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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어떤 이정표인지, 아니면 짧은 휴식인지, 혹은 간주곡 같은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새로운 시도인지는 분명치 않다. 점점 더 홍상수는 비탈길에 선 것처럼 속도를 내고 있다. 마치 그가 쓰러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더 빨리 달려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새로운’ 영화에 몸과 마음을 내주고 있다. 몸과 마음? 그렇다. 그는 어떤 것을 의도하기보다는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그 무엇을 (그런데 그 무엇은 무엇일까?)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라도 한 양 서둘러 존재의 증명을 해야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두르고 있다. 그러면서 홍상수는 점점 더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홍상수는 매우 공을 들여 이미지란 헛것이라는 설명을 했다(<해변의 여인>). 나는 그가 그 다음 영화를 좀더 미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틀렸다. 심지어 다음 영화의 주인공은 ‘대마초를 피우고 파리로 도망 간’ 화가다(<밤과 낮>). 이미지, 영화, 회화. 소란스러운 허깨비들. 환각. 점과 선. 어
[전영객잔] 줌이라는 기호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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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Wish>(이하 <바람>)는 지난해 여름 <스페어>로 데뷔한 이성한 감독의 신작이다.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스페어>는 성룡의 영화에 심취한 감독의 취향이 담긴 한편, 장준일과 정우라는 배우의 얼굴을 알린 액션영화였다. 당연히 차기작도 액션영화일 줄 알았다. 그런데 <바람>은 액션에 대한 관심을 걷어내고 한 고등학생의 성장담에 주목한 영화라는 점에서 의외다. 주연배우인 정우의 실제 경험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소식이 흥미로웠다. 한 사람의 개인적인 기억에서 이성한 감독은 무엇을 발견했을까.
- 정우란 배우에게 애정이 큰가 보다.
= 그에게 빚졌다는 생각이 있다. <스페어>가 좀 잘됐으면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됐을 텐데,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나만 믿고 따라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는 거다.
- 크레딧에 ‘원작 김정국’이라 쓰여 있더라. 정우의 본명이 명시됐다는 점에서 그의
[spot] “액션보다 관계와 소통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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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은 마돈나의 히트곡 <Like a Virgine>에 대한 난삽한 논쟁을 길게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로 시작된다. 진짜 처녀에 관한 노래인지 경험 많은 여자에 관한 노래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다른 인물 이야기가 뒤섞여 드는 이 정신없는 장면에서 타란티노는 자신의 영화 감상법을 제안한다. 수다스러운 잡담이 별다른 의미가 없듯 자신의 영화도 심각하게 보지 말라는 그의 제안은 곧 받아들여졌다. 타란티노 월드가 제공하는 전례없는 작품들은 정체성을 인정받았고 칸은 일찌감치 그에게 황금종려상을 주었다. 타란티노는 데뷔작에서 자신의 창작방식도 보여줬다. 마약 거래에 관한 가짜 시나리오를 구체적인 경험담으로 구성해나가는 화장실 시퀀스는 그가 어떻게 허구의 조각들을 축조해서 하나의 건축물로 완성하는지 보여준다. 단순한 아이디어가 현실보다 더 그럴듯한 허구의 세계로 진화하는 과정을 지극히 영화적 방식으로 재현한 이 장면은 그의
[영화읽기] 타란티노 월드는 이렇게 완성되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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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울진 죽변항에 다녀왔다. 밤새 날이 흐리고 눈이 내릴 것 같더니 아침이 되자, 수평선 약간 위쪽을 제외하고는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이었다. 항구에 서서 마도로스처럼 바다를 바라보노라니, 밤새 조업한 고깃배가 하나둘 회항하고 있었다. 만선을 알리는 신호는 고깃배 10m 상단쯤에서 떠가는 구름처럼 무리지어 날아가는 갈매기들이었다. 마침내 고깃배가 들어오자, 어부와 갈매기와 경매사와 중간상인과 동네 개들이 한데 어우러져 삶의 건강한 풍경을 연출하더라. 그런 풍경에 비하자면, 지난 몇호에 걸쳐서 <씨네21> 지면을 달궜던 <파주>의 질문, 그러니까 “왜 이런 일을 하세요?”라는 말은 병자의 질문이 아닐까?
‘아마 잘 안될 거야’ 마음의 불구들
“왜 이런 일을 하세요?”를 그대로 질문한 사람에게 돌려주자면, “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세요?”가 될 것이다. 거기 부두에서 시선을 돌리니까 조너선 리빙스턴 시걸이랄까, 어부들이 바다로 던지는 피라미들을 받
[나의 친구 그의 영화] 마음의 불구들이여, 이리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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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동료 배우 전혜진과 결혼한 이선균이 결혼 6개월만인 11월 25일에 드디어 아빠가 됐다.
이선균의 소속사 호두 엔터테인먼트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선균의 아내 전혜진이 25일 오전 강남의 한 병원에서 아들을 낳았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고 부부의 출산 소식을 알렸다.
이선균 전혜진 부부는 이미 결혼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임신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당초 12월 쯤으로 예정되어 있던 출산이 조금 앞당겨 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7년 전 연극무대에서 만나 오랜시간동안 사랑을 키워왔다. 이선균이 MBC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과 <하얀 거탑> 을 통해 일약 스타가 되었을 때도 오랜 연인이 있음을 당당히 밝혀 많은 여성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전혜진은 당분간 산후조리와 육아에 힘쓸 계획이며, 이선균은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파주>의 홍보활동을 끝내고 <선덕여왕> 후속으로 내년 1월부터 방송 될 MBC
이선균, 결혼 6개월만에 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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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접시와 사발, 찻잔과 컵이 진열된 그릇 매장을 거니는 여자들의 눈은 은은히 빛난다. 그녀들의 시선은 그릇의 몸체가 그리는 온유한 곡선과 화사한 빛깔, 매끄러운 광택을 음미하는 동시에 그들이 테두리 짓는 동그랗고 움푹한 작은 공간에 담길 향기로운 음식과 행복한 시간을 상상한다. 멋진 구두가 근사한 장소에 데려다줄 거라고 약속하듯, 그릇은 여성을 유혹한다. 넉넉한 그릇과 아름다운 잔을 마련해두면 삶의 포만감이 찾아오지 않을까 꿈꾸게 한다.
레오노르 피니(1908∼96)의 몇몇 그림에는 그릇(형태의 물체)을 앞에 둔 여자들이 등장한다. 또한 피니의 작품에서 여성은 그 자신이 강력한 영적인 힘을 담은 그릇이기도 하다. 백일몽과 변신 모티브를 즐겨 다루고 막스 에른스트, 살바도르 달리 등과 교유한 피니를 미술사는 초현실주의 여성 화가로 분류한다. 하지만 본인은 그 명찰을 거절했다. 앙드레 브르통으로 대표되는 초현실주의 그룹이 성적 욕구의 해방을 주창하면서도 여성혐오증과 동성애공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 여자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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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보러 간 건 장동건이 ‘품절남’ 선언을 한 다음이었다. 왜 보러 갔을까? 품절 확인하러? 그랬는지 보는 내내 “장동건 저렇게 잘생겼었어?”“장동건 원래 저렇게 다리 길었어?”“ 장동건 옛날부터 저렇게 귀여웠어?” 봉창 두드리는 소리만 하다가 왔다.
그러다가 문득 오래전 <씨네21>의 다른 문패 칼럼에 썼던 글이 생각났다. 찌질해 보이던 이성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왕자님으로 변신하는 때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때는 친구들과 술이나 마시고 혼자 있을 때는 게임이나 하며 평생을 보낼 거 같던 친구가 여자친구를, 그것도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광채나는 여자를 소개하는 순간이었다.
조금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물론 나는 장동건과 일면식도 없고- 오래전 인터뷰를 한번 한 적이 있지만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그를 열렬히 숭배한 적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동갑내기다. 이게 뭐 중요하냐고? 중요하다. 보통 스타를 사랑하는 팬심 중 또래 팬심은 드물다
[아저씨의 맛] 누구 맘대로 품절 선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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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키는 175cm다. 편집장님보다는 한참 작다. J선배와는 동급이다. 두분이 <씨네21>로 오기 전, 그러니까 전임 N편집장님이 계실 때만 해도 내가 취재팀에서 제일 컸다(전임 편집장님은 재임 시절 자신의 키를 174cm로 밝힌 바 있다).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의 “키가 180cm 이하인 남자는 루저(loser)”란 발언에 따르면 <씨네21> 취재팀에서는 편집장님 빼고 다 루저인 거다. 처음 그 발언을 들었을 때는 어이가 없었는데, 이렇게 생각해보니 웃음이 났다. 만약 그녀가 나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다면 어땠을까. 욕 대신 더 유치한 인신공격을 했을 것 같다. 어차피 영화에서나, TV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외모를 가지고 웃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 여대생은 요즘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키가 180cm 이하인 나 역시 빈정이 상한다. 그런데 그녀의 발언이 그토록 분노를 금치 못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오픈칼럼] 만성적 분노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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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는 보고 나서 무언가를 말하고 싶게 만들고 타인의 견해를 궁금하게 만든다. 이 영화가 문제적이라는 뜻이며, 누가 뭐래도 그건 박찬옥의 성취다. <파주>는 헐겁고 모호하다. 그 자체로는 장점도 단점도 아닌 그 빈틈과 불투명함이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고 사후적으로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 점에 대해선 지난호(728호)에 실린 <파주>에 관한 여러 평 중에서 정한석의 비판론에 대체로 동의한다. 좋은 영화는 결국 좋은 질문이다. 우리가 어떤 영화의 모호함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그 영화가 어떤 근본적 질문을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파주>는 대답이 아니라 질문을 모호하게 만든다. 질문이 물러선 자리에 감상적 숙명론 혹은 모종의 우울증이 들어선다. 정한석이 그 과정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섬세한 분석을 하고 있으므로, 나는 여기서 한 가지 견해만 덧붙이고 싶다. 그것은 그 모호함이 권유한 대로 이 영화를 약간 다른 각도로 보는 것이며, 그랬을
[전영객잔] 소녀의 성적 욕망과 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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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파주>에 관한 많은 평이 쏟아져 나왔다. 호의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뤘지만 <파주>의 영화적 실패를 지적한 글도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비평을 보면서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어졌다. 찬반 어느 쪽 입장에 있든 <파주>에 관한 글은 대부분 형부와 처제의 사랑 이야기라는 걸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인다. 틀린 말은 아니다. <파주>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큰 줄기가 둘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 가운데 형부와 처제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감동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정한석이 정확히 지적한 대로 <파주>에는 관객이 밀도있는 감정을 공유할 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낚였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형부와 처제의 육체적 도발이 나오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난 너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라는 중식(이선균)의 대사가 나올 때 관객은 당황스럽다. 이전까지 중식이 은모(서
[영화읽기] 비극의 땅에서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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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대한 연구결과 중에 이런 게 있다. 남자는 하루에 1만2천 단어 이상을 말하면 급격하게 피곤해지고, 여자는 하루에 2만5천 단어를 말하지 못하면 우울해진다고 한다. 남녀의 차이라기보다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차이인 것 같다. 남자 중에는 하루 2만5천 단어 이상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뜨끔, 아휴, 저는 아니고요), 여자 중에는 과묵한 사람도 많다.
인터넷 문학 라디오 <문장의 소리> DJ로 활약할 때 <씨네21> 고경태 편집장의 화제의 신간(이자 내 생각으론 글 쓰는 이들의 필독서)인 <유혹하는 에디터>의 멋진 부분을 방송 중에 낭독했다가 저기 오른쪽 아래 프로필 난에 ‘현재 <문장의 소리> DJ로 활약하고 있다’는 문장이 쥐도 새도 (나도) 모르게 추가되어버린 DJ 자격으로 한마디 하면, 말하는 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다(거, 참, 문장이 수다스럽네!). 혼자 떠들고, 초대 손님과 떠들고…, 그
[나의 친구 그의 영화] 너무 떠들어 안 피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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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에 대한 선입견을 날려버리듯 친절하고, 제스처가 크고, 호탕하게 웃는다. 과연, 광산촌을 배경으로 한 이 위험천만한 뮤지컬을 밀어붙인 사람답다. 제작자 존 핀은 스티븐 달드리와 단편 <에이트>를 계기로 만나 <빌리 엘리어트>를 함께 만들었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마저 전세계적으로 흥행시킨 인물이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인기로 저예산영화 제작을 위해 워킹 타이틀에서 설립한 자회사 WT2를 성공가도에 올려놓은 그는 이후 마커스 애덤스의 호러스릴러 <롱 타임 데드>와 역시 마크 에반스의 범죄스릴러 <마이 리틀 아이>를 제작했다. 11월10일 아시아에서 첫 공연인 한국어 <빌리 엘리어트>를 점검하고, 오디션에 참석하고, 한국의 빌리들을 만나기 위해 내한한 존 핀을 국내 제작사 매지스텔라 사무실에서 만났다.
-비영어권에서 첫 번째 공연인데, 고민이 많으리라 짐작된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
[spot] “우리를 움직인 건 엘튼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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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종말. 알다시피 얘는 수천년의 인류 역사 동안 그 탁월한 흥행성을 검증받아온 역사와 전통의 나쁜 놈이다(근데 얘는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나쁜 ‘놈’이라 칭할 수 있느냐고. 이 칼럼이 원래 좀 그래). 얘는 지난 1999년 8월15일,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이 파투난 이래 일시적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였으나, 그로부터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21세기에 들어 지구 온난화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발견, 또다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소행성, 화산, 해일, 태풍, 지진 등 지금까지 등장했던 각종 지구과학적 나쁜 놈들이 일개 마을, 기껏해야 일개 도시를 박살내는 정도에 머물렀으면서도 ‘지구 종말’을 사칭해왔던 것과는 달리 근자에 개봉된 <2012>의 지구 종말은 말 그대로 5대양 6대주를 남김없이 초토화함으으로써 ‘지구 종말’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어울리는 면모를 보여준다. 게다가 <2012>의 지진이나 화산재는, 주인공의 뒤만 집중적으로 쫓아다님으로써
[나쁜 놈의 道] 지구 종말? 인간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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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탤런트 김지훈이 SBS 새 월화드라마 '별을 따다줘'의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24일 소속사 하이스타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김지훈은 내년 1월에 방송될 '별을 따다줘'에서 생모에게 버림받았다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변호사 원강하 역을 맡았다.
김지훈은 "전작 '연애결혼'에서 변호사 역을 맡은 적이 있어 이제는 (변호사 연기가) 익숙하다"며 "자신에게는 '마음'이 없다고 믿었던 나쁜 남자가 '사랑을 알아가게 되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별을 따다줘'는 '천사의 유혹' 후속으로 방송된다.
eng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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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SBS '별을 따다줘' 주인공 캐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