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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Herman
후세인 하산 / 이라크|2009년|84분 / 아시아영화의 창
“그녀는 물고기다. 내 물고기.” 물 속에서 서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헤르만과 아다르는 어쩔 줄 몰라한다. 이들은 보고 있어도 자꾸만 보고싶은, 진실한 연인이다. 드넓은 평원에서 흑염소를 함께 구경하고, 웃으며 뛰노는 영화의 초반부만 보면 영락없이 장밋빛 미래가 예상된다. 그런 달콤한 순간도 잠깐. 쿠르드 지역에서 발생한 전쟁은 행복한 연인들을 갈라놓는다. 아다르는 헤르만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연인과 생이별을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 장르의 수순을 밟는다. <헤르만>의 두 연인은 여느 멜로드라마 속 연인들이 그렇듯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다가도 또 엇갈린다. 다만 감독은 장르 안에서 담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담아내려 노력한다. 고단한 피난 행렬에서 느껴지는 이라크의 현실, 임신했다는 이유로 삼촌으로부터 구타당하는 무슬림 사회 속 여성의 지위
보고 있어도 자꾸만 보고싶은, 진실한 연인 <헤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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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러브> I Am Love
루카 구아다니노 / 이탈리아 / 2009년 / 120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이탈리아 영화의 부흥이라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이탈리아 영화계는 작년 칸영화제에서 <일 디보>와 <고모라>를 통해 당당하게 부활을 선언했고, 올해 베니스에서 공개된 <아이 엠 러브>는 부활의 절정을 선포했다. <아이 엠 러브>는 그 옛날 이탈리아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재벌 귀족 가문의 몰락기다. 러시아 출신의 엠마는 밀라노의 상류 재벌가문인 레키 가(家)에 시집와서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낳고 살아왔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남편 탄그레디와 아들 에도를 동시에 가문의 공동 후계자로 지명하면서 점점 부자 사이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게다가 런던으로 유학간 딸은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을 하고, 엠마 역시 아들 에도의 친구인 요리사 안토니오와 격정적인 불륜에 빠진다.
팔레르모 출신의 감독 루카
이탈리아 영화의 부흥 <아이 엠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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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아카데미 25주년을 기념해 열린 아주담담 ‘2009년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인들’이 13일 오후 4시 피프센터 QOOK TV 관객 라운지에서 열렸다. 첫 연출작 <경>으로 부산을 찾은 영화 아카데미 1기생인 김정(김소영) 감독, 11기생인 봉준호 감독, 13기생인 민규동 감독 그리고 <해운대>의 프로듀서이자 현재 영화 아카데미 프로듀서 과정의 책임 교수인 이지승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아주담담 행사를 지면 생중계한다.
사회자: 아카데미 초창기 분위기는 어땠나.
김정: 졸업식날 졸업장을 받는데 남자 동기들은 연출 전공으로, 나와 유지나씨는 시나리오 전공으로 표시되어 있더라. 여자가 무슨 연출을 하냐는 거였지. 여자가 카메라 만지면 재수 없다고 카메라에 손 못 대게 한 적도 있다.
봉준호: 1994년도에 입학했는데 지금과 달리 1년 과정이었다. 가장 육체를 혹사하며 보낸 때가 아닌가 싶다. 즐거운 혹
‘즐거운 혹사’의 시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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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부모가 투옥되자 소녀는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게 된다. 늘 외롭고 학교에서도 왕따인 그 소녀는 친구들을 따라 체조를 배우게 된다. ‘란’이라는 소녀의 성장과 문화혁명 시기를 겹쳐놓은 <안녕 할아버지>는 노스탤지어 가득한 시선의 사려 깊은 성장영화다. 영화배우 출신으로 뒤늦게 자신의 장편데뷔작을 내놓은 지앙웬리 감독은 “실제로 문화대혁명 당시 아버지가 투옥되면서 할아버지가 나를 키웠다”며 자전적인 이야기임을 밝혔다. 할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가 바로 과거 <변검>(1996)에 출연했던 대배우 ‘주슈’이기에 그 향수는 더하다.
<패왕별희>(1993)에 어린 장국영의 엄마로 출연하면서 데뷔한 지앙웬리는 이후 연기자로서 큰 인기를 끌었고, 남편이기도 한 구창웨이의 <입춘>(2007)으로는 로마국제영화제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 얼마나 인기 있는 배우냐면, 드라마 <중국식 이혼>으로 폭발적
그녀처럼 따뜻하고 사려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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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숨이 찬다. 판단보다 행동이 앞서는 인물들이 목적지도 모른 채 일단 뛰고 구르는 모습은 그의 영화를 채우는 진풍경이다. 신작 <게어선>은 뜀박질에서 더 나아가 아예 죽음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려는 청춘의 이야기다. 망망대해의 어선에서 죽도록 일만 하던 선원들은 살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 차라리 다시 태어나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자는 의도다. 비장한 결의로 시도한 집단자살은 실패로 끝난다. 하지만 정말 다시 살게 되어 행동의 필요성을 깨달은 선원들은 쿠데타를 계획한다. 사부 감독은 <게어선>을 통해 “젊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 일본의 젊은이들은 원하는 것들을 너무 손쉽게 얻는다. 얻지 못했을 때는 남을 탓한다. 무작정 절망하기 전에 무엇을 해봤는지 깨달아야 할 것 같다.”
<게어선>의 원작은 1920년대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걸작인 고바야시 다키지의 동명 소
몸이 힘들어야 ‘진짜’가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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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옥 감독은 놀랐다. 7년만의 신작 <파주>로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그녀는 당연히 뉴 커런츠가 아닌 다른 부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뉴 커런츠는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작품을 내놓는 신인들의 경쟁 섹션이다. <파주>는 두 번째 작품이니 자격이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신인이라고 불리기 조금 쑥스러웠던 모양이다. “7년 전에 영화를 만들었으니 그 전의 일은 다 잊었다 생각하고 뽑아주신 게 아닐까.” <파주>는 현재 부산에 모인 영화관계자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과연 박찬옥 감독은 7년 만에 또다시 뉴 커런츠 수상자로 호명될 수 있을까?
[behind PIFF] 7년차 신인, 쑥스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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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화끈하게 영화를 밀어주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 중동의 붉은 별, 요르단의 영화지원정책 얘기다. 억압의 상징인 검열도 전혀 없을뿐더러, 오히려 국가에서 “어떻게 하면 프로듀서와 감독들이 영화를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다니. 해외 제작사들에 대한 로케이션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촬영장비에 대한 관세가 아예 없는데다가 자국 영화인들의 고용에 대한 비용까지 지원한다. 마이클 베이가 요르단의 와디럼 사막, 시티 오브 솔트, 그리고 고대 유적지인 페트라에서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진지를 꾸린 것, 최근 할리우드영화들의 로케이션 문의가 많은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물론 사막과 사해의 일몰 장관은 덤이다. 한마디로 영화 천국이다. 그런데 제2회 아시안영상정책포럼의 ‘FPP세미나’에서 참여해 해외 로케이션 유치에 관한 논의를 하게 될, 요르단 왕립필름커미션의 조지 데이비드 부국장은 ‘그게 뭐가 대수’냐는 듯 제법 여유롭다. 도대체 요르단이 영화에 대한 지
광안대교, 요르단 사막에 가져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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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영화가 돌아왔다. 종적을 감췄던 영화 대국의 귀환이다. 작년의 <일 디보>, 올해 부산에서 공개되는 <아이 엠 러브>는 젊은이들이 선배의 명성에 짓눌리지 않고 새로운 영화 언어를 개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산나 니키아렐리의 데뷔작 <우주비행사>도 새로운 물결에 훌륭하게 한 몫을 차지할 영화다. <우주비행사>는 소련과 미국의 우주 경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초를 배경으로 15살 공산당원 소녀 루치아나의 성장을 다루는 경쾌한 소극이다. 루치아나는 소련의 우주 진출에 열광하며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을 영웅시한다. 하지만 엄마는 우파 부르주아와 결혼해 신경을 벅벅 긁고, 로마청년공산당에도 성차별적인 망나니들이 득시글하다. 이걸 어쩌면 좋단 말인가.
니키아렐리는 “소련과 미국의 우주 경쟁에 대한 개인적 매혹으로부터 시작된 영화”라고 말한다. 그녀는 최초로 우주비행을 마치고 생환한 두 마리의 개, 쥐, 스무 마리 생쥐에 관한 단편
우주에 바치는 로맨틱한 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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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걸 왜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야 하나?” 박재옥, 수경, 홍은지 세 감독이 애니메이션 <로망은 없다>를 기획했을 때 주변 반응은 이랬다. 지구상에서 어쩌면, 로맨스와 가장 멀리 담을 쌓았을지 모를 유일한 한 쌍. 자식 키우고 돈 버는 사이 예전의 로망은 간데없고 오직 진저리나는 생활만 남은 부부. <로망은 없다>가 기록하는 대상은 바로 그럴싸한 판타지도 짜릿한 모험도, <스파이더맨>에 버금갈 비현실적인 캐릭터도 존재하지 않는 이 부부의 모습이다.
<로망은 없다>를 연출한 세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모두 영화 아카데미 동기, 그 간의 교육을 통해 ‘애니메이션’이라는 속박 아래 어쩔 수 없이 묶여 있는 무수한 규정. 콘텐츠뿐만 아니라 형식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일단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그걸 실천해 보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만 있다면 어떤 형식이든 문제없다고 봤다.”(홍은지 감독
애니메이션은 리얼하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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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판 감독은 해외 나들이가 잦다. 홍콩, 대만, 중국을 오가며 영화를 만드는 것은 예전과 다를 바 없지만 올해는 베니스영화제에 이어 부산국제영화제에 5년만의 신작 <눈물의 왕자>가 초대돼 카메라 앞에 설 일이 많았다. 홍콩 현지에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상태라 오스카행도 기대해볼만 하다. 프루트 챈이 제작하고 욘판이 감독한 <눈물의 왕자>는 1950년대 대만, 공산주의자에 대한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이 영화의 큰 소스가 됐다. 비극적인 시대를 살았던 매혹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슬픈 동화 같다. 욘판 감독이 3명의 배우와 함께 인터뷰 자리에 나타났다. 대만의 톱 배우 3명은 욘판 감독이 “편하고 재밌고 촬영장에선 무서운” 사람이라고 했다.
-전날 GV때도 맸던데, 스카프가 인상적이다.
=내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다. 이게 너무 좋아서 똑같은 걸로 다섯 개나 샀다. 영화만큼이나 스카프
테러보다 치열했던 나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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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장커 감독의 마스터클래스 강연이 13일 오후 4시,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그는 음악과 춤, 시에 빠졌던 어린 시절부터 북경영화학교를 다녔던 20대의 자신과 첫 작품인 <소무>를 만들게 됐을 때까지의 사연을 풍부한 에피소드를 곁들여 이야기했다. 지면관계상 많은 이야기를 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나는 부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펀양이란 마을에서 태어났다. 바다도 없고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라 즐길 거리가 없었다. 가끔 영화를 보긴 했지만, 영화감독을 꿈꿔 본 적은 없다. 다만 나름의 표현수단을 항상 찾으려 했던 것 같다. <유랑자>란 인도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좋아했는데, 용돈을 모아 하모니카를 사서 그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내가 가진 최초의 표현도구가 그 하모니카였던 셈이다. 이후 1984년에는 많은 학생들이 기타를 치며 자신의 마음을 노래했는데, 그때는 나 또한 기타에 심취했었다. 중학교를 다닐 때는 심지어 춤도 추었다.(웃음) 흑인들이 춤
“사람, 공간, 시간이 내 영화의 핵심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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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8개국 영상산업책임자들이 모였다. 올해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13일 오전 9시30분 해운대 노보텔에서 박광수 아시아영상위원회 네트워크 위원장이 ‘제2회 아시안영상정책포럼’의 개막을 선언했다. 이날 자리에는 한국의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솜 소쿤 캄보디아 문화예술부 차관, 테라와키 켄 일본필름커미션 위원장, 말레이시아의 이즈마엘 모하메드 멀티미디어 개발공사 버티컬 마켓&파트너 수석, 아마르 라즈 지리 네팔영화개발위원회 위원장, 올랜도 “잭키” 수아레즈 아티엔자 필리핀영화개발위원회 위원장, 와나시리 모라쿨 태국필름오피스 위원장, 응우엔 티 민 히엔 베트남 영화국 부국장 등 아시아 8개국 영상산업책임자들이 참석했다. 허남식 부산광역시 시장은 “지난해에 개관한 영상후반작업시설인 ‘AZ Works', 그리고 현재 건립 중에 있는 부산영화제 전용관과 제2스튜디오는 부산만의 자산이 아니라 아시아 영상산업 전체를 풍요롭게 가꾸기 위한 우리
8개국 영상산업 브레인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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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샹하이다.” <스틸라이프> <24시티>의 감독 지아장커가 13일 오후 2시,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작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와 <24시티>등을 통해 도시화를 겪는 중국의 이면을 그려온 그의 다음 작품은 <상해전기>(上海?奇)다. 영문 제목은 <I Wish I Knew>. 2010 샹하이엑스포를 앞둔 샹하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지아장커 감독은 이미 1년 전부터 촬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60여명의 상해 사람들을 취재해 1927년부터 현재까지의 샹하이를 담는 게 지아장커의 구상이다. “1910년대 소설 중에 100년 후의 샹하이를 상상하는 작품이 있다. 공업화, 산업화가 될 것이고 엑스포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소설의 환상이 실현된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샹하이 뿐만 아니라 중국의 지난 100년을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상해전기>는 오는
중국의 100년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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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2일 월요일 저녁, <존 라베>가 상영 중이던 야외상영관에서 소음으로 인한 소동이 벌어졌다. 상영관 앞 임시가설상가 임대와 관련해 불만을 가진 몇몇 임대인들이 고성방가를 일으킨 것. 이 때문에 상영관 입구 쪽의 관객들이 관람에 방해를 받았다. 영화제 쪽은 상영도중 자리를 뜬 관객들에게 환불 조치를 취했으며, 계속 관람을 원한 관객들을 위해 상영중단은 하지 않았다. 그동안 뜻밖의 우천과 영사사고로 인한 야외상영관 소동은 있었지만, 외부소음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영화제의 김정윤 총괄팀장은 “영화제와는 무관한 문제로 발생된 소동이지만, 관람을 방해한 일이기 때문에 환불조치를 했고 무료 재상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무료 재상영 날짜와 장소는 추후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다.
<존 라베>, 외부소음으로 야외 상영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