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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그러니까 이제는 1편인 그 영화가 나왔을 때 사라 오코너(린다 해밀턴)의 묵시록으로의 여행에 매혹을 느꼈다. 1984년 미래의 ‘영웅’을 잉태한 그녀는 CG 먹구름이 몰려오는 지평선으로 차를 몰아간다. 물론 영화의 시작도 인상적이다. 조수아 트리가 있는 사막으로 도착하는 미래. 이후 속편이 나오면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새로운 CG를 실험하는 장이 된다. 금속액체 터미네이터가 등장하던 2편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의 금속 변형 액체 CG는 광고 영상의 애호물로 자리잡는다. 이 영화가 제시하는 시간여행은 평행우주에 대한 사고에 엔터테인먼트의 당의정을 입힌다. 또한 ‘터미네이터’라는 말은 우리에게도 일상적 통용어가 되어버렸다. 당시 비디오 복제를 막는 코드를 푸는 기계를 주문했더니 이름이 터미네이터였고, 문제 해결사도 터미네이터, 개미 퇴치제도 터미네이터였다. 아, 터미네이터의 세상!
인간과 기계는 무엇이 다르지?
<터미네
[전영객잔] 비상사태는 시대를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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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난감한 고민에 빠졌다. 내가 본 건 분명 정념이 넘치는 장면들의 연속이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건조한 걸까. 분명 김혜자는 세상에서 가장 히스테리적인 엄마였는데, 그 히스테리의 뜨거운 흔적이 왜 내 마음에서는 널뛰지 않고 식어버리는 걸까. 이 영화가 걷잡을 수 없는 광기보다는 잘 주조된 장르영화의 구조에 우위를 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단정하고 말기에 (대부분은 김혜자의 것인) 개별장면의 정서적 과잉과 영화 전체의 치밀하게 정돈된 느낌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그 점이 극장을 나서는 나를 불안하게 했고, 간극의 이유를 영화에서 찾아내는 것이 <마더>를 이해하는 하나의 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절을 드러내는 클로즈업
그 간극에 대한 느낌은 이렇게 바꿔 말할 수도 있겠다. 개별 숏의 밀도는 높지만, 이들이 전체적으로 연결될 때 밖으로 폭발하지 않고 내부로 자꾸 밀고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이를테면
[영화읽기] 폐쇄적이고 슬픈 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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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가 전지현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기사가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블러드>에는 일본과 프랑스 등의 자본이 들어갔을 뿐 할리우드 영화사는 참여한 적이 없다. 논란이 일자 <블러드>의 수입사와 배급사 등에서는 할리우드영화라고 발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어딘가에서 북미지역에서 상영된 ‘광의의 할리우드영화’라는 말도 나왔다. <블러드>는 아직 북미에서 개봉하지 않았고, 7월경으로만 일정이 잡혀 있다. 게다가 그런 논리라면 <디 워>도 할리우드영화에 포함되는 것일까? 물론 요즘에는 영화의 국적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한편의 영화에 몇개국의 영화사가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제작비를 투자하는 것은 이미 흔한 일이 되었다.
‘일본 원작 영화화한 화제작’이 더 맞는 표현
굳이 이해해준다면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할리우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한발을 내딛는 영화 정도가 될 텐데, <블러드>가 그런 역할을 할는지는
[김봉석의 독설] 한국에서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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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지 않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어쩔 수 없이 보고야 말았다. 지난 칼럼을 읽고 관심있는 소설가들에게서 연락이 온 까닭이다. 소설가 두명과 함께 극장을 찾았는데, 거기서 또 두분의 유명한 소설가 선생님을 만나 인사를 드렸다. 이거 뭐 소설가 단체 관람도 아니고…. 아무튼 열다섯명 남짓 들어찬 극장에 소설가가 다섯명이나 되는, 게다가 스크린에서는 김연수 소설가가 연기를 하는,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었다. 나는 지퍼가 머리끝까지 올라가는 후드짚업을 입고 갔는데 민망한 장면이 발생할 경우 뒤집어쓰기 위한 것이었다. 다행히 쓸 일은 없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심하게 표류하여 영화 <김씨표류기>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도 좋겠다 싶은 파티장면을 빼고는 그럭저럭 봐줄 만했다. 특히 술 먹다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훌륭하기까지 했다. 역시 연기란 생활에서, 체험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인가 보다. 이제야 그토록 오랫동안 함께 술 먹은 보
[나의 친구 그의 영화] 그 자리에 샐비어가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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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는 조르주 피에르 쇠라(1859~1891)는, 과학자의 업무에 참견한 화가라고만 여겼다. 색 입자를 엄밀하게 병치하고 그 종합은 관람객의 눈에 맡긴다는 신인상파의 광학적 기획은 분명히 치열하고 참신하다. 점묘파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리기’의 과정을 그토록 노골적으로 까발린 유파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뭐? 빛이 자아내는 인상과 감흥을 이른바 객관적으로 화석화하는 것. 거기에 어떤 아름다움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가 내 오만을 거꾸러뜨렸다. 셀린(줄리 델피)과 제시(에단 호크)는 저녁의 비엔나 거리를 거닐다 쇠라의 드로잉 전시회 포스터를 발견한다. 포스터의 그림은 <철길>, 그리고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을 위한 습작 중 하나다. 셀린은 언젠가 미술관에서 <철길>을 45분이나 쳐다본 일을 회상하며 예의 총명한 관찰을 들려준다. “이 그림 속에서는 환경이 인물보다 강해 보여. 쇠라가 그린 인간은 언제나 덧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 우주의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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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저씨’한테서 문자가 왔다. 저녁때 약속있냐. 약속은 없지만 일이 많아서. 답장했다. 누구누구누구 보는데 시간있음 와라. 상황 봐서 연락드리겠슴다. 저녁에 전화가 왔다. 다 모였는데 잠깐이라도 와라. 어려울 거 같은데, 끝나면 연락드리죠. 이후 한 시간 간격으로 오는 문자. 아직도 안 끝났냐. 잠깐만 들러라. 블라블라블라.
아무리 아저씨를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그래서 현미경으로 잡아내도 한두 가닥 잡힐까 말까 하는 아저씨의 미덕들을 불철주야 뒤져도 결정적으로 아저씨에게 정붙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귓구멍이 막힌 거냐? 눈치 좀 보고 살아라. 이것들아.
내 생각에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처지는 뱃살도, 물수건으로 겨드랑이 닦는 매너도, 처음 본 사람에게 반말 찍찍 내갈기는 권위주의도 아니다. 눈치가 없다는 것이다. 남자의 사회화 과정에 대해서 장황하게 쓸 생각은 없다. 다만 관찰한 바에 의하면 남자들의 상당수는 청년 시절의 수줍음이나 두려움 등을
[김은형의 아저씨의 맛] 님하, 눈치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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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나날이었다. 여성영화제를 보내니, 전주영화제가 닥쳤고, 전주 출장을 다녀오니, 환경영화제가 기다렸다. 전주의 기운을 떨쳐내기도 전에 찾아들었지만 환경영화제의 상영작들은 각별했다. 상처 입은 자연은 위태로웠으며, 멸종 직전의 산골 마을은 유독 외로워 보였다. 간혹 유머로 칼을 벼린 블랙코미디도 있었다. 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충분히 위협적인 메시지들. 특히 <이보, 동물원 고릴라의 일생>은 기이한 목소리로 가득 찬 다큐멘터리다. 환경영화제 기획에서 미처 꺼내놓지 못한 이야기를 여기 적는다.
18살짜리 수컷 고릴라 이보에 대한 ‘비공식적인 전기영화’인 이 다큐는 인간 여성들의 한탄을 흘려보내면서 시작된다. 그 목소리들은 요즘 남자들에 대해 불평한다. 묘한 오프닝이 지나면 이보의 생을 추적하는 기록들이 이어진다. 동물원 관계자는 암컷 고릴라와 교미하지 못하는 그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중년 여성들은 “이보가 정말 특별하다”고 입을 모으는 반면, 동물원의 일
[오픈칼럼] 싱글 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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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쏭바강>은 박중훈이 연기 인생에서 겪은 그 모든 고통의 마침표라 보면 된다. <바이오맨> 촬영 당시 악어 사건에 맞먹을 정도의 불기둥 사건도 겪었고, 매일 사우나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은 더위와의 싸움도 지옥 같았다. 미국 유학 뒤 멋진 복귀를 꿈꿨고, 5편의 영화가 엎어지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던 TV드라마 출연이 생각지도 못한 체험으로 다가온 것이다. 당시 붕따우에서는 <하얀 전쟁>(1992) 스탭들이 머물 때 귀신이 나왔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숙소에서도 잤다. 박중훈이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귀신 봤다는 스탭들도 꽤 됐단다. 그만큼 <머나먼 쏭바강>의 고통에 대해 말하자면 정말 끝이 없다. 더불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위험천만한 촬영이 수시로 이어졌다. “대역 없이 다 했어요”, “위험을 무릅쓰고 제가 했어요”라는 후배들의 얘기를 들어도 어딘가 개운하지 않은 것은 그런 경험에서다. 진정 프로페셔널한 배우라면 자
[박중훈 스토리 10] ‘배씨’와는 왜 말도 안하려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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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영화에 대한 최상의 해설자는 물론 감독 자신일 것이다. 작업 방식의 면에서 박찬욱은 굳이 나누자면 로베르토 로셀리니보다 앨프리드 히치콕에 가까운 사람이다. 히치콕과 달리 배우의 즉흥 연기를 존중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는 치밀하게 설계하고 통제하며 장식한다. 현장에서의 창의성을 멈추진 않는다 해도 그는 엄연히 계획과 구축의 예술가이다. “나는 스토리보드 전문가를 고용했고, 숏과 카메라 앵글마다 그릴 것을 요구했다. 나는 스토리보드 구상에 매우 꼼꼼하다. 먼저 머리 속에 영화를 착상하고, 스토리보드를 만든 다음, 촬영 중에는 큰 부분을 수정하지 않는다. 스토리보드의 95% 정도는 영화에 남는다.”(<포지티프> 2008년 5월)
<박쥐>는 많은 평자들이 지적했듯이 몇 마디로 간추리기 힘든 다면체의 영화다. 인터넷에서 보는 관객평의 다수도 이 영화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가 자신이 가장 많이 담긴 작품이라고 말했다. 감독 자신의
[전영객잔] 무한변주될 근친상간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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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드라큘라>가 개봉했을 때 일군의 사람들은 그가 영화의 발명과 유년기에 관하여 낭만적인 방식으로 회고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장면을 예로 들었다. 코폴라는 흡혈귀가 낮에는 힘이 좀 약해질 뿐 돌아다닐 수는 있다는 가정하에 런던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드라큘라의 장면을 만들어 넣었다. 이 장면을 마치 초창기 무성영화의 화면처럼 재현했다. 때를 보면 영화의 탄생을 알린 1895년이다. 도심에서 미나를 만난 드라큘라는 극장에 들어가 영화를 보기도 한다. 그리고 뤼미에르의 <열차의 도착>은 아니지만, 기차가 들어오는 화면이 그들의 등 뒤로 잡히기도 한다. 브람 스토커의 원작 <드라큘라>에는 전부 없던 내용이다. “이는 다분히 스토커의 소설이 출간된 시점에 태어난 영화 예술에 경의를 보내는 것이었다”고 질 메네갈도는 “공포의 검은 화면”이라는 글에서 쓰고 있다(이 글은 국내 출간된 <드라큘라>(이룸)에 수록되어 있다).
코폴라는
[정한석의 블랙박스] 영화는 흡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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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인간들이 겪는 일반적인 고통 중 하나는 외로움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살 사건들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우울증도 결국은 홀로 처리하기 힘든 문제들에 봉착한 인간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지독한 외로움으로 인해 발병한다. 그들은 SOS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그 신호가 적적한 수신자를 찾아 닿지 못하면 그들의 생은 좌초당하고 만다. <김씨표류기>는 전혀 다르지만 어딘지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된, 외로움이라는 벼랑 끝에 선 두 남녀의 이야기다. 남자는 직장, 여자, 돈으로부터 버림받고 목숨을 끊으려다 세상이 잠시 잊고 있던 공간 속에 숨어들었고, 여자는 오랜 따돌림으로 상처받고 자기 방 안으로 숨어들었다. 그렇게 어딘가로 숨어든 그들이 어렵게 서로를 발견하고 아무도 듣지 않았던 자신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실패한 그들은 우리 안에 있으니
이 영화는 경제적 능력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자본주의 시장논리와 물리적 공간과 계급 나이를 초월해 모든 이들을 평등하게
[영화읽기] 그래도 동정을 구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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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총장이 사퇴했다. 원래 학내 투표 결과, 총장으로 추대된 사람이니까 외부에서 오는 다른 임명직과 달리 내년 2월까지 임기를 모두 채운 뒤에 물러나겠다던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자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공금 유용(액수를 보면 누군가는 또 칼럼에서 잡범 수준이니 용서하자고 할 것 같은데)과 근무지 이탈(한 기사 댓글에 따르면 “총장이 대학교 수위냐고요?”) 등의 책임을 물어 교수직 파면까지 가능한 중징계 절차에 나섰고, 그 결과 그는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는 것. 듣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시인을 잡범 수준으로 만들어 내쫓다니,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를 체육적으로 관광하시는 곳인가효?
영화 보기 전 새떼처럼 일어나던 그 시절
바야흐로 애국 정도는 한번 해주셔야지 총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시절이 찾아온 것 같다. 거기까지면 좋은데, 여기서 더 나아가 애국 정도는 한번 해주셔야지 영화를 보는 시절까지 다시 찾아오는 게 아닌가 모르겠
[나의 친구 그의 영화] <전원일기: 더 보겠니>를 수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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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의 전국투어 콘서트에서 8집 정규음반 수록곡 두 곡이 먼저 공개된다.
서태지 컴퍼니 측은 오늘 6월 13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릴 공연에서 서태지 8집 정규음반에 수록될 신곡을 먼저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신곡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이니만큼, 완벽을 기하기 위해 서태지와 그의 밴드 멤버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고.
그 두 곡이 어떤 곡인지는 아직 철저하게 베일이 가려져 있는 상태다.
서태지는 신곡을 발표하는 13일 용산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9개 도시를 순회하며 7월 말까지 투어 콘서트를 가질 예정으로 신곡 두 곡을 포함해 히트곡 20여곡을 새롭게 편곡해 들려줄 계획이다.
서태지, 용산 공연에서 신곡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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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가 지난 4월에 열린‘에피소드2’에 참가 하지 못한 중국의 팬들과 직접 만나기 위해 중국 상해와 항주에 방문‘팬미팅 콘서트’를 가졌다.
이번 상해, 항주 팬미팅 공연에 참가한 팬은 1만 명을 웃도는 수치로, 이번 팬미팅에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각 언론매체 역시 깜짝 놀라 ‘이준기 팬미팅 콘서트’ 현장의 열기와 성공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이번 팬미팅은 중국 내 현지 팬 뿐 아니라 일본, 태국, 대만, 싱카폴 등 아시아 전역의 팬들이 중국으로 집결해 아시아에서 이준기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중국 언론 ‘시나닷컴’은 ‘같은 날, 바로 근처에 8만 명 규모의 스타디움에서 중국 국대 축구팀 경기가 있었으나 그 열기가 이준기 상해 팬 미팅에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으며, ‘한류괘신’은, ‘이번 팬미팅 행사의 열기와 인기는 과년화(중국 설전 축제)를 연상시킬 정도다. 각 나라의 젊은 팬 뿐 아니라, 스타일이 독특한 남자팬과 부모와 같이 콘서트를 보러 온 어린 팬도 보였다.
이준기, 중국대륙 흔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