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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탈북자 진욱(박인수)은 서울에서의 생활이 두렵다. 하나원에서 사회적응 교육을 받았지만 도통 쓸모가 없다. 형사를 따라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던 첫날, 진욱은 대형마트에 이불을 사러 나갔다가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다. 무작정 집을 찾아달라고 애걸하는 진욱을 택시기사 혜정(최희진)은 내치지 못한다. 혜진 또한 10년 전 북한을 빠져나와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묘한 인연으로 혜진과 통성명까지 나눈 진욱은 이튿날 탈북 동기들을 만나러 부산행 버스를 타지만, 베트남 청년 팅윤(꽝스)을 돕게 되면서 그의 발걸음은 부안으로 향한다.
“언젠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선이 되고 행복이 되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중략)… 난 의도되지 않는 것들이 만들어낸 결과가 좋다.” 김동현 감독은 <상어>를 세상에 내놓은 뒤 그렇게 말했다. 길에 버려진 인간들이 우연히 동행함으로써 결국 집으로 가는 길을 떠올리는 <상어>를 기억한다면 <처음 만난 사람
‘집’으로의 귀환 <처음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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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이 달린다. 달리기 하나로 500만 관객을 숨죽이게 했던 <추격자>의 김윤석이 또 달린다. 새 영화 <거북이 달린다>에서 그는 혼자 탈주범 잡겠다고 용도 쓰고 화도 내고 머리도 써보는 시골 형사를 연기한다. 포효하고 에너지 넘쳤던 김윤석의 장기를 버리고 이번엔 밋밋해지려고 안간힘이다. 느릿느릿 거북이의 보폭으로 김윤석이 달린다.
김윤석이라는 이름은 급작스러웠다. 그 나이 또래의 배우라면 적어도 계통과 전사가 있게 마련이다. 어디 출신이며, 그전까지 어떤 연기를 했고 그리고 유명하지 않지만 작게나마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달랐다. 그는 아침 소란 속, 습관처럼 켜놓은 TV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낯선 미지의 존재였다. 아침 드라마를 기반으로 이름을 알리기에 이 남자의 물리적 나이는 너무 많았다. 게다가 포효하는 듯 휘몰아치는 그의 연기는 첫 등장치고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다른 무엇이 아닌 실력 하나만으로 그는 소리로만
[김윤석]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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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나 링고와 비욕의 어디쯤. 기괴하고 압도적인 음색, 19살 미만 청취 불가의 독한 가사. 혼자 작곡, 연주, 노래, 프로듀싱까지 다 하는 독한 여자애, 센 애. 가수 오지은의 수식어는 모두가 이토록 강했다. 그리고 2007년, 1집을 낸 뒤 음반을 제작하기 전 선판매한 특이한 음반 제작 방식으로 그녀는 배가 터질 정도로 칭찬을 먹었다. 향뮤직에서만 3천장이라는 기록적 판매고를 올렸고, 홍보 하나없이 공중파에서 출연요청이 왔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인디계의 여왕’ 오지은이 ‘지은’이라는 이름의 2집을 발매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만을 재료로 한 단출한 1집의 특성을 버리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중엽, 디어클라우드의 김용린, MOT의 이언, 전자양 등이 세션으로 참여한 한층 스케일이 커진 밴드 음악이다. 이번엔 인디레이블 해피로봇사와 제대로 계약도 했다. 홍대 인디신의 주류 편입이 그녀의 두 번째 음반에 미친 영향에 대해 혹자는 세련됨을 평가했고, 혹자는 다듬어진 야생성을
[오지은] 폴 오스터보다는 애니 프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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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안에서 아줌마들이 열렬히 몸을 흔든다. 홀린 듯 비적비적 자리에서 일어난 엄마(김혜자)도 그들 중 하나가 된다. 지평선에 걸린 태양이 그녀들의 측면에 쏟아지고, 비극적이고도 희극적인 춤사위는 그림자로 변주된다. 아찔하다. <마더>는 기괴한 오프닝으로 시작해 기괴한 엔딩으로 끝맺는 영화다. 인상적인 장면이야 셀 수 없지만, 바람이 음울하게 살랑대는 너른 들판에서 엄마가 괴이한 표정으로 춤을 추는 오프닝과 빛줄기가 여자들의 실루엣을 타고 흘러내리는 엔딩만으로, 봉준호 감독의 신작은 무서운 마력을 발휘한다. 그러니 그와 처음 협업한 홍경표 촬영감독의 작업 또한 자연스럽게 궁금할 수밖에.
벌써 개봉을 앞두고 있건만 홍경표 촬영감독은 모성이라는 강력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했다. 그렇다면 <마더>를 “금방 안 잊혀지는 여자”라고 말하던 그에게, 이 끈덕진 엄마는 어떤 영감을 던졌을까. <챔피언>(2002), <지구를 지켜라!&g
[홍경표] 꿈처럼 찍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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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가 시청자 배우를 공개 모집한다. 파란만장 동네방네 일상 코믹 활극을 표방하는 <태희혜교지현이>의 제작진들이 “뭘 좀 아는 동네 언니들을 모십니다”라며 시청자들이 TV에 직접 출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
시청자 배우 오디션에 응모하려면, <태희혜교지현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사진과 함께 자기소개가 담긴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모집기간은 6월 21일(일)까지이며,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1차 서류 심사, 2차 오디션을 통해 최종 합격된 시청자들은 <태희혜교지현이> 출연진들과 기념 촬영은 물론, 본인 출연분 영상을 따로 증정받게 되며 소정의 기념품도 주어진다.
<태희혜교지현이>, 시청자 배우 공개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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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MBC 인기 드라마 <하얀 거짓말>에 015B의 기타리스트 장호일이 특별 출연한다.
장호일은 극중 나경(임지은 분)의 전 남편인 기영 역을 맡았다. 정우(김유석 분)와 나경의 태도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신여사(김해숙 분)가 두 사람을 이혼시키기 위해 마침 나경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전 남편 기영을 만나게 된 것.
최근 연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장호일은 “워낙 인기 있는 드라마이기에 부담감도 크지만 해보고 싶었던 배역이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극 중 악역인 나경에게 복수하는 또 다른 악역 캐릭터를 맡은 장호일은 ‘개인적으로도 착한 역보다는 그런 색깔 있는 역할이 끌린다’면서 출연진들의 탄탄한 연기가 <하얀 거짓말>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고 배우들의 연기에 놀라워했다.
이번 드라마 출연을 위해 의상부터 이미지까지 열심히 준비했다는 장호일은 6월 5일 방영분 까지 특별출연
장호일,<하얀 거짓말>특별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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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분향
[정훈이 만화] 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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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송>은 모두가 기억하는 선율이다. 광활하게 펼쳐진 알프스 산맥의 푸른 능선 위에서 아이들에게 <도레미송>을 가르치며 기타를 치던 마리아 선생님(줄리 앤드루스)의 발랄함은 추석 명절에 모인 가족들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최근 우유광고에 필요한 장소를 찾기 위해 이 영화에서 본 듯한 ‘아름다운 목초지’를 찾아 나섰다. 넓은 초원에 펼쳐진 목장, 목장을 둘러친 하얀 나무 목책, 그 안에서 젖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곳, 여기에 아이들이 뛰어놀 만한 넓은 공간과 비포장 진입로와 호수까지 갖춘 곳이어야 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은 없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면 물이 없었다. 물이 있다치면 경쟁사에 우유를 납품하는 곳이라서 촬영이 어려웠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야생들판 같은 곳만 있었다. 물론 이 조건들은 우리가 만든 ‘실격사유’일 뿐이지, 정작 그 목장들은 너무도 잘 관리됐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좋은 장
[기어코 찾아낸 풍경] <사운드 오브 뮤직>, 어디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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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회 칸 영화제 개막작이었던 3D 애니메이션 <업>이 5월29일 금요일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상업성과 작품성에서 고른 찬사를 이어온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에서 만든 10번째 작품으로,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월·E>의 뒤를 이어 10개의 작품 중 4번째로 높은 개봉기록을 세웠다. 수만개의 풍선을 메단 집이 둥실 하늘로 떠오르는 예고편으로 관객의 기대를 모은 <업>의 80세 노인 칼과 8살 꼬마 러셀이 남아프리카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몬스터 주식회사>를 만들고 <월·E>의 원안을 제공한 피트 닥터가 메가폰을 잡았다.
<업>의 개봉과 함께 지난 주 정상을 차지한 <박물관이 살아있다2>(이하 <박물관2>)는 2위로 한계단 물러섰다. 그러나 전세계 수입으로는 <박물관2>로 향하는 관객의 물결이 거세다. 100개 국가에서 상영 중인 <박
픽사 애니메이션 <업>, 개봉 주 6820만달러로 두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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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영화의 함정은 그중 몇편은 꼭 이름값 못하는 졸작이 끼어 있다는 것. <텐 미니츠 트럼펫>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짐 자무시의 대체로 아름답고 얼핏 고독한 10분 덕분에 이 영화는 살았다. <텐 미니츠 트럼펫>에 4번째로 수록된 ‘실내-트레일러-밤’은 예상대로 흑백화면에 무성영화여도 상관없을 법한 간결한 상황(소리를 죽이고 들어도 무슨 내용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그리고 담배와 여자가 등장한다.
첫 장면, 어수선한 영화 촬영장의 한가운데서 촬영용 스탭 파카를 입은 한 무리가 등장한다. 그중 가운데 인물은 싸구려 털뭉치를 덧댄 모자를 쓰고 있어도 턱과 입술이 아름답다. 곧 ‘아름다운 턱’은 자신의 트레일러로 들어와서 모자를 벗는다. 클로에 셰비그니, 영화 속에서도 여배우 역할이다. 이제부터 그녀에게 주어진 단 10분의 휴식시간이 쏜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트레일러 안에는 시든 화분과 휴대용 시디플레이어, 옛날식 독서등과 블라인드에 덧댄 벨벳 커튼이
[그 액세서리] 10분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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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길바닥에서 영화를 보게 생겼다. 13회 인권영화제가 6월5일부터 7일까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다. 지난해 상영등급 분류를 거부하며 극장을 잡지 못했던 인권영화제가 올해도 같은 이유로 거리 상영을 한다(자세한 내용 참조). 영화제쪽은 “표현의 자유, 문화 향유권 보장을 위해 거리 상영에 나선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영화제는 등급분류 없이 자유롭게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완전등급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는 영화제 기간이 7일에서 3일로 줄었다. 청계광장은 한 단체에 최대 3일까지만 사용이 규정되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란다. 그래서 영화제쪽은 영화제 기간이 끝난 뒤(6월11~14일) 마포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재상영을 한다. 상영관이 허허벌판에 가까운 광장이기에 스크린 상영에 필요한 기타 시설도 없다. 모든 영화는 전광판으로 상영된다. 그야말로 영화제 자체가 투쟁인 셈이다.
상영작들도 투쟁 일색이다. 특히 국내 신작의 경우 큼지막한 사건들이
다시 투쟁의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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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지지자들은 그의 갑작스런 죽음을 ‘순교’라 불렀다.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선 사내 상현(송강호)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상흔과 지역감정의 늪에 빠진 우리 정치현실을 지켜봐야 하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괴로워했다. 그때까지 그는 세무공무원이던 형과 ‘환상의 복식조’를 이뤄 걱정없이 살던 평범한 변호사였다. 어느 날 그는 부산의 이른바 ‘부림 사건’으로 체포되고 고문당한 청년들의 바스러진 육체를 보며, 이 한몸 바쳐 이 나라 정치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심을 지키기 위해 상현은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눈앞에 임박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세번이나 정치적 사망의 문턱에 이르는 상황에 놓였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내에게 수혈해준 것은 평범한 민초들이었다.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노란 깃발’을 들어 그 남자를 응원했고, 그들의 열정을 쏟아부어 그 사내에게 수혈했다. 되살아난 그 남자는 이 나라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쥔 ‘절대자’가 됐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뒤집는 시나리오]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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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한국-뉴질랜드 공동영화제작협정이 체결됐다. 2006년 한국-프랑스간 협정에 이은 두 번째 공동제작협정이다. 그리고 2009년 5월28일, 주한뉴질랜드대사관과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진흥위원회는 협정과 관련해 영화국제공동제작세미나를 주최했다. 뉴질랜드의 프로듀서 로빈 스콜스를 세미나 하루 전인 5월27일에 만나 이번 모임의 의의와 협정 뒤 만들어지는 첫 공동제작 영화 <소울메이트>에 대해 물었다.
- 이번에 열리는 영화국제공동제작 세미나에 대해 소개해달라.
= 2008년 9월 체결된 ‘한국-뉴질랜드 공동영화제작협정’을 전제로 양국의 이해를 위해 마련한 자리다. 세미나에서는 협정의 의미와 향후 협력관계, 양국 산업의 차이, 펀딩 등을 논의한다. 한국 제작자들이 뉴질랜드 펀딩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도 설명한다.
- 협정체결로 인해 한국영화산업이 얻게 되는 혜택은 무엇인가.
= 뉴질랜드 제작자들은 오래전부터 공동제작과 해외 예산확보를 추구해왔다. 산업 규모
[spot] 제작비 환급제도, 한국 정부에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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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의 일명 ‘세팍타크로 형사’(시나리오상 이름 ‘홍조’)가 “요즘 애들은 <CSI> 이런 거 봐서 되게 샤프해요” 같은 대사를 웅얼거리듯 흘리면 관객도 웃음이 슬며시 새어나온다. 도준에게 사과를 물리고 무지막지한 세팍타크로 발차기를 날리면서(이 장면은 CG의 도움으로 꽤나 실감난다) 날것의 생경한 위협을 책임지기도 한다. 동네 건달마냥 껄렁껄렁하고 어수룩해 보이는, 그러나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역할이다. 극단 연우무대의 젊은 주역 송새벽이 이 역을 맡았다. 봉준호 감독은 연극 <해무> 속의 그를 보고 주저없이 캐스팅을 결심했고, <마더>에서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배우’로 송새벽을 꼽은 바 있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키가 크고 영화 자체도 파워풀하기 때문에”, 처음 만났을 땐 잔뜩 위축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송새벽은 봉 감독의 친화력과 정열에 매혹됐다. “감독님은 어떨 땐 천재
[송새벽] 심드렁한 표정 뒤의 날카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