인다. 감독은 흡사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친할아버지의 일손을 도우러 온 손자처럼 벼처럼 보이는 피와 빨간색의 피가 있다는 말을 영어단어 외우듯 반복해 할아버지에게 확인한다. 그리고 비록 우리는 화면에 보이진 않지만 한손에 카메라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이제는 어른이 된 손자가 대견한 듯 끊임없이 소주를 건네는 할아버지가 주신 소주병이 있고, 그리고 아마도 더위만큼이나 술기운에 벌게져서 스스로 농사일을 배우러 온 것인지, 혹은 낮술을 배우러 온 것인지, 사실은 대추리의 미군기지 확장 반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온 것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 감독의- 에잇,
[영화읽기] 살며, 찍으며, 배워나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