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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할 수 있는 죽음은 애도 가운데 희미해져간다. 그것은 삶의 시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설명을 거부하는 죽음은 점점 선연해진다. 거듭 되돌아와 이승을 교란한다. 논리로 가닿을 수 없는 장소에 생사를 가를 만한 위력이 존재한다는 징조는, 먼 숲속 괴물의 기척처럼 우리를 잠 못 들게 한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세경(신세경)과 지훈(최다니엘)의 사고사로 막을 내렸다. 비단 시트콤의 범주에서만 이변이라 불릴 일이 아니다. 기억하는 한 최근 TV 역사에서 여기 비견할 만한 예는 <발리에서 생긴 일> 정도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종영 이튿날은 독한 황사가 불어와 여운을 악화시켰다. 엉뚱한 연상이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의 마지막 흑백 정지화면을 보며, 나는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 연장전에서 프랑스의 지단이 퇴장 가능성을 눈앞에 두고 이탈리아 수비수 마테라치를 머리로 들이받았던 경악스러운 순간을 떠올렸다. 파국을 번연히 바라보면서 그리로 기
안녕, 그 멈추고 싶었던 시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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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3월 30일(화) 오후 2시
장소 왕십리CGV
이 영화
백희수(엄정화)는 인기 베스트셀러 작가다. 하지만 표절혐의로 더 이상 창작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되고 다시 한번 화려한 재기를 꿈꾸며 시골 외딴 별장으로 내려간다. 남편(류승룡)과도 별거 상태라 하나 뿐인 딸과 함께 지내게 되는데 딸은 늘 알 수 없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창작에 목말라 있던 희수는 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착하며 결국 소설로 완성시킨다. 바로 그 별장에서 살해된 젊은 여자의 귀신이 들려준 이야기다. 새 소설은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지만 이미 10년 전 발표된 소설과 똑 같은 내용임이 밝혀지게 되며 다시 표절 시비에 휘말린다. 희수는 혐의를 벗기 위해 마을과 별장을 둘러싼 비밀을 풀기 위해 다시 별장으로 내려간다.
말말말
“수중 촬영에서 오랫동안 숨을 참아 공포감을 많이 느꼈고, 별장에서 격투 촬영도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별장 안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집의 기운 때문에, 딸을 데리
다시 엄마가 된 엄정화 <베스트셀러>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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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치 영화를 보면 어떻게 해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꿈을 꾼 듯, 무섭다. <카이에 뒤 시네마>와 ‘필름 코멘터리’에서 선정한 2000년대 최고의 영화 1위로 뽑힌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지극히 데이비드 린치적인 영화다. 폭력과 섹스, 미스터리와 스릴러, 분열과 혼돈이 뇌수와 신경세포와 척추까지 후벼 판다. 그중 단연 지배적인 건 현실과 환상의 충돌이지만, 그 진위를 알아내려고 해봤자 ‘나만 바보인가?’ 하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 그저 섬뜩한 캐릭터들이 주는 묘한 불쾌함과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
주인공인 나오미 왓츠(베티이자 다이안)와 로라 해링(리타인 동시에 카밀라)은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동시에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둘 다 음울하고 어두운 기운을 품고 있다. 이야기의 전개상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인물들, 예를 들면 건강효소식품을 파는 뚱뚱한 여자, 회의실로 에스프레소를 가져온 빨간 재킷을 입은 남자, 전화를 걸고 받는 남자들
[그 액세서리] 그리고 ‘서룩스’ 안경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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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녀. 손에는 막대걸레가 들려 있다. 그녀의 꿈은 개썰매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것. 다음 컷에서 그녀는 두툼한 방한복 차림으로 손에는 작살을 든 채 남극 한가운데에 도착한다. 평범한 이들의 판타지를 사진으로 구현한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의 <내사랑 지니> 프로젝트 중 두컷이다. 꿈(<내사랑 지니>)이나 기억(<수공기억>), 시각적 체험(<씨네매지션>)에 관한 집요한 탐구를 이어온 정연두의 관심은 그 모든 것과 현실 사이의 경계, 그리고 매체를 넘나드는 유희정신에 있다.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최연소 ‘올해의 작가’이자 백남준에 이어 국내 작가로는 두 번째로 뉴욕현대미술관에 입성한 당대 가장 뜨거운 아티스트 정연두. 그의 작업실을 현재 한국 영화미술계에서 첫손에 꼽히는 프로덕션디자이너 류성희가 찾았다. 오롯이 판타지를 위해 복무하는 영화 미술감독으로서 그녀가 흥미를 느낀 부분 또한 정연두가
[talk show] 당신의 판타지를 ‘가짜로’ 실현시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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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22일에서 8월6일까지 경기도 평택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아니 퇴근을 하지 않았다. 77일간의 숨막히는 파업 투쟁.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최루액을 뿌렸고, 수도와 가스와 전기를 끊었다. 파업 막바지, 공장 옥상으로 진입한 경찰들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방패로 찍고 곤봉으로 내리쳤다. 다음날 노동조합 지도부와 조합원 96명이 연행되면서 파업은 끝이 났다. 노동운동 현장에서 늘 카메라를 들었던 태준식 감독이 쌍용차 파업 현장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당신과 나의 전쟁>을 내놓았다. 그의 전작인 <필승 Ver2.0 연영석> <샘터분식>보다 거칠고 날이 섰다. “개봉은 처음부터 꿈꾸지 않았다”는 태준식 감독은 현재 공동체 상영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당신과 나의 전쟁>은 3월2일 첫 공동체 상영을 가졌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당신과 나의 전쟁>이 상영되길 바란다는 태준식 감독을 만났다(공동체 상영 신청은
[spot] 그들만의 투쟁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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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정을 처음 본 건 <비밀애> 촬영현장에서였다. 촬영이 끝났는데도 한참을 미적거리더니, 갈 때는 전 스탭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때만 해도 신인배우의 얼굴 알리기라고 여겼는데 거기서 그쳤던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류훈 감독님이 좀 귀찮으셨을 거예요. 극중 낯선 여자 역할로 드문드문 나오는데 촬영 때마다 ‘이 여자는 어떤 색의 속옷을 입고 다니느냐’ 등의 질문을 수시로 했거든요. 원래 낯선 여자는 직업이 없었는데, 질문을 하다 보니 감독님이 아예 만들어주셨어요.” <비밀애>의 ‘낯선 여자’는 자주 등장하진 않지만 극중 진우와 진호처럼 연이(윤진서)와 짝을 이루는 비중있는 캐릭터다. “나설녀(현장에서 오우정은 ‘낯선 여자’ 대신 ‘나설녀’라고 불렸다) 장면 중에 제 눈이 빨갛게 나온 장면이 있어요. 전 나설녀가 뭉클뭉클한 감정을 툭 털어놓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를테면 선지빛 인물인 거죠. 그래서 연이와의 대면신에서 울었는데,
[오우정] 스파링 파트너로 시작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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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살인죄로 복역 중인 수인(김남길)은 AIDS 감염자라는 이유로 다들 멀리하는 상병(정윤민)에게 접근한다. 수차례의 탈옥 전력이 있는 수인은 AIDS에 감염되면 곧 출소한다고 믿고 있다. 수인은 상병이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자, 그의 피를 몰래 수혈한다. AIDS에 감염됐다고 해서 감옥을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수인은 입원 치료 도중 결국 탈옥한다. 세상에 나왔지만 제대로 된 복수를 하지도 못하고 쫓겨다니던 수인은 결국 상병이 소식을 궁금해했던 여인 미아(황우슬혜)의 카페에 찾아든다.
<피터팬의 공식>의 한수는 억울하다. 엄마가 ‘허무하다’며 살충제를 마시고 병상에 누워버린 뒤로 한수는 빚 독촉에 시달리는 신세가 된다. 그만둔 수영을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수는 그저 고통스런 자신의 열아홉을 감내해야 한다. <폭풍전야>의 수인은 한수가 가진 사정보다 더하다. 수인은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무기형을
세상과 화해하는 법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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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프랑스 파리의 한 중학교 교실. 국어 교사 마랭(프랑수아 베고도)과 학생들은 새 학기를 맞는다. 마랭은 학생들을 잘 이끌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말끝마다 대꾸하기를 즐겨하는 아랍계 여자아이, 불법체류자의 자녀인 중국인 남자아이, 다른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온 흑인 남자아이 등 다양한 이민자들로 구성된 학생들로 인해 여기저기서 돌발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랭과 학생들은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고, 마음을 열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시시껄렁한 흑인아이 술레이만이 마랭에게 반항하기 시작하면서 교실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클래스>의 배경인 교실은 그 어느 곳보다 생생하다. 지식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조금의 빈틈도 놓치지 않고 딴짓하려는 아이들 사이에서 수시로 긴장감이 형성된다. 그때마다 교사 프랑수아 마랭은 아이들을 강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아이들을 통해 보여지는 사회의 단면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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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제주도의 한 소학교. 완력을 휘두르며 급우들을 수하 부리듯 했던 형석이 갑자기 사라진다. 교실은 잠시 온기를 되찾지만, 이내 형석에게 눌려 살았던 도진(육동일)과 민구(이승민)는 패를 규합해 사사건건 으르렁거린다. 한편, 뭍에서 전학 온 동일(김두진)은 도진에게 접근해 신임을 얻은 뒤, 서연(한이빈)의 마음을 얻으려면 급장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민구를 완전히 짓밟아야 한다고 이간질한다. 도진과 민구의 싸움은, 동일이 끼어들면서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하난 확실해. 너 때문에 싸우는 거야.’ <꽃비>의 포스터에는 다소곳하게 책을 읽고 있는 소녀, 그리고 소녀를 동시에 바라보는 두 소년이 등장한다. 어떤 정보도 없다면, <친구> 혹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꽃비>의 까까머리 청춘들은 순정을 증명하기 위해 까만 교복을 풀어헤치고, 주먹을 날리기를 마다하지 않
제주 ‘4·3 항쟁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꽃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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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사춘기 소년 크리스티아노(알바로 칼카)는 실업자 아버지 리노(필리포 티미)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산다. 그들의 유일한 친구는 아버지가 돌보는 정신병자 콰트로(엘리오 제르마노)다. 콰트로는 늘 TV 속 포르노 스타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하는데, 크리스티아노의 친구 파비아나(안젤리카 레오)를 본 뒤 그녀가 TV 속 포르노 배우라는 착각에 빠진다. 파비아나에게 다가가려던 콰트로는 우발적으로 그녀를 죽이고, 이를 목격한 리노는 충격에 뇌출혈을 일으킨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크리스티아노는 아버지가 파비아나를 죽인 것으로 오해한다.
가브리엘 살바토레의 성장영화 <아임 낫 스케어드>를 본 이라면, 그가 순수함이라는 가치를 지켜내는 데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살바토레는 아이들의 순결한 내면이 외부적 요소에 의해 어떤 갈등을 겪는지 지켜보길 즐기며, 애당초 순수함이 존재하기는 하냐고 질문하는 감독이다. 살바토레의 성장영화가 여느 감독들의 그것
살바토레의 두 번째 성장영화 <애즈 갓 커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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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키워드는 ‘아이들’이다. 200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로랑 캉테의 <클래스>는 교실이란 공간을 소재로 사회의 단면을 고찰하는 영화다. 진심을 가진 선생님과 그의 진심과 상관없이 제멋대로인 학생들과의 긴장을 경험할 수 있다. 영화의 결을 가늠하고 싶다면, 기획기사를 훑어볼 것. <애즈 갓 커맨즈>의 주인공인 소년도 그저 순진무구한 아이로 보기는 힘들다.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은 아이의 성장극을 그리면서도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휩싸인 소년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꽃비>의 소년·소녀들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 4·3항쟁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는 학원물의 삼각구도를 빌려 역사의 상흔을 재조명하고 있다.
배우의 이름으로 선택을 하고자 한다면 <폭풍전야>를 주목할 만하다. <선덕여왕>의 비담으로 중년여성들의 로망으로 떠오른 김남길과 <우리 결혼했어요>로 인지도를 높인 황우슬혜가 등장한다. <푸른 수염
[금주의 개봉영화] 중년여성들의 로망 김남길의 <폭풍전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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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몇해 동안 미국에서는 할리우드화된 호러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10대 소녀를 타깃으로 한 <트와일라잇> 시리즈나 10대, 20대 남성팬을 대상으로 한 <쏘우> 등의 하드코어 호러 시리즈로 양분화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크레이지>가 개봉돼 클래식 공포영화로 단련된 정통 호러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그간 <불편한 진실>이나 <푸드 주식회사> 등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발표해온 ‘파티시펀트 미디어’가 제작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맨해튼의 한 극장에서 <크레이지>를 관람하고 나오는 관객을 만나보았다.
-이름과 직업을 물어봐도 될까.
=레녹스 조슬린. 뉴욕의 록펠러 대학교에서 사무용품을 비롯한 기타 자재 구입과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영화는 재미있게 봤나.
=무척 재미있었다. 무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출연배우들이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뉴욕] 공포는 좋은데 내장 쏟아지는 건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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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트>(Ne'nette )와 <쉬린>(Shirin)은 둘 다 매우 독특한 영화다. <네네트>는 성공적이었던 2002년작 다큐멘터리 <마지막 수업>의 니콜라 필리베르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번엔 초등학생에 관심을 가지더니 이번엔 오랑우탄의 일상생활이다. 하지만 <네네트>는 결코 야생동물들이 나오고 거기에 바리 화이트 같은 성대모사 전문가가 비둘기 목소리를 흉내내며 해설을 해주는 그런 동물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여주인공’은 파리 식물공원 안의 동물원에 살고 있다. 해마다 60만명의 호기심 어린 관람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한데 영화에는 관람객이 보이지 않는다. 필리베르 감독은 여주인공 네네트만 찍었고, 조연으로 같은 우리에 사는 다른 원숭이 세 마리가 나올 뿐이다. 대신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의 갖가지 주석들이 담긴 목소리가 영화에 포착돼 있다. 네네트가 40살이라는 사실에 경탄하기도 하고, 윤기 흐르는 그녀의 털에 감탄하기도 하고,
[외신기자클럽] 스크린 속 그녀와의 눈빛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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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유미코의 <캔디 캔디> 7권, 캔디는 스잔나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간다. 스잔나는 조명기가 떨어지는 사고에서 테리우스를 구하는 대신 자신의 다리를 잃었다. 캔디는 스잔나를 보면서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간절한지 깨닫는다. 그때 테리우스가 나타난다. 테리우스는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가는 캔디를 와락 ‘백 허그’한다. 그 순간 캔디가 뇌까린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초등학교 5학년 때 문방구에서 샀던 <캔디 캔디>에는 분명 그렇게 적혀 있었다. 훗날 다시 출간된 버전에는 “그냥 이대로 시간이 정지해버렸으면 좋겠다”고 번역돼 있지만 감흥에선 많이 처진다. 30년이 지났는데도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이라는 구절이 생생한 것은 캔디의 그 뇌까림이 그만큼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인 듯하다.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지붕 뚫고 하이킥!> 마지막회에서 세경이가 말했을 때 전율을 느꼈다.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 세경의 바람은 김혜리가 적은
[에디토리얼]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