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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료는 음식을 살리고, 좋은 양념은 미각을 살린다. 유럽 사람들은 영국이나 독일 사람들이 요리를 못하는(?) 이유를 재료보다는 양념에 어둡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뒤집으면, 프랑스나 이탈리아 음식이 맛있는 건 양념 덕이라는 얘기도 된다. 그런데 두 나라에서 쓰는 양념이라는 게 원래 그 땅에서 나온 게 별로 없다. 대부분 소아시아와 중동 출신이다. 그 양념이 역사상 가장 화려하게 꽃피운 땅도 당연히 그 지역에 있다. 바로 터키다.
영화 <터치 오브 스파이스>는 그리스와 터키를 넘나들며 양념의 문화사를 으깨고 배합해서 맞춤하게 관객에게 내놓는다. 그 배합의 비밀 레시피는 물론 ‘사랑’이다. 따스한 동화 같은 구성과 꼬마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끌고 가는 영화가 <시네마 천국>을 닮기도 하였다. 그리스말인지 터키말인지 모르겠으되, 꽤 매력적인 언어의 대사도 맛깔스럽다.
1959년의 이스탄불. 양념상을 하는 할아버지를 둔 소년 파니스는 부모와 함께 그리스로 강
[그 요리] 양념의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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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자책점, 즉 방어율은 투수가 자신의 실책으로 잃은 점수를 매 경기 단위로 환산한 기록이다. 28년의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평균자책점 부문의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이가 바로 선동열. 통산성적 1.20으로, 이것은 말하자면 9회 내내 공을 던져서 1점 남짓의 점수만을 상대에게 주었다는 얘기다. 1~2년의 기록이 아니다. 그가 한국 프로야구의 마운드를 지킨 11년 동안 상대팀은 게임당 평균 2점도 뽑지 못했다. 그 11년간 선동열은 소속팀 해태 타이거즈의 수호신이었고, 상대팀에는 패배의 아이콘이었으며, 성적이 좋지 못한 대학생들에게는 학사경고 학점의 대명사였다.
레전드로 남은 영광스러운 선수 생활을 뒤로 한 지도 어언 10년. 이제 지도자로 야구 인생의 제2장을 써가는 선동열 현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그 전설의 프리퀄을 스크린에 담았던 김현석 감독이 만났다. 다소 의외였지만, 영화 <스카우트> 개봉 이후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올 시즌 한국
[talk show] 그때 투수들은 헝그리 정신이 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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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만 손오공처럼 둔갑술을 부리는 게 아니다. 임수정도 <전우치>에서 구미호처럼 수차례 변신한다. 카메라가 과거와 현재를 어지럽게 횡단하지만, 전우치는 전우치고 초랭이는 그대로 초랭이다. 하지만 임수정은 보쌈당한 과부였다가 혼쭐나는 스타일리스트였다가 무법의 악당으로 변하는 다색다종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실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 제작사에 먼저 요청했어요.” 뒤늦게 안 사실. 변신을 더욱 갈망했던 건 <전우치>의 서인경이 아니라 임수정 자신이었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먼저 아는 척을 잘 안 한다”는 사진기자의 귀띔은 아무 소용없었다. 새침한 구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우치처럼 부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임수정은 독심술이라도 지닌 양 묻기도 전에 답했다.
-쉽게 말 걸기 어려운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변한 건가. 뭘 물어보나 걱정도 했다.
=많이 안 물어봐도 된다. 사는 이야기 하면 되지, 뭐. 나이 들면서 얼굴이 두꺼워졌나 보다. 사적인 자
[임수정] 이젠 내 것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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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다리 하나를 고쳐준다는 말에 어딘지도 모르는 행성까지 가서 죽을지 모르는 임무에 뛰어들다니, 역시 해병대다워요. 한번 해병대는 영원한 해병대군요.
=한 가지만 정정하지요. 행성이 아닙니다. 판도라는 위성이에요. 달이나 유로파 같은 위성 말이에요.
-과학자 다 되셨구려. 아무튼 조금 궁금한 게 있어요. 아바타 같은 인공 생명체를 그토록 짧은 시간에 만들어내는 생물학적 기술을 가진 문명이라면 당연히 당신 두 다리 정도는 금방 고쳐야 하지 않나요?
=이 양반이 세상을 아직 잘 모르는구먼. 그럼 대체에너지 개발했다고 다들 석유는 그만 푸나요? 로봇 관절 개발했다고 전세계 모든 장애인들이 로봇 팔다리 달고 다니나요?
-그… 그렇지는 않지요.
=문제는 돈입니다. 기술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합니다. 실용화도 빠른 편이에요. 그러나 신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죠. 21세기 중반 한국에서는 의료보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가의 의약품을 조달하
[가상 인터뷰] <아바타>의 제이크 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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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5분 늦겠다고 연락이 와서는 제 시각에 도착했다. 그렇게 이홍 작가는 첫 만남부터 대략 어떤 ‘디테일’을 지닌 사람일지 짐작이 갔다. <걸프렌즈>의 세 주인공 중 누구와 특별히 닮았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마치 그들 모두를 보듬고 있는 언니처럼 사려 깊고 야무지며 차분한 사람이었다.
한 남자를 공유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 <걸프렌즈>는 이홍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 자체도 여성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거기에 <싱글즈>(2003) 노혜영 작가의 각색을 거치면서 더 톡톡 튀는 작품으로 완성됐다. 2007년 <걸프렌즈>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고 이제 막 들뜬 마음으로 두 번째 장편 <성탄 피크닉>을 내놓은 이홍 작가를 만났다.
-<걸프렌즈>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던 날이 기억나나.
=작품을 내고 기다리면서 투고자들은 대략 언제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있다. 그런데 예상한 날로부터 한참 지났는
[spot] 영화가 원작을 보완해 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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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SF&판타지 팬들의 새로운 여신 등극! J. J.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하 <스타트렉>)과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이 두편이면 말 다했다. 지금까지 출연작은 제법 많았지만 <크로스로드>에선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에선 키라 나이틀리에게 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조 샐다나에게 2009년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이건 21세기형 여전사의 탄생이다. 시고니 위버나 린다 해밀턴과의 비교는 당치 않다. 혹은 케이트 베킨세일이나 안젤리나 졸리와도 다르다. 조 샐다나는 ‘형’ 소리가 절로 나오는 무시무시한 근육질을 휘두르거나, 과도한 섹시미를 내뿜으며 남자들을 홀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녀가 (액션신이 없던 <스타트렉>을 빼고서라도) <아바타>의 네이티리를 통해 보여준 이미지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우아함에 가깝다. 어린 시절부터 발레로 다져
[조 샐다나] 21세기 여전사는 우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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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묵한 살인범. <용서는 없다>에서 류승범은 꽤 난이도 높은 도전을 했다. 돌아보면 아쉬움도 많지만 더 멀리 내다보고 싶은 연기 인생에서 중요한 단락을 지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익숙한 친근함 때문일까. 류승범을 상당히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다. <라듸오 데이즈>(2007) 이후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나 백현진 감독의 단편 <디 엔드> 정도를 제외하면 오랜만의 주연이다. 야심차게 준비하던 강풀 원작의 <29년> 프로젝트는 좌초되는 아픔을 겪었고 그동안 거절한 영화도 꽤 된다. 그중 대박난 영화도 있다니 속이 쓰릴 만도 하지만 ‘배우 류승범’은 이런 영화도 하고, 저런 일도 겪으면서 여전히 갈고 다듬는 과정 속에 있다.
그런 점에서 살인범 ‘이성호’ 캐릭터는 전혀 새로운 도전이었다. “지금껏 해보지 못한 역할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분량은 적어도 영화의 전체적인 정
[류승범] 얼굴에 세월을 새겨넣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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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잃고 분노에 사로잡힌 부검의 강민호. 설경구는 달리고 깨지고 분노하고 오열한다. 응축된 그의 ‘쇼’는 보는 이에게도 쉽지 않을 만큼 빡빡한 농도다. 슬프고 처연하다.
“<용서는 없다>는 날것의 영화다. 좀 폼나게 달빛이라도 비춰주든지 비라도 추적추적 내려주면 분위기로 절반은 먹고 들어갔을 텐데. 이건 죄 백주에 아무 장치없이 연기해야 하니….” 설경구의 ‘험담’은 진의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 멋도 없고, 치장도 하지 않은 날것의 영화는 그 결과, 오롯이 설경구 자신의 연기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심 기분이 나쁘지 않을 만했다. 그래도 말은 이렇게 툭툭 내뱉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는 자타공인 도통 ‘빈말’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다.
손꼽힐 정도로 탁월한 감각을 소유한 부검전문의. <용서는 없다>의 강민호의 1막은 그랬다. 그러나 딸이 납치되면서 그의 세련된 리듬은 깨진다. 무언가에 쫓기듯, 홀린 듯 이성이 마비된 남자의 절규가 강민호의 2
[설경구] <박하사탕> 10주년,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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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설경구와 류승범은 관객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현대 한국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짊어진 <박하사탕>의 ‘김영호’(설경구), 또 미래라는 희망을 가져본 적 없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불량청소년 ‘상환’(류승범). 둘 모두는 관객이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가여운 우리 시대의 캐릭터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각자의 방식으로 두 배우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캐릭터를 잡아낼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습득하게 됐다.
<용서는 없다>는 이 두 베테랑 배우가 만나 이루는 고도의 화음이다. 영문도 모른 채 딸을 납치당한 부검의 강민호와 강민호를 궁지에 몰아넣은 환경운동가 이성호의 게임. 스릴러의 재미를 배가해줄 장치는 배제된다. 대신 철저하게 두 배우의 연기를 좇아가는 날것 그대로의 차림이 이 영화의 진짜 스릴이다. 게임의 승패는 결국 둘의 화음에 달려 있다.
[설경구, 류승범] 두 열혈남아의 사생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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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개봉작 줄줄이 남았는데…
브리타니 머피 Brittany Murphy 1977. 11 ~ 2009. 12
배우 브리타니 머피가 32살의 아까운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났다. 12월20일 집 안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머피는 시나리오작가인 남편 사이먼 먼잭의 호출로 찾아온 응급요원의 비상조치에도 정신을 되찾지 못했다. 현재까지 사인은 자연적인 심장마비로 알려진 상태. 부검 결과는 수주 뒤에나 나올 예정이다.
14살 때 TV시리즈 <드렉슬의 교실>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활동범위를 넓혀오던 그녀는 1995년 <클루리스>에 출연하면서 스타로 떠오른다. 영화에서 알리샤 실버스톤의 장난감 노릇을 하다 일약 백조로 날아오른 것처럼 머피는 이후 할리우드의 기대주가 됐다. <처음 만난 자유>(1999), <돈 세이 워드>(2001), <8마일>(2002),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2003), <업타운 걸스>(20
2000년대와 함께 사라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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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막바지, 영화계의 중요한 인물들이 타계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데다 한꺼번에 찾아온 이들의 죽음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배우 브리타니 머피와 제니퍼 존스, 시나리오작가이자 감독 댄 오배넌, 그리고 저명한 영화평론가 로빈 우드의 삶과 죽음을 돌아본다. 편집자
‘울부짖는다’는 이것이었다
로빈 우드 Robin Wood 1931. 2~ 2009. 12
비평은 창작의 그늘에서 자라는 꽃이다. 꽃은 아름답지만 한순간 흐드러지게 피어났다가 덧없이 사라진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여기서 출발할 것이다. 고전은 시간에 풍화되기는커녕 매 순간 우리 앞에 나타나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데 반해 비평은 순간이나마 시대를 풍미했던 글조차도 단지 그 시절에 묶여 있을 뿐이다. 이 먹먹한 좌절감 앞에 많은 평론가들이 재창조의 책임을 저버린 채 걸작과 거장의 그늘에서 편하고 공허한 말잔치를 벌여왔다. 적어도 로빈 우드가 나오기 전까진 쉽게 그럴 수 있었다.
1931년 런던에서
2000년대와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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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만한 여가공간이 없다는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미국의 경기침체로 소비지출이 위축됐지만 오히려 극장가의 영화 흥행수입은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캐나다의 박스오피스 수입이 지난해보다 8.6% 늘어 연말까지 사상 최대인 100억달러를 돌파한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경기침체로 수입이 줄다 보니 여행이나 스포츠 경기관람, 외식 같은 고비용의 지출은 꺼리는 대신에 상대적으로 지출이 적은 극장을 더 많이 찾았다는 분석이지요. 10달러만 있으면 하루 저녁 최소 두 시간(아니, 세 시간도 가능하군요)은 보장된 공간이 흔치 않은 게 사실이지요. 물론, 극장으로 직접 가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DVD 판매는 오히려 13% 이상 감소했으니까요. 여전히 극장에 가서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영화를 즐기는 전통적인 소비방식이 우세하다는 증거지요. 기술의 발전도 극장의 수입증가에 한몫했습니다. 3D영화 제작이 올 들어 증가하면서 이른바 ‘꼭
[월드액션] 불경기의 절친은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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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배우로 한 걸음~. 송혜교가 왕가위의 신작 <일대종사>(The Grand Master)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다. 영춘권 고수요, 이소룡의 스승이기도 한 엽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로, 그녀 외에도 양조위, 장첸, 임청하, 장쯔이 등 중화권의 별들이 대거 출연한다고. 소속사는 “아직 맡은 역할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송혜교가 영화를 위해 광둥어를 익히고 무술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 또 보고? <데이트 나이트>에서 협업할 예정인 코미디 듀오 스티브 카렐과 티나 페이가 <우편 주문 신랑>에서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워너브러더스에서 제작하는 이 영화는 한 싱글 여성이 연인을 찾다 못해 동유럽의 남성을 남편으로 골라 미국으로 배달시킨다는 내용의 코미디. 페이의 남편인 작곡가 제프 리치먼드가 초안의 아이디어를 냈고, 로버트 칼록(<서티 락>)과 스콧 실베리(<프렌즈>)가 각본을 맡았다.
터프가이들, 마
[캐스팅] 송혜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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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캐치온, 투니버스 등 10개 채널을 소유한 온미디어가 CJ그룹에 인수됐습니다. 12월24일 CJ오쇼핑은 약 4345억원을 들여 오리온그룹이 지니고 있던 온미디어 지분 52.2%를 확보했습니다. 방송, 통신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와 관련,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옵니다. 분명한 건 오리온그룹이 극장 사업에 이어 케이블에서도 사실상 손을 뗐다는 사실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미디어 산업에서 CJ의 영향력은 더욱 증대될 전망입니다.
롯데시네마 영등포점에 로봇이 나타났습니다. 관객을 안내하는 로봇도우미 ‘시로미’인데요. 관람객에게 인사도 하고 춤도 추고, 상영 중인 영화 및 이벤트 안내를 한다고 합니다. 즉석에서 사진을 찍고 이메일로 보낼 수 있는 기능도 있다네요. 시로미는 ‘시네마 로봇 드리미’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김수영 작가의 <종말의 새>가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 대상을 받았습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신종 바이러스
[에누리 & 자투리] 휴대폰으로 <워낭소리> 보세요